과일 CEO - 도시인에게 과수원을 팔다 CEO 농부 시리즈
조향란 지음 / 지식공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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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CEO>는 기업, 경영자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떠오르는 인물은 <기적의 사과>라는 책의 주인공인 '기무라 아키노리'가 생각났다.

그는 일본인으로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한 농부이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사과를 키우겠다는 그의 생각은 그에게 좌절만을 가져다 준다. 그렇게 키운 사과나무에는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잎은 메말라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오로지 무농약 사과를 키우기 위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그의 사과를 '기적의 사과'라고 한다.

요즘 그런 과일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친환경' 과일은 대세이지만 그 보다 '질 좋고 맛 좋은 프리미엄 과일'을 우리는 원한다.

과수원에서 따 먹던 과일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내 기억 속의 가장 맛있었던 과일도 우리집 작은 언덕에 있던 복숭아 나무에서 따 먹던 복숭아 맛이다. 그건 어릴 적의 추억이기에 추억의 맛도 가미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 맛 본 맛있는 과일도 역시 밭에서 따 먹던 과일 맛이다.

대학시절 수원의 딸기밭에서 따 먹던 딸기 (그 시절엔 그랬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에 여름에는 장호원 과수원에 자주 갔었는데, 밭에서 금방 딴 복숭아 맛은 '안 먹어 봤으면 말 하지마!'라고 할 수 있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의 맛....

과일 본래의 맛은 제철에 수확한 과일, 화학비료 대신 자연 퇴비와 미네랄을 사용한 과일, 농부의 지극정성이 담긴 과일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과일을 재배하는 과일농장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과일 CEO가 이 책의 저자인 '조향란'이다. 이름에서도 과일의 향이 느껴진다.

저자는 1998년 일본에 복숭아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과일 유통업에 종사하게 되는데, 그녀는 자신을 '과일 소믈리에'라 불리워지기를 원한다.

 

2012년에는 고급 과일 브랜드인 '올 프레쉬'를 런칭하여 고급 과일 시장 분야를 개척하였다.

올 프레쉬는 안정적 매출을 위해서 회원제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여 좋은 과일을 판매한다. 그것은 미리 판매량을 알아야 과일 농가에서 공급처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올 프레쉬의 철학은 간단하다. 과일 농가가 자연 그대로의 과일을 건강하게 생산하도록 지원하고,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철 과일을 가장 맛있는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게 올바른 유통, 착한 유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 (p.53)

(사진 출처: 올 프레쉬 홈페이지에서)

 

올 프레쉬에서는 좋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올 프레쉬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면 과일을 공급하는 농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올 프레쉬의 과일이 농부의 손에서 소비자에게 배달되기 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들은 과연 회원제로 운영되는 과일의 가격이었다. 그래서 올 프레쉬의 홈 페이지를 찾았는데, 시중에서 구입하는 과일 가격과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패키지 과일의 경우는 싱글 가족, 2인 가족, 4인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종 과일을 패키지로 묶어서 배달이 된다. 골고루 종류별로 구성된 과일은 3만원에서 5만원이다.

그리고 딸기 1팩은 8500원, 단감 1봉 (6개입)은 6900원, 그린 키위 6개는 4000원.과일 바구니 세트 9만원에서 13만원 정도이다. 가격은 때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사진 출처: 올 프레쉬 홈페이지에서)

 

저자는 자신의 유통 철학을 삼통(三通)이란 말로 정리한다.

一通은 생산자와 통하라.

二通은 고객과 통하라.

三通은 진심과 통하라.

" 올 프레쉬는 전국 회원 농가들이 친환경으로 재배한 제철과일을, 수정단계부터 재배과정, 수확까지 품질을 꼼꼼히 관리한 다으,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드입니다. " (p. 88)

과일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알려지면서 요즘 카페, 베이커리, 대형 식품매장에 가면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조각 과일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간단한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좋은 과일이 그만큼 우리곁에 다가왔다는 증거일텐데 되도록이면 좋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과일 CEO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를 담은 성공철학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녀가 경영하는 올 프레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에서 이야기된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의 <기적의 사과>와 같은 눈물겨운 체험은 있지 않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사과 농부였지만, 조향란은 경영자이기 때문에 두 책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 책은 읽다보면 저자가 경영하는 올 프레쉬의 홍보 전략에서 나온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로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이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부록 1 : 여성 CEO에 도전하는 당신에게

                            부록 2 : 농사 그리고 귀농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당신에게

 

올 프레쉬의 과일들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 보자.  http://www.allfre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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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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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땡', '아닙니다'   실패한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단호하게 외쳐대던 '땡!'

1박2일의 묘미는 어쩌면 pd 와 출연자의 기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 말들.

예능 리얼버라이어티 1박 2일은 나영석 피디가 있었기에 시청율 대박을 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준비됐어요>의 시청율 저조의 탈출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2%대의 낮은 시청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폐교에서의 공포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복불복이 처음 선보이게 된다.

처음 복불복은 할 때에 출연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더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에 선택하는 순간 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1박 2일은 복불복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다 보니, 식사 복불복, 야외 취침 복불복이 있게 되지만 그것이 이제는 1박 2일의 기본 설정이 되었다.

강호동, 지상열, 은지원, 김종민, 노홍철, 이수근의 여섯 남자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라는 콘셉트으로 시작되었던 1박 2일은 멤버들이 바뀌면서 이제는 시즌3로 넘어갔다.

그래도 지금까지 약 5년간의 1박2일을 이끌어 왔던 나영석 피디는 이 예능 작품으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나영석 피디가 1박 2일을 끝내고 다른 방송국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박 2일의 탄생 비화, 5년간의 1박 2일의 기억과 비하인드 스토리,  나영석의 인생 이야기,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아이슬란드로 떠난 여행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을 구입한 지는 약 1년 정도가 되었지만 몇 장을 들춰 보다가 그냥 책장 속에 꽂아 놓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 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 있다." (책 속에서)라고 말했듯, 그리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책은 아니다.

1박 2일과 나영석의 인생이야기가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와 교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목적도 마흔 살이 되기 직전에 지난날의 삶을 반추해 보고 새로운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이다.

그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때가 4월경이기에 여행 막바지에 어렵게 오로라를 보게 되는데, 그건 자연이 준 환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나의 감정 전체가 저 빛에 휩싸여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든다. 홀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라에 휩싸여 나홀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 희한하게도 문득 외로워지기 까지 한다.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하는 사실을 새삼스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p. 312)

이 책은 나영석 피디가  공영방송인 KBS PD에서 종편인 tv N의 자리를 옮기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지금 그는 10년 동안 같이 일을 했던 이우정 작가와 함께  tv N 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인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1994>로 인하여 드라마 작가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나영석 피디 역시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좋은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보다는 프로그램의 컨셉트이 좀 퇴색된 느낌이 있다.

<꽃 보다 할배>는 할배들의 유럽 여행기라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꽃보다 누나>는 그런 신선함이 사라져 가고 있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와 함께 천혜의 비경을 보여주는 것은 여배우들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획이나, 일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것들에 비해서 편 수가 너무 많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한 화면들이 몇 회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도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집도 어수선한 감이  있으니, 시청율도 첫 회에 비해서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들은 나영석 피디에게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책 이야기로 시작한 리뷰가 TV 시청 소감이 되고 말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지금이 아닌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달려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새로운 직장, 그리고 여행이었기에 이 책을 쓸 당시의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느껴진다.

저자는  '마흔에는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고 하니, 그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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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2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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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오소희'의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를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소희'는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 그중의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이다.

아들인 JB(중빈)가 22개월이 되었을 때에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여행했지만, 그때에는 남편도 함께 했다. 그후 아들이 세 살이 되자 한 달 동안 터키의 곳곳을 돌면서 보고 느낀 점을 쓴 책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오소희 / 에이지 21 / 2007>이다. 이 책은 2 년후에 개정판이 나온다.

세 살배기와의 한 달간의 터키여행,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저자의 여행스타일이나 육아방식은 남다르다. 그녀는 "따로 할 수 없다면 함께 즐겨라'라는 생각으로 아들과의 여행은 계속된다. 

이번에 그녀와 아들이 함께 떠난 곳은 남미, 일정은 3개월.

" 90 Days in South America "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남미 여행 1부 <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과 남미 여행 2부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이다.

약 1 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그때에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읽지 못한 책인데,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를 읽다 보니 생각이 났다.

그중의 남미여행 2번째 이야기인 <그러므로 떠남은 옳다>는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칠레, 볼리비아 다시 칠레를 거치는 여행 에세이이다.

그녀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정보를 담은 책은 아니다. 여행 스타일이 관광이 목적이 아닌 '사람여행'이기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이다.

특히 그녀는 주로 제3세계를 여행하는데, 자신이 여행했던 곳에 청소년 도서관을 짓고 그곳에 독자들과 책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여행지인 남미 볼리비아에 네 번째 도서관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행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여행지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행자이다.

남미는 치안상의 문제, 열악한 환경 탓에 여자 혼자 여행하기도, 아니 만 9살된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기에는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특히 콜롬비아의 경우에는 지난 2세기동안 남반구에서 가장 폭력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기에 콜롬비아 국민들이 그리도 열광하는 축구장에 가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운 곳이다.

엄마와 아들은 그런 남미의 사회상을 몸소 체험하면서 풍광이나 문화 여행 보다는 사람여행, 길거리 여행에 큰 비중을 둔 여행을 즐긴다. 물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절한 사람들도 있지만,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하루밤을 자기에도 불안하고 더러운 숙박시설을 마주치기도 한다.

이런 여행에서 아들인 중빈은 7 살때부터 제3세계의 어린이들과 연주도 하고 책을 읽는 활동을 함께 한다.

남미의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중빈이의 바이올린 연주소리, 때에 따라서는 제3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교습까지 해 주면서 친구로서의 우정을 다진다.

그들은 커피농장투어, 카카오 농장 체험, 사막투어 등을 하면서 현지인과 다른 여행자와의 교류를 가진다.

이 책을 읽는 학부모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중빈이는 학교에 안 다닐까?'

'10살 아이가 학교를 안 가고 3개월 동안 남미 여행이라니...'

물론, 중빈이는 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학교 교육만이 교육이 아님을 엄마와 아들을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나름대로의 여행을 통해서  제3세계와의 소통과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 집을 떠나서야 만날 수 있는 가족. 진하게 만나고 곧 헤어져 버리는 가족. 그런데 이 가족들은 지구 어디에서나 서로 다른 인종의 얼굴을 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숱하게 만날 수가 있다. 그래서 한 번의 떠남이 소중하고, 한 명의 사람이 소중하고, 한 번의 만남이 소중해진다. 떠남을 계속하는 것이 소중해진다. " (p. 389)

우리들에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엄마와 아들의 여행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소중한 여행이다. 그들의 3 달간의 거친 여행은 우리들의 어수선한 욕망과 채집 욕구로 인하여 너무도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가진 것이 그리 많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게 된다.

" 아디오스

가방 하나에 가득했던

순수 "  (p. 397)

 

새해 첫 날, 여행가방 하나에 가득했던 그 순수를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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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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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는 '재이없는 책'이라는 평이 많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출간하였고, 요즘에는 영문판과 번역판이 함께 묶여져 나와 있기도 하고, 책 가격도 저렴하다.

그중에서 김영하 작가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가 관심이 갔다. 김영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가 우연히 서점에서 두 명의 남학생이 하는 이야기(이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번역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작가의 신선한 감각이 번역에 담겨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 이 소설은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 " (p. 228 - 번역자 김영하의 글 중에서) 

 책읽기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몰입이 잘 안된다.  소설의 구성이 단순하다고 할까?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옆집에 사는 개츠비에 대한 항간의 루머들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빛나고 화려한 파티의 중심에 있는 개츠비.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눈길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더라.', ' 밀주나 석유, 도박, 주식 투기 등으로 돈을 번 졸부라고 하더라' 등...

개츠비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별의별 황당한 루머들이 난무하다.

이 소설은 90여년 전인 1925년에 쓰여졌으니, 소설의 시대적 배경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이야기이다. 마치 개츠비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를 못했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그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 미국의 그당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서 이룩된 나라인 미국, 미국의 보잘 것 없던 지위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츠비는 신흥부자를 대변하는 뉴머니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사랑하던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은 뉴잉글랜드의 명망있는 가문을 대변하는 올드 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번역을 한 김영하의 작품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나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명확한  구도가 잡히게 된다.

그런데,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  그녀는 상류 사회를 대변하는 여성으로, 한때 개츠비가 사랑했던 여자이지만, 개츠비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걸림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데이지는 충분히 개츠비를 배신할 여지를 가진 여자이다. 허영에 사로잡힌 화려함을 쫒는 여자이기에....

그걸 알았다면 개츠비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래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을 것이다. 개츠비의 사랑은 데이지를 향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축적한 부는 그의 사랑인 데이지를 찾는다면 완벽할 것만 같으니, 그녀를 찾기 위해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운명이란 개츠비의 편이 아니었던가. 그가 찾은 데이지는 이미 톰 뷰캐넌의 아내가 되었으니.

그래도 그들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사랑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까지도 뒤짚어 쓴 개츠비를 남겨 놓고 데이지는 남편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개츠비의 사랑은 이처럼 허망하게 끝나 버리니...

개츠비는 사랑할 가치 조차 없는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데이지는 개츠비의 화려함에 그를 사랑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무책임한 여자였던 것이다.

개츠비가 열었던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여 왁자지껄 떠들고 취한던 그 많은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우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 224~225)

그것만으로도 개츠비의 삶은 공허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건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의  부와 지위에 집착하는 허영에 찬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란 책 제목에 붙은 '위대한'이란 수식어는 과연 타당한 표현일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개츠비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무가치한 존재를 사랑한 개츠비에 대한,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고, 이야기의 내용도 단순하여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완결되는 과정에서 이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이 책을 번역한 김영하의 작품 해설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고전은 이야기의 내용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향, 작가가 작품에서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별로 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이 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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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 - 최인호 유고집 / 최인호 / 여백미디어

 

 <별들의 고향>으로 70년대의 청춘들에게 각광받았던 작가, 최인호.

그러나 나는 최인호의 청춘 소설들 보다는 <잃어버린 왕국>, <해신>등을 훨씬 좋아한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집도 즐겨 읽었다.

그는 지난 5년간의 투병기간을 스스로 '고통의 축제'라고 했다고 한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했던 작가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언젠가 천주교와 관련된 매체에 올린 짧은 작가의 글을 보면서 쾌유되기를 바랐지만....

그의 서재에서 발견된 발표되지 않은 글들, 그 글을 이 책을 통해서 읽어야겠다.

 

 

 

 

 

 

 

2. 아직 설레는 일이 많다 / 하성란 /마음산책

 

  하성란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1999년 제 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이다. 그 해의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이 하성란의 <곰팡이꽃>이었다.

그 작품은 내 뇌리 속에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후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단편들이 가슴에 와닿았던 기억이 난다.

자주 작가의 글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끔씩 그녀의 작품들을 읽게 되면 처음 읽었던 <곰팡이꽃>이 생각난다.

이 책은 그동안 쓴 글들을 묶은 산문집이다. 기대된다.

 

 

 

 

 

 

 

 

3. 조선희의 영감 / 조선희 /민음인

 

  연예인들의 사진을 주로 찍는 포토그래퍼. 조선희는 어쩌면 사진계의 이단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인 사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포토그래퍼.

  그녀의 책은 몇 권 읽었다. 그중에 <네 멋대로 찍어라>는 사진학 강의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그녀는 구태여 어떤 사진 기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자신만의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좋은 사진기가 아니라도 똑딱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면 찰칵 셔터를 누르라고...

  이 책 속에는 그가 찍은 사진들에 대한 영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영화 포스터, 화보 촬영에 얽힌 이야기들도 나만의 사진을 찍을 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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