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수업
로시오 까르모나 지음, 김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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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여섯 살 소녀의 사랑의 진실 찾기 수업이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유학온 이레네에게 찾아 온 사랑의 아픔으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영국의 기숙학교에 보내진 이레네는 이 학교의 킹카인 리암과 데이트를 한다.

리암에게 사랑을 느낀 이레네는 꽃 사진 선물 문자를 받게 된다. '나의 특별한 공주님을 위한 꽃다발'이란 짧은 글과 함께 보내진 장미. 이레네가 좋아하는 꽃은 해바라기지만, 장미꽃이면 어떻겠는가.

기쁨도 한껏 젖어 있던 이레네는 문자의 말미에 번호의 나열을 보게 된다. 무려 10개의 휴대전화 번호.

리암은 이레네를 비롯하여 10명의 여학생에게 이 문자를 보냈던 것이니....

여기에서 끝났으면 사랑의 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날 수업시간에 이레네를 향해서 던져지는 종이쪽지들. 그건 이레네가 리암을 생각하면서 써 두었던 첫 사랑 고백의 시를 담은 편지였는데, 우연히 리암의 손에 들어가서 그의 친구들에게 모두 공개된 것이다.

창피함, 분노 등등의 감정으로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로 덤벅이 된 이레네는 교실을 뛰쳐나가서 학교 밖의 절벽까지 달려간다. 그의 뒤를 쫓아 온 휴그스 선생님은 이레네에게 특별한 숙제를 내준다.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매주 수요일에 만나서 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사랑의 문법' 수업이란 특별한 프로젝트이다.

휴그스 선생님은 매주 한 권의 소설을 정해주는데, 그 소설에서 이레네가 찾아야 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레네의 첫 사랑은 아주 아픈 기억만을 남겼는데, 소녀는 책 속에서 사랑의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시대를 초월하여 명작으로 꼽히는 7권의 소설. 그 소설 속에 담긴 사랑은 다채롭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12살 하지메와 시마모토의 첫 사랑이야기이다. 이레네는 " 무라카미를 통해서 첫사랑의 중요성과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 (p.p. 40~41)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하면서 달리기 대회를 준비한다. 11살 때 만난 친구인 마르셀로가 이레네의 달리기 트레이너를 자처하면서 그와의 우정을, 그리고 사랑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르셀로는 앞서 말한 토착식물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어쩌다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그것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 106)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시대에 뒤처진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레네는 이 작품을 통해서 " 우리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해서 이야기" (p. 75)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대방보다 내가 열등하거나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그 사람의 세상에는 어울리지 못할 거라는 염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빚어지는 오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의 힘 말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순간 순간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고, 일시적이고 덧없는 삶의 방식이 우리 주위에 만연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사랑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유효해야 합니다! " (p. 75)

이레네는 휴그스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물인 소설을 읽기 위해서 그 책과 관련된 서적을 먼저 읽을 정도로 독서를 깊이있게 하는 문학소녀이다. 그래서 이레네가 작품을 이해하는 수준은 보통 학생 이상의 독서수준을 갖추고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살다간 여인의 이야기로 비운의 사랑, 일방적인 사랑, 지독한 짝사랑 이야기이다.

휴그스 선생님은 자신이 정해준 소설을 읽고 만나는 날이면 그 소설과 연관된 어떤 장소나 음악, 행동을 통해서 그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준다.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에 대한 토론을 하는 날에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 2번>을 틀어 놓고 잠시 사무실을 비우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후에는 기차 여행을 같이 한다. 그리고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은 후에는 배를 타고 수업을 하기도 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이레네는 과제물의 제목을 '사랑의 두 얼굴'이라 정한다. 브론스키와 안나의 사랑, 그리고 키티와 레빈의 사랑.

브론스키와 안나의 사랑이 절도를 잃은 정열적인 사랑, 방해되는 모든 걸 파괴해 버리는 사랑, 결과에 개의치 않는 사랑이라면, 키티와 레빈의 사랑은 결과에 개의치 않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는 지금까지 읽었던 사랑에 관련된 소설들이 모두 자살이나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다면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주는 사랑이야기이다.

물론, 제인의 사랑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고, 유부남을 사랑하고 그의 부인의 존재로 인하여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로체스터에게 돌아오게 되는 해피엔딩의 소설이다.

지금까지 이레네는 사랑은 비극적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소설을 통해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수업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고 휴그스 선생님과 배를 타고 나갔다가 난파될 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휴그스 선생님이 이레네에게 사랑의 진실을 찾아 주려는 소설읽기 수업을 하게 된 이유는 그에게도 아내를 잃은 아픈 사랑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이처럼 특별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 책 속에 나오는 7편의 소설, 그런데, 그중의 4편 밖에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읽었던 소설에 관한 내용은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설의 경우에는 소설 속의 내용에 몰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가는 그런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소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해 준다.

또한, 이 책의 주인공인 이레네가 열여섯 살이지만 우리나라의 여학생과는 좀 다른 학교 생활을 함을 느낄 수 있다. 학교 공부만을 하는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과는 다른 학교 생활과 개방적인 이성교제가 우리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이기에 문화적 차이도 느낄 수가 있다.

첫 사랑의 아픔으로 사랑을 아프고 슬픈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성장기 소녀에게 문학작품 속의 사랑이야기는 많은 사랑의 유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그런 소설을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독서력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저 소설의 줄거리만을 대충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소설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청소년들도 그런 독서를 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곁들여서 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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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김태진 전문기자의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
김태진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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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에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빨간 페라리를 만났다. 그때만 해도 외제차라고 하면 벤츠, BMW, 볼보, 폭스바겐 정도 밖에 몰랐는데, 그때 본 페라리는 정말 멋있었다.

날렵한 차체, 웅장한 엔진과 배기음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은 길을 서너 번을 신나게 오르내렸다. 아마도 좋은 차를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 때는 빨간 페라리를 보면 그 날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페라리는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꿈을 판다고 마케팅을 한다. 스페셜 또는 한정판매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쓰면서 연간  7, 000 대가 안되게 생산을 한다. 창사 이래 지금까지 판매한 차량이 겨우 12만대이고, 차량에는 생산 날짜와 순번, 고객 이름을 새겨준다. 통상 페라리 고객은 예금 잔고가 500만 달러 (약 55억원)이상이 들어있다고 하니, 페라리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다.

페라리 오너들 중에는 페라리를 자동차라기 보다는 예술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대가 안되는 페라리가 들어와 있다고 하니, 길에서 페라리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외제차도 이제는 대중화가 되어가는 추세이니, 길을 걷다 보면 벤츠, 아우디, BMW, 푸조, 토요타 등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는 책제목은 시적이어서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이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로망이자, 남자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책은 남성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태진은 자동차 전문기자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다니면서 거기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경영인과 자동차 디자이너 등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 성능, 차종, 디자인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자동차 브랜드는 19 종류인데, 그는 거의 모든 브랜드의 자동차를 시승하거나 운전을 하여 보았기에 자동차의 성능이나 승차감도 잘 알고 있다.

외제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일 것이다. 벤츠는 50~60대에게 고급차 = 벤츠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30~40대가 선호하는 외제차는 BMW와 아우디인다. 우리나라에서의 판매량에 있어서도 2006년 BMW가 고급차 시장에서 1위로 등극한다.

BMW는 드라이빙 머신의 상징이며 연비가 좋고, 차량은 가볍고 디자인은 공기역학으로 다듬어 졌기에 젊은 이들의 기호에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자동차의 전자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자동차와 IT의 만남, 자동차의 각종 전자기기를 운전자 또는 휴대전화와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가 경쟁력이 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휘청한 회사가 벤츠인데, 그래서 요즘에는 BMW와 아우디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시속 300 Km 를 넘나드는 차로 슈퍼카 시장의 라이벌이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의 컬러 부터 다채롭다. 노랑부터 주황, 초록, 검정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디자인이 특색이 있다. 가위질 하듯 도어가 위로 벗겨 올라간 모델은 한 번 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딱정벌레(비틀)차로 잘 알려진 폭스바겐도 여러 차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잘 팔리는 자동차이다.

이 책에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로 나뉘어져서 그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이 소개된다. 특히 아시아 편에는 우리나라 현대 기아차가 소개된다.

1967년 포드와 기술 제휴로 현대 자동차가 설립되고 1976년 현대차가 기술 독립을 하면서 독자 모델로 나온 '포니'.

그때의 조랑말, 포니.... 지금은 사라졌지만, 포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마이카를 꿈꾸던 그때의 생각이 날 것이다. 

현대 기아차는 2008년에 제네시스를 선보이는데, 제네시스는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2009년에 '미국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계적인 19개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에도 관심이 있지만, 새 차를 구입한다면 어떤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조언을 얻기를 기대하리라.

저자는 좋은 차가 갖춰야 할 3가지로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를 꼽는다. 그에 대한 정보는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차를 구입하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서 결정하여야 한다. 내가 산 차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나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연령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차와 은퇴한 노부부에게 필요한 차는 다를 수 밖에 없다.

60대 이상 은퇴한 노부부라면 무조건 소형차를 타라고 권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다가온다.

' 자동차, 추억이 스며든 인생의 일기장'이라는 구절인데, 우리에게 자동차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의 그 설레던 마음, 우선 온 가족이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지 않았던가.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녔던 추억. 해남 땅끝 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차 속에는 가족들이 함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 온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초창기 이야기에서부터 오늘날의 이야기, 신차 개발에 얽힌 이야기,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에 관한 책 중에는 가장 깊이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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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전古典 - 생각하는 젊음은 시들지 않는다
김경집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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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의 진정한 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본래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 그 보편적 가치은 바로 내 삶의 길잡이며 어둠과 파도와 맞서 싸우는 배의 등대와도 같다. (...) 내가 건넜던 청춘의 강에서 나를 이끌어 줬던 힘도 고전이었다. "  (prologue 중에서)

청춘에 있어서의 고전, 분명 인생의 긴 터널 속을 건너면서 많은 지혜를 가져다 줄 책들이다. 고전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만나고, 지혜의 글들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러나 청춘들에게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물론,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가기 위해서 밤낮으로 전공서적과 씨름하기도 버거운 청춘들에게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도 있지만 편안함만을 찾아서 무위도식하는 청춘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취업하기 힘든 세대들이기에 그들이 포기한 것들이 상당하여 '삼포시대'라고 까지 부르지만, 모든 청춘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인문학자이며, 가정에서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해서 쓰게 되었으며 인생의 선배로서 청춘들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함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까지 거창하게 (?)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나 청춘들은 방황하기 마련이고, 그 갈등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그걸 기성세대의 탓이나 사회문제로 비약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런 부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성세대들도 그들 나름대로 힘든 청춘을 보냈다. 어쩌면 지금의 청춘들 보다 더 힘든 시국 속에서 더 잘 헤쳐 나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단 한 권의 교양서적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게 살고 있는 청춘들이라면, 이 시기가 아닌 자신의 목표에 도달한 후에라도 그들은 충분히 자신들이 알아서 독서를 할 것이고, 그 속에서 그들만의 삶의 지혜를 찾아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청춘들이라면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자신의 지식과 교양을 넓힐 수 있는고전을 읽는 것이 좋으리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지적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구구단, 초딩한자 조차 몰라도 그들은 학사, 석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인가도 의문이지만...]

이 책은 청춘들이 지금 읽으면 좋을 책들에 대해서 3가지 주제어로 간추려 책 소개와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 준다.

고전을 읽는 청춘의 주제어는,

(1)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관계와 감정들 : 행복, 단점, 가족, 사랑, 완벽함.

(2) 흔들릴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줄 가치들 : 희망, 독립적 삶, 고독, 사색, 감성, 여행.

(3) 나와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위대한 생각들 : 놀이, 유머, 아집,정의, 앎, 죽음
이 주제어들과 관련된 책들을 통해서 청춘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가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의 첫 시작은 행복을 공자의 <논어>에서 찾는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늘 (혹은 때때로) 실천하니 (혹은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않은가?

<논어>는 안 읽어 보았어도, 이 한 문장은 익히 잘 알고 있는 문장이니 이를 통해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배움이란 지식, 즉 정보를 말하기 보다는 실천하고자 하는 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맹자>의 진심편에 나오는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 공자와 맹자를 통해서 즐거움, 행복을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된다.

18년 동안의 유배생활에서 두 아들에게 학문에 정진할 것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자나깨나 일깨워 주었던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그 책을 통해 우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된다.

공자의 <논어>, 장자의 <장자>, 사마천의 <사기>, 플라톤의 <향연>, 헤로도토스의 <역사>, 루소의 <고백록>, 아우구스투스의 <고백록>,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루쉰의 <아Q정전>등은 청춘들이 즐겨 읽는 책들은 아니지만, 이 책들을 읽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 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있을 것이다.

사랑, 결혼까지 포기한다는 청춘들... 사랑과 관련된 책들. 사랑의 방식은 같을까? 청춘들은 소설 속에서 다양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열렬한 사랑의 <로미오와 줄리엣>, 초월적인 사랑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이란 말도 있지만, 하루 하루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새로운 사랑의 <천일야화>, 빗나간 사랑인 <폭풍의 언덕>, 왜곡된 사랑이 빚어낸 비극인 <위대한 개츠비>....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 짧지만 강한 힘을 느꼈던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 넓은 시야로 세상을, 삶을 바라보라, 늘  깨어 있는 자각으로 " (p.315)

지금도 학창시절에 읽던 시집을 가지고 있는데, 시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함축된 짧은 내용 속에 은유적 표현은 시 속에 담긴 뜻을 찾기에 " 동서고금을 짧게 섭렵하는 방법"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다.

저자는 " 한 달에 한 편의 시를 외우자" 라고 말하지만 아니, 한 달에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여유라도 가져 보면 어떨까.

청춘 뿐만이 아니라, 생의 시절 시절 마다에는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 한 부분들. 그때 마다 자신에게 맞는 고전을 읽는다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꼭 청춘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언제 읽어도 좋을 책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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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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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Renaissance)

" (...) 특히 부르크하르트는 '재탄생'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 ' renaissance'에서 머리글자를 대문자로 쓴 ' Renaissance'를 사용하여, 르네상스 시대를  근대와 구분짓는 특정한 시기 (대략 1300년대 초반~ 1500년대 중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특징을 이탈리아에서 발현된 개인 (세계인 또는 만능인)의 출현과 인간중심 인문학의 탄생, 고대 문화의 부활이라고 규정지으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구체성을 띤 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p. 352)

르네상스의 개념 정리부터 하자면 아마도 위의 글과 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중세의 종교적 업악에서 벗어나 로마 문명을 부흥시키고자 했던 인본주의에서 싹 예술작품들이 머리를 스쳐가면서 그 중심에는 피렌체가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낼 수 있다.

피렌체의 거리 곳곳에는 지금도 그때의 찬란했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마치 큰 미술관과 같다는 생각을 이 도시를 걸으면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된다.

" 고대 로마 시대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모든 길은 피렌체로 통했다. " (p. 19)

그런데, 피렌체와 같이 떠오르는 가문이 있으니, 메디치 가문이다. 이민자 출신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에서 예술가와 인문학자를 후원하였다.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페트라르카, 다빈치 등은 피렌체를 중심으로 그들의 예술혼을 불태웠는데, 그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은 단순히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을 피렌체를 위해서 내놓지는 않았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은 메디치 가문 뿐만 아니라, 엔리코 스크로베니, 바르디 가문, 스트로치 가문, 브란카치 가문, 메디치 가문,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자들, 정치가 마키아벨리, 교황 클레멘스 7세와 파울루스 3세에 이르기까지 피렌체의 르네상스에 한 몫을 했던 주체들을 시대순으로 조명해 본다.

특히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두는 피렌체 상인들. 그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세속적인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던 이들로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우는 중요한 역할을 피렌체를 중심으로 펼쳐 나간다.

종교적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오던 고리대금업을 하는 자들은 비난의 대상이었고, 천국에 갈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황은 그들이 축적한 부를 후원받는 댓가로 수도원의 기도실을 내주게 된다. 선조의 시신을 수도원 내부에 안장할 수 있는 권한과 기도실의 내부를 장식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부유한 상인들은 기도실을 예술적으로 치장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상인들은 예술 작품 속에 자신들의 명예욕과 정치적 욕망을 담게 된다. 그래서 각 성당이나 수도원의 예술 작품 속에는 후원자들이 숨겨 놓은 그림 속 메시지가 들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코시모 데 메디치 가문은 1200년대 중반부터 고리대금으로 부를 축적한 가문으로 1380년 이후에는 부동산 거래까지 하면서 거대한 상업 자본을 형성한다. 그들이 피렌체를 후원하면서 정치적 지지세력까지 얻게 된다.

메디치가 신축한 카스텔로 별장의 벽면을 장식한 그림인 보티첼리의 <봄>은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작품인데, 이 작품 속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와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로렌초임을 알려주고 있다.

 ( 보티첼리의 봄 )

로렌초의 측근인 인문학자들은 피렌체에서 펼쳐질 황금시대의 모습을 로마제국의 황금시대를 묘사한 문학 작품에서 찾았다. 그래서 pan이라는 아르카디아를 새로운 황금시대의 모델로 삼았으며, 로렌초를 판의 신관으로 묘사하면서 신격화시키기도 했다. 20살에 피렌체의 통치자가 되어 부와 권력을 누렸던 로렌초에게는 이름 앞에 '위대한' 이라는 뜻의 수식어가 붙어  로렌초 일 마니피코 (Lorenzo il Magnifico)라 불리고 있다.

로렌초가 죽은 후, 메디치 가문이 수장이 되어 피렌체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된 지 60년 2개월 만에 메디치 가문의 독재는 끝나고 마키아벨리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무대는 메디치가의 로렌초와 인문학자들에 의한 '피렌체 황금시대'에서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시민 광장'으로 변화가 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도 얼마 가지 못해 추방당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의 역사적 흐름이라기 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렌체 상인들이 얻게 된 작은 기도실이 어떻게 꾸며지게 되는지, 그리고 메디치 가문 등에 의해서 성당이나 수도원을 꾸미게 되는 예술작품들에 담긴 메시지들을 찾아 보는 것도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책을 쓴 저자인 '성제환'은 코넬대학교에서 노동경제학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이다. 그런 경제학자가 쓴 르네상스와 관련된 인문학 책이기에 더 관심이 간다.

" 현대의 학문은 학문들 사이에 통섭과 융합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한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피렌체 르네상스를 예술가와 인문학자를 후원했던 피렌체 상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기 시작했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바로 경제학자이기에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예술가가 아닌 피렌체 상인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어떤 인문학자 못지 않은 시각으로 깊이 있게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조명하고 있다.

그 바탕이 된 것은 많은 자료들이다. 국내에서 얻을 수 없는 귀한 자료까지 어렵게 얻어서 이 책을 썼기에 더 빛나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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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가을에 '정여울'의 <잘 있지 말아요>를 읽었다.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은 같은 듯하지만 그 유형에 따라서 다를 수 밖에 없다.

'정여울'은 문학평론가 답게 깊이있는 문학 작품 해설과 함께 사랑을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의 4개 주제로 찾아 보았다.

소개된 작품들도 대중들이 많이 읽는 책들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는 유럽 여행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였다. 여행 책 중에서도 유럽 여행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기에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렇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거기에서 거기인 유럽 여행 책들이라는 생각에....

그런데, 이 책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앞질러 연일 베스트 셀러의 윗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가 이 정도로 잘 팔리지는 않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반 정도 읽었는데, 솔직히 2권의 책 중에 1권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감정수업>을 권하겠다.

<감정수업>은 철학자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 보기도 전에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싶지만,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유럽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아직 유럽 여행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TV를 통해서 본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 특별함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유럽에 대한 10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테마별로 10개의 아이템을 제공한다.

또한 각 테마별로 순위를 매겼는데, 이것은 대한항공 캠페인의 참여자들이 직접 뽑은 것이라고 하니, 대중성이 있는 순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10개의 주제를 살펴보면,

CHAPTER 1 : 사랑을 부르는 유럽
CHAPTER 2 :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CHAPTER 3 : 먹고 싶은 유럽
CHAPTER 4 : 달리고 싶은 유럽
CHAPTER 5 : 시간이 멈춘 유럽
CHAPTER 6 :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CHAPTER 7 : 갖고 싶은 유럽
CHAPTER 8 :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CHAPTER 9 :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CHAPTER 10 :  유럽 속 숨겨진 유럽
 

 

 

이 주제에 따른 유럽의 10곳 그리고 10가지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인 곳과 보편적인 것들이다.

가령 '먹고 싶은 유럽'이라 하면,

1위 나폴리 피자, 2위 크로아티아 해산물 요리, 3위 스페인 하몽&빠에야, 4위 스위스 퐁뒤,
5위 체코 꼴레뇨&플젠 맥주, 6위 스위스 초콜릿, 7위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컵라면, 8위 터키 고등어 케밥, 9위 헝가리 굴라쉬, 10위 불가리아 타라토르 이다.

그 곳에 간다면 꼭 맛보고 오는 음식들이다. 특히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의 휴게소에서 파는 우리나라 컵라면은 여름에도 만년설로 덮여 있는 곳에서 뜨끈하게 한 모음 넘어가는 국물맛과 면발은 일품 중에 일품이다. 그러니 이를 어찌 리스트에서 빠트릴 수 있겠는가. 우린 한국인이니까.

이 책을 쓴 정여울은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지난 10 년에 걸쳐서 1년에 한 번은 꼭 유럽여행을 하였기에 웬만한 곳은 몇 차례씩 갔다 왔다.

" 여행은 '책만 읽는 바보'였던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을 줄 아는  따뜻한 귀를 선물해 주었다고.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동안 같은 골목만을 뱅뱅 도는 삶을 살았을거라고. 여행이 없었다면, 아무리 올래 뛰어도 그저 러닝머신 위를 죽어라 뛰는 것 같은 외눈박이 먹물 인생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10년 동안 난데없는 역마살에 걸려 한결같이 길을 떠난 딸은, 이제 우리  동네 뒷산 조차도 찬란한 유럽처럼 황홀하게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p.14)

그의 유럽 여행기이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었던 인도 여행기와 비교를 하게 된다. 유럽 여행기를 읽으면 기꺼이 자신의 스케줄을 쪼개 낯선 여행자에게 길을 찾아 주는 배려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도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 여행기를 읽다보면 현지인들이 어떻게 하면 여행자의 지갑을 열도록 할 것인가 술수(?)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서도 이런 행동에 무감각한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된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한다.

"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볼 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는 나'를 볼 수는 없다. 그럴 때 나와 가장 닮은 얼굴은 같은 것을 보는 타인의 얼굴이다. 시스티나의 장엄한 아름다움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음의 거울'삼아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스스로의얼굴을 비춰본다. " (p. 64)

 

정여울은 문학평론가 답게 이 책에서도 여행 이야기와 어울리는 책 속의 문장들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그녀의 글은 <잘 있지 말아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감수성이 담뿍 담긴 들들과 평이한 듯하지만 깊이가 있는 글들로 여행의 단상을 들려준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 끌리게 된다.

" 내 발소리는 그제야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심쟁이 관광객의 다급함을 벗고, '좀 더 느리게, 좀 더 차분하게, 내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여행자의 미로소 바뀔 수 있었다. 타인의 발소리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발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발소리에도 표정과 입김과 정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발소리를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처럼 들을 수 있는 이 희귀한 시간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간이 아닐까. " (p. 343)

그렇다. 여행은 꼭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 프로그램의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꼭 유럽의 어떤 장소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그곳에 있는 연기자를 보면서, 그에게 또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유럽에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유럽은 그저 힘들게 걷고, 힘들게 이동하는 여행지일 뿐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유럽 여행을 하고 와서 자랑이 한 보따리이기에 그에 지지 않으려고 가는 여행자도 있다. 특히, 여자들의 동창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 속의 유럽의 10개 주제. 그것을 다 보지 못해도, 체험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유럽 여행을 통해서 내가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마음 속에 담아 둘 수 있다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곳을 생각할 때에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면...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떠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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