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데이비드 미킥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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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독서생활에서 얻은 결론은 책읽기의 방법에 정석은 없다고 본다. 독서하는 사람의 독서수준과 독서량, 읽는 책의 난이도, 책의 장르 등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읽는 것이 좋은 독서법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구입하는 책 보다 서평단을 통해서 받게 되는 책이 많아짐에 따라서 책을 읽는 유형도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예전처럼 동네 서점이나 대형서점에 들러서 이 책, 저 책을 살펴보다가 마음이 가는 책을 골라 구입 방법이 아닌, 인터넷 서점에서 인기있는 책들이나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는 책들에 관심이 가게 되어 그런 책들을 구입하다 보니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책을 잡으면 웬만해서는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읽게 되니 이것이 올바른 독서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즈음에 읽게 된 <느리게 읽기>는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는 기회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느리게 읽기'는 책을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읽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모든 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의 방법들을 적용하여 독서를 하는 것은 아직 독서법을 습득하지 못한 어린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독서에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준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면 좋겠다. 그러나 그 점에도 문제는 있다. 자칫 하면 이와같은 방법이 아직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책 읽기를 회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읽기는 난해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느리게 읽기'란 '더 잘 읽는다는 것, 즉 '더 천천히 읽는다'는 뜻이다. 한 권의 책을 좀 더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우리의 신경은 온통 인터넷에 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큰 장점이자 단점인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아주 빨리 받을 수 있고, 그것도 여러 정보 중에 제목 정도만 슬쩍 보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만을 클릭하면 된다. 그 정보 역시 조금 읽다가 아니다 싶으며 닫아 버리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맨다.

많은 이들이 오늘 아침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에 익숙해지다 보니 속도에 집착하게 되고, 다중작업에 길들여져서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속독, 바로 10대를 비롯한 아직 독서법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책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도 저자가 '느리게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을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싶음이라고 본다.

진지한 독서는 개인적이고 사색적인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좋은 책은 천천히 정성 들여 읽으면 그 보답이 온다.

이렇게 느릿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독서, 이것이 바로 양질의 독서를 하는 방법이다.

나는 해를 거듭하면서 더 많은 독서를 하다보니 책을 비교적 빨리 읽는 편이다. 그렇다고 대충 대충 읽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꼼꼼하게 읽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알고 있는 사실들의 나열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건너뛰어 읽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에 새겨 두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천천히 읽는다. 천천히 읽는 방법 중에 하나는 조그맣게 소리내어 읽는 방법이다. 소리내어 읽으면 눈으로 읽을 때 보다 훨씬 그 글이 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책에 따라서 여러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독서 경험에서 나온다 고 할 수 있다.

'느리게 읽기'를 강조하는 저자는 독서를 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하고 다시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책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 독자는 처음에는 관광객, 그 다음에는 잠재적인 거주자가 되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여행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면 훨씬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책과 여행에 빗대어 설명해 준다.

요즘 독서의 새로운 스타일로 전자책이 많이 읽히지만 아직도 책은 종이책이라는 독자들. 분명 종이책과 전자책은 독자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

그런데, 전자책은 신중하게 읽기 보다는 쭉쭉 읽어 나가는 경우가 많고,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에 전자책은 종이책 보다 끝까지 읽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책을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인, '느리게 읽기의 규칙'이다.

1 인내심을 가져라
2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3 목소리를 파악하라
4 문체를 감지하라
5 처음과 끝에 주목하라
6 이정표를 찾아라
7 사전을 적극 활용하라
8 핵심 단어를 추적하라
9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10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11 작품을 분해하라
12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13 다른 길을 탐험하라
14 또 다른 책을 찾아라

14개의 규칙은 솔직히 '이렇게까지 책을 읽어야 할까 ?"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평범한 독자들이 따라하기에는 쉽지 않은 규칙들이다.  자칫하면 책읽는다는 것이 행복하기 보다는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독서하기 싫어하는 대중들에게는 책을 회피하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저자는 14개 규칙을  작품들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 그리고 14개 규칙을 습득했으면 이 규칙을 단편소설, 장편소설, 시, 희곡, 에세이 읽기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독자들은 '느리게 읽기 위한 14개 규칙 중에 몇 개의 규칙은 알게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하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 처음과 끝에 주목하라', ' 핵심 단어를 추적하라',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 또 다른 책을 찾아라' 등...

모든 책을 읽을 때에 '느리게 읽기'를 실천하기 보다는 책에 따라서 이와같은 방법을 활용해 보면 좀 더 깊이있는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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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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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그의 애닯은 삶의 이야기는 많은 책들에 잘 나타나 있다. 언젠가 영월의 청령포에 갔을 때에 고즈넉한 천혜의 유배지에서 외롭고 두려운 5개월을 보냈을 단종을 생각했다.

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진 청령포, 그곳은 3면이 깊고 푸른 강으로 둘어져 있고, 뒤로는 험준한 산이 가로막혀 있다. 단종이 벗 삼아 오르내렸다는 노송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옥좌가 그리도 좋았단 말인가 !!  조카를 죽이면서 까지 그리도 권력이 탐났단 말인가 !!

태어난지 3일만에 모후를 잃고 서조모 혜빈의 손에 자라 12살에 조선의 6 번째 왕이 되었고, 그후 3 년만에 상왕으로 물러난 것도 모자라 2 년후에는 영월로 유배를 떠나야 했으니....

그도 모자라 유배 온 지 5달만에 싸늘한 죽음이 되었으니....

조선의 역사 속, 불운의 왕이었기에 여기까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래 살다가 정업원에서 죽었다는 이야기 밖에는.

<영영이별 영이별>은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작가인 '김별아'는 <미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가 쓴 몇 권의 역사 관련 소설은 역사 속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쓴 <미실>은 TV 드라마로 '미실'이란 인물이 알려지기 전에 읽은 책인데, 그후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은 책이다. 그러나 그리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영이별 영이별>도 2005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든두 살의 정순왕후 송씨가 세상을 떠나고 칠칠제(49제)를 기다리면서 꽃다운 열다섯 살에 혼인을 하고, 열여덟 살에 단종과 이별을 하게 된 후에 예순 다섯 해를 홀로 오욕의 세월을 살아 온 것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왕비의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쫒겨나서 염색일, 걸인,비구니의 삶을 살게 된다. 예순다섯 해를 넘기면서 조선의 왕은 단종의 숙부인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게 된다.

세조가 죽기 직전에  송씨에게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를 반역자에서 빼고 등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양자인 정미수와 지낸 삼십 여 년은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정미수의 죽음 이후에 송씨는 응봉 자락에 있는 정업원에 들어가 비구니로 세상을 뜨는 날 까지 지내게 된다.

정순왕후 송씨는 긴 세월 동안에 궁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한다.

계유정난, 무오사화, 갑자사화, 중종 반정 등의 큰 사건의 뒷 이야기에는 송씨와 같은 중종의 비 신씨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고, 장녹수와 같은 그릇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착하고 나약하게 모든 것을 잃고 산 삶, 악하고 강하게 살다가 죽어간 살, 그녀가 살아 온 시대에 궁에서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여인들의 일생도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구구절절 정순왕후의 혼백이 은밀하고 간절하게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녀가 이 소설을 모두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그러다 문득 생각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건 아닌지. 사람이 사랑을 이해한다는 애당초 어리석은 일도, 결국 그 이치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는지요. " (p. 130)

그래서 책을 펼치면 책 속의 장은 49에서 시작하여 끝맺을 때에 0 이 된다. 50장이 거꾸로 씌여져 있다. 소설이 첫 부분이 정순왕후가 칠칠제를 마치고 저승으로 떠나기 직전의 이야기이고, 마지막 부분이 열다섯 살 혼인을 하기 직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단종을 만나러 가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그녀가 왕비로 간택된 것 조차 수양대군의 치밀하게 계획된 정략혼사였음을 알게 되니 그녀는 2년의 결혼생활마저도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었다.

" 그래서였을까요? 그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당신과 내가 함께한 결혼 생활의 전부였지만, 나는 짧고 덧없고 두려웠기에 더욱 선연한 사랑의 기억을 지금까지도 가슴에 품어 두고 있답니다. " (p. 201)

단종과의 짧은 사랑, 그리고 긴 이별....

이제 정순왕후는 단종을 만나러 간다. 살아서는 만날 수 없었기에 죽어서 만나러 간다.

이 소설은 시대를 역순으로 거슬러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과 단 한 사람 정순왕후의 속삭임만으로 내용이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역사적 사실들의 열거와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조선에서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끼워진 정순왕후의 애닯은 속삭임이 혼백의 속삭임이기에 읽는내내 애처롭게 느껴진다.

소설적인 큰 감흥은 없지만 비운의 왕비의 애처러운 일대기를 조선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는 그런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로서는 큰 평점을 주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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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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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는 2005년에 '이다미디어'에서 출간한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의 개정판이다.

나는 아직 '에릭 호퍼'가 누구인지, 어떤 책을 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에 '이다미디어'에서 '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모음집인 <영혼의 연금술>,<인간의 조건>을 펴내면서 <길 위의 철학자>도 새롭게 양장본으로 펴냈기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3권의 책 중에서 '에릭 호퍼'의 자서전에 해당하는 <길 위의 철학자>를 읽기로 했다.

에릭 호퍼의 저서들은 대부분이 아포리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아포리즘 (aphorism) 이란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내는 짧은 글을 말하는데,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등을 일컫는 말인데, 이런 형식은 거대 담론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형식이다.

그래서 에릭 호퍼의 글들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사유와 진리가 담겨 있다. 

에릭 호퍼(1902~1983)는 미국의 브롱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5살 때에 엄마와 함께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 후유증으로 7살에는 시력과 어린 시절의 기억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어머니는 그 사고로 에릭 호퍼가 7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 마저 그가 18살 되던 해에 죽게 된다. 그때에 그에게 남은 돈은 300달러였는데, 그 돈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간다.

이때부터 에릭 호퍼의 떠돌이 생활을 시작된다. 그런데, 그에게는 기적적인 일도 일어나는데, 7살 때에 잃었던 시력이 15살에 회복된다.

한 번 시력을 잃었기에 언제 또다시 시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는 독서광이 되는데,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근처의 도서관에서 수학, 화학, 물리학, 지리학 등의 대학교재로 독학을 하면서 사색에 잠기게 된다.

에릭 호퍼는 정규 학교 수업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쌓은 지식과 깊은 사색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하게 되는데, 그의 사상의 바탕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이 들어 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으면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싶으면 광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한 평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에릭 호퍼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떠돌이 노동자', '떠돌이 방랑자', '길 위의 철학자' 이다.

그는 서른 살 즈음에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를 계기로,

" 나는 자살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그 일요일에 노동자는 죽고 방랑자로 태어났다. " (p. 60)고 말한다.

그는 생전에 10권의 책을 썼고, 사후에는 한 권의 자서전이 출간된다. 그의 저술을 좌절한 이들에 대한 심리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길 위의 철학자>는 에릭 호퍼의 자서전이다. 그래서 자신의 출생에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과 인생관, 철학관이 담겨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떠돌이 철학자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대중운동의 맹신자는 죄의식, 실패,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죄절한 자로, 미래의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 동긱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묻어 버리게 된다. 자신의 무의미한 생에 의미를 부여해 줄 것으로 여겨지는 운동에 열광적으로 투신하는 것이다. 호퍼의 저술들은 그런 좌절한 이들에 관한 심리학이다. " (p. 12)

이 책 속에는 27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그의 다른 저서들 처럼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는 한 편, 한 편을 아포리즘으로 읽어도 괜찮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삶의 이야기, 깨달음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방랑자 호퍼도 사랑을 했던 헬렌이 있었지만, 더 이상의 관계의 발전이 두려워서 슬며시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으면, 그 때를 기억하지만, 헬렌과의 이별은 그에게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기억이고, 결코 완전한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행복이 아닌, 그가 느꼈던 참된 행복은 그의 첫 번째 책인 <맹신자들>의 출간을 꼽는다.

그는 노동자, 방랑자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성을 갖춘 미국의 사회철학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그에게 그가 일하던 농장 주인이 쿤제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 왜 자네만 한 지성인이 인생을 허비하는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자넨 무일푼의 어찌할 수 없는 노인이 되고 말 걸세, 안정된 노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어떻게 그냥 살아갈 수 있는가?"

그는 <맹신자들>의 출간 이후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기에 그가 노동자와 방랑자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삶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치 작은 통 속에서 한 줄기 햇빛을 가리지 않는 것이 그의 소원이라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당당하게 말했던 디오게네스의 진정한 행복처럼, 에릭 호퍼는 노동을 하고 방랑을 하면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거기에서 느낀 것들을 책으로 쓰는 것에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이 책 속에서 불만없는 충만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 나는 행복한 사람, 인생은 아름다워" 라고 덧붙인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에릭 호퍼에 대하여'란 글이 있는데, 이건 72살이 된 에릭 호퍼를 인터뷰한 '셰일러 k  존슨'의 글이다.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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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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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에 가면 지도의 방이 있다. 화려한 금빛 천정에 긴 복도를 따라 지도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 지도들은 교황이 지배하던 성당들을 중심으로 그린 지도로 지도를 제작할 당시의 역사와 투영법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진다. 그 이외에도 대부분의 유명 박물관에 가면 지도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전시하고 있다. 그런 지도를 보면 인간은 오래전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제작된 지도를 보면서 지도를 만들게 된 경위, 누구를 위해서 만들었는지, 그 지도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져 있었는가를 살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 지도를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본능이다. " (p. 27)

<욕망하는 지도>는 그런 의문들을 풀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756쪽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다. 지리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이다. 책을 보는 순간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12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쉬어 갈 수도 있고, 프롤로그를 읽은 후에 주제 중에 관심이 가는 부분만 골라서 먼저 읽고 재미가 있으면 모두 읽어도 좋은 책이다.

<욕망하는 지도>는 12개의 욕망코드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제,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로 지도의 역사와 지도에 담긴 세계관을 풀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의 학술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지도 속에 담긴 철학적, 문화적 의미를 찾아 그 세상을 어떻게 지도에 옮겨 놓았는가를 살펴본다.

즉, " 지도란 실체가 아닌 개념"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2개의 욕망코드를 설명하기 위애서 이 책에는 12개의 지도가 소개된다. 그 지도들은 세계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제작된 지도들이고, 이 12개의 지도 제작은 지도를 어떻게,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결단이 필요했던 지도들이다. 이런 지도 제작에는 새로운 세계관의 창조가 있었고, 지도 제작을 촉발하는 특정한 사상과 쟁점이 담겨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12개의 지도는 완성 당시에는 혹독한 비난을 받은 경우도 있고, 세인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 지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지도들이 오늘날에 와서 주목을 받는 것은 어떻게든 세계안에 있는 공간을 지도에 옮겨 보려는 탐색 과정이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지도의 기원을 찾자면 기원전 700년에 바빌로니아 점토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이며 쐐기문자로 쓰여져 있다. 이 점토판에는 지구 표면 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우주론까지 표현된 포괄적 도해와 바빌로니아 신화까지 들어 있다.

"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는 지구를 먼 우주에서 바라보는 꿈이 실현되기 약 3000년 전에 마치 신이 지상의 창조물을 바라보듯 세계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 (p.26)

그러나 바빌로니아 점토판은 지도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이 책의 12 지도는 아래와 같다.

1 과학_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서기 150년경
2 교류_ 알이드리시, 서기 1154년
3 신앙_ [헤리퍼드 마파문디], 1300년경
4 제국_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년
5 발견_ 마르틴 발트제뮐러의 세계지도, 1507년
6 경계_ 디오구 히베이루의 세계지도, 1529년
7 관용_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 1569년
8 돈_ 요안 블라외의 《대아틀라스》, 1662년
9 국가_ 카시니 가문의 프랑스 지도, 1793년
10 지정학_ 해퍼드 매킨더의 [역사의 지리적 중추], 1904년
11 평등_ 페터스 도법, 1973년
12 정보_ 구글어스, 2012년

 

 

기원전 150년 제작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에서 현재의 구글어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국면에 등장한 세계지도이고, 이 지도들에는 그 지도 제작 당시의 세계관이 담겨 있고,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지도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을 통해서 살펴본 지도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직접 제작한 지도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A.D. 150 년 천문학자인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리학입문 = 지리학>이란 논문을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생각과 구형지구를 평면에 투영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경위선을 소개한다.

이 책은 없어졌다가 13세기에 필경사에 의해서 쓰여진 사본이 발견되는데, 여기에 지도가 등장한다.

그러나 프톨레마이오스는 투영법은 소개했지만 그가 지도를 만들었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리학>의 내용만으로도 지도제작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 (...) <지리학>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8,000 여 곳의 위도와 경도를 싣고, 지리학에서 천문학의 역할을 설명하고, 지구와 여러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학을 상세히 안내하고, 서양 지리학 전통에 오랫동안 자리잡을 지리학의 정의를 규정했다. <지리학>은 한마디로 고대 세계가 고안한 지도 제작 도구 일체였다. " (p. 50)

<지리학>의 8권에는 오이쿠메네를 26개 지역지도로 나누는 법을 소개하는데, 유럽은 10개, 아프리카는 4개, 아시아는 12개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의 지도제작이 우주 생성론과 기하학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헬레니즘 시대에는 좀더 과학적 방법을 접목한다.

위의 12개의 지도 중에 한국인의 눈에 들어오는 지도가 있다. 1402년에 조선에서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강리도>이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란  통합된 땅 그리고 역대 국가와 도시를 표시한 지도란 뜻인데, 이 지도는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이며,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을 표시한 지도이고, 조선을 표현한 최초의 지도이다.

이 지도는 15세기말 조선왕조의 불안함이 담겨 있다. 지도에 실린 지명은 이 시기에 조선이 실행한 몇 가지 민생과 행정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의 전라도 해군기지인 수영(水營)이 조선의 남서쪽 해안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도가 제작될 당시에는 이 지도에 나타난 세계의 지도 보다 더 최신의 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4세기초 원나라 지도에 등장한 세계지도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그 이유를 이 지도에서 12개 코드 중의 제국이란 코드로 찾아 본다.

 "오늘날 서양인의 눈에 <강리도>는 모순적이다. <강리도>는 언뜻 보기에 <과학의 진기함>에 실린 여러 지도나 <헤리퍼드 마파문드>에 견줄 만한 세계지도 같다. (...) 서로 다른 세계관의 지도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일관되고 기능적이다. <강리도>는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다, 중국과 조선은 경험을 활용해 지도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지도는 단지 지리적 정확성이 전부가 아니었다. " (p. 218)

<강리도>를 보면서 우리가 느꼈던 부정확성은 그리 큰 문제가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지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당시의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세기 후반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지구를 최초로 우주에서 보라면 모습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지도의 역사 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지도인 구글어스 12번째 코드인 정보로 풀어본다. 지구 표면에서 1만 1000 km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지구, 구글은 방대한 지리정보를 인터넷에 무료로 풀어 놓았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원하기만 한다면 컴퓨터가 만든 가상공간 안에서 자기만의 가상 지도를 만들고 구글의 지리자료를 자신의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욕망하는 지도>에 소개된 12개의 지도는 모두 세계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지도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간적으로 처리하면서 자신을 더 넓은 세상과의 관계로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작되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적어 본다.

" 한마디로 정확한 세계지도 따위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 (p.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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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100배 즐기기 - 대한민국 1등 여행 가이드북, 14'~15' 최신판 100배 즐기기
알에이치코리아(RHK) 편집부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에이치코리아의 <100배 즐기기>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여행 정보책들에 비하여 개정판이 빠르게 나온다.

이번에 출간된 <규슈 100배 즐기기>도 역시 2013년 12월까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펴낸 책이다. 여행지에 가서 여행 정보책만 믿고 찾아간 맛집이 없어진 경우나 배를 비롯한 교통기관의 운항정보를 보고 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배가 떠나 버렸다면 그 날의 일정은 엉망이 될 수도 있으니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는 여행정보책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길에 즐겨 들고 다니던 <100배 즐기기>가 일본의 규슈편, 오사카편을 시작으로 책표지가 새 단장을 했다. 낯익었던 노란색 표지가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비닐 커버가 없어졌다. 그런데 비닐커버가 없어진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길에 며칠간 들고 다니다 보면 책표지가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방지해 주던 비닐커버가 좋았는데...

규슈는 일본의 영토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4개의 섬인 규슈, 혼슈, 시코큐, 홋카이도 중에서 가장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이면 후쿠오카공항에, 부산에서 배로는 약 2시간 55분이면  하카타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후쿠오카 공항이나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이 도심에 위치하여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 도심에 들어가기도 편리하다. 그러니까 제주도를 다녀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와서 좋을 곳이다.

그러나 규슈는 도쿄나 오사카와 달리 후쿠오카만을 여행하기 보다는 인접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후인, 구로카와 온천, 하우스텐보스 아소산 등 북큐슈의 주요 명소를 여행하기에 좋다.

후쿠오카와 가장 가고 싶은 한, 두 지역을 추가하면 4~5일 일정, 북규슈일주는 5일정도, 규슈 일주는 최소한 7일의 여행기간을 잡으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쿠오카를 비롯한 규슈의 도시들의 여행정보가 필요한데, 이 책에는 각 도시별로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과 교통시설, 맛집, 숙박시설 등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책과 분리하여 갖고 다닐 수 있는 KYUSHU MAP BOOK 에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구마모토, 벳푸, 유후인, 가고시마, 미야자키의 지도가 있다.

쿠슈는 절경을 찾아 다니는 코스도 좋고, 일본의 유명 온천인 체험할 수 있는 히가에리 온천 (당일치기 온천)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다양한 온천시설을 갖추고 있어 여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일본 음식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이제는 일본음식인지, 한국음식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진 것이 일본음식이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라멘, 우동, 샤브샤브, 교자, 초밥, 회 등은 또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행자가 많이 찾는 일본 속의 유럽인 하우스텐보스는 일본에서 보는 유럽의 모습이다.

일본의 자연미와 전통미를 즐길 수 있는 유후인,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마을인 벳푸도 규슈에 왔으면 찾아갈 볼만한 곳이다.

 

<규슈 100배 즐기기>는 각도시별로 자세하게 소개해주면서 여행일정짜기를 도와준다.

 

 

그밖에도 일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간단한 일본어 회화까지 담겨 있어서 즐거운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규슈 100배 즐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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