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봐요!
정진호 글.그림 / 현암주니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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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 장 정도의 그림책, 몇 컷의 그림, 단 몇 줄의 글....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흑과 백으로만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림책.

그런데 이 그림책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아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위를 봐요!, 모두 위를 봐요!'

흔히 우리는 위를 보라는 말을 그리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나 보다 더 낫은 사람을 쳐다보는 행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우리가 왜 위를 봐야하는가를 말해준다. 비단 이 책에서 위를 보라는 문장은 우리가 생가하는 위, 아래의 개념이 아니다.

내 주변을 돌아 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를 중심으로 볼 때는 결코 볼 수 없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보아야 하는 이유가 그림책 속에 담겨 있다.

수지는 가족 여행 중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집 밖에 나오지를 못하고 항상 집에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본다.

수지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개미처럼 세상이다. 아마도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광경이 아닐까...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사람도,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도, 연을 날리는 사람도....

아이도, 어른도 모두 앞 만 보고 걸어간다. 그런데, 어느날 한 아이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 아이는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수지를 발견하고, 검정 머리만을 보는 수지를 위해서 길바닥에 누워 본다. 그리고 그 아이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하나 둘, 그 사정을 알게 되면서 수지를 위해서 길에 누워 위를 바라다 본다.

내 주변에 보이는 사람이 아닌, 내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곳에 소외된 사람이, 외로운 사람이,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달라짐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누군가와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이 책의 첫 장은 아스팔트 거리의 무채색의 풍경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는 아스팔트 거리에 아름다운 색이 입혀진다.

 

화분에 파란 새 싹이 돋아 나고, 거리의 가로수에는 아름다운 분홍과 보랏빛의 꽃이 피고, 자전거 뒤에 매달린 풍선은 알록달록 예쁜 색의 풍선이 되고, 아이가 든 아이스크림도 색이 입혀지고....

항상 아래만 내려다 보던 수지와 항상 앞만 보고 걷던 사람들의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 한다.

우리의 주변에는 앞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옆도 있고, 아래도 있고, 위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곧 세상과의 소통을 하게 된다.

수지야~~ 이제 너를 올려다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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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 나를 위한 용서 그 아름다운 용서의 기술
프레드 러스킨 지음, 장현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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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어 버린 모든 일들', 그것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9.11 테러의 현장에서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산화되어 그 주검을 찾을 수도 없다면, 당신은 그 일을 잊을 수가 있을까, 아니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란 가벼운 잘못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우도 있다.

이 책은 10 년간에 걸쳐 부정적 감정에 대한 임상실험과 과학적 연구를 한 '스탠퍼드 용서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용서라는 행위가 가진 치유력과 의학적 유익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실험군으로는 북아일랜드 내전과 뉴욕 9.11 테러의 피해자 그룹도 있는데, 이들은  용서를 하면 분노, 상처, 우울감, 스트레스는 감소하고, 동정심, 자신감, 희망, 낙관주의(긍정적 느낌)은 성장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많은 책들에서는 무조건 용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용서란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말한다. 어떤 일로 인하여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할 의무는 없음과 용서를 하고, 안하고는 당신의 결제라는 말을 건낸다.

우리에게 용서가 아닌 것이 있음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부분에서는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용서가 아닌 것으로 가려내야 할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 인정머리 없는 행위로 그저 참고만 있다든가.

- 마음 아픈 일을 당하고 나서 없던 일로 잊어버리는 것, 또는

- 부당한 일을 애써 좋게 봐주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 자기가 받은 상처를 부정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것도 용서는 아니며.

- 자기를 공격한 사람과 화해하라든가

- 아예 감정 자체를 갖지 말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p.6)

이 부분은 깊이있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에게 처한 상황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용서란 물 건너간 것일까?

저자가 '용서란 선택이다'라고 말했듯이, 당신의 선택은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용서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여야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 용서를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체험하는 평화의 느낌과 이해의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 (p.14)

용서 세미나의 참석자들은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한 아직도 고통스럽고 분노한 상태의 사람들로 6주간에 걸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분노한 상태의 이들은 울화가 마음 속에 가득한 사람들이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울화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울화는,

1단계 : 매사를 지나치게 자기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2단계 : 자기 기분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3단계 : 원망 넋두리를 만들어 낸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울화가 우리 마음 속에 생겨나는 과정, 용서하는 방법, 과거지사를 의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과정에서 내게 일어난 속상했던 일에 대해서 말할  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그 이야기 속에 원망 넋두리가 들어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이 넋두리를 바꿔 놓는 것이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 첫걸음이다.

2부에서는 용서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중요한 요소이기에 용서를 하기 위한 3가지 기본 조건을 살펴본다.

- 발생한 일에 대한 내 느낌을 정확히 알 것

-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 상처를 냈는지 분명히 의식할 것.

- 내 체험에 대해, 최소한 한 두 명의 믿을 만한 친지와 이야기를 해 볼 것.

용서 프로젝트에서는 완전한 용서를 위하여 희망문과 교육문을 쓴다. 참가자들의 상실감을 갈무리하여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이다.

'완전히 용서하기'란 마음에 상처를 입을 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용서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요약한 '용서의 핵심 아홉 단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부분만을 읽기 보다는 책을 차근차근 읽은 후에 이 부분은 복습하는 의미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용서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도 용서를 해야 되는 이유와 그 과정을 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깨달았으리라.

크고 작은 일로 파생된 마음의 상처, 그리고 때로는 분노.... 그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용서는 선택'이고 '당신의 결제에 달려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대한 분노를 바로 잡는 것은 각자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고, 그것은 결국에 우리 모두를 위한 치유법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용서의 마음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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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서명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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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는 세기를 뛰어 넘는 우리들의 명탐정이다. 여기에 괴도 루팡까지 함께 한다면 추리소설의 영원한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중학교 때에 읽었던 홈즈이야기와 루팡이야기는 지금도 가끔은 다시 읽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렇게 인기가 있는 추리소설이기에 이들 주인공은 영화나 연극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면서 역시 탐정의 고수는 셜록 홈즈임을 실감하게 된다.

'아서 코난 도일'은 1887년에서 1927년에 걸쳐서 약 40년 동안 장편소설 4편, 단편소설 56편 총 60편의 셜록홈즈 시리즈를 썼다.

이번에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나온 9권의 셜록홈즈 전집 중의 2권이 <네 사람의 서명>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다 보면 홈즈가 어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관찰과 추리력은 진실로 나타날 정도로 천재적인 분석력을 가지고 있다.

괴팍하다면 괴팍한 성격의 홈즈는 사건이나 사물을 접할 때에 냉철하고 침착하다. 그의 뇌는 가만히 있는 걸 두려워할 정도로 어떤 사물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을 스캔할 정도로 예리하다.

그를 도와주는 의사인 왓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군의관인데, 다리부상을 입었지만 걷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홈즈가 자신만만하고 냉철한 이성을 갖추었다면 왓슨은 홈즈의 조력자로서 묵묵히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네 사람의 서명>은 사건이 없어서 무기력하기만 한 홈즈에게 모스턴 양이 찾아 오면서 사건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

모스턴 양의 아버지는 인도 주둔 연대 장교였는데, 10 년 전에 갑자기 소식이 끊어졌다. 런던에 도착했다는 전보를 딸에게 친 직후에 사라졌다. 물론 아버지가 머물었던 랭엄 호텔 주소까지 알려주었으나 그는 온데간데 없이 호텔에는 그의 소지품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6년전 부터 모스턴 양은 누군가에게서 매년 희귀한 진주가 한 알 담겨 있는 상자를 배달 받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그 편지를 가지고 홈즈를 찾아 온 모스턴 양은 아버지의 책상에서 발견된 이해할 수 없는 종이 한 장도 함께 내민다. 건물 도면의 일부가 그려진 종이의 왼쪽 귀퉁이에는 '네 사람의 서명'이 적혀 있다.

조너선 스몰, 마호메트 싱, 압둘라 칸, 도스트 아크바르.

당시에 모스턴 양의 아버지가 찾아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친구 숄토 소령.

그리고 숄토 소령의 두 아들. 그 중 새디어스 숄토는 모스턴 양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의 반을 주겠다고 하는데....

새디어스 숄토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가 죽을 당시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형 마자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네 사람의 서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숄토 소령과 모스턴 양의 아버지는 어떤 관계일까?

그들은 인도를 기반으로 많은 보물을 런던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보물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으며, 그 보물을 둘러싼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을까?

이런 복잡한 사건을 셜록 홈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깊고 훨씬 비극적인 수수께끼가 미궁 속에 숨어 있따.

"불가능한 요소들을 모두 제외하면 진실만 남는다고 했잖아. 그게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진실이라고 내가 몇 번 말했나?"

<네 사람의 서명>은 인도에서 일어났던 세포이 항쟁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이다. 이 책에서는 런던과 인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시공간적으로 연결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영화나 연극으로 만든다면 스케일이 커질 수 있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읽어 본 셜록홈즈의 추리소설, 요즘은 추리소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추리를 홈즈의 천재적인 분석력과 추리력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빼앗아 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에 세기를 뛰어 넘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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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김사과의 첫 번째 에세이 <설탕의 맛>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진 작가의 소설들을 알아 본다.

 

 

  <미나 / 김사과 ㅣ 창비 ㅣ 2008>

 

 

 

 

 

 

 

 

 

 

 

 

 

 

<풀이 눕는다/  김사과 ㅣ 문학동네 ㅣ 2009>

 

 

 

 

 

 

 

 

 

 

 

 

 

   <영이 02 / 김사과 ㅣ 자음과모음 ㅣ 2010>

 

 

 

 

 

 

 

 

 

 

 

 

 

   <테러의 시 / 김사과 ㅣ 민음사 ㅣ 2012>

 

 

 

 

 

 

 

 

 

 

 

 

 

 

 

  <천국에서 / 김사과 ㅣ 창비 ㅣ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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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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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맛>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도, 책을 읽는 도중에도,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 책이다.

이 책의 장르는 여행 에세이, 책 소개글에서는 구태여 '여행'이란 단어를 빼고 '소설가 김사과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적혀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세계적인 몇 몇 도시인 뉴욕, 포르투, 베를린 그리도 또다시 뉴욕이란 도시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행이란 단어를 빼고 책을 읽는 편이 훨씬 작가의 속내를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설탕의 맛'이라고 하면 달착지근한 그런 맛을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서문에서,

" (...)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이다. 이 책은 그 맛에 대한 이야기다. " 라고 말한다.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 그런 맛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맛을 찾고자 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맛이 내가 찾은 맛인지 아닌지는 이 책을 덮으면서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뚜렷하게 남는 것은 내가 아직 알지 못했던 '김사과'라는 소설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런 문장을 보게 되었다.

'문제적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소설가 김사과'  라는 글이 보이는데, 이 책 속에는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 이런 도시들을 찾았음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1960년에서 1980년, 약 20년간 해외에 체류한다. 그래서 집안은 해외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작가는 1984년생으로 젊은 작가인데, 2005년 단편소설 '영이'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다.

2007년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집필을 하는 목적으로 경비를 지원해 주게 되는데, 그녀는 뉴욕에 가서 소설을 쓰기로 한다. 그래서 돌아올 때는 한 권의 장편소설을 들고 오게 된다.

이 책은 2007년 소설 리서치를 위해서 뉴욕에 가기 전에 체코의 프라하에 들리게 되는데, 사회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중부 유럽 체코의 프라하에서 두 달을,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의 뉴욕으로 세 달을 머물면서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게 된다.

" 도시와의 헤어짐은 사람과의 헤어짐에 비하면 슬픈 것이 없다. 그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돌아가면 되니까. 어 그러면 되니까." (p. 72)

그리고 잠깐 샌프란시스코...

" 화장실 세면대 타월의 다양함. 그게 어쩌면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경험한 모든 것이다. (...) 그리고 지금 나는 내 모험 속에 들어 있다. 내가 선택한, 내가 만들어 낸, 여러 가지 종류의 세면대 타월로 이루어진. 시시하고 멋대가리 없는, 나의 모험." (p. 82)

김사과는 2007년에는 뉴욕에서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게 되고, 2009년에는 통영을 꼭 닮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세 번째 장편소설을 쓰고, 베를린에서는 네 번째 장편소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시 2012년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소설을 쓴다.

작가의 글을 인용하면,

" 행군같은 여행이 아니라, 머무른 것인지 떠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길고 임시적인 이동" 을 통한 여행이 아닌 그렇다고 해서 생활인도 아닌, 이방인의 시각으로 그 도시의 일원이 되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인연을 맺고, 작품활동을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소설가 김사과를 처음 알게 되었기에 작가의 소설을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평이한 소설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제대로 읽으려면 일정량의 각오와 결단과 열량공급이 필요한 김사과 작가의 소설들과 달리, 이 에세이는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어 신선하다. 여러 칼럼과 인터뷰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김사과 작가의 신중하고 논리정연하며 똑똑한 글은 아프고 부끄러운 곳마저도 주저 없이 한 방에 찌르는 과단성이 있다." (인터넷 책 소개 글 중에서)

<설탕의 맛>을 읽으면서 이 책은 분명 에세이라는 장르이지만, 어떻게 읽으면 한 편의 소설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글까지 읽게 되니 한 번쯤은 김사과의 소설들을 읽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존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머리가 멍해지는 설탕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이 바로 그런 설탕의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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