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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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던 '강세형'의 첫 번째 에세이인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2010년 출간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적의 텐텐클럽', '테이의 뮤직 아일랜드',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등에서 소개되었던 글들의 원고를 모은 책이었는데,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솔직한 일상의 기록들이 공감이 갔다.

그래서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인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도 관심이 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첫 번째 에세이가 더 좋았다. 

그러나 두 책의 형식은 그리 다르지 않고 아주 솔직하고 사소한, 그리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기억 속의 남아 있는 어느날의 이야기, 이제는 떠난 사랑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그리고 평소에 갖고 있는 작가의 소신이 여과없이 그대로 글로 쓰여져 있다.

강세형은 라디오 작가로 10 여년을 살아 왔고, 이제는 라디오 방송을 떠나 그동안 자신의 글을 남의 이야기처럼 썼던 글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쓰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

그녀의 꿈은 원래 작가가 아니었다. 다른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놓아 버리게 되자, 그녀에게는 작가의 길이 보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러나 포기를 했기에 찾아 온 뜻밖의 즐거움이 바로 작가의 길이었고, 그 길에서 그녀는 행복하다.

그래서 인생은 참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 그래서 나는, 포기 또한 재능이고 용기인 것만 같다. 사랑에 있어서도, 살아감에 있어서도,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적의 답은 어쩌면 '포기'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최적의 답이 어쩌면 나도 몰랐던 '내가 원하는 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p. 102)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한 번 쯤은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 '마치 내 이야기와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에서 스쳐가는 그런 이야기들, 그리고 마음 속에 담아 두고 간직했던 옛 추억 속의 이야기들이 살포시 마음 위로 올라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 (p.p. 290~291)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은 걸려진 아름다운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언어 순화가 되지 않은 상태의 입에서 그대로 뱉어진 말을 그래도 써 놓은 부분들은  솔직함 보다는 책을 읽다가 눈살이 찌푸려지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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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 좋은날
이림니키 지음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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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멋진 여행~~'

천상병 시인은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고 시를 읊조리기도 하지 않았던가.

삶이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일러스트 작가 '이림니키'의 작고 예쁜 책은 읽는내내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그녀는 여자 나이 26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대학에서는 수학을 전공했지만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런 그녀를 보는 시각은 다양했지만, 아무 것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시각디자인)에 도전하는 그녀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니키 역시 이런 저런 걱정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두려움은 도전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걱정들을 깨고 나와야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전래 동화 속에 나오는 금발 소녀인 골디락스.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남이 바라보는 기준'이 아닌, '세상이 정해 놓은 잣대'가 아닌 자신에게 딱 맞는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이기에 니키는 자신의 인생 레시피를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 (...) 이쪽으로도 기울고 저쪽으로도 기우는 불안정함이 인생의 맛이고 매력이다. 삶은 그저 이리저리 기우는 불안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아가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는 여정. 때론 잘못 들어섰다고 생각했던 그 길이, 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뜻밖의 기쁨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삶에 잘못된 길이란 없다. 그저 새로운 길이 있을 뿐이다." (p. 23)

" 지금 내 앞에 도돌이표가 놓여 있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내 인생의 어디에다 되돌아가는 음표를 넣을까?" (p.42)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 음...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

내가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답!" (p. 43)

그녀는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책을 읽던 도중에 그녀가 제기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짧은 문장과 일러스트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구제역이다 광우병이다 조류독감이다 해서 우리가 파묻은 동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데, 동물들의 울부직음이 깊게 배어 있는 그 땅에서는 과연 무엇이 자랄까?" (p. 73)

이림니키는 프랑스 뚤루즈 예술대학에서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을 했으며, 그녀의 작품으로는 '생텍쥐페리' 시리즈 연작 일러스트, 그리고 프랑스 소설가 '줄리앙 그라크 추모전시 작품인 <숲속의 발코니> 등이 있다.

" 카르마의 법칙 - (...) 내 인생의 블랙박스가 / 다음 생의 로또가 돌지 폭탄이 될지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쉽게 결정된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순간엔 / 내 인생의 블랙박스를 생각해 본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내뱉은 말과 행동, 마음의 에너지가 온 우주를 돌고 돌아 / 나에게 되돌아온 것 뿐이다." (p. 194)

"꿈꾸는 방법 - (...) 꿈의 성패를 잊 을 정 도 로 / 열정을 쏟을 만한  무 언 가 를 찾 아 야 한 다. / 목표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한 피 를 쏟 을 정 도 의 노 력 이 / 불안감을 잊을 수 있는 / 최 고 의 방 법 이 다. " (p. 238)

    

이 책의 글들을 짧지만 깊이가 있고 긍정적인 문장들이다. 일러스트도 섬세하면서도 독특한데, 그림도구도 펜과 마카만을 주로 사용하여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주저없이 건네 줄 수 있는 예쁜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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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하라 - 김수환 추기경의 영원한 메시지
전대식 엮음.사진 / 공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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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이다. 2009년 2월 16일 선종을 하셨지만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는 그의 모습과 말씀이 남아 있다.

그의 인자한 미소, 아니 인자함 보다는 어린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바보 김수환을 잊을 수 없게 만들어 준다.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였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도 사랑하라>는 김수환 추기경을 약 20 년 가까이 사진에 담아 온 평화방송, 평화신문의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과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과 그가 남긴 글 들, 그리고 지인들이 제공한 사진들을 담아 놓았다.

이 책의 저자는 2012년 3월에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주기 추모 사진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때에도 추기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겨울 보다 더 추운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잠시나마 보고 싶어 했던 많은 사람들이 명동 골목 골목을 돌아 돌아 꽉 메웠을 때에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인가를 기다려서 명동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 곁의 계단을 오를 때에 거기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이 책 표지에 나온 사진도 거기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사진의 김수환 추기경의 볼에 입을 갖다 댄 어린 아이의 사진. 어린 아이의 마음과 미소를 꼭 닮은 이 사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아주 간단한 글들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의 젊었을 때의 사진에서 마지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실려 있다.

 

인자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고귀한 말씀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김수환 추기경은 명동 성당 종탑 위에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참 좋아 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자신을 따라 다니던 보름달에 대한 향수가 평생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명동 대성당 종탑 십자가에 달이 걸린 야경을 못 보게 된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이 걸린 야경은 정말 일품입니다. 나는 그 야경을 무척 좋아합니다. 달 밝은 밤에 외출했다 돌아 올 때면 그 달빛 야경을 더 감상하려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곤 했지요. " (p. 17)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도 좋아했다고 한다.

"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도 특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대목을 좋아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도 참 좋은 시이지만, 감히 읊어볼 생각을 못 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게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 (p.95)

나는 얼마전에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사제 서품식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품식이 열리는 장소의 밖에는 각 성당에서 사제가 된 사람들을 축하해 주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젊은이들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사제.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고뇌들 그리고 외로움.

물론 사제들에게는 그들의 신이 있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삶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근원적인 고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의 사진들을 보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뒷 모습에서 그런 고독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그 누구 보다도 아름다운 생을 살았을 것이다. 

"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남에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여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기쁨을 나눌 뿐 아니라, 서러움, 번민,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것,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을만큼 함께 괴로워할 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 109)

" 만약 인생에 시련이나 고통이 없고 외로움이나 슬픔도 없다면, 하느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 (p. 178)

" 기도는 무엇을 찾고 구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데 그 참뜻이 있습니다. " (p. 235)

김수환 추기경에 관한 책은 아주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의 몇 권을 읽어 보았는데, 그때 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한다.

신도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에도  김수환 추기경은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사신 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우린 그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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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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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는 올해로 등단 20년이 된다. 1997년에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이나 1996년작인 <타인에게 말걸기>, 2000년작인 <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2005년작인 <비밀과 거짓말 등은 10년~20년 전에 읽은 책이어서 그 책의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읽은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그리고 산문집인 <생각의 일요일>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는 은희경이 신작을 발표할 때 마다 호기심에 꼭 작가의 책을 읽게 된다.

이번에 은희경은 다섯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제목도 길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기 귀찮아지는 표제작이자 책 제목인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나의 인생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친구의 인생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이다.

아니, 이 단편소설 뿐만 아니라 6편의 단편소설이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 아니면 누군가가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지나간 어떤 시간의 흔적들을 쫒아가는 이야기들이다.

 

아니, 사실은 잘 모르겠다. 6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장소가 살짝 겹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다른 단편소설에 나온 인물이 또 다른 단편소설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정말로, 이 6편의 소설은 연작소설처럼 이렇게 저렇게 겹치고, 에피소드와 모티브가 교차한단다.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는 소설이 마지막 작품인 <금성녀>이니, 이 소설집을 '눈송이 연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표제작이자 첫 번째 실린 <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남쪽 해안가 출신인 19살 안나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녀의 친구인 루시아와 요한이라는 남자와의 관계가 그려진다.

안나는 소극적인 성격에 춥고 누추한 느낌이라면, 루시아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서 안나와는 상반되는 성격이다. 안나와 루시아가 좋아하는 요한.

안나에게는 아무래도 아픈 추억인 어느 해 크리스마스의 이야기가 그런대로 추억이기에 아름답게 다가온다.

" 이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바람치는 밤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한다. 코코슈가가 <바람의 신부>에 붙인 글이었다. " (p. 40)

두 번째 이야기인 '<프랑스 초급과정>은 낯선 신도시가 장소적 배경인데, 80년대, 90년대의 서울 부근의 어떤 도시에 살았다면, 머리속에 남아 있을 그런 풍경이 그려져서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장소적 향수에 젖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2002년 6월 22일이란 날짜에 의미를 둔다. 그 날이 무슨 날이었던가? 2012년 월드컵 이야기이다. 그 날은 한국과 스페인 전이 열렸다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스페인 선수 중에서 승부차기에 실패했던 선수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그 날의 기억이 오롯이 되살아 난다. 바로 자신의 마음 속에 잊지 못하고 각인된 기억이 있기에.

여기에서 눈치빠른 독자는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서울 외곽의 첫 번째 신도시인 K 시가 두 번째 이야기와 세 번째 이야기에 나오기에.

" 자신의 경우처럼 어떤 뜻밖의 순간에 끊어버리기도 하지만 세상이라는 천을 짜는 여신은 무늬를 만들기 위해서 처음 타래에서 풀었던 실 중에서 어떤 것을 서소 이을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무늬는 정해 놓았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 운명을 짜고 있는 베틀을 엿볼 수 없다. 예측할 수 없을 때는 순리를 따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 (p.p. 110~111)

네 번째 이야기는 낯선 미국에서 살게 된  모자의 이야기이다. 13살 아들은 그래도 의사 소통이 되긴 하지만 그의 엄마는 언어의 장벽, 그리고 미국에서 하게 되는 운전 미숙이나 속도 위반에 시달리게 된다.

엄마는 우연히 개러지 세일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주말마다 세일이 열리는 곳을 찾아 다니다가 에스테이트 세일에 빠지게 된다. 죽은 노인이나 죽어가는 노인들의 물건을 파는 세일이다. 이 세일은 집안의 모든 방과 욕실, 창고를 개방하여 그 안의 물건을 파는 세일인데, 정착하기 힘들어 하던 엄마가 세일에 빠지게 되는 설정이 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구멍에 속하는 유나 이야기이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어도 익숙하게 하지 못하는 그녀. 친구의 집에서 가지고 나온 목도리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뜨게질을 배우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독일 아이들만 아는 동화'는 내가 어릴 적에 책에서 읽었던 동화이야기이기에 더 흥미롭게 이 소설을 일게 되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이야기인 <금성녀>는 이 소설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소설이다.

" <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이 단편의 화자, 즉 여성이 품고 있던 태아는 <스페인 도둑>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 완으로 연결되고 <눈송이>의 주인공 아난는 < 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나와 겹쳐진다. (...) 따로 따로 떨어진 파편 조각처럼 흘러 다니던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누가 예감이라도 했겠는가. (...) 각자으 생에서 경험되던 크로노스적인 시간들은 이렇게 칠십삼 년을 살아온 마리으 시선 속에서 영원으로 향해 있는 카이로스적 시간으로 승화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런 상상은 팍팍한 삶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판타지에 불과할 수도 있으리라 " ( p. 242 -  문학평론가 이소연의 해설 중에서-)

이렇게 소설과 소설 속에서 다시 교차되는 자취들을 찾아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6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언뜻 언뜻 이런 것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정교하게 얽혀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해설을 읽다 보니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차근차근 이런 점들만 찾아 보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은희경의 단편소설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장편소설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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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 -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우는 음악 속 숨은 감성 찾기
김대진 지음, 국지연 엮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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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유행처럼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웠다. 학원에서는 음악 이론도 가르쳐 주고, 피아노 교습도 해 주었다. 그리고 1~2년에 한 번 정도는 구민회관 강당을 빌려서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회라고 해도 피아노 교습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한 곡 정도를 연주했지만 그래도 부모들에게는 마음이 뿌듯한 행사였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음악 실기로 악기 연주가 있어서 실기 시험을 볼 때마다 2곡을 열심히 연습하여 악기 실기시험을 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클래식에는 관심이 없는 아들을 보면서 음악은 억지로 듣게 한다고 효과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바로 <음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음악 교육을 어떻게 시키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답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교음악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좀 더 풍부하게 하고, 아이에게 악기를 배우도록 하는 것은 아이가 연주를 통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다.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음악교육은 부모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음악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책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킬 때에 궁금한 점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시작된다.

" 음악은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에 퍼져 있고,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어떠한 의도를 불어 넣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곁에 흐르는 음악 또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흐름일 수도 있고, 굉장한 역할을 하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 (p. 38)

클래식은 그 깊이를 알면 매력적인 음악이지만 아이들이 클래식을 좋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우선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악과는 많이 다르기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은연중에 많이 접하도록 해 주면서 스스로 좋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음악회의 기본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대의 성격을 음악회형식이 아닌 강의형식으로 바꿔야 하며, 그 수준은 높게 하되, 해설은 쉽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래식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목적을 갖고 억지로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은 이미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본질에서 멀어지는 행위이다.

이 책의 저자가 가르친 제자 중에 손열음, 김선욱, 이진상 등의 음악 천재 이야기이 담겨 있다.

손열음은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쇼팽 에튀드>를 전부 연주한 음악 천재인데, 개성이 강하며 독창적인 음악성을 갖고 있다.

" 자신의 개성 안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연주를 어떻게 펼쳐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 p.155)

바로 손열음과 같은 제자에게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 제시를 해 주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김선욱은 예술을 사랑하는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탐구정신이 강한 학생이다. 그러나 연습하기를 싫어하고 집중력이 부족하기에 그에게는 엄하게 가르쳤다.

이진상은 개성이 넘치는 매력을 가진 학생으로로 감성이 풍부하다. 연주도 섬세하고 따뜻하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대진은 자신의 제자 3명의 서로 다른 음악성에 관해 설명해 주면서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했는가를 말해준다.

이 책은 자녀의 음악교육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 PART 5 : 나에게 온 음악, 그리고 다시 음악 '에서는 저자의 음악 인생 이야기가 실려 있고,

- 김대진이 추천하는 아름다운 작곡가들에는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음악가 11명의 일생과 주요 작품을 소개해 준다.

우리 아이들의 음악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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