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의 책표지를 보는 순간 '산티아고 순례기'인 작가 '서영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ㅣ 문학동네 ㅣ 2010>이 생각났다.

물론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가끔 이런 사진을 찍게 된다. 여행지에 우뚝 선 나의 그림자 사진을.

   

이런 낯익음을 뒤로 하고 아나운서 '김재원'의 책을 살펴 보았다. 이 책에도 나오는 책이지만 2007년경에 읽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ㅣ 중앙북스 ㅣ2007>을 읽고 라다크를 알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인데,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자연 속의 순수한 지역이었던 라다크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대화를 맞는 것을 아쉬워 하는 내용을 읽게 되었고, 이후에 이 지역의 여행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에는 라다크의 변화를 아쉬워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곤했다.

그런데 김재원이 이곳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하니 그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깔끔하고 단정한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아나운서가 아닌 예능 MC의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하여 간혹 아나운서 출신인 MC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하여 재미를 위한 그들의 행동과 언어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KBS의 김재원 아나운서는 그의 에세이인 <마음 말하기 연습/ 김재원 ㅣ 푸르메 ㅣ 2013>에서 썼듯이 " 꾸미지 않고, 덧붙이지 않고, 마음에서 숙성된 담백한 언어로 말하기" ( 마음 말하기 연습 중에서)를 하는 반듯한 아나운서이다. 그는 <마음 말하기 연습>에서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강의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 속에서, 생활 속에서 느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이 책을 유익하게 읽었다. 

두 번째 에세이인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 자유화 이후에 세계 50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는 저자 소개글에서,

" 생각을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 말하기를 밥벌이 수단으로, 글쓰기를 성찰의 수단으로 삼고, 여행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산다. " 고 한다.

그가 라다크로 떠난 이유는, TV프로그램 촬영을 위해서이다.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라다크 편)에서 자전거로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누비기 위해서이다.

"여행지의 첫 느낌은 그 여행을 좌우한다" (p. 28)고 하는데, 그의 첫 여정은 라다크 왕국의 수도였던 레이다. 티베트 불교 사원인 곰파는 마을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리고 곰파를 비롯한 그들의 삶의 터전에는 기원을 담은 깃발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부낀다. 

" 만나는 여행자들의 만남과 이별은 지친 여행의 활력소다. " (p. 45)

" 기도깃발은 곰파가 있는 흙산의 오색 꽃이 되어 바람에 꽃잎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p.45)

" 혼자 하는 여행은 성찰을 위한 것이지만, 함께 하는 여행은 성찰을 갈등에 양보한다. 발걸음의 주인은 여행자가 아니다. 여행자가 밟고 있는 땅과 그 땅을 덮고 있는 하늘이다. 나는 그 땅과 하늘에 나를 맡겼다. " (p. 76)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 말하기 연습>을 통해서도 그는 중학교 때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의 마음을 담았었다. 감기가 걸렸기에 임종을 앞두었던 어머니의 병상을 자주 찾지 못했던 아픈 마음을, 그리고 캐나다 유학 중에 갑자기 쓰러지셨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역시 그에게는 그 아픈 마음이 이 책에서도 '상담자'와의 대화를 빌려 언급된다. 상담자의 말처럼 그는 자신을 아픈 부모님을 둔 아들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자리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라다크의 여행을 통해서....

라다크의 여정은 레에서 해발고도 5,328m의 타그랑 라에 이르고, 카르낙으로 그리고 초모리리에서 다시 서울에 이른다.

때론 생각 보다 힘든 자전거 트래킹에 힘겨워하고, 고산증세에 시달리기도 하고, 유목민들의 천막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을 체험하기도 한다. 야크 똥 치우기, 야크 젖짜기, 치즈 만들기, 술담그기를 하면서....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만 않아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아프다고 되돌아간다면 여행의 종착역은 멀어진다. 여행자의 허기는 다음 마을이 채운다. 우리는 여행자의 허기를 채우면서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라다크 자전거 대장정을 마치고 파란 초모리리를 마음에 담은 체 레로 돌아가는 중이다. " (p. 300)

이 책을 통해서 라다크의 이곳 저곳을 따라가 본다. 그리고 촬영을 위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그의 이야기를 읽는다. 책 속에는 몇 권의 책에 관한 짧은 글들도 있는데 모두 읽은 책들이기에 그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나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어느 누구 보다 높이 평가한다)에 못지 않은 수려한 문장력은 그동안 그가 읽은 많은 책들을 통해서 다져진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 - 개정판
김선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김선규는 서강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한겨레 신문에서 언론사 생활을 시작으로 문화일보 사진부 차장을 지냈다. 작가가 말하는 모습은 구석에 핀 식물과 대화하기, 동물의 심리파악하기,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길위에 앉아서 수다떨기라고 말할 정도이니 그의 사진의 소재가 작은 청개구리,모기부부에서부터 길위의 민들레, 아침녘의 이슬, 주름살이 굵게 파인 노부부, 철도원 등 우리들이 하찮게 생각하고 눈여겨 보지 않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선규가 만들어낸 사진의 이미지컷들은 너무도 아름답고, 따뜻하고, 푸근하고, 행복하고, 희망이 넘쳐 흐르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으로 보기'를 말한다.

 길모퉁이 벽끝자락에 수줍게 핀 민들레의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수돗가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을 먹기위해 푸드득거리는 참새의 날개짓에서 갈증을 해소하려는 몸짓을.....

해맑은 어린이의 눈동자에 선연하게 비치는 푸른 하늘과 해바라기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빨간 토마토위의 작은 청개구리의 모습에서 생명의 고귀함을....

뻥뚫린 밀짚모자사이로 보이는 풀꽃 클로버의 모습에서 싱그러움을....

주름살이 깊게 패인 노부부의 미소에서 삶의 연륜을....

역내로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손을 드는 철도원의 모습에서 옛추억의 향수를....

아침 이슬을 함빡 머금은 이슬 방울에 비친 자연의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사진만 보고 있어도 행복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입가에 미소가 머무는 그런 사진을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참새의 갈증'을 비롯하고 UFO 사진 등은 수많은 특종으로 신문에 실려서 보도 사진전 금상, 삼성언론인 상, 언론인 홈피 새사 등을 수상했고, 2005년 12월에는 환경재단이 주관한 '세상을 밝게 하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래 이 책은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편지 93통'이라는 책이었는데 2008년에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편지'로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다.

또한, 93명이 아닌 100명의 사람들이 그동안에 김선규가 신문에 게재하였던 사진들을 보고, 각각의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 밀짚모자에 담긴 행복

밭에서 고추를 심던 아버지가 밭둑에 벗어놓은 모자 사이로 연초록 토끼풀이 고개를 내밀며 흰 꽃을 피웠습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오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준다지요.

행운을 찾느라 지천으로 깔린 행복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 (p.23)

공동저자 100인에는 김수환추기경, 이해인수녀, 안도현시인,방송인 신영일, 개그우먼 김미화,섬진강 시인 김용택 등이 있는데, 이들은 우리시대 휴머니스트 100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 편지'은 글과 사진의 어우러짐이 자신의 사진 설명이 아닌 김선규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시각들이 다채롭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곧 희망이다'라는 생각들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순간포착에서 작가가 이세상을  얼마나 밝게 보고 있는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살아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생각을 하게 책이다.

신문의 한컷을 장식했을 사진들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오래 오래 마음에 남아 있을 그런 책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내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희망도~~

우리 사회의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코 던진 말처럼 느껴지는 한 마디의 말이 가슴에 와 닿듯이, 이외수가 지극히 당연한 말을 글로 써 놓으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 글들이 가슴에 와 박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이외수는 여러 권의 감성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툭' 던져 준다. 그 책 속에는 정태련의 세밀화가 살아 숨쉬듯이 꿈틀거린다. 야생초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고기가 물 위에서 파닥거린다.

이외수의 글과 정태련의 그림의 만남도 다섯 번째가 되니, 이제 독자들은 이 책들을 시리즈처럼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으로 삼고 있다.

이외수는, " 정태련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p. 303)고 말하고, 평생을 사라져가는 한국의 동식물을 세밀화로 되살려내는 일을 소명으로 가지고 있는 정태련은 '작업후기'에서 그동안은 이외수와의 작업이 " 큰 주제를 정하고 따로 작업한 뒤에 각자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룬 책을 만들고자 했" (p. 305)지만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의 작업은 공동작업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글과 그림이 다른 책들 때와는 달리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룸을 느낄 수 있다.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은 책제목에서부터 이 글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만,'으로 알려준다.

인생에 있어서 살다 보면 왜 쓰러질 때가 없겠는가, 쓰러지고, 거꾸러지고, 터지고, 피가 흐르고....

어쩌면 바로 서 있기 보다 쓰러져 있을 때가 더 많을 수도 있는 인생, 그 인생에서 희망도, 절망도 겪게 되지만, 결코 물러서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작가는 독자들에게 전한다.

'자유의 연금술사'인 이외수의 화법은 항상 '지당하신 말씀'을 쉽고도 현실적으로 풀어나간다. '인간을 인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보려는 시각이 문장 마다 담겨 있다.

" 사랑에는, 물음표가 있어도 괜찮다. 느낌표가 있어도 괜찮다. 쉼표가 있어도 괜찮다. 줄임표가 있어도 괜찮다. 가끔 퍼센트, 골뱅이, 샵, 별표가 있어도 괜찮다. 다만 마침표만 없으면 좋겠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으면 좋겠다. " (p. 15)

" 뿌리가 쓰든 달든 꽃은 아름다운 법.

가시가 있든 말든 사랑도 아름다운 법." (p.20)

" 당신이 걷는 인생길은, 때로 꽃잎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빗물에 젖어 있기도 하고 때로 낙엽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눈에 덮여 있기도 하다. 유심히 보면 같은 길은 없다. 다만 당신의 시선만 새롭지 않을 뿐, 길은 언제나 새롭다." (p. 63)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다는 댓글에 대한 생각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판을 두드릴 때마다 복사꽃이 흩날리는 사람,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쐐기풀이 돋아나는 사람,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쓰레기가 흩날리는 분'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누군가 댓글에 상처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함부로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그대는 그대처럼 사랑하고 나는 나처럼 사랑하고" (p. 193)

"  성공하고 싶다면 그대가 추구하는 일에 전념하라. 꽃 피는 시기가 따로 있고 열매 맺는 시기가 따로 있나니, 나태하면 막상 기회가 와도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게 된다. 지나간 다음에야 그것이 기회였음을 알고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 (p. 255)

다른 책들을 통해서도 젊은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충고와 격려의 글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도 이외수는 젊은이들에게 실패와 절망을 피해 다니지 말고 그것들이 젊은이들에게 투지와 인내를 가르치는 스승들임을 일깨워준다.

" 꽃 피울 때가 되면 눈부신 꽃을 피우겠다. 가시 뻗을 때가 되면 무상한 가지를  뻗겠다. 단풍 들 때가 되면 아름답게 단풍으로 불타겠다. 헐벗을 때가 되면 모든 것 다 버리고, 하늘만 우러러 침묵하겠다. 오직 순리대로만 살겠다. " (p. 298)

이외수는 당연한 말이지만 빗대어 아름답게 표현한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글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 글들 속에는 가슴에 새기고 새기면서 삶을 살아갈 많은 긍정의 아이콘들이 담겨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벽>

이 책은 벽을 모티브로 한 사진과 함께 짧은 글들이 돋보이는 책이다. 구태여 서평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저 짧은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고, 그 페이지에 담긴 벽을 소재로 한 사진들을 보면서 '이곳에 이런 벽이 있었구나! 나도 이곳을 갔다 왔는데,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 벽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느리게 읽어 나가다가 맘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마음 속에 담아 두기도 하고, 어딘가에 적어 놓기도 하면서 천천히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감성현'은 스토리디렉터, 포토 에세이스트, 소설가, 작사가.

내가 읽은 그의 책으로는 <낯선 설렘, 크로아티아>가 있다. 아마도 TV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결혼했어요와 >라는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인 <Sweet Love>와 <우리가 정말>의 노랫말을 작사했다고 하니 저자의 성향을 이를 통해서 알 수 있으리라.

'벽'하면 뭔가에 부딪히는 느낌, 답답함, 갑갑함, 불통을 생각하게 된다. 그녀와 그, 사랑할 때는 무엇이든간에 다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고, 즐겁기만 하지만, 어느새 그녀와 그는 벽에 부딪힌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싸우고, 헤어지고.... 때론 헤어진 후에 다시 만나고, 또 싸우고...

이런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살다 보면 남자와 여자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으니, 그래서 젊을 때는 싸우면서 사랑하지만, 늙으면 측은지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의 부제는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사랑과 다툼에 관한 짧은 기록'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너무도 공감이 가는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구성을 보면, 다툼 前, 다툼 中, 다툼 後.... 그래서 그녀와 그는 어떻게 됐을까?

"아주 먼, 낯선 벽에서 너와 나를 만났어. " (책 속의 글 중에)

우리 주변의 그녀와 그, 거의 모두는 이렇게 낯선 벽에서 만났을 것이다.

♡ 고백의 고민  (his story)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그건 말주변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서야.

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짝사랑이 아닌 거야. 그건 고백을 미루고 있는 거겠지.

쇼핑하기 전에 고민하듯 고백을 고민하지는 마.

♣ 어떤 것도  (his story)

사랑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서서 지금의 모습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날 위해 니가 굳이 뭘 바꾸려 하지마.

★ 잘못   (her story )

사랑은, 잘못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잘못도 사랑하는 거래.

사랑스러운 걸 사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 07 : 22  (her story )

멈춰 있는 시간.

넌 오전 일곱시 이십이 분을 말했고,

난 오후 일곱시 이십이 분을 말했어.

같지만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말했어.

그러나

다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고 믿게 만든 것처럼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야.

◆ DON‘T KNOW (her story)

몰랐겠지.

그래, 몰랐지.

모르니까 그랬겠지.

아픈 말

마지막인지 모르니까.

모르니까, 그렇게 했겠지.

이해는 해.

용서가 안 될 뿐이지.

♧ 낙화 (his story)

모든 꽃은 결국에는 떨어지게 되어 있어.

그러나 좋은 꽃은 잊지 못할 향기를 남기지.

화려하기보다 향기로운 사람이 되길 바랄게.

보통의 경우에 이런 사랑과 이별의 에세이는 여자의 경우, 남자의 경우만을 중심으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녀와 그' 즉,  her story 와 his story 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녀와 그의 사랑과 다툼에 관한 짧은 기록을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연의 하늘 1
윤인완 지음, 김선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연의 하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심지어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웹툰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첫 느낌은 붕괴된 건물 속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 헤매는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세월호 속의 고등학생들이 떠오른다. 과연 그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깜깜한 암흑 속에서 휴대폰의 불빛에 의지하여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참담한 남학생의 모습에서 과연 그가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일까 궁금해진다.

자연재해? 건물 붕괴?  등등의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몇 페이지를 넘기니 붕괴된 건물 안에 갇힌 듯한 남학생이 길을 찾기 위해 헤매는 컷에서 학생의 신발 밑에서 신문 기사가 얼핏 보인다.

'화산 폭발의 전조?! ' 그리고 또 하나의 단서를 찢어진 신문에서 찾게 되는데...

" 합정역 5 만명 실종...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재난 사고라 일컫는 이번 8.11 합정사고에 대한 유엔 합동 조사팀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러나 이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명확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 주지는 않는다. 또한 그 남학생은 건물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건물 밖에서 있으며 누군가가 벽 위에 래커 칠로 써 놓은 " 심연의 끝에서 하늘을 보라"는 의미를 찾아야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연 (深淵), 나는 심연이란 낱말의 뜻을 깊은 연못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

(2) .

(3) .

(4) .

이 책을 읽다보면 이 4가지 뜻 중에 어떤 의미로 읽어도 무관하다고 본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남학생은 살기 위해서는 광화문으로 가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가던 중에 한 여학생을 만난다. 여학생은 이 재난이 어떤 상황인가를 알고 있는 듯하나, 스스로 그것을 찾으라는 말만 한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비추게 되면 나타나는 흡혈 벌레, 그리고 여기 저기 몰려 다니면서 사체를 뜯어 먹는 귀신들, 애완견이었지만 재난이 일어난 후에 사체를 뜯어 먹다보니 맹견으로 돌변한 개떼들....

아비규환 속에 놓인 남녀 고등학생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런데, 이 사고는 갑자기 북한산 쪽에서 버섯구름이 보이더니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어두워지고 합정역 부근이 침몰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62일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은 학원 책상에서 졸다가 깨어나 보니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어떻게 62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이야기는 재앙 속에 놓인 남학생의 모습과 함께 일상 속에 놓인 남학생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실존하지 않는 세상과 실존하는 세상을 옮겨 다니는 것과 같은 장치가 쓰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독자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작가는 ' 이 작품은 절대로 판타지가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 싱크홀에서 착안한 자연재해이지만,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과 재난 상황은 과학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또한 ' 작품 속의 재난이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 많은 인재들이 숨어 있다' 고 말한다.

요즘 석촌동을 비롯한 곳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난다. 석촌 호수의 물은 줄어들고 있다. 며칠 전에 큰 싱크홀이 생겼지만 당국에서는 그냥 흙으로 그 웅덩이를 덮어 버려서 싱크홀이 왜 일어났는지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안일한 대처가 가져 온 큰 재난이 바로 책 속의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들은 또다른 생존자를 만나게 된다. "거기 누구 있어요?"  " 괜찮아요?"  " 생존자들이 또 있어서 다행이다. "  " 고등학생이에요?"  " 괜찮아요. 울지 마. "  " 곧 구조대가 올 거야." " 우리 힘을 합쳐서 같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요!"  " 반드시 살 수 있을 거야."  " 포기하지 말자."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구태여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생각은 똑같을 것이다.

 

" 살려 주세요."   " 제발! "   " 제발 !!"    " 도와주세요!"   " 살... 려... 주...세요..."

" 살... 려... 주...세요..." 라는 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일까?

세월호 속에 갇혀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던 윤일병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왜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아니 그 목소리를 들었지만 우린 외면해 버린 것이 아니었던가?

이 이야기 속의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드디어 구조대를 만나게 되는데... 구조대가 내뺃는 이 말을 우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 뭐야 쟤네들은?"   " 민간인 생존자인가?"   " 황당하군"  " ... 지금 생존자가 나오면 곤란하니까"  " 죽여버려."

  

엄청난 재난 속에서 용기를 갖고 생존한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주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는데, 그들에게 놓인 상황은 바로 이랬다.

긴~~~ 한숨과 함께 이 책을 덮는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어떤 글로도 이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을 적을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