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 - 뜨겁거나 혹은 너무나 슬픈 여행의 유혹, 개정판
최인호 글.사진 / 프라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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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의 유고집인 <눈물>을 읽은 후에 작가의 책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이다.

여행 에세이인 이 책의 저자가 '최인호'였기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 '최인호'가 여행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꼈을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무심코 접하게 된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는 소설가 '최인호'가 쓴 책이 아니었다. '최인호'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쓴 에세이다.

이 책을 소설가 '최인호'가 쓴 책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저자 프로필에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소설가 '최인호'는 작가이지만 국문학 전공이 아닌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저자 프로필을 살펴보던 중에 알게 되었으니, 우리의 뇌는 이렇게 이미 입력된 내용도 착각을 일으키는가 보다.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착각에서 읽게 된 책이지만 이 책으로 인하여 또다른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여행을 통한 자기 성찰을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와 그리고 자신의 철학적 사유와 잘 연결지어서 쓴 책이다.

저자는 여행 자유화가 있자마자 배낭여행을 떠난 여행을 좋아하는 아니 즐기는 사람이다. 약 20여 년에 걸쳐서 4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 물론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가 보다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가가 더욱 중요하겠지만, 그는 여행이란,

"환절기 마다 찾아 오는 감기,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라는 표현으로 정리한다.

낯선 곳에 대한 무의식적인 욕망은 그를 여행을 떠나도록 유혹을 한다. 저자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과 책이 결합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느낀 자신의 생각들과 함께 책 이야기, 책의 구절들이 함께 담겨 있다.

여행과 문학작품과의 연결이 담긴 책들은 밋밋한 여행 에세이 보다는 나의 관심을 더욱 끄는 작품이기에 이 책은 여행 그리고 문학 이라는 일석이조의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세계가 공존하거나 역전되어 있는 곳 바리나시,

축구와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정열적이지만 애환이 담겨 있는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 아리레스

잉카 문명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 나는 꾸스꼬의 '초라한 현재'에서 천천히 마추픽추의 '화려한 과거'로 들어가고 있다. 꾸스꼬는 슬프다. 거리 어디에서도 화려했던 태양신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보이는 것은 오직 가난에 찌든 후손들과 낡은 도시들뿐이다. 먼지의 무게조차 힘겨워하고 있는 그래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집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게 뒤엉켜 있다. 푸른 하늘은 손에 닿을 듯 낮게 내려와 있지만 도시의 회색빛은 구멍가게 앞에서 졸고 있는 노인처럼 우울하다. 하지만 길은 살아 있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그 길은 좁게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져 있다. 글 길만이 허물어져 가는 그들의 삶을 어머니의 탯줄처럼 지켜주고 있는 듯 보인다. " (p. 89)

저자는 그 이외에도 스페인, 프랑스, 페루, 이집트, 티베트, 중국, 독일, 스위스, 그리스 헝가리 등을 여행한다.

그는 여행이란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낯섦이란 처음에는 가슴 두근거리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익숙한 것 보다 더 짜릿한 만남을 주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만나게 되면 또 언젠가는 아쉬움으로 헤어져야 하는 것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새롭고 가슴 두근거리는 것이 아닐까.

" 여행의 끝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편안함과 휴식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서글픔인 동시에 기쁨이다. 돌아간다는 것은 우리곁으로 죽음이 바싹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쓸쓸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편안히 누울 수 있다. 무거웠던 배낭을 내려놓듯 우리의 삶도 하나씩 내려놓기만 하면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편안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 (p. 309)

"(...) 한 시간을 헤매도 나는 보물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나의 소풍은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다. 여행은 이렇게 느릿느릿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일이다. 설령 보물을 찾지 못했을지라도 슬퍼하거나 우울할 필요는 없다. 보물을 찾아 헤맨 시간들이 바로 내 여행의 가장 큰 보물이기 때문이다. " (p.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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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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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자체를 우울하게 생각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주름살을 없애고 보톡스를 맞으면서 외모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외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화 '로마의 휴일'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미모로 기억되는 '오드리 헵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젊은 날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굵게 패여 있지만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유니셰프 친선대사로 전 세계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했기 때문이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독일의 철학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쉰 번째 생일을 앞두고 '나이듦'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얻게 된 깨달음, 즉 어머니의 '평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생각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그가 60세 가까이 되면서 자신 스스로가 노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나이듦'에 있어서 '마음의 평정'이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나이듦에 맞서 싸우느라 모든 힘을 낭비하는 대신, 주름살에 새겨진 삶을 자신 있게 내 앞으로 가져 오고 싶다. (...) 노화방지 대신 노화의 기술, 나이든다는 것에 맞서 살아가는 대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긍정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나이듦의 기술. 멋지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삶의 기술들은 저마다의 자기 방식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인생이 아름답고 긍정할 만한 가치를 지닌 채 잘 흘러가도록 도와 줄 수 있다." (p.13)

책의 '들어가면서'에 나오는 문장을 읽다가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이 정말 좋아서 여기에 적어 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하게 받아 들이고 그것에 맞서지 않으며, 아름답게 채색하지도 폄하하지도 않고, 삶의 편익과 어려움, 아름다움과 처참함이 만들어낸 스펙트럼 속에서 나이들어가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나는 분홍색 렌즈의 안경도, 그렇다고 검은 렌즈의 안경도 아닌, 최대한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을 통해 나이들어가는 것을 인식해내기 위해 기꺼이 준비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물에 대한 분별있는 시각은 나이들어 가는 삶이 주는 각별하고도 크나큰 특전이니까!" (p.p. 9~10)

저자가 대중철학자이기에 책의 내용은 다분히 철학적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진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 또는 노년층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나이듦'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생활 속에서 '나이듦'에 대한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 제시해 준다.

1. 시기 : 인생의 단계
2. 특성 : 늙음과 나이듦에 대하여
3. 습관 : 삶을 수월하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
4. 행복 : 즐거움 누리기
5. 고통 : 불행과 사귀기
6. 접촉 : 친밀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7. 사랑 : 관계를 맺거나 지속하게 해주는 것
8. 사색 : 마음을 즐겁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
9. 준비 : 죽음과 함께 사는 마음
10. 그 후 : 죽음 후에 가능한 삶에 대하여

1단계 (시기) : 인생의 각 시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노년을 준비하는 과정을 말한다. 삶의 시기를 하루의 일과로 설명한다. 하루 중의 어떤 시간이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듯이 삶의 각 시기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단계 (특성) : 마음의 평정을 가능하게 하는 변화에 대한 열린 관심 그리고 이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도전에 대한 이해. 나이듦과 함게 '인생의 마이스터'가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라.

나이듦의 현저한 징후들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3단계 (습관) :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힘들이지 않고 그 안에 머물 수 있는데 그것은 경험을 통해서 얻은 습관 때문이다. 습관이란 반복 가능성과 신빙성이라는 특징을 구축하기에 삶을 꾸려 가는데 점점 더 습관이 중요해 진다.

4단계 (행복) :  커피 한 잔의 행복, 여행의 행복, 대화의 즐거움,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이웃과의 즐거움, 여유의 즐거움 등은 소박한 즐거움이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5단계 (고통) : 마지막 날까지 완벽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자기 자신, 다른 사람들 인생 그리고 온 세상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년의 끝자락, 노녁에 있어서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노년에 있어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우울함은 실존적인 고독에 있다.

6단계 (접촉) : 접촉은 일종의 관심이다. 여기에서의 접촉이란 신체적 접촉 뿐만 아리라 정신적인 접촉까지를 말한다. 인간은 대화를 할 때마다 타인의 생각에 접촉되며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타인의 생각에 접촉한다. 사람과 우정으로 뱆은 관꼐는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의 평정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가능성들을 제공한다.

7단계 (사랑) : 나이들면 자식이란 존재가 마음의 평정을 위한 하나의 이유가 된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조부모와 손주간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등....

"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가 한 번 더 성장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 (p. 114)

8단계(사색) :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폭넓은 도움을 준다. 회고의 시선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넘어서는 새로운 미래로의 시선이 열린다.

"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삶 전체를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 무엇을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의미를 제공하는지' 발견해 내기 위해서 말이다." (p.130)

9단계 (준비) : 죽음과 함께 사는 마음, 죽음, 노년이 되면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죽음이란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 때문이 아닐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생명의 한계,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건강 상태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깊이, 더 자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죽음을 받아 들이는 태도이다.

" 활용 가능한 시간 안에 아름다운 순간들이 농축되는 보석같은 삶을 위한 노력은 시간의 한계성에서 나온다. " (p. 141)

" 죽음은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경계선을 그어준다." (p. 148)

10단계 (그 후) : 이 책과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읽어보면 그 끝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죽음 그 후, 즉 죽음 후에 가능한 삶에 대해서 살펴본다는 점이 특이하다.

죽음이 곧 삶의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죽음이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그런 단계로 본다. 즉, '또 다른 새로운 삶'의 가능서에 희망을 건다.

" 죽음이 또 다른 하나의 생명으로 이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여전히 아름답고 긍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 (p. 165)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은 그 주제 자체가 이미 많은 철학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저서를 통해서 다루어진 주제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에서 읽을 수 없었던 노년, 죽음 등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철학적인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내용이 아닌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간결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들은 읽은 후에도 긴 여운을 남겨준다. 천천히 그리고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면 지금 노년이 아닌 독자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자신의 삶의 갈 길을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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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박항률 화백의 그림, 그 그림과 함께 떠오르는 시인은 정호승 시인이다. 봄에는 시를 읽으면 좋을 듯한데, 이 책에는 정호승 시인의 42년 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노란 수선화의 갸날픔이 떠오른다. 유난히도 수선화를 좋아해서인지 이 책의 표제작인 `수선화에게`가 마음 속에 담겨진다. 삶은 기쁨도 있지만 이별도 있고, 외로움도 있는 것이기에 이 아름다운 봄날에 정호승의 시를 읊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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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소설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종이여자>를 읽은 후 부터이다. 이전에도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기는 했지만 <종이여자>는 나에게 그의 신작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읽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천사의 부름>, <7년 후>, <내일>등은 <종이여자>를 읽은 후에 읽은 소설들로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더군다나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게 되는 매력이기도 하다. <센트럴파크>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추리소설 형식으로 구성된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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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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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다, 먹다, 짓다', 즉 우리의 삶의 근간이 되는 의식주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의 일상의 소소한 문제에 대해 경제적인 접근을 통해 규명한 책이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이다.

흔히 우리는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관련 서적을 읽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수능에서 사회탐구영역의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경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경제를 어려운 학문, 기피하고 싶은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통계수치가 나오고 경제이론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경제서적을 읽다보니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내용을 전개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 읽은 <경제학을 입다/ 먹다/짓다>가 바로 경제학 이론을 의식주와 관련지어서 흥미롭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 깊이있고 폭넓게 접근한다. 의생활과 관련된 내용 중에는 지퍼가 처음 사용된 계기, 웨딩드레스가 흰색인 이유, 속옷을 언제부터 어떻게 입게 되었는가를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내용, 다이어트 또는 금연이 실패하게 되는 이유, 여자의 치마길이와 경기의 변화의 예측에 대한 견해, 빈티지가 유행하게 되면 국가경제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등의 문제에 접근하는데, 이런 모든 내용에는 경제이론이 근거로 제시되기도 하고, 경제학의 연구 내용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다이어트, 금연의 실패, 수험생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인기드라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회사의 CEO가 장기적인 이익구조 보다 단기 성과에 몰입하는 것에 대해서, 다이어트를 사례를 과도한 가치 폄하 효과로 설명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 (...) 다이어트를 통해 멋진 외모를 갖추고 보다 건강해지는 것은 커다란 편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편익이 결코 아니다. " (p. 75)

즉, 미래 편익에 대한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를 말한다.

경제학자들이 경기변화를 예측하는 시도의 연구 대상은 다양한데, 그중에 여자들의 치마길이와 관련된 설들이 많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자 치마길이가 길으면 불황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다. 여자 치마 길이가 짧으면 불황이다, 그도 저도 아닌 관계가 없다는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그이외에도 경기 변화를 예측하는 시도로는 남성복, 주류판매추이, 길거리 담배꽁초의 길이, 유기견 숫자, 성형외과의 환자수 등을 가지고 경기변화를 살펴보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이런 것들 중에서 타당성이 검증된 사항들은 실제 경기 변화를 파악하는 지표로 개발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경기변화에 빈티지가 유행하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설도 있는데, 여기에서 헌옷에 대한 부가가치를 알아본다.

동네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을 무용지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헌옷 수거함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요즘 낡아서 버리는 옷은 거의 없다. 유행이 지났거나, 잘 입지 않으니까 버리게 되는데....

헌옷의 경우에 무게로 거래되는데,  1톤 트럭 한대에 가득 실으면 50만 원에서 70만 원이기 때문에 여름옷은 한 벌당 100원, 겨울옷은 500~600원정도된다. 2010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에 나오는 의류 폐기물량은 약 186톤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헌옷은 버리는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다른 자원이다.

주제를 바꿔서 '먹다'로 넘어가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환타의 탄생, 2차세계대전 당시에 콜라의 공급이 어려워지자 독일에서는 콜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를 개발한다. 그것이 바로 "마시면 기분좋은 생각이든다"는 의미에서 환타라 이름지어지게 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환타는 세 가지 맛으로 생산되기도 하는데, 환타는 물을 식수로 마실 수 없는 독일인에게는 물의 대체제가 되기도 했고, 환타의 단맛은 설탕의 대체제가 되기도 했다.

탕수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감자는 '악마의 음식'이라고 외면당했었는데,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때에 재배를 강요하면서 이제는 서양인의 주요 식재료가 되었다.

50여 년전까지만 해도 고양이 사료로 사용되었던 참치, 철분의 함유량이 10배 잘못 표기된 것으로 인하여 철분이 풍부한 채소로 알려지면서 시금치를 많이 먹게 된 이야기, 국내의 병뚜껑에 얽힌 이야기, 막걸리의 탄생, 귤과 고추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하는 등의 내용도 경제학과 연결지어서 흥미롭게 설명된다.

마지막 주제인 경제학을 짓다에서는 주거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내용들을 살펴본다. 나폴레옹 시절에 군복이 화려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 상대를 고르는 다양한 기준을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는데, 외모는 경제학 담론의 대상이었다고 한, 결혼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경제학을 근거로 어떤 결론들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끊이지 않는 듯하다.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것은 관습처럼 내려오게 된 것인데, 여기에는 불합리한 파혼을 방지하고 남성의 진심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고안해 낸 경제적 유인구조에서 출발했다.

창문세란 세금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유럽 여행을 갔다가 이런 세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창문세를 최초로 고안해 낸 나라는 프랑스에서 1303년 필립 4세가 왕권강화를 하기 위한 세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짧은 기간 동안 징수하다가 폐지되었고, 14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백년전쟁 중의 군자금 확보를 위해서 징수하게 된다.

창문세란 창문을 일종의 사치풍으로 보게 된 것이 세금을 거두게 되는 이유인데, 창문의 재료, 그중에서도 창문의 유리는 당시만 해도 고가품이었기에 창문이 많으면 부유한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래서 건물의 창문수를 근거로 세금을 부과했는데, 그러다 보니 건물을 지을 때에 창문을 넓게 차지하도록 짓거나 창문수를 줄이기도 했다. 있는 창문을 폐쇄한 경우도 있어서 영국과 프랑스 건물에는 창문을 없앤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도 있다.

1696년에 영국에서는 집안의 난로수에 따라서 세금을 내는 난로세도 있었다고 하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많이 거둘 것인가를 고심하였던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경제 상식들,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원리와 경제문제를 이 책은 정말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에서 경제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KAIST에서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였기에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한 것이 오늘날 다양한 소재를 경재학과 접목시켜서 설명해 줄 수 있는 학문적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실생활과 관련을 지어서 경제이론과 현상을 설명하는 것도 저자가 쓴 책들이 경제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경제원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얻는다!!" (책 뒷표지 글 중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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