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고독 -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시간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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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하면 따라 붙는 단어는 '아침편지'이다.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고도원의 아침편지'

지금도 매일 아침 360만 명의 사람들에게  아침편지가 전달된다. 짧은 문장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위안과 응원의 메시지이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신간서적은 <절대고독>이다. 학창시절 괜히 고독한 척하던 웃픈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는 고독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본다. 

" 절대고독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고독,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시간.

누구에게나 이런 절대고독의 순간이 있습니다. "  (p. 5)

" 인생은 한 편의 글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대신 써줄 수 없고,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절대고독이란 자기 자신을 좀더 깊이있게 살펴 볼 수 있는 시간, 즉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고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수도 있는 세상이기에, 진정한 자기와의 만남을 위해서 때론 이런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 얼굴 풍경부터 살펴라

내 마음의 빛을 보려면 얼굴 풍경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얼굴 풍경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형편은 어떤지, 내일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그 사람의 얼굴 풍경이 곧 그의 인생 풍경입니다.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며, 어느 누구도 대신해서 그 풍경을 바꿀 수 없습니다. " (p. 21)

" 다시 일어나라

톨스토이는

'선한 노력은 반복될 때만 착하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일어나라'는 말은

'다시 시작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계속해서 '반복하라'는 뜻과도 통합니다.

넘어지거든 주저않지 말고

벌떡 일어나십시오.

다시 시작하세요. " (p. 121)

" 긴 것과 짧은 것

아무리 키가 큰 갈대도

대나무 잎에서는 너무 짧습니다.

나에게 큰 것이 그에게는 작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그에게는 나쁠 수 있습니다.

긴 것과 짧은 것, 옳음과 그름, 고통과 행복

모두가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어느 한 쪽에 쏠리거나 메이지 않고

다른 한 쪽을 함께 바라볼 때

균형과 조화가 깃듭니다. " (p. 178)

" 또돌다 찾아올 '나'를 기다리며

기다리면서, 또는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됩니다. 이미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주어져 있음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그러나 아직도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미로를 헤매며 떠돌다가 찾아올 '나'를 위해서... " (p. 235)

" 당신의 두 발로 함부로 걷지 마세요.

내 손안에 든 것,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생을 마칠 때에는 모두 놓고 가야 합니다.

그러나 두 발로 남긴 것은 '길'이 되어 남습니다.

한 사람의 발걸음으로 낸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며,

또다른 길을 만들어갑니다.

당신의 두 발로 함부로 걷지 마세요.

당신의 발걸음이 다른 사람에게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p. 243)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서도 느낀 것이지만 고도원의 글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게 해 준다. 쓸쓸하고 힘들 때에는 격려를 해 준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래서 힐링이 필요하면 '고도원'의 글을 읽게 된다.

요즘 '고도원'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었는데,  그 이유는 김대중 정부시절에 대통령 연설 비서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입을 열지 않던 그는 2016년 11월 7일에 <연세춘추>와의 인터뷰를 하는데, 인터뷰 전문을 <절대고독> 뒷부분에 싣어 놓았다.

'고도원'은 1972년 연세대학교 신문인 <연세춘추>기자가 되었고, 1973년 2학기부터 1974년 1학기까지는 <연세춘추> 편집국장을 맡았었다. 그 시절이 바로 유신시대였으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의 편집국장이었던 '고도원'의 학창시절이 순탄치가 않았다. 그런 '고도원'으로서는 박근혜 연설문 유출 사태를 보는 관점이 남다를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접할 수 있었던 '고도원'의 글들 못지 않게 인터뷰 내용에 관심이 더 갔다.

" 대통령의 연설은 그 시대의 정신이다. 그 시대에 국가가 나아가는 비전의 불꽃과도 같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점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연설문은 사람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꿔야 한다.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추진력을 높이거나 방향을 바꾸는데 동원되는 것이 바로 연설문이다. 지엄한 것이다. 엄청난 것이다. 이 의미를 놓치면 국가의 비전을 잃는 것이다. " (p. 267)

"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이 과거에 썼던 언어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숙성해 나오는 것이다. 과거에 썼던 언어의 저장고가 취약한 사람은 그 언어의 저장고를 채우는 일을 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이다. " (p. 268)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약 15년째 매일 아침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나는 매일 매일 그 편지를 읽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고도원'의 메시지가 책으로 출간될 때는 꼭 챙겨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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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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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후>로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전업작가가 됐다. 데뷔작이 발표된 이후에 약 5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도 1년에 신작소설이 1~2편은 발표되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을 알고, 그 책을 읽으려고 하면 어느새 새로운 소설이 나올 정도이니, 작가의 소설을 10편 남짓 읽은 나로서는 도저히 그의 소설을 따라잡아 가면서 읽기는 버겁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작가로 활동을 했으면 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는 공개될 듯도 한데, 새로운 소설이 나와도 그 책의 작가소개글에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이 그대로이다.

작가 사인회나 인터뷰 기사도 없으니 비밀의 장막 속에서 소설쓰기에만 전념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그는 때로는 도쿄의 긴자에 있는 바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하니, 은둔형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작품은 쓰는 작품마다 주제가 다양하고 구성이 치밀하다.

이번에 읽은 <천공의 벌>은 676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2권 분량의 길이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는 1995년이다. 원전과 관련이 있는 이 소설이 발표된 1995년 12월에 원자로 '몬주'에서 실제로 나트륨이 유출되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6년 후인 2011년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으니, 작가는 이미 이 작품을 쓸 때에 원전 사고와 관련된 생각들을 소설로 쓴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그동안에 느꼈던 원전과 관련된 불안감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도 나오지만 원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아무런 생각(?) 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막연하게나마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 정도....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원전시설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를 이미 우리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원전의 사례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20여 년 전에 원전과 관련된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천공의 벌>의 이야기는 니시키 중공업에서 자위대 헬기인 대형 헬리콥터 '빅 B'를 시험 비행하기로 한 날에 일어난다. 누군가에 의해서 헬리콥터가 원격 조정이 되어 고속 증식 원형로인 '신양'발전소의 상공 800 m의 위치에 떠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헬기에는 장난 삼아 탔던 어린이가 있으니...

만약에 헬기가 추락하게 되면 원전에 떨어져서 핵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데, 범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전역의 원전 가동을 멈추라는 것....

범인들은 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헬기에 타고 있는 어린이는 구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소설을 읽어내려 간다. 그러면서 소설을 통해 시민들이 원전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 그가 알게 된 사실은, 일반인들은 대부분이 원전이라는 것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고,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조차 못 했다.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들 큰 일이야 있겠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양초를 사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p. 176)

범인들의 헬기 원격 조정에서 사건이 마무리 되기 까지의 약 10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이다.

범인은 이미 소설의 중반부에 밝혀지기에 그들의 범행 동기가 궁금해진다. "귀찮은 것은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침묵하는 군중'을 고발한 문제작" 이라는 책 뒷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원전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동안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침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까?

문득,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ㅣ 돌베개 ㅣ 2011>가 생각났다.

 

이 책은 우리사회의 많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글 6편이 실려 있다. 아주 짧은 글들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들.

즉,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 민영화된 은행은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액수에만 관심을 가지는 상황,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 심화,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적 사회,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책 속의 글 중에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분노하라>이고, 저자가 젊은 날에 레지스탕스 투사였기에 과격한 의미의 '분노하라'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폭력을 거부했다. 창의적 저항의식의 실천은 참여에 있다고 말했다.

요즘의 우리 현실에서 꼭 맞는 말이 아닐까. 침묵하지 않는 참여...

소설 속의 범인들은 '천공의 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 '천공의 벌'이  마지막에 일침을 가한다.

" 다시 한 번 말한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의 존재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

어린아이는 벌에 쏘이고 나서야 벌의 무서움을 안다. 이번 일이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다이너마이트가 항상 열 개에 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천공의 벌" (p.p. 674~675)

만약에 지금 이 순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무겁게 다가오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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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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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을 읽은 후에 2011년 9월에 읽었던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변종모 ㅣ달 ㅣ  2009>을 읽고 쓴 리뷰를 다시 읽어 보았다.

아마도 내가 '변종모'란 작가를 알게 된 책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였을 것이다. '변종모'의 책이 그렇듯이 이 책도 자신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와 감상적인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는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서 말했듯이,

"나의 삶이란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루하루

여행을 생활처럼

생활을 여행처럼 유혹하는 것"(p. 374) 이다.

그에게 여행은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장기간 지구촌을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2년에 1번꼴로 직장에 사표를 내기를 여러 번, 그리고 8 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끝이 났을 때에 그는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어 보았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짙은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아마도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은 그런 짙은 외로움이 다소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독한 여행자임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라면 그 치유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그는 이 책의 부제인 '여행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목차는,

PROLOGUE :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것으로부터의 시작
Daybreak  새벽은 어두운 쪽에 가깝다 : 
AM : 05 ~AM : 07

Morning 웃어야 비로소 아침 : AM : 08 ~AM : 11

Daytime 잠시 잊어도 좋아 , 언젠가 기억할 수 있다면 : AM : 12 ~ PM : 07
Night 앓기 좋은 밤 : PM : 08 ~ PM : 00 E P I L O G U E  :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EPILOGUE :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이렇게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대별로 여행 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하루는

이틀의 절반이 아니라

일생의 전부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를 일생처럼 살아야 한다.

끝내 일생은

긴 하루 정도니까. " (p. 14)

변종모가 떠나는 여행은 조금은 불편한 곳들도 많이 있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떠나고 싶을 때까지 머물면서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는다.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들을 대한다. 

광고 아트 에디터가 직업인 저자이기에 책 속에 담겨진 사진은 눈길을 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책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시처럼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한다.

" 이별의 간격

사랑과 이별 사이

간격이 없다.

 

생명이 죽음을 달고 살듯

사랑은 늘 이별을 달고 사는 것.

 

사랑하는 동안

오로지 사랑으로 넓혀야 할 이별의 간격 "

" 생각해 본다.

오랜 친구보다 여행이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잠시 새로운 기분이 되어 낯선 곳을 걸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기분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그렇게 만나는 새로운 풍경들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랜 친구와의 시간보다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세상의 그 어떤 풍경도 나와 친구의 풍경만큼 오래되진 않았을 것이므로 " (p. 59)

" 어쩌면 여행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비추어 보는 것이 아닐까? 산다는 것 역시, 늘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모든 것을 변함없이, 변함없는 마음으로 오래오래 숙성시켜 그 완성을 지켜 보는 것이 아닐까?" (p. 170)

" 여행은

자신을 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서나 주인인 동시에

잠시 스쳐가는 나그네임을 알아야 한다.

잠시 스쳐가는 그곳에서마저도

오랜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마음속에 걸려드는 것이 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 (p. 327)

요즘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유형을 생각해 본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의 여행이 대부분이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물론, 여행 후에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이었다면 그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변종모의 여행 이야기는 그만의 여행, 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읽은 변종모의 책들 ***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변종모 ㅣ 달 ㅣ 2009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변종모 ㅣ 달 ㅣ 2012>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변종모 ㅣ 허밍버드 ㅣ 2013>

<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변종모 ㅣ 시공사 ㅣ 2014>

    

 

    

 5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나 느낌은 대동소이하다. 책 속에 나왔던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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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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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고양이는 천덕꾸러기일 수도 있다. 그건 강아지에 비하여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기때문에 집을 떠나서 길에서 떠도는 길냥이들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양이를 상대로 한 학대 행위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런데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에서는 사람과 고양이가 친구가 될 수 있고, 고양이와 앙숙인 생쥐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책 속에는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글귀들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p. 21)

" 진정한 친구라면 꿈과 희망을 나눌 줄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 (p. p. 34~35)

" 진정한 친구라면 아무리 사소한 즐거움이라 해도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p. 53)

이 책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으로 환경과 소수 민족 등 인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또한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데, 자신의 아들과 기르는 고양이를 실제 모델로 해서 쓴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이다.

이 소설은 80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좋은 그런 책이다. 그 어떤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의 이야기 보다도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작가의 아들인 막스는 뮌헨 동물 보호 단체에서 새끼 고양이를 입양한다. 고양이의 측면 얼굴이 마치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아주 잘 생긴 고양이를. 노란색이 도는 커다란 눈망울과 등은 검고 가슴은 하얀 고양이....

고양이의 이름은 믹스. 막스와 믹스는 그 어떤 친구 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눈다. 그런데, 막스가 꿈많은 청춘이 되자, 새끼 고양이였던 믹스는 늙은 고양이가 되어 있다.

인간 보다 고양이는 좀 더 빠르게 늙어가기에....

한창 때는 나무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지붕을 건너 뛰기도 하고, 민첩한 고양이였던 믹스.

막스는 18살 청년이 되자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자신의 친구와도 같은 믹스를 데리고 간다. 믹스는 나이가 들어 앞을 못 보는 고양이가 되어 지붕을 오르내리지도 못하는 지루한 날들을 보낸다.

이 때 나타난 붉은 색깔의 멕시코 생쥐. 고양이와 생쥐는 천적이지만 그들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로 변하게 된다.

눈먼 믹스에게 눈이 되어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가 건너편 지붕으로 건너 뛸 수 있는 눈이 되어 준다. 그리고 햇빛이 아름다운 날에는 지붕 위에서 믹스와 멕스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종종 사람들의 눈에 들어 오게 된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막스와 믹스의 우정이 그려진다. 그리고 중반부터 멕스가 나타나면서 믹스와 멕스의 우정이 그려진다.

눈먼 믹스의 모습을 그려보는 순간에, 눈이 점점 하얗게 변하는 우리 강아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멕스가 믹스의 눈이 되어 준 것처럼 나도 우리 강아지의 눈이 되어 주어야 할텐데...

사람과 동물간의 우정, 천적인 고양이와 생쥐의 우정....

책 속에 나오는 '친구라면 ~~~'이란 문장들이 한 문장 한 문장 새롭게 느껴진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친구라면 ~~'이라는 문장 속의 글에 맞는  행동을 했을까?'

"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삶이라는 건 길이가 아니라, 고양이와 생쥐처럼 서로 마음을 열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믹스는 작은 친구의 눈으로 세샹을 보았고, 멕스는 크고 건장한 친구의 몸에서 솟구치는 힘과 활력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둘은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한 친구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서로 나눌 줄 아는 법이니까. " (p. 79)

아주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친구란, 우정이란...' 이런 물음을 나에게 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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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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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시 기욤 뮈소'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리고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붕괴된 한 가정의 안타까운 이야기. 

물론, 이건 소설 속의 아주 작은 일부분의 이야기이다.

결혼을 3주 남겨두고 사라진 안나를 찾아 나선 라파엘을 도와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전직 형사 마르크에게 쓴 딸의 편지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깊은 감동을 주기에 이 이야기는 소설의 끝부분에 밝혀지는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마르크의 딸인 루이즈는 14살 6개월이란 어린 나이에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실에 감금되고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하루 하루 지옥과 같은 날을 보낸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도 소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빠와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장 자체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담아냈을 루이즈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 아빠, 나 지금 무서워, 어서 나에게로 와줘!  절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야. 난 지금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야. (...) 사실 평소에 아빠와 마음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 최근에는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지냈어.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어. 자주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하고, 우리가족에게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진작 느꼈어야 하는데 이제야 후회막급이야. 만약 지옥에 떨어진다면 행복한 추억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 난 힘들 때마다 끊임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비춰보고 있어.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만큼은 춥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으니까. (...)

나는 하지에 활활 타오르는 환희의 불이고, 에트르타 해변에서 뒹구는 조약돌이고, 폭풍우에도 끄떡없는 베네치아식 등불이기도 해. (...) 나는 바닷가 열대과일 나무가 실어 나르는 바나나 향기이고, 수증기를 머금은 대지가 뿜어내는 흙냄새이기도 해. 나는 파란자개 스페인 나비의 날갯짓이고, 늪지대에 자주 출몰하는 도깨비불이기도 하고, 너무나 빨리 떨어져 버린 하얀 별의 먼지이기도 해. (p.p. 418~421)

이 부분은 <브루클린의 소녀>의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이토록 마음이 아려온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프랑스 작가인 '기욤 뮈소'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뮈소 신드롬'이 있을 정도로 거의 1년에 한 편씩 나오는 그의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 !!

본격적으로 '기욤 뮈소'의 소설에 빠지게 된 것은 <종이여자>이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새로운 소설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었고, 그 이전에 나온 소설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서 '뮈소'의 소설을 모두 읽었다.

그런데 '뮈소'의 소설 중에 <종이여자>, <지금 이 순간>,<내일>등은 스릴러 소설이면서도 시간여행이나 판타지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은 후에 뭔가 산뜻하기 보다는 '역시 소설!'이란 생각이 드는데, <브루클린의 소녀>는 소설이지만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허구라는 소설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적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기 소설가인 라파엘은 싱글대디이다. 부인은 어린 테오와 라파엘을 버리고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 가정 보다는 자신의 성취욕이 더 중요한 커리어 우먼이다.

라파엘은 아픈 테오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소아과 전공의인 안나를 만난다. 결혼식을 3주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라파엘은 안나에게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안나가 내민 핸드폰 사진을 보고 라파엘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안나가 저질렀다는 그 사진 속의 사건은 무엇일까.....

라파엘은 충격 속에 안나를 그곳에 두고  떠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곧바로 펜션에 돌아간다. 그러나 안나는 이미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라파엘은 자신의 이웃에 사는 전직 형사 마르크와 함께 안나을 찾아 나선다. 

안나는 일명 '브루클린의 소녀'로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던 사건의 한 축에 있었던 소녀이다. 하인츠 키퍼라는 인면수심의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되어 약 2년간 감금되어 온갖 고문과 강간을 당하다가 어느날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데, 소녀가 탈출한 후에 그곳은 화재가 나면서 하인츠 키퍼와 감금되어 있던 세 명의 소녀가 숨진다. 

안나는 당시에는 그곳에 다른 소녀들이 자신과 같이 감금되어 있는 줄을 몰랐는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소녀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위해 프랑스에 왔다가 납치되었던 클레어인데, 자신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클레어에서 안나로 신분세탁을 하고 프랑스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라파엘은 첫 번째 결혼에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번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결혼을 하고 싶었고, 어떤 비밀이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나의 실종사건을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가 어떤 이유로 신분세탁을 했는지를 알게 되고, 그녀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추적하다 보니 안나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님을 감지하게 된다.

한꺼풀 벗겨지는 듯한 이야기의 전개는 다시 새로운 사건의 전개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안나가 16살에 납치되어 25살 의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약 10년의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2016년 8월 31일에서 9월 5일까지의 단 6일 동안에 일어나고 밝혀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퍼즐처럼 한 장, 한 장 맞춰 나가는 재미가 있는데, 두 가지 사건이 따로 따로 전개되다가 하나의 큰 퍼즐의 그림이 된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몇 년 전에 일어난 미성년자 납치 감금 살인사건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또 다른 하나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픽션으로 전개된다)

2016년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로 이런 저런 잡음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화두였는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정치판 이야기가 실감있게 다가온다. 사이코패스의 미성년자 납치 감금, 권력층의 비리, 혼외자, 출생의 비밀, 대통령 만들기, 경찰, 검찰에 대한 권력층의 압박 등이 이야기의 소재인데, 그런 소재들이 아주 잘 버무려진 소설이다.

분명 소설이기는 한데,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브루클린의 소녀>를 읽으면서 소설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요인이다.

'기욤 뮈소'는 한국에서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의 순위에 오른다는 것을 의식한 듯, 소설 속에 수연이라는 한국 여성을 잠깐 등장시킨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법도 흥미로운데, 전직 형사인 마르크는 형사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소설가인 라파엘은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또한 소설 속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따라잡는 독자들이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매력이다. 

'기욤 뮈소'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장르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소설마다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의 덧없는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해 깊이있는 통찰을 시도한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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