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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평점 :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1991)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2017>는 한 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1680년대에 아름다운 비올라 디 감바 이중주를 작곡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 생트 콜롱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기에 작품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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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가톨릭 사제이며 최초로 새소리를 기보한 음악가인 시미언 피즈 체니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체니는 1860년에서 1880년 사제직에 있으면서 사제관 정원의 새들의 기저귀는 소리, 풀잎의 소리, 반쯤 찬 양동이에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까지도 기보로 썼다. 그러나 그의 이런 기보는 당시 출판 거절을 당했다.
후에, 그의 딸 로즈먼드가 사비로 출판한 유고집이 <야생의 숲>이다.
유명한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 자크는 1893년 체니의 유일한 책 <야생의 숲 노트>를 읽고 기보하면서 혹은 나무들과 갈대밭에 가득한 새들의 소리를 채보하면서 명곡 현악 4중주 제 12번을 썼다고 한다.
사제관에 있는 정원은 체니의 아내인 에바가 사랑했던 정원 이자 시미언이 가꾸면서 죽은 아내를 그리워 했던 정원, 훗날 딸인 로즈먼드가 사랑하게 되는 정원이다.
이 이야기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시미언의 아내인 에바는 딸을 낳은 후, 1시간도 못 되어서 죽는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시미언은 출산의 고통을 겪는 아내 대신 태어날 아이가 살아 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산파에게 말한다.
태어날 딸 보다 아내를 더욱 사랑했지만.....
에바는 화장을 하여 그가 가꾸던 정원의 연못에 뿌려진다. 에바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에바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담시 태어난 딸 로즈먼드에게 더 관심을 가진다.
아내의 정원을 가꾸면서 그곳에 오는 새들의 소리, 작은 물방울 소리까지도 음악이 되어 기보로 써지지만 그의 이런 기보는 출판사의 거절로 출판 조차 못한다.
어른이 된 딸이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니 딸을 사제관에서 쫒아 내고 홀로 정원을 가꾼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간직한 채....
딸은 다시 사제관으로 돌아오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이후 딸은 그 정원을 가꾸게 되면서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소설과 희곡의 중간, 이야기와 산문시, 희곡이 어우러진 형태 등등 여러 의견이 있다. 작가는 일본의 전통극인 노와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보면 공연을 위한 희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대가 있고, 배우인 시미언, 1인2역인 로즈먼드와 에바 그리고 내래이터가 있다. 아니 초혼극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인 키냐르가 죽은 시미언을 불러 오고, 시미언이 죽은 아내인 에바를 부르는 초혼극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내를 잃은 시미언의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내의 죽음이 딸 때문이라는 생각에 딸에 대한 원망과 무관심으로 로즈먼드의 삶이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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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무지개가 뜨고 로즈먼드와 내래이터가 무대를 등지고 무지개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원망,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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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까지 음악으로 표현할 정도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아름답고 경이롭기도 하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도빌 시의 <책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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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찬가입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의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생생한 자연이 소리 같은 그런 음악: 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