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작가로 어릴적에(9살~14살)에 프라하에서 살았으며, 약 20년간 러시아어 통역 일을 하였으며, 200 번 이상에 걸쳐서 러시아를 왕래했기에 일본인이면서도 동유럽과 러시아의 정서를 잘 아는 편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사람들만이 아는 이방인의 경우에는 알 수 없는 우화때문에 배꼽을 잡고 웃어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에서 맛없기로 유명한 '여행자 아침 식사'이다.
그외에도 작가는 음식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해 주는데, 프랑스말을 모르는 러시아인이 프랑스 레스트랑에서 옆의 프랑스인을 따라서 음식을 시키는 에피소드도 참 재미있다.

작가는 하루에 책 7권을 읽을 정도로 왕성한 독서욕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선천적으로 왕성한 식욕도 가지고 있어서 별명이 쓰바키히메(냠냠공주)일 정도로 식탐도 많았다고 한다.
책의 부제가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 기행'이라는 글과 너무도 딱 떨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음식에 관한 37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작가의 탐구적인 독서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프라하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맛 본 '터키꿀엿'과 한 숟가락 맛만 보았던 '할바'의 맛을 찾아서 그리고 그 뿌리를 찾아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끊임없이 맛을 찾는 모습도 대단하지만,그와 유사한 맛을 가진 '터키꿀엿''할바''누가''규히엿''라쿠간''폴보로'가 그 원류가 서로 혈연관계일 것이라는 것을 백과사전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 나온 자료들을 통해서 입증해 보기도 하고, 각각 그것을 만드는 방법도 찾아서 기록해 두는 것을 보니, '지식 여행자'라는 수식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맛을 찾으면서 겪는 과정에서 위트가 안 빠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감자, 토마토의 전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지식 여행자로서의 역할도 돋보인다.
감자가 러시아에 전래되었을 당시 그 생김새가 너무 못생겨서 먹기를 꺼렸고, '악마의 음식'이라는 소문까지 돌아서 표르트대제가 먼저 시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감자를 먹으면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또한, 감자의 맛이 싱거워서 그냥 먹기가 힘들어 소스, 버터 등을 곁들어야 했지만, 그 가격이 감자의 가격보다 비싸니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과정도 세세한 문헌을 찾아가면서 설명해 준다.



 작가가 음식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 음식에 대해서 알고자 하면 문헌을 찾아 볼 만큼 찾아보고, 그 음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으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물어보고, 맛을 볼 수 있으면 그 맛을 비교하고 먹어보는 그런 스타일이다.

흔히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미식견문록'이라는 제목에 이끌린다면, 세계적인 유명한 음식점이나 세계적인 음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코스별로 나오는 거창한 음식들이 아닌, 작가가 그동안의 생활에서 맛 볼 수 있었던 음식들, 그리고, 음식 재료 (감자, 달걀, 사과, 양젖, 토마토)등에 얽힌 에피소드이며 그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참고문헌(독자들이 듣도 읽지도 못했을 책들이 대부분일 것이다)의 구절 인용, 러시아 우화, 일본 우화, 속담까지 다양한 자료가 작가의 독특한 유머감각까지 동원된 재미있는 음식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의 글들의 특징은 어떤 이야기가 처음 시작될 때와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지는듯, 헛소문, 뜬소문, 뒷소문을 들려주다가, 결국에는 참고자료를 통한 깊이 지식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전적 지식이 나오면 지루할 것같은데, 작가의 글이 워낙 재미있어서 지루한 감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에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으며, 요즘 일본에서는 '요네하라 마리'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은 처음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호기심이 생겼기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계속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또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이 선을 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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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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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풍경과 상처 - 김훈 기행산문집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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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소설마다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김훈이 1994년에 발표한 기행 산문집을 2009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꾸몄다. 

기행산문집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여행지에 대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에 나오는 산문집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문체들과 낱말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전군가도,을숙도, 경주 남산, 울진 월송정, 망양정, 다산초당......   등 우리가 한 번쯤은 언젠가 거쳐 갔었던 곳들을 돌아보면서 그 풍경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사유한다. 경치에 푹 빠져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풍경과 인문학적 사유가 서로 스며 들어서 한 줄의 글로 표현되는 것이다.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뿐이며, 상처는 풍경에 어떻게 담기며 풍경은 상처를 어떻게 보여주는 가에 대한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담겨져 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작가의 생각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중간 중간 혼돈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산문집이 가지는 특징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냥 붓가는대로 쓴 글이라기 보다는 '풍경과 상처'속의 글들은 문장 구석구석에 작가의 깊은 생각들이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숨어 있는 느낌으로 읽었기때문이다. 깊이감이 있는 책인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작품속에 또 다른 작품이 등장하여, 그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공유할 수 있어서, 전에 읽었던 그 작품들을 시간나는대로 다시 꺼내서 읽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개정판이 나오면서 쓴 작가의 글을 여기에 붙여넣어 본다. 이 글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오래 전에 쓴 글이다.
여기에 묶인 글을 쓰던 시절에 나는 언어를 물감처럼 주물러서 내 사유의 무늬를 그리려 했다.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몸의 호흡과 글의 리듬이 서로 엉기고, 외계의 사물이 내면의 언어에 실려서 빚어지는 새로운 풍경을 나는 그리고 싶었다. 그 모색은 완성이 아니라 흔적으로 여기에 남아 있다.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한다.
그러하되, 여기에 묶은 글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 오지의 풍경을 보여준다.

2009년 가을, 김훈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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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대니얼 고틀립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고난과 역경의 악순환이었다. 학창시절 학습 장애로 낙제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내의 암투병, 그리고, 33살의 젊은 나이에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된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는 충격, 슬픔, 분노, 공포의 느낌을 넘어 그의 마음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세상과 사람과의 괴리감이었다. 그후, 우울증, 아내와의 이혼, 아내, 누나, 어머니의 죽음....
그런데, 고틀립의 악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딸의 아들(손자)의 자폐증으로 연결된다. 고틀립은 손자 샘에게 살아가면서 견디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인생에 관한 32통의 편지를 엮어서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읽고, 고틀립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마음에게 말걸기'의 서문에 한국인의 이메일이 소개되는데,내용은 '당신은 손자 샘의 마음에 고여 있는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물을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일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아름다운 심리학자입니다.'라는 내용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이메일의 느낌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틀립이 말한 세상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나쁜 소식만을 들은 저자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생각을 빌린다면, 이런 모든 고난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이며, 많은 사람들이 심리치료를 받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책을 출간하여 독자들의 인생을 보다 밝게 만들어 주는 이가 된 것이다.

고틀립은 '마음에게 말걸기'를 통해서 심리치료사로서 자신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의 이야기, 가족 이야기, 어릴적의 자신의 이야기, 교통사고후의 자신의 심리와 치료,자기계발서를 비롯한 책의 내용, 우화(랍비 이야기) 등의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치유해준다.
인간이 인생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동물과 달리 자의식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인간을 살아가면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라는 글자가 크고 선명하면 할수록 정체성은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데, '나'라는 글자가 작아지고 흐릿해져서 자신에게 닥치는 힘든 일들이 단지 그저 스쳐가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인생의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삶의 지혜로움이란 우리가 정체성이 없어도 살아 갈 수 있음을 아는 것이며 '나'를 보이지 않는 잉크로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행동하고 꿈과 희망을 향해서 질주하기를 이야기하지만, 고틀립의 삶의 방법은 많은 역경과 고통속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음'이다.
희망은 언제나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희망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희망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 내 인생을 바꾸어 주리라는 기대 속에 가두어 버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희망없음이 꼭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없음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다음과 같은 삶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 142)
고틀립의 경우, 교통사고후에, 자신이 정상인으로 살아가기를 원했을 때는 힘들었고, 거기에서 다시 휠체어만 타지 않을 수 있다면, 다시, 팔만 움직일 수 있다면, 다시, 소변통만 달고 다니지 않는다면, 이렇게 차례 차례 내려놓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 들었을 때에 행복해 질 수 있었으며, 나아가서는 현재의 상태보다 더 힘든 상황이 아닌 것을 감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생은 삶과 죽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이런 것들의 반복이다.
역경과 고통속에서 힘들어서, 지쳐서, 불행하게 살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힘든 부분들을 차례 차례 내려놓는 일, 그리고 사랑과 연민으로 자신과 고통받는 사람을 끌어 안을 때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라는 정체성을 버릴 때에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자신의 두딸과의 경험에 의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되, 자녀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자녀들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도와주기를 이야기한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까지 줄 순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을 수 없는, 꿈속에서도 닿지 못 할 내일의 집에.   

                                                                (칼린 지브란) (p112)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희망을 버리기 때문에 행복해 지는 길을 안내해 준다.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그런데, 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고틀립은 현재 63세의 나이인데, 점점 자신의 몸이 허약해 짐을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자신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말을 건넨다. 
인생을 온전하게 살아갈 때 나는 깊은 고통과 결핍감마저 느낀다. 나는 내 몸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악화되는 것을 느낀다. 죽음이 한쪽 볼에 키스를 하고 그와 동시에 삶이 다른 한쪽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이 느껴질 때 나는 완전히 깨어나 생생하게 살아가며 절망과 허무와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사랑과 감사로 충만해 진다.  (p220)
앞으로도 좋은 글을 읽고 싶은 독자로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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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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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핀란드인들이 일상속에서 즐기는 디자인이 세계인들의 트랜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근거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핀란드인들만의 일관된 철학과 노력이 디자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핀란드에서 아티스트, 디자이너, 큐레이터, 아트디렉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애경씨가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작가는 핀란드와 한국의 디자인 뿐만아니라, 문화 교류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작가가 핀란드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디자인 전반에 걸친, 그리고 핀란드인의 생활까지를 자신의 주관에 따라 쓴 책이다. 작가는 이 책에 핀란드의 풍경이나 디자인 작품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글의 분위기가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문장도 있고, 핀란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여행 에세이와 같은 느낌도 있고, 사색적인 기분이 드는 정서적인 수필같기도 하고, 디자인에 관한 작품 소개와 작가의 성향 등을 쓸 때는 전문 서적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한 권의 책에서 몇 가지 장르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작가는 다양하고 뛰어난 문장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중앙역의 조명은 참 예술적이다. 하늘을 향해서 뚫린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과 조명이 합쳐져서 날씨 변화에 따라 내부공간의 느낌이 사람의 감정을 좌우한다. 가로등의 디자인도 부드러우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해파리가 수축했다가 팽창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두사 조명응 위, 아래로 간격이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바닷속을 연상할 정도로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같다.
이처럼, 핀란드의 디자인은 자연 모습을 그대로 본딴 경우가 많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으며, 직장에서도 개인 컵을 구비할 정도로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한다. 그때 사용하는 도자기컵의 디자인이나 문양도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작나무나 사슴뿔까지도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되고, 유리컵에서는 북유럽인 핀란드의 차가운 느낌이 드는 얼음이나 철새도 많이 응용된다. 디자인이 자연모습 그래로 표현되는 것이다.







 핀란드의 디자인이란 인간과 자연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며 최대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예술적 감각을 디자인 개발에 웅용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작품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핀란드 디자인에서 '에코 디자인'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손 작업을 통해서 재탄생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특히, 많이 쓰이는 재활용 재료로는 자동차 폐타이어가 여름 샌들, 가방, 벨트로 변신을 하고, 컴퓨터 자판은 반지와 귀걸이 등의 악세사리, 군용 의류나 낙하산 등은 가방, 의류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에코 디자인'의 제품만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의 특징은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재료들이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실용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것으로,같은 타입의 제품일지라도 모양만 같고 다른 천으로 만들 수도 있고, 재료만 같고 모양은 다르거나 일부 디테일만 변경되는 세상에 딱 하나 뿐인 제품이 된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에코 디자인'이야말로 핀란드의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디자인 분야를 살펴 보아도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 아이템을 읽을 수 있다. 공원은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하여 서로 구별되는 공간으로 나누어 진다.어린이들의 공간은 흙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소꼽놀이 장소로, 청소년들의 공간은 탁트인 공간으로 높낮이가 다르게 점프할 수 있는 보드 시설이 있는 장소, 노인들의 공간은 낮은 나무 울타리,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공간, 놀이 시설인 대형 체스판이 놓인 장소가 된다.

이처럼, 어떤 공간이라도 실용적이고 목적에 맞게 디자인되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동네에 도로 뒷편에 아파트 담을 따라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더니, 그 운치있던 길에 보도블럭을 깔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일인가?
연말이면 서울의 여기 저기 보도는 파헤쳐진다. 별다를 것도 없는 보도블럭 교체 작업, 건널목의 조형물들의 교체....
핀란드에서는 도시계획이 100년을 전후해서 계획된다. 마스터 플랜 재정비에만 30년이 걸린다. 보도의 벽돌 하나도 함부로 옮길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은 모두 우리의 자산이 아닌 자손에게 물려 줄 문화 유산이라는 생각에서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핀란드에 가면 여기 저기 놓여 있는 벤치조차도 전통이 깃든 모습 그래로라고 한다. 낡았지만 함부로 교체하지 않고 전통을 그래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핀란드의 자작나무 벤치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것일뿐아니라 보수하거나 교체할 때도 같은 디자인으로 재생산하여 교체한다고 한다. 이것도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서 실행된다니 우리나라 행정부에서도 한 번쯤 반성해 볼 문제인 것이다.



 만약에, 거리 구석에 서 있는 나무가 줄기나 뿌리가 차도쪽으로 한 부분이 나오게 되면, 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설치대를 구부리는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 것이 핀란드인들의 생각인 것이다.
우리처럼 '새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활용하면서 인간적인 도시 모습을 그리고, 자연이 숨쉬고, 역사와 전통이 묻은 도시를 고수하는 것이다.
핀란드 작가중에 '산나 칼슨수띠수나'는 죽은 나무만을 가지고 조각을 한다고 한다. 또 어떤 판화 작가는 버려진 낡은 창틀을 판화 작업의 프레임으로 사용할 정도로 자연을 보호하려는 생각이나 재활용에 많은 디자인의 가치를 두고 있다.



그리고, 공사장의 가림막도 예술적으로 설치하고 밤이면 불빛을 비쳐서 하얀 꽃동굴을 지나가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그런 디자인은 참 멋지고 인간중심적인 생각이 아닐까?



 크리스마스의 장식중에 버려진 자작나무의 얇은 부분만을 이용한 제품, 나무만을 사용한 제품도 특색이 있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최대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버려지는 쓰레기도 활용하는 친환경 디자인, 대를 이어서 보수하고 활용하는 정신,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하고 옛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핀란드 디자인에서 자연 생태계를 지키려는 마음 에서 비롯되는'에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나, 전통과 역사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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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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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출간되기가 무섭게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오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작인 '1Q84'로 일본 문학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 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것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상실의 시대'는 가장 리얼리즘에 입각해서 쓴 소설이라고도 한다. 하루키의 소설이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들과  다양한 주제의 구성으로 복선이 많이 깔린데 비한다면 '상실의 시대'는 이해하기에는 좀 무난한 작품인 것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비틀즈의 노래인 '노르웨이의 숲'이다. 출간 당시 그 노래가 흘러 나오는 TV의 CF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도 했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조금은 야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 그런 소설이면서 우리나라의 소설들처럼 잔잔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음울한 느낌이 든다. 화자인 와타나베와 나오코. 와타나베와 미도리의 관계가 주요 인물의 설정이고 이야기의 중심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 이것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죽음의 끝을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슬프니까 이런 생각이 더 바람직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잃어버리는 것과 영원히 기억하는 것, 떠나 보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나 표현 능력은 참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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