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빅 픽처'를 구입한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책꽂이에는 읽으려고 꽂아둔 책들이 여러 권이 있어서 사놓고도 선뜻 읽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주게 되고, 그리고 또 다시 '빅 픽처'를 주문하여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는 것도 읽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지만, 내용이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자신이 평소하고 싶었던 사진작가의 글을 걷게 되는 이야기라는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이 책을 사게 된 것이다.
내 조카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도 있고, 조각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서 그 문 옆에서 서성거리는 조카도 있다.
내 생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고, 가장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들의 길을 가도록 밀어주라고 이야기하곤 하기에 이 책이 더 호기심이 같던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달여가 지나갔다.
이제는 아무리 읽을 책이 많아도 '빅 픽처'를 손에 잡지 않으면 언제 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때까지도 이 책의 장르가 스릴러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1부의 상당부분까지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사진작가의 삶을 살지 못하는 '벤 브래이드포드'가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안스러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이 느낌은 정말 '빅 픽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말로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벤 브래이드포드'가 저지르게 되는 살인사건.
그것이 아무리 순간의 실수가 빗어낸 사건이라고 하지만, 사체를 훼손시키면서 냉동실에 넣는 장면이나 그의 변호사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가 엘리트인 변호사이기에 용서될 수 있는 행동이지, 만약에 흉악범의 소행이라면 인면수심의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왜 나는 '벤 브래이드포드'의 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왜 그가 완전범죄로 경찰에 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벤이 꿈꾸던 삶, 진정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벤은 변호사였던 '벤 브래드포드'의 삶에서도.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는 '게리 서머스'의 삶에서도.
영원히 숨어서 세상이 발견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하는 '앤드류 타벨'의 삶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었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 벤 브래드 포드의 삶

6살 어린시절, 외할아버지의 콘도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서 본 세상.
그것은 벤이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인생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극구 말리게 되고, 원하지 않는 변호사가 된다.


 

그가 얻은
'최소한 연봉 50만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p49)
아내의 불륜으로 그의 상대인 '게리 서머스'를 순간적인 실수로 죽이게 된다.
그 살인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보고 싶다.
게리는 자신보다 부유한 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사진작가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잡지사, 신문사, 출판사 등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하는 자이다.
게리의  사진작가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과 허세는 벤이 접은 꿈보다는 훨씬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 했으니까. (p169)

벤은 사진작가의 꿈을 접고도 못 이룬 꿈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값비싼 사진 기자재를 사 모으지만, 게리는 값싼 사진기를 들고도 사진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거기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게리와의 불륜을 이어가는 아내에 대한 혐오감까지....


* 게리 서머스의 삶

완전범죄를 위해서는 죽은 게리로 변신을 해야한다. 이미 벤은 죽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게리의 삶을 살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함께 사진작가로 변신.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p271)

그가 원하던 삶임에는 틀림없으나, 벤이 게리가 아닌 이상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는 없다.
새로운 사랑, 앤까지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불안한 생활.
'몬태난'지의 사진 연재와 함께 찾아온 절호의 기회.
불타는 화재 장면의 한 컷의 사진이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로버트 카파의 전쟁터에서의 사진중에 순간의 포착으로 유명한 '쓰러지는 병사' 처럼.

잠깐 생각해 보니,
로버트 카파의 삶도 극적인 삶이었는데....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게리 서머스는 벤 브래드포드이기에 세상에 알려지면 범죄사실이 드러나게 될 수 밖에....
자신이 원하는 삶의 한 복판에 있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
그래서 벤이 또 한번 안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한 때 내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죽은 후에야 깨달았다. (p376)

* 앤드류 타벨의 삶

게리 서머스도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물론, 벤은 살아 있지만....
그렇다면 게리의 삶을 살았던 벤은 또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그를 도와주는 앤을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들도 생기지만, 벤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아들인 애덤의 생일날, 아들을 그리며 먼 길을 찾아 나서는 벤.
그러나, 아들 애덤을 만날 수 없는 그런 아픔이 그에게는 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인물의 삶으로는 벤의 아내 '베스'의 삶이다.

* 아내 베스의 삶

결혼보다는, 육아보다는 작가의 길을 원했지만, 몇 편의 소설이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의 엄마처럼 무능력한 주부로 살아가는 길을 경멸한다.
그 원인을 남편 벤에서서 찾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를 어머니처럼 만들다며, 재능있고 독립적인 여자를 교외 지역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게 만들었다며, 나를 탓했다. (p61)

아내와의 갈등이 시작될 때에 벤의 지나친 망상이었다고 생각되었던 불륜이 드러나게 되고(베스는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르지만), 이것이 빌미가 되어 남편 벤을 기막힌 삶의 모습으로 변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남편 벤의 죽음이후 새로운 재력가를 만나 결혼한 베스.
난, 초반에는 베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여인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그녀의 삶이 속물스럽다.

처음 접해본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인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더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작가이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조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작가이기도 한데, 그의 특징은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와 박학다식한 면모를 갖춘 글을 쓰기로 평판이 나 있다.
특히, 그는 풍부한 예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가고자하는 벤의 역할에 맞는 사진적 소양을 가져야만 쓸 수 있는 내용들의 글이 많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완전범죄를  꾀하는 벤의 행동들이 변호사로서의 경험에 의해서 처리되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혆고 있다.
끔찍한 살인이후의 사체처리 과정, 요트에 싣고 나가서 폭발시키는 과정 등.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범죄를 은닉하려는 범인의 행동을 그대로 추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탁월하며,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추진력있고, 박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않은 노란 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빅 픽처'처럼 그런 이야기가 가슴에 크게 와닿으면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벤 브래드포드의 아버지가 자식의 꿈을 조금이나만 이해하고 도와주었다면 그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며, 그 속에서 작고 큰 행복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자녀사랑이 참다운 자식사랑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집착하지 말고, 오늘의 삶에 충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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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 I Love Series 10
김희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와 멜번에 관한 관광서적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책이 그 책인듯한 천편일률적인 책들.
남들이 다 가보는 인증샷을 찍기위한 '시드니와 멜번'에 관한 책이 아닌 현지인들이 찾는 진짜 '시드니와 멜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보를 담은 특색있는 책이 바로 '김희연'이 쓴'i love Sydney & Melbourne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희연'은 자신만의 여행을 위해서 호주를 가게 되었고, 호주에서의 한 달 동안의 여행이 자신의 인생에서 그 어느때보다 즐거웠기에, 내친김에 호주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대학졸업 후에 잡지사 기자와 홍보 전문가의 일을 했기에 저자 자신이 2 년간에 걸쳐서 직접 기획, 취재, 편집하여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에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보다는 여행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부딪히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담겨 있으며, 호주 여행에서 체험할 수 있는'익사이팅'한 젊은 감각이 톡톡 튀는 신선한 여행 정보들이 많이 있는 책이다.
여기에서 여행책자를 고를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최신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이 책은 2011년 1월을 기준으로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다.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여행관련 책들이 업데이트를 신속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여행의 길잡이가 되는 최신 지도가 앞 뒤로 부착되어 있는데, 여행을 위해서는 절취하여 간단히 포켓에 넣어도 될 정도로 접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part 3 의 '시드니 & 멜번 테마별 가이드'인데 자신의 여행 테마에 맞게 골라서 보아도 좋다.

호주를 이해하는 키워드 5

1. 비치& 서핑
2. 백팩커 파라다이스
3. 멀티컬쳐
4. 와일드 라이프
5. 여유로움
을 들 수 있다.



시드니와 멜번은 같은 나라 안에 있으면서도 그 도시의 색채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도시이다.


시드니는 'open city'다. 다양한 기회들이 열려 있고, 사람들도 '이방인'이란 개념없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어준다. (p28)
멜번은 세계각국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녹아있는 뜨거운 용광로다. 하나의 도시 안에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곳곳의 모습과 얼굴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p36)

내가 알고 있던 시드니 & 멜번 보다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의 별미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에서도 그 특색이 있다. 물론, 호주는 호주만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은 없다. 그러나 식재료가 풍부해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테이크에서부터 '캥거루 스테이크', ' 에뮤(대형주조류) 스테이크, 악어 스테이크까지.
그러나, 역시 내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풍부한 해산물 요리들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시드니 & 멜번 테마여행.
천편일률적인 여행일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되살릴 수 있는 테마여행.





이것이 바로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액티비티 & 체험여행인 것이다.

언젠가 연예인들이 시드니에서 체험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 '브리지 클라임'

134m 높이 하버 브리지 정상을 걸으며 시드니를 내려다 보는 독특한 액티비티.

소요시간이 3시간 30분이고 예약은 필수.


그러나,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사양해야 되겠다.
마카오 타워에서조차 유리로 된 공간을 걸어 보지를 못했으니....
Sea Plane, Surfing, Jet Boat, Cruise, 열기구.
오호~~ 열기구...
이것 역시,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도 새벽에 탈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는데, 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간이 콩알만해서....'
그런데, 어쩌면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는 사고가 있었다. 그것도 한국 관광객들이 탔던 열기구가 추락한 사건이 내가 카파도키아를 다녀오고 1년후에 일어났으니....

멜번에 간다면 골목길 걷기가 좋은 추억을 남겨 준다고 한다.


책으로만 읽기에는 방랑기질이 살아나려고 한다.
혼자가는 여행은 아직 해본 적이 없고, 며칠간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호주의 시드니& 멜번은 왜 이리도 매력적인 도시인지, 또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의 목록에 끼워넣어 둔다.
멀지 않아 시드니와 멜번으로 떠나는 날에는 내 여행가방 속에 'i love Sydney & Melbourne 아이 러브 시드니 & 멜번' 넣어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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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4 - 3"
이것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머리속이 하얗게 질려버리는 충격적인 사건후에 홀로 남은 바버라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는 바버라의 행동과 마음은 보통사람과 다르다.
물론, 그 깊이는 더 깊고 시리고 아프지만.....
한 순간에 잃어버린 가족들을 잊기보다는 그 아름다웠던 기억 한 조각 한 조각을 모으고 가슴에 아로새기는 이야기가 더 처절하게 아파오는 것이다.


'4 빼기 3'은 전 독일 국민을 울린 감동의 실화이기에 더 가슴이 아픈 것이다.

2008년 3월 20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 닥친 불행.
바버라는 자신의 일을 하기위해서 먼저 집을 나서고, 남편인 헬리는 평소 몰고 다니는 노란 피에로 버스에 아들 티모와 딸 피니를 태우고 기차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열차와 충돌하게 된다.
그 교통사고로 인하여 바버라는 남편과 아들과 딸을 차례로 모두 잃게 된다.

  
남편인 헬리는 빨간코에 피에로 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던 피에로.
바버라 역시 병원에서 병마와 죽음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피에로역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힘겹기만 하다. 
가족을 잃게 되는 교통사고가 일어난후에, 홀로 남은 바버라의 심경과 생활을 이 책은 너무도 절절하게 담고 있다.
바버라가 이 책의 첫 문장을 어떤 말부터 시작하여 써야할 것인지도 힘겨워했다는 것을 책을 펼치는 순간 느끼게 된다.

내가슴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사람들은 이런 시간들을 '과거'라고 부른다.
나는 이제야 '과거'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짧을 줄은 몰랐다. (p11)


그런데, 바버라가 충격적인 운명을 접하는 모습이나 사건이후의 일상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점들이 많다.
아픔을.... 상실을.... 헤어짐을....
남다르게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더 가슴이 시려올 정도이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 딸의 장례식을 '영혼의 축제'로 꾸미는 것이다.
장엄하고 슬픈 장례식이 아닌 피에로의 축제로.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초대한다. 남편이 피에로였기에 동료 피에로들은 피에로 복장으로, 그리고 다른 초대 손님들도 검정 옷이 아닌 화려하고 화사하게 입고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위한 꽃 세송이를 가져오라고....
또 하나의 부탁은 바버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죽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 또는 자신이 모르는 재미있는 추억이 담긴 글을 써서 가져오라고 한다.

'기억'이란 마치 만화경과 같다. 들여다 볼 때마다 매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만화경 속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조그만 돌들이 가득 들어 있다. 흔들 때마다 다른 그림, 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하지만 절대 거기 들어 있는 돌들을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다. 그러니 그저 지금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는 끝도 없을 만클 넓디넓지만,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은 늘 나를 감질나게 하는 짧은 장면들뿐이다. (p25)

영혼의 축제는 음악이 흘러 넘치고 화려하게.... 그리고 왁자지껄하게.
장례식에 참석한 한 노부인이 이 광경에 아연실색할 정도로 기막힌 방법으로 고인들을 떠내 보낸다.
마지막에는 오색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바버라에게는 더 큰 마음의 슬픔을 이겨나가는 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인들을 하늘로 떠나보내는.... 그리고 티모가 천사가 되는 그런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런 바버라의 죽음을 대하는 생각과 보내는 행동은 새롭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기에 그들이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모두 좋은 뜻'이라는 것입니다. (p68)


장례식 이후에 동그마니 홀로 남은 그녀에게 홀로선다는 것.
그리고, 가족들을 보낸 후에 견딘다는 것.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향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
삶은 그녀에게 '고통, 슬픔, 분노'라는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상실의 단계인 고통, 슬픔, 분노를 이겨나가야만 한다.
상실의 마지막 단계는 '열린 마음과 새출발'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독하고 아픈 슬픔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1년간의 기록이다.
그녀는 차곡 차곡 가족들의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가고 있으며, 언제까지나 그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바버라는 운명이, 삶이 그녀에게 무엇을 주려고 했는가를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그 아픔속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족들을 잃기 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바버라가 슬픔을 슬픔 그대로 받아들여서  펑펑 울었다면,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면 그 치유가 더 빨랐을지 모르나 그녀는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기에 더 처절하고 힘들고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슬픔을 슬픔이 아닌, 가족의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견텨낸 것이다.
그녀는 그 기억을 모조리 가슴속에, 머리속에 담아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낼 수 없으니까.
그러나 마치 그녀는 '쿨'하게 가족들을 떠나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그후의 생활도 아픈 모습들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많이 작용하여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안으로 깊이 숨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받은 수많은 편지중에서
'나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반드시 끔찍한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죽음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고마운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영원한 삶이 있는 곳, 조건이 없는 사랑, 운명에 대한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249)
세상은 그녀에게 '더 이상 침대속에 숨어있지 말라'고 경고하듯하지만
'하지만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날 더러 뭘 어쩌란 말이야?' (p254)



 

지금, 홀로 살아남은 그녀는 가족들의 죽음을 통해 탈바꿈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후에 느꼈던 감정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더 슬픈 감정의 표현인가를 느끼게 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슬픈 이야기이지만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면서도, 잔잔하게 흐르는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명상록의 한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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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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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어떤 관점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까.
우리 국민들은 천안함사건이나 연평도포격 사건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운의 후계자만들기를 위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사건이나, 그외의 많은 사건들을 통해서 진짜 중국의 얼굴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중국은 고대문명의 발상지중의 한 곳으로 19세기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서 짓밟히기 전까지는 아시아의 패권을 걸머쥔 존재였다.

중국은 유럽 열강에 짓밟히는 과정에서 커다란 교훈을 배우게 된다.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은밀하게 힘을기른다는 의미의 도광양회(韜光養晦), 혹은 평화롭게 대국화한다는 의미의 화평굴기(和平堀起), (...)
의역하면 "지금은 약해서 고개를 숙일 것이니 남들도 나를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것은 중국의 두 얼굴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런 행보를 해야했고, 고구려부터 계속되는 침략과 약탈, 조공에 시달리면서 큰 나라로 섬겨야 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6.25 전쟁에서의 중공군 개입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 본토의 공산화와 북한과의 친밀한 외교관계 등.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이런 사실들은 망각한 채 중국에 대한 편향적인 친중관계를 유지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우호국가였던 미국에 대한 반미와 함께 친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국이 그동안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정책을 보면

(1)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나라에는 이이제이(以夷制夷) - 소련, 인도
(2) 똑똑하고 끈짉ㄴ 요주의 대상국가에 대해서는 분리, 지배정책 - 한국, 베트남
(3) 힘이 없는 나라는 무자비하게 정복한다. - 티베트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그것이 세계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어떠할까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바꾸어서 경제적인 면에서의 중국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우리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물품들중의 상당수가 Maid in china 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중국.
그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중국은 외자유치와 생산의 확대, 그리고 생산품의 자유로운 수출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발전모델을 시도하는데, 이것을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가 꺾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최근 2년사이 4조위안 이상의 돈이 중국내에 풀렸는데 그중의 1/2는 지방정부로,  1/2는 국영기업에 대출되었는데, 이런 대출은 3~5년 뒤에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중 상당수는 부실채권이고, 그러니 중국 경제는 4~5년내에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우리가 중국의 행보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에는 다들 수긍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얼마전에 읽은 신문기자가 쓴 '페이스 오프 상하이/ 신동흔, 랜덤하우스 코리아, 2010'에서도 상하이라는 특수한 중국의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밀도있게 다루어 주었는데, 그 책과 함께 읽어 보아도 좋을 정도로 중국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중국이 미래에 국제정세에 미치게 될 상황들을 생각해보게 해준다.
중국의 천안문사태, 동북공정, 티베트 침공, 언론의 통제,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인 '시진펑'에 대해서는 관심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사안들이다.
현재 중국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시진펑'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그가 비밀로 열린 공산주의 비밀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되었다. 그를 ' the next emperor'로 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여기에서 키워드는 '비밀회의' 그리고 '황제'라는 표현이다.
마치 북한의 김정은 후계자 선정과 닮지 않았는가?
21세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결코 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북공정과도 연관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에 시중에는 중국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한 권의 서적을 읽기보다는 권위있는 저자가 쓴 몇 권의 서적을 읽어보는 것이 중국의 현실을. 그리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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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편지 -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나 자신과의 대면
휴 프레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일기를 언제까지 써 봤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하다.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미니홈피에 쓰다가 그만 둔 지도 한참이 지난 것같다.
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안네의 일기'이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소녀적인 이야기가 특히 감동적이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노란 메모지의 묶음', 즉 일기인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일화가 재미있다. 이 책의 저자인 '휴 프레이더'(1938년생)는 목사이면서 강연자이기도 한데, 젊은 날에 (1968년)에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 교사였던 아내에게 2년동안 생계를 책임지라고 했단다.
흔쾌히 승락한 아내의 말에 집필을 했지만 어떤 출판사도 그의 글을 출간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자신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일기장에 메모해 두었던 글들을 발췌해서(노란 메모지 묶음) 출판사로 들고 갔다. 역시 퇴짜.
어렵게 아주 작은 출판사. 그때까지 단 3권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게 되었고, 광고조차 해보지를 못했는데, 어느새 입소문에 입소문으로 퍼져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그 책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처음 출간한 것은 1970 년이고, 그후 출간 20년을 맞는 1989년에 약간의 수정을 거치게 된다.
이처럼, 한 사람의 작품이 많은 출판사로부터 외면을 받다가 빛을 보게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것이다.
'선과 모터사이클관술(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문학지성사,2010)'도 그런 경우의 책이다.
이 책은 '일기'가 가지는 특성인 자기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진솔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날짜도, 일과속의 이야기도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앞에서 말했듯이, 일기장 속에 담겨있는 글들 중에서 발췌해서 묶었기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책을 펼치면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책의 구성도 이 책에서는 넣지 않았다.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그대로 읽어도 무난한 글들이 적혀 있는 것이다.
펼치는 페이지가 그대로 하나의 의미를 갖는 글들인 것이다.
책속의 페이지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다.  
일기라기보다는 명상록의 의미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지개 끝에 있는 행운보다는
무지개가 더 아름답다.
무지개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또 행운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밝혀진다.

아니면, 한 편의 시처럼 읽어도 무난할 것이다.



저자가 젊은 날에 일상속에서 부딪혔던 숱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토대로 하여, 자신, 부인, 가족, 친구, 주변 인물들에게서 느꼈던 감정, 사랑, 행복, 인간관계, 존재 등의 다양한 주제를 그나름대로 떠오르는 단상을 적기도 하고, 성찰을 적기도 하고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하나는 모든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이다.

'진정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내면의 기록'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더 집중해서 읽기 위해서 작고 나직한 소리로 읽어내려갔다.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다른 감정이 살아난다.
지금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내려가지만, 이다음에 읽을 때는 페이지에 구애됨이 없이 그냥 펼진 그 페이지부터 읽어야 겠다.
하루밤에 읽어내려가기엔 아쉬운....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는 일기장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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