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사부 - 제1회 포항국제동해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고즈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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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들은 그동안 통일신라 이전의 삼국시대의 이야기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고대의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건, 문헌의 빈약함도 있겠지만, 그동안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선시대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경향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인 것은 요즘의 TV 사극 드라마들이 좀더 폭넓게, 고구려, 신라, 백제의 이야기를 다루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부' - 분명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이지만, 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우산국을 정벌한 신라의 장군이라는 답 밖에 별로 덧붙일 말이 없는 것이다.
그가 미실의 시아버지이고, 염촉(이차돈)의 생부이거나 삼촌 정도가 된다는 것.
그리고, 소지 마립간이 죽으면서 원종(법흥왕)에 의해서 그의 아버지인 아진종이 제거되고, 지증왕이 왕이 되었다거가 원종이 이사부를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몄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의 내용이기에 나처럼 신라의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은 소설과 허구의 경계선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도 우리의 고대 역사에 백지상태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문학평론가인 하응백의 글이 와닿기에 잠깐 소개한다.

역사소설은 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곡예다. 상상력이 지나치면 믿음이 가지 않고, 역사가 주가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책 뒤표지 글 중에서)

이 문장은 내가 역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는데, 너무도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이 역사 드라마나 역사 소설을 읽을 때는 그래도 판단능력이 있어서 괜찮겠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매체를 대할  때에 많은 혼란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설이기에 정사(正史)라고 생각하면서 읽는 것은 많은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산국을 정벌한 이사부, 그의 삶은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사부가 왕족인 보옥 공주의 아들.
이사부가 마복칠성에 들어갈 때부터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신(信)이다.
“식(食)과 병(兵)부터 구할 것인가, 신(信)부터 구할 것인가.”
그 질문에 그는 신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닥치는 역경 속에서도 신을 추구한다.

신은 쌓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구나. (...) 우산국을 정복한다면 그 신은 현세에 그치지 않고 역사에도 길이 남을 것이다. (P228~229)

그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보여주는 방책.
또한 1차 우산국 정벌후에 기회를 엿보면서 꾸미는 계책은 소설속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역사속의 한 이야기인지 궁금할 정도로 멋진 계략이다.
모든 전쟁에 나설 때에 이사부가 생각하는 것은 소지 마립간의 죽음에 함께 순장되었던 아버지의 혼이 갔을 동해의 기운과 고구려에 볼모로 넘겨진 어머니의 북쪽 기운을 받아서 전쟁에 임하는 것이다.
"동해에 계신 아버지가 도와주리라"는 생각으로~~


전쟁에서의 용맹한 행동과 교묘한 계책에 의한 승리도 잠깐.
그에게 처해지는 원종의 제거 작전. 그리고 그속에서 이사부가 꿈꾸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이사부의 라이벌인 위화랑과의 우정과 견제.
통일신라의 기반이 된 화랑정신은 바로 이사부와 위화랑이 주축이 된 정신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신라사회의 풍속도, 불교가 융성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왕권과 화백회의와의 관계 등 그당시의 정치, 문화, 사회, 종교의 모습들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1억원 고료의 제1회 포항 동해 문학상 수상작인데,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서 적합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이사부'의 작가인 정재민의 이력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현직 판사인 젊은 작가.
이미 단편 '배려'와 장편 '사법연수생의 짜장면 비비는 법'과 '독도 인 더 헤이그'가 있다.
그는 아마도 "법관이 왜 소설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법관의 일과 소설가의일은 닮았다. 법관은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찾고, 소설가는 거짓(허구)들을 통해서 진실을 말한다. 어느 쪽이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위한 일이다. " (책 속표지 글 중에서)

작가가 알고 있던 이사부는 내가 알고 있는 이사부처럼 '우산국을 정복한 장군'이었지만, 작가는 이 단 한 줄의 문장에서 문헌을 찾고 찾아서....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담아서 굴곡많은 이사부의 일생을 멋지게 그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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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 - 업계동향부터 기업분석까지 한눈에 보는 비즈니스 지형도!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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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접었지만 한때는 주식투자라는 것을 한 적이 있다.

매일 같이 경제신문을 구독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 가면서, 그리고 주식투자 관련 책들을 읽어가면서 주식투자를 했지만 남은 것은 마이너스였다.
주식이 가는 방향은 어디로 뛸 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때에 우량기업이라고 했던 기업들의 주가는 상당히 많이 올라 있는 편이고, 그때에 루머를 퍼뜨리는 큰 손들이 유망할 것이라고 부추기던 불량기업들은 이미 경제계에서 그 막을 내린 기업들이 상당수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량기업이 투자 가치가 높은 것은 그만큼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와 함께 현재의 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책 제목은 아니지만, "그때 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가 내 손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이후에 별로 경제동향이나 경제계 뉴스에 접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미국발 금융위기라든가, 세계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라든가, 우리나라 코스피가 이미 2000 선을 넘었다든가 하는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으니, 이 책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
이 책과 유사한 류의 책들이 여러 권이 서점에 나와 있다.
그런데, <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는 전반적인 업계 동향을 조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 머니투데이 기자 35 명이 각자가 맡은 경제 분야에 동원되어서 이 책을 함께 꾸미게 된 것이다.
그만큼 폭넓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국내 최초로 국제 회계기준 (IFRS)를 도입한 <포춘 코리아 500대 기업> 경영실적을 수록하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경제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그 자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프, 포인트 설명, 업계 전문 용어를 설명해 가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이유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기업이나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기업이기는 하나 공시자료를 내놓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자료, 대부업체 등 경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좀처럼 보기 힘든 자료들까지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경제 전문가가 아닐 경우에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 북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책들의 경우에 너무 시각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기업별 핫이슈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선진국 중심의 경제 불안요인이 산재되어 있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
그 혼돈의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의 경제를 좀더 확실하게 바라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지침서가 필요할 것인데, 그 지침서로 <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바탕에는 기업분석이 필수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우리나라 경제 동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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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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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게 되는 커피는 한 끼 식사가격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그 커피가 원산지에서는 불공정한 방법에 의해서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의 원산지는 기후가 더운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히말라야의 해발 2000미터의 찻길조차 없는 곳,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는 말레 마을에서 커피가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 보게 되었을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히말라야 커피로드〉를 만나기 전까지는.


<히말라야 커피로드〉의 취재를 맡았던 취재팀 5명이 말레 마을에서 80 여일간에 걸쳐서 함께 생활하면서 취재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여기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책에 담겨져 있다.
말레 마을은 천혜의 커피 재배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나무들로 가려진 곳이다. (커피 재배에는 햇빛이 나쁘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가난한 11가족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커피가 있기에 희망이 있고,

            커피가 있기에 미래가 있고,

            커피가 있기에 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이다.

커피는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3년전에 남편을 잃고 4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25살의 엄마 미나네 집.



 
가난한 살림에 전 재산을 털어서 산 커피 묘목 열 다섯그루에 그 가족의 희망이 달려있다.
그러나, 염소들이 커피잎을 먹기도 하고, 워낙 커피재배법을 모르는지라 그 가정의 희망은 사라진다.
다시 커피농사를 짓기위해 4아이와 함께 남편이 물려준 황무지를 개간하는 그들의 손은 엉망이 되어버리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기에 웃음이 함께 한다.

  

18살 움나트네는 전교 1등을 하던 소년이지만, 아버지는 인도로 이주노동을 떠나고, 실질적인 가장인 움나트는 전재산을 털어서 250그루의 커피나무를 심는다. 커피는 3년이 지나야 빨간 열매가 맺는데, 동생 수바커르와 다시 100그루의 나무를 더 심기 위해서  구덩이를 판다. 그러나 며칠후의 폭우로 그의 커피나무들은 산사태에 묻히고 만다. 희망을 잃은 움나트는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고, 커피나무를 심었던 그 밭에는 동생 수바커르가 일을 하고 있다.
열네 살, 수바커르. 그는 커피농사만이 희망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공부는 미래의 자신을 있게 해 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말레마을의 가장 어린 커피농부 수바커르가 그곳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강한 열정을 가진 열네 살 수바커르가 대견하기만 하다.
이 마을 문맹 커피농부 로크나트.
그는 문맹이기에 커피농사에 관한 회의에서 얻어 들은 이야기들을 기록할 수 없으니 번번히 농사를 망치게 된다.
그는 그런 자신의 문맹을 깨치기 위해서 10살 막내 아들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밖에 커피농사의 유기농법을 개발한 이쏘리.
이들에게는 가난하지만,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커피나무가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희망임을 알고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무역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 3천 그루의 커피묘목이 지원된다. 이들이 키운 나무에서 열린 커피열매들은 간단한 공정을 거쳐서 공정무역을 통한 매매가 이루어지게 되고, 우리나라에도 매월 1 톤의 커피가 들어오게 된다.


 


 
 
히말라야 산골의 말레 마을의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는 커피향보다 더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먹는 커피가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지만 이처럼 애써서 가꾼 커피를 팔아서 이 마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15만원가량이 되었으니, 이것도 공정무역을 통한 거래였으니 참 힘겨운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커피를 재배하는 커피농부들인데도 제작팀이 가서 함께 하기 전까지는 커피가 어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조차 알지를 못했다.
커피를 어떻게 가공해서 마시는지 조차 알지를 못했다.
그들에게는 '찌아'라는 네팔식 밀크티가 주식이자 음료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커피알을 프라이팬에 볶아 돌절구에 찧어서, 그리고 주전자에 뜨거운 물, 커피, 설탕을 넣고 저은 후에 거름망을 대고 컵에 따르면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레 마을 방식의 커피이지만 그들은 이제 이 커피 맛에 익숙해 지고 있다.


형이 떠난 자리를 메운 열네 살의 수바커르는 자신이 커피농사를 잘 지어서 아버지와 형이 집에 돌아와 함께 살기를 희망할 것이다.
말레마을 사람들에게 커피가 있기에
앞으로는 그들에게 생계를 위한 이주 노동으로 생이별을 하는 고통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지도 모른다.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이토록 희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적인 것이다.


오늘 하루에도 몇 잔의 커피를 함께하게 되는 현대이들.
잠깐 커피잔을 바라보면서 말레 마을의 희망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공정무역에 의한 커피를 마신다면 더 좋겠다.
내곁에는 이 책과 함께 온 네팔의 커피 한 봉지가 놓여있다.
이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미나를 생각하고, 수바커르를 생각하고, 이쏘리를 생각하고, 움나트를 생각할 것이다.


그들에게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앙이 닥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커피나무가 많은 빨간 열매를 맺어주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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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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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1>은 이후에 약간의 시간을 두고 <카산드라의 거울2>를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베르나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그것도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을 동원해서,또한 어원적 의미까지를 생각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카산드라의 거울>에 대한 평가 중에는

사실적 공간 설정, 적나라한 묘사,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을 담아 ‘현실 사회’의 이슈들에 직접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예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베르베르’를 느끼게 한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이와같은 평과 함께 기존의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 그러나 변함없이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내용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좀 다르다.
'사실적 공간 설정, 적나라한 묘사,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고 강렬한 '액션'을 담아 '현실 사회'의 이슈들에 직접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소설 속에서는 '미래'에 대한 키워드가 담겨 있었으며,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이전의 작품들에서 느끼던 베르나르의 소설적 감각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카산드라의 거울>에는 '미래'에 대한 키워드가 다른 작품보다 좀 더 진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카산드라가 미래를 볼 수 있게 설정했으며, 그가 보게 되는 미래의 세계를 통해서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 작품 속에 살짝 끼워 넣었던 자신의 작품인 '나무', '파피용' 에는 그가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는 미래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베르나르가 지금까지 써왔던 작품들의 구상이 더 무르익어서 <카산드라의 거울>이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카산드라의 거울>에서는 사회로 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쓰레기 하치장에서 쥐와 들개를 잡아 먹으면서 악취를 풍기면서 살아가는 대속의 시민들- 에스메랄다, 오를랑도, 페트라, 김예빈-이 결국에는 더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카산드라가 자신이 보는 미래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대속의 4명의 노숙자만이 함께하였던 것이다.
카산드라까지 5명이 보여주는 테러를 막기 위한 모험은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또다른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김예빈과 카산드라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서 들어가게 되는 '카타콤'은 실존의 장소로 고대에 건설된 지하터널인데, 작가 자신이 2003년에 카타필 10 여명과 함께 파리 남부의 카타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미궁 속을 거닐어야 하고 상당히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작가 자신의 직접적 체험이 엿보이는 사실적 묘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카산드라가 꿈 속에서 서기 3000년의 세상에서 아이들에 의해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작가가 2008년에 꾼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카산드라의 꿈 속에서 미래의 아이들은 질책을 한다.


인구과잉, 각종 전염병, 기아, 환경오염, 자원낭비, 소비등은 지금의 사람들의 단기적 쾌락을 위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 있었는데, 왜 인류를 구하지 않았는가?
왜 지구를 구하지 않았는가?
그녀의 죄는 바로 미래를 구할 수 있는데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산드라 카첸버그는 지구를 날려 먹은 인간 중의 하나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죄가 한층 무거운 이유는, 당시 진행되고 있던 상황을 진정으로 의식하고 있던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기때뭉입니다."
도망치는 카산드라에게
군중은 "복수하라! 우리에게 오염된 지구을 남겨 준 자들에게 죽음을 !" (p91)

이것이 바로 카산드라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나무>에서 <파피용>으로 그리고 <카산드라의 거울>에 이르기 까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예견과 함께, 미래의 지구의 모습에서 우리가 책임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일깨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와 함께 가장 궁금한 것은 카산드라 가족사일 것이다.
카산드라의 부모는 왜 카산드라를 예지능력을 가진 아이로 만들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왜 카산드라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인데, 여기에 대한 답은 아주 끝부분에 언급이 된다.
'말'이 가지는 의미라고 할까,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언제나 읽은 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베르나르의 소설들.
그가 책 속에 담고 있는 언어의 의미, 사전적 해석도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더해준다. 마치 그의 저서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기발한 상상력과 과학적 예측, 그리고 신화적 이야기까지 함께 하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 아주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울려 퍼지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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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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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언니와 함께 잠을 잤다.
언니는 심야 음악프로를 즐겨 들었다. 가끔은 자신의 사연을 담은 엽서를 띄우기도 하였다.
한참 잠을 자다가 잠결에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소리에 깨서는 음악을 듣다가 또 잠을 자곤했다.
그때에 들려오던 DJ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은 감수성이 풍부했던 나에겐 너무도 아름답고 느낌있는 소리로 스쳐 지나가곤했다.
그런데, 지금은 FM 방송은 전혀 듣질 않기에 어떤 심야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성원'은 MBC FM 주요 음악 프로 작가를 거쳐서 지금은 KBS 2 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담당작가이며, 이 책의 내용들은 이 음악프로에서 DJ 유희열의 내레이션으로 밤 1시에 들려주는 '그녀가 말했다'의 내용들이라고 한다.


이미 '그녀가 말했다'는 2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취자들의 밤을 찾아가고 있다.
심야 음악 프로가 주로 애청자가 청춘들이기에 사랑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풋풋한 사랑이야기보다는 밤에 남몰래 눈물 흘리면서 들을 수 있는 아픈 사랑이야기, 짝사랑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청춘들의 마음을 울리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꿈나라에 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라디오에 귀를 기대고 그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그 한 밤중에 '그녀가 말했다'는 외로운 청춘들에게 위로의 짧은 글들을 보내는 것이고, 청춘들은 그 짧은 글에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밤삼킨별' 김효정이 런던, 도쿄, 파리에서 담아낸 감성적인 사진이 함께 한다.
런던, 도쿄, 파리라고는 하지만 얼핏 보면 그 도시의 특색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눈에 익은 사진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겉들여진다.




이렇게 음악 프로그램의 PD,작가들이 쓴 사진을 함께 한 감성 에세이는 시중에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래도 감성 에세이가 눈길을 끄는 것은 함축된 의미를 담은 짧은 문장이 주는 느낌과 감성적인 사진이 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타인을 볼 때   

우리가  본 것은 자기 마음의 초상화이다. 

눈이 타인을 관찰 할 때도 마음은 내 마음 언저리에 머문다. 

그래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마음이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발견하면 

내 마음을 통해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청춘이 아닌 세대들이 이 책을 읽노라면
아련히 빛바랜 옛 사랑의 추억이 생각날 것이다.
그녀만 보면, 그를 보면....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던 기억.
그러나, 헤어짐의 아픔이 언젠가부터 희미해지더니
이제는 나른나른 해진....
젊은 날의 사랑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땐 세상의 전부가 그 사랑만으로 채워질 줄 알았는데.
한 순간이 허무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그런 아픈 사랑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웠지만 슬펐던 그 날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원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이 가슴에 한가득 담겨오는....
그래서 이 책은 밤에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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