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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70년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내 작가로는 박범신(1946년생}, 최인호 (1945년생), 하수 (1945년생), 김홍신(1947년생) 등이 있다. 박범신의 <죽음보다 깊은 밤>, <풀잎처럼 눕다>. 한수산의 <부초>,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김홍신의 <인간시장>은 그당시의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넓혔었다.
그들 작가 중에 최인호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박범신, 한수산, 김홍신은 세월을 따라 노년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중에도 현재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박범신이다.
많은 이슈를 일으켰던 <은교>는 작품과는 결이 다른 영화가 상영되면서 원작의 그 느낌이 희석되기도 했다. 그 이후에 박범신은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미투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작가로서는 억울한 면이 많았다고 하는데, 법적 조치를 통해서 시끄러운 것 보다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속앓이를 많이 했었던 듯하다.
박범신은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면서 등단한다. 그래서 올해는 등단 50주년이 된다. 작가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줄곧 읽었기에 작가의 문학, 작가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작가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2권의 산문집<순례> 그리고 <두근거리는 고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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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는 그가 작품 <나마스톄>, <촐라체>를 통해서 묘사하기도 했던 지역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 인생이란 시간을 따라 걷는 하나의 순례이다. " (글쓴이의 말 첫문장)
<순례>의 1장은 <비우니 향기롭다>는 히말라야 트래킹 이야기로 히말라야에서 K형에게 보내는 사색 편지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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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은 <카일라스 가는 길>이다.
"히말라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 일 뿐"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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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 <나마스테>는 이주 노동자들의 농성을 기본 얼개로 쓴 소설이다. 코리안 드림을 쫒아 한국에 온 히말라야 마르파 마을에서 온 네팔 청년(카밀)과 아메리칸 드림을 쫒아 이민 갔다 실패하고 돌아 온 한국 여성(신우)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딸인 애린이 카일라스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지역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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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에는 촐라체 북벽을 등반했던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을 모델로 한 소설 속 인물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히말라야 등반의 치열함, 조난, 생환 과정이 나온다.
<나마스테>, <촐라체>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는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의 1,2장에 나오는데, 이전에 발표했던 글들을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다.
제 3장은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이 부분은 최근에 쓴 글인데, 작가가 산티아고가 가기로 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던 미투 사건 이후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가게 된 순례길 이야기이다. 37일간 꼬박 걸어서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데, 그 과정은 걷는 그 자체가 순례이다. 오직 걷는 것만이 그가 가는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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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를 마치자 마자 작가는 폐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국내로 들어와서도 병원 치료를 받던 중에 폐암 선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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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은 폐암일기이다. 박범신은 자신을 영원한 청년 작가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에게 찾아 온 병마. 다행히 폐암 1기로 수술만으로 치료를 마치게 된다. 생존율 27퍼센트라는 폐암에 걸리면서 작가가 느꼈던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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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와 <촐라체>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순례>의 1장. 2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그 소설들에 담겨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