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제1부 (2024 리뉴얼) - 우리는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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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을 만났던 2009년의 충격을 잊을 수 없어요.

그로부터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2024년 새롭게 단장한 <신>을 마주하니 약간의 설렘과 떨림을 느꼈어요.

우선 3권 세트로 구성된 하얀 박스에는 '신'이라는 단어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어요. 뭐, 진짜 반짝이는 건 아니지만 느낌적으로 우주적인 분위기를 풍기네요. 박스 윗부분을 살짝 열면 거기에 "당신이 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문장이 적혀 있어요. 사실 <신>이라는 소설은 우리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우리의 주인공 미카엘 팽송은 수호천사로서 인간을 돕다가 <아에덴>이라는 섬에 와 있고, <신 후보생>이 되었어요.

천사까지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는데, 신 후보생이 된 미카엘 팽송이 다른 후보생들과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을 치르는 장면에서는 몹시 혼란스러웠어요. 한 세계가 탄생하고 멸망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한낱 게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약간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신이 된다는 건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겨우 신 후보생에게 맡겨져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무섭기도 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신의 잘못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도 알쏭달쏭한 수수께끼가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한 세계가 종말을 고했습니다. 이 인류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더 높이 올라가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우리 다 같이 이 인류를 생각합니다.」 그는 묵념의 몸짓을 한다. 「여기 실패한 인류가 잠들어 있습니다.」 (136p)

1권에서는 미카엘 팽송의 시점에서 신 후보생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고,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비상 사태가 벌어졌어요.

"만약 내가 진정 누구인지를 알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가 단지 미카엘 팽송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나는 누구인가? 확대되어 가는 영혼, 자신의 참된 권능을 발견해 가는 영혼 ······." (546p) 주인공조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미카엘의 탐험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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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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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환자로서, 수술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어요.

본인이 수술을 받는 것도 떨리고 무섭지만 가장 작고 연약한 존재인 미숙아, 신생아가 환자인 경우라면 부모의 입장일 테니 오직 하나의 마음뿐일 거예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의사의 이야기라서 끌렸어요. 병원이라는 공간과 의료진은 심리적으로 멀고도 가까운, 묘한 관계라서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는 세계 최고의 소아신경외과 의사 제이 웰론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소아신경외과 병동에서 25년간 일하면서 수술실 안밖에서 경험한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심오한 영적 위기와 기적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뇌와 척수에 문제가 있는 모든 연령대 아이들의 수술을 하는데, 수술받는 환자는 곧 성인이 될 10대도 있고 몸무게가 채 1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미숙아인 경우도 있다고 해요. 외과 실습을 하면서 내 손으로 직접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끌려 레지던트 전공을 결정했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여겼대요. 하지만 의대 시절 내내 봐왔던 모습은 응급실의 인산인해가 홍해처럼 갈라지고 그 사이로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등장하는 모습이었고, 몇 주 내내 신경외과 수술실을 지나갈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실내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저들과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미국 소아신경외과 학회에 메인 세션의 발표자로 참석했을 때, 당시 의대생이었던 아내 멀리사가, "당신이랑 똑같은 사람들이 다 모였네." (32p)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북미 전역을 통틀어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250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중 20퍼센트는 여성으로, 이는 신경외과의 어느 부전공보다 더 많은 인원에 해당하며 이 수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거예요. 갈수록 감소 추세라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무척 부러운 상황인 거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기는 해도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은 사명감 없이 일하기는 어려운 직종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유능한 외과의사라고 해도 매번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긴장감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사실은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존경스럽네요. 안타까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잘못된 정보와 사이비 과학으로 향했어야 할 불신이 의사, 간호사, 생명을 살리는 의학 연구자들을 겨냥하면서 발생한 일들이네요. 신경외과에서 환자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깨달은 사실은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며,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과 고난에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우리가 지닌 회복력과 치유에 대한 놀라운 능력이 발휘할 때 비로소 두려움으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차갑게만 느껴졌던 병원 수술실, 소아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의 회고록을 통해 뜨거운 감동으로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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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웹툰 만화 제작하기 - 스테이블 디퓨전·미드저니·챗GPT
김한재 지음 / 성안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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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웹툰 만화 제작하기》는 김한재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강동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교수이자 노리토이 대표로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인공지능을 여러 가지 프로젝트로 도전했다고 해요.

인공지능의 창작 기능이 화제가 되면서 창작 행위에 관한 윤리적,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여기에서는 유용한 도구와 프로그램으로써 접근하고 있어요. 우선 웹툰 작가에게 인공지능이 어떠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는지,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고 있어요. 창작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초안 작성, 교정 및 편집과 같은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이 증가하고, 캐릭터 개발이나 새로운 스타일, 장르를 실험할 수 있고 독자와의 상호작용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기존의 창의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이며 AI 번역과 AI 성우 더빙의 활용으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음원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저작권료를 받지 않는 음원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어서 작품에 도움이 되는 사운드를 제작할 수 있고 웹툰의 움직임 추가로 무빙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떨쳐내고 시도해볼 것을 권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인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 챗GPT를 활용해 만화와 웹툰을 제작하는 과정을 단계별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어요.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목표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 툴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차근차근 스테이블 디퓨전 설치부터 프롬프트를 적용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챗GPT로 작품을 기획하며, 세부적인 콘센트 아트와 배경 디자인, 소품 디자인, 캐릭터시트와 로라 만들기를 해보고,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을 이용해 편집하여 작품 제작까지 도전해볼 수 있어요. 스테이블 디퓨전의 유용성은 크지만 설치와 제작 과정에 능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자신에게 맞는 툴을 찾아내서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툴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응용 실전 예시를 보면 여러 가지 인공지능 툴을 사용해 만든 연구 작품이라서 원하는 이미지에 맞는 툴을 고를 수 있어요. 저자는 인공지는 툴을 다루는 목표가 원하는 만화와 웹툰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는데, 제작 속도뿐 아니라 양질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강력한 도구가 될 것 같아요. 웹툰 작가와 만화 제작자들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 가이드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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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표현법 - 1초 만에 생각을 언어화하는 표현력 트레이닝
아라키 슌야 지음, 신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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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땅속에 묻어둔 보물이라면 열심히 파기라도 할 텐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표현력은 아이디어 싸움인 줄 알았는데 핵심은 언어화에 있었네요. 표현력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면 이에 맞는 언어화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바로 그 방법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카피라이터의 표현법》은 일본 1위 광고 회사 '덴츠'의 20년차 카피라이터 아라키 슌야의 책이에요.

저자는 특출한 글쓰기 실력이 없다는 겸손을 떨면서 세계 3대 광고상을 수상한 비결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20년차 카피라이터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낸 표현법이 담겨 있어요. 사람들은 카피라이터가 멋진 문장을 쓰는 일을 한다고 여기는데 사실 대부분의 일은 생각을 말로 바꾸는 언어화에서 시작된다고 해요. 먼저 광고주인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듣고, 클라이언트에게 질문을 던져 어떤 내용을 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그들의 생각을 언어로 만들어내고, 대중의 입장에서 검증하고 최종 카피를 작성한다는 거죠.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즉 메시지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이며 소통의 본질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만의 '표현력 트레이닝'이 탄생했고 이 트레이닝을 시작한 뒤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대요.

표현력은 누구나 기를 수 있지만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단련해야 그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가 알려주는 표현력 트레이닝을 2주만 실천해보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다만 이 훈련은 매일 해야만 효과가 있어요. A4용지를 준비해 글자 크기에 구애받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쭉쭉 써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돼요. A4용지 한 장당 하나의 질문이라는 규칙을 실천하는 거예요. 제한 시간은 1장당 2분, 하루에 3장까지, 총 6분이면 충분해요. 평소 관심 있는 주제부터 시작해 매일 트레이닝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이 생길 거예요. 업무 상황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예시를 보면서 연습할 수 있고, 마지막 장에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카피라이터의 습관과 사고법, 구체적인 전달법, 표현력을 기르기 위한 500가지 질문이 나와 있어서 트레이닝에 많은 도움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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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살려라! - 망한 서점 되살리기 프로젝트
고지마 슌이치 지음, 이수은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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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살려라!》는 산업 카운슬러로 활동 중인 고지마 슌이치의 비즈니스 소설이에요.

이 책은 파산 직전에 놓인 동네 서점 퀸즈북스를 되살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성장기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 재건을 주제로 한 이야기 속에 경영과 마케팅 관련 지식이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인 재무제표(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해석법과 마케팅의 핵심 원리,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조언, 코칭 마인드, 사회생활에서 유용한 비즈니스 개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요.

먼저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퀸즈북스를 소개하자면 창업자인 구로키 유타로 씨가 약 40년 전에 열다섯 평으로 시작한 작은 동네 책방인데 가나자와 은행과의 거래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점포 규모가 커졌으나 현재는 은행에서 파산우려거래처로 분류되었어요. 2년 전에 창업 경영자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부인이 갑작스럽게 사장이 되었는데 근래 생긴 최신형 서점에 대한 경쟁력에 밀려 매출이 떨어졌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 거예요. 주인공이 퀸스북스의 사장인 구로키 사나에 씨일 줄 알았더니, 가나자와 은행 직원인 가부라키 켄이치였네요. 경영 부재에 빠진 퀸즈북스의 기업 재건을 돕기 위해 파견된 가부라키의 활약이 펼쳐지네요. 시작은 삐걱대지만 진심을 다하는 가부라키 덕분에 서점 직원들의 관계가 조금씩 나아지고 경영 상태 또한 개선되는 과정이 드라마 같아서 흥미롭네요. 기업 재건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대규모 구조 조정을 통해 대량으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을 소중하게 대하며 기업 재건을 이뤄내는 방법이라고 해요. 퀸즈북스가 선택한 방법은 후자였어요. '직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라고 했던 피터 드러커의 말을 적용한 거죠. 경영의 본질을 이해한 사장과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직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네요. 수많은 동네 서점뿐만이 아니라 경영난으로 문 닫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망해가는 일본 서점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네요. 침몰 직전에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이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똑똑한 경영 수업인 동시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네요.



"퀸즈가 소중하게 여기는 세 가지를 기억하십니까?"

"직원을 소중히 여긴다, 고객 관점을 소중히 여긴다, 지역공헌을 소중히 여긴다, 이 세 가지였죠." (232p)


"설명과 프레젠테이션의 차이가 뭔가요?"

"비슷하게 보이긴 할 겁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설명은 '사실 중심의 해설'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사실 + 감정'입니다. 상대에 대한 진심이 없으면 프레젠테이션은 성립되지 않아요." (246p)


"실천 없는 경영이론은 무의미하지만 이론 없는 실천 또한 무력합니다.

현장 일에 능통한 여러분은 이미 필요한 이론을 익혔습니다. 이깁시다. 꼭 이깁시다."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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