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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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급한 약속이 있어 길을 가는데 바닥에 쓰러져 피 흘리는 여자를 봤다. 주변에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할까?

1.       그냥 모른 척 빨리 지나간다.

2.       전화로 구급차를 부른 뒤 그냥 간다.

3.       다가가 여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1,2번을 선택한 당신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3번을 선택했다면, 다음은 어떻게 할까?

 여자가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으니 병원이 아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도와줄 것인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피 흘리는 여자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만 현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남의 일에 무관심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길가에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우리는 매일 주변의 많은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산다.

<네버웨어>의 주인공 리처드 메이휴는 위의 상황에서 3번을 선택한 사람이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였기에 약혼녀와의 약속보다 생명이 위태로운 낯선 여자를 선택했다. 누구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옳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망설이게 될 것이다. 왜 하필 평범한 리처드가 주인공일까? 이미 짐작했겠지만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낯선 여자의 생명을 구했다.이 소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분류된 것도 리처드 덕분일 것이다.

어릴 적에는 자기 주변의 세계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생명의 고귀함을 배웠다. 아름다운 동화를 읽으며 따뜻한 마음을 가꾸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변하게 된다. 남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점점 차가워진다. 주변보다는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면서 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많은 것을 믿지 못하게 된다.

보지 못하면 믿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 나를 포함한 어른들의 마음이다.

런던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하세계를 알지 못한다. 설사 지하세계 사람이 곁에 있어도 볼 수 없다. 그들이 서로 말을 하기 전에는 말이다.

리처드가 생명을 구해준 여자 이름은 도어 Door이다.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인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려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한다. 현실 속에서 주저하고 망설이는 사이에 놓쳤던 기회를 <네버웨어>를 통해 얻었다.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런던 지하세계처럼 우리가 외면했던 세상.

책을 읽는 내내 처음의 질문이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건 아름다운 마음을 만날 때이다.

작가 닐 게이먼은 <네버웨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보고자 하는 사람은 볼 것이다.

리처드가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 그건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짧은 동화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을 왜 어른들은 길고 긴 이야기를 해주어야만 아는 것일까?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의미 있는 여행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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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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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든 세상이다. 서로 경쟁자가 되어 치열한 생존 싸움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속에서 희망은 무엇일까? 작가 구본형은 말한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누구는 말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사람을 두고 너무나 상반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속에 좋고 나쁨이 섞여 있는 것이다. 불완전하다는 것, 그것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어제보다 아름다운 나’를 소망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바로 어제는 과거의 역사를 뜻하기도 한다. 0년 전 중국의 역사인 춘추전국시대의 뛰어난 인물들을 통해 현대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역사를 수레 바퀴에 비유하듯이 돌고 도는 역사 속에 과거는 곧 미래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와 문화의 기원이 어디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보석 같은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역사의 주인인 것이다.

역사를 사실적인 시대의 기록으로만 본다면 난해하고 지루한 분야일 수 밖에 없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과거사라고 외면한다면 보석을 한낱 돌덩이로 취급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다. 솔직히 일반인들에게 역사는 소외된 분야였다. 심하게 말하면 드라마나 영화로 소개되는 볼거리 위주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부끄럽지만 내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작가의 인간 경영론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알아가는 역사 속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 일 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 유명한 말은 바로 중국 춘추시대의 재상이었던 관중의 말이다.

제대로 사람을 심는다는 것은 인재를 뜻한다. 역사는 그 시대의 인재, 훌륭한 리더들이 이끌었다.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공자는 인(仁) , 어짊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는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을 현명하다 여기는 시대로 천하는 이익을 다투게 되었다. 지금 현대 사회와 너무도 흡사하다. 그 때에 맹자는 인(仁)과 의(義)가 이(利)보다 우선임을 왕에게 충언했다. 바로 인간다움을 말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진리는 존재한다. 공자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 그것을 잃으면 결국 사람을 잃게 된다는 인간사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이다.

경영의 핵심에 사람이 있다. 인간을 이해하는 리더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인들, 흔히 우리가 부자라고 일컫는 이들은 이미 그 진리를 알고 있었다.

 
“ 사람이 되는 것이 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성공하는 데 가장 큰 관건은 당신을 도와 기꺼이 함께 일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리자청

 한 사람이 인재가 되고자 한다면 인간다움을 중요시 해야 하듯 경영에 있어서는 윤리 의식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기업 경영의 목적은 이익 추구이지만 이익을 좇다가 윤리를 저버린다면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근래 아름답지 못한 기업의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우리가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할 그것을 이 책을 통해 얻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속엔 치열한 생존이 아닌 뜨거운 공존이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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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기쁨 1 - '신의 물방울' 저자 아기 다다시
아기 다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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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이란 일본 만화가 인기라고 한다. 바로 와인을 주제로 한 만화인데 이 만화로 인해 와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몰랐다. 와인과 만화라는 주제와 친숙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와인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그런 와인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보고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가 쓴 책 <와인의 기쁨>은 만화가 아닌 글로서 와인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기 다다시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말한다. 아기 다다시 A가 이 책을 썼고 아기 다다시 B는 남동생으로 함께 만화<신의 물방울>을 4년째 연재하고 있다.

필명을 함께 쓰는 것도 기발하고 재미있지만 그들의 표현력은 그 이상이란 생각이 든다.

아기 다다시 남매는 에세조 1985년산을 통해 와인과 운명적인 만남,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운명의 와인 덕분에 와인 마니아의 길로 접어들었고 <신의 물방울>이란 멋진 작품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맛이었길래 운명적인 감동이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비록 그 맛을 느껴볼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그 맛을 떠올려 볼 수는 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와인 가격이 비싼 우리 나라의 경우 와인을 즐기기에는 두툼한 지갑이 필요하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소개해 준 점이 고마울 따름이다.

<신의 물방울>의 내용과 함께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어로 된 와인 용어들이 쉽게 머리에 들어 오진 않았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은 밑줄을 쳐 가며 와인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예전에 모르고 마셨던 와인이 시큼한 맛 뿐이어서 와인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디캔팅을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 없이 그냥 술의 한 종류로 여기고 무작정 마셨으니 그 진정한 맛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한 듯 하다. 아기 다다시의 충고처럼 처음 마시는 초보자들은 비싼 와인을 마셔 봐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나처럼 와인을 그저 시큼한 술로 기억하고 외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아무래도 와인의 운명적인 감동을 느끼려면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야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와인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 쓴 글이어서 그런지 와인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아직 맛보지 못한 와인의 매력을 단순히 글로 표현했는데도 벌써 끌리니 말이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록 그룹 퀸의 노래로 비유한 샤토 몽페라가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퀸의 노래라서 감미롭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한 그 느낌, 그 맛이 궁금하다.

샤토 몽페라의 생산자 티보 씨에 대한 글을 보니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고생해서 만드는데 2000엔대에 판매하면 채산성이 낮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 그야 그렇죠. 하지만 비싼 값에 팔고 싶지 않습니다.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고 싶어요.” 구김살 없는 미소로 그는 그렇게 답했다.

어째서 이런 장인이 만든 멋진 와인이 우리 나라에서는 일본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지 안타깝다. 아무래도 우리의 술 문화가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와인을 하나의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술이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음료가 된다면 누구나 와인을 즐길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아기 다다시의 매력적인 표현처럼 와인의 진정한 맛을 느낄 그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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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품격 - 여성의 품격을 높여주는 생활법칙 66
반도 마리코 지음, 김숙이 옮김 / 창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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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품격을 높여주는 생활 법칙 66가지를 소개한 책이 나왔다.

왜 인간의 품격이 아닌 여성의 품격을 구분해서 말하는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사회적인 변화, 즉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요즘에 여성들이 기존 남성들의 잘못된 가치관을 따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인생 선배로서 여성의 품격을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품격은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바라는 삶이 바로 품격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든 품격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마슬로우의 인간 욕구의 5단계 중 4단계 이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품격이 마치 인간에게 등급을 매기는 듯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등급은 인간 분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요즘은 온통 부자, 재테크 열풍으로 이 품격 있는 삶의 기준처럼 착각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하물며 광고에서조차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살아야 품위가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으니, 품위나 품격의 의미가 변질된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돈이나 자산을 가볍게 여겨서는 품격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없다. 분명 어느 정도의 경제 수준을 갖추어야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충분하지만 품격은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고 품격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이 두 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생활 법칙들은 우리 마음 가짐만 있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매너와 품격, 품격 있는 말과 말투, 품격 있는 옷차림, 품격 있는 생활, 품격 있는 인간관계, 품격 있는 행동, 품격 있는 삶의 방식으로 나뉘어 소개되었다. 이렇게 생활한다면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품격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든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매너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심이 되어야 진정한 품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을 가꾸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자세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품격에 대해 생각하면서 문득 꽃이 떠올랐다. 꽃씨는 싹이 트고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한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일수록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그러나 꿀벌들이 찾아오는 꽃은 보기에 화려한 꽃이 아니라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누군가의 매력을 꼽을 때는 외모를 먼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가까이에 만나는 누군가의 진정한 매력을 말하라고 한다면 인간적인 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그것이 바로 품격이며, 가장 인간다운 향기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굳이 <여성의 품격>이란 제목을 정했지만 나는 <인간의 향기>라고 바꾸고 싶다.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아름다운 향기를 지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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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분
쑤퉁 지음, 전수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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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쑤퉁,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그러나 첫 만남이 아니었다.

그의 작품 중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장이모우가 감독하고 공리가 출연한 영화 <홍등>이 쑤퉁의 작품<처첩성군>을 극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랬구나, 뭔가 그 때 그 영화를 보면서 느껴졌던 그 느낌이 되살아났다.

영화에서 여인들의 삶은 처절하고 치열했다. 살아 남고자 하는 욕망이 강렬한 붉은 빛의 등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여인들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영화는 그저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난 생각했다. 저렇게 사는 건 너무 불행하다고, 불쌍하다고 말이다.

<홍분>은 쑤퉁의 작품 중 여성의 이야기 세 편을 담고 있다. 산다는 것이 고행처럼 느껴지는 삶이었다. 그들에게 행복은 어디쯤 있는 건지 보이질 않았다. 문득 내가 왜 그들의 삶을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나 사실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따라 묵묵히 살아 가고 있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훔쳐 본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 사는 모습을 보며, 쯧쯧, 정말 안됐군.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지?라고 한다면 어떨까?  당신이 뭔데 내 삶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라고 화를 낼 것이다.

다행히 영화 속 여인들도, 책 속의 여인들도 나에게 화내지 않는다.

나의 세속적인 잣대들을 생각하며 혼자 부끄러웠다. 누구의 삶을 가지고 불행하다고 판단할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 왜 이런 생각들을 했을까?

모두 작가 쑤퉁 때문이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다양한 여인들의 삶을 들려준다. 마치 이웃집 누군가의 삶을 잠시 훔쳐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어찌 보면 그녀들은 평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극적이지도 않은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 그래서 무심결에 그녀들의 삶을 가지고 왈가왈부했다. 그러다가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시련은 삶에 있어서 필연적이다. 시련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가?

작가 쑤퉁은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다.

누구도 삶을 자기 뜻대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미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나약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 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연약하고 힘없는 그녀들이 오히려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시련을 더 많이 겪는다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보여주지 않은 그녀들의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쑤퉁이 들려준 이야기는 바람결에 울리는 종처럼 고요함 속에 울림이 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느껴지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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