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ible Science - Evolve or Die: 처음 만나는 과학 영어 수업 (생명과학) - 스콜라스틱×윌북 영어 원서 리딩 프로젝트 Horrible Science 9
필 게이츠.지소철 지음, 토니 드 솔스 그림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어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미번역작들을 주로 원서로 구매하는데, 끝까지 완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소설이라 분량이 많고, 사용하는 단어도 다양해서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조금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원서 읽기를 먼저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에 Horrible Science(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전체 20권으로 제작되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초반까지의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과학 교양서로 국내에는 스콜라스틱과 정식 계약한 윌북주니어에서 원서 리딩 학습서로 출간되고 있다. 현재 10권이 나온 상태이다. 




물리 과목의 필수 개념인 '힘'으로 시작해, 동물, 화학, 우주, 질병과 의학, 뇌, 인간의 몸, 시간, 진화, 괴팍하고 미스테리한 동물 등 과학의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시리즈지만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있는 영역의 책을 먼저 선택해서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중에서 이번에 만나본 것은 9권 Evolve or Die (생명과학) 편이다. 35억년에 걸친 지구 생물 진화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서 골라보았다. 


진화를 다루고 있는 과학책들을 꽤 읽어본 편이라, 아무래도 기본 정보가 있으면 영어도 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루고 있는 과학적 지식도 이해하기 쉬운 편이고, 재미있는 그림들과 한눈에 잘 들어오는 편집으로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영어 공부와 과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더 좋을테고 말이다. 




사실 원서 읽기를 할 때 아무리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면 문장들이 해석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영어와 해석이 함께 표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영어로 읽는 힘을 기를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막힐 때마다 한글 해석을 참고해서 살펴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원문만 쭉 읽어도 좋고, 읽다가 막히면 일대일 해석이 아니라 내용 요약이나 구문, 단어로 도움을 받아 다시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부담없이 원서 읽기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문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단어와 밑줄 표시한 문장을 각각의 해설 파트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찾아 보기도 수월하게 구성되어 있는데다, 재미있는 그림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지루할 틈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리즈가 좋은 것은 원서의 원문과 그림을 100% 수록했고, 중요한 과학 용어와 문장에는 별도로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는 점이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스스로 영어 리딩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원문을 그대로 해석한 게 아니라 본문 내용을 정리해서 한글로 알려주고, 중요한 단어와 구문을 별도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Vocabulary에서는 어원을 기반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낯선 단어가 나와도 유추해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Sentence에서는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래서 원문은 영어 그대로 읽고,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추가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원서를 읽을 때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로 도전해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orrible Science - Evolve or Die: 처음 만나는 과학 영어 수업 (생명과학) - 스콜라스틱×윌북 영어 원서 리딩 프로젝트 Horrible Science 9
필 게이츠.지소철 지음, 토니 드 솔스 그림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 공부와 과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더 좋은 원서 수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슬론 크로슬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얼마나 그리울지 예측하고 미리 애도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회피하고자, 삶을 이루는 요소들이 지닌 가치를 잘 안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 한다. 우리가 하는 선택과 우선순위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믿음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얄팍하다.                p.38


가까운 사람의 예기치 못한 죽음, 그리고 그것이 촉발시킨 부채감과 죄책감은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남겨진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사실 모든 죽음은 갑작스럽다. 그러니 애초에 마음의 준비 같은 건 불가능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날들에 사실 끝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싶어 하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그 사건은 늘 불시에 일어나곤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출판사 빈티지북스에서 홍보 일을 하던 시절, 직장 상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러셀의 죽음을 겪고 쓴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 모습 둘 다를 봐주는 사람이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가장 너그러운 믿음을 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전조도 없이 벌어졌다. 게다가 러셀은 가장 폭력적이고도 잔혹한 방식의 죽음, 자살로 곁을 떠나갔다. 사람들은 벌어진 일을 남겨진 이들이 눈치챘을 거라고 추측하고는 한다. 중요한 징조를 무시했느냐고, 타인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한 건 아니냐고. 하지만 삶은 그런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친구가 내게 무슨 말을 전하려 했지만, 내가 듣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죄책감은 가장 잘못된 형태의 애도가 아닐까. 



"전 살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별로 만나본 적이 없어요. 행복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데요?" 나는 러셀을 생각할 때 그 질문을 떠올린다... 삶이 기적인 건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매일 잠에서 깨어나 삶을 지키고자 싸우기로 한다는 사실, 꿈틀거리며 빠져나가려는 삶을 품에 꼭 끌어안는다는 사실이다. 그 정반대의 일이 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기적, 순전한 기적이다.                      p.77


이 책은 도난 사건으로 시작된다. 단 한 시간 아파트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보석들이 전부 없어진 것이다. 도둑은 침실 창문을 통해 들어왔고, 더러운 부츠로 침대 위 새하얀 이불을 밟으며 물건을 가져가 버렸다. 모두 꽤 값나가는 물건임에도 보험을 들기 위한 보석 감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값어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자신이 공간이 안전하다는 감각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 자리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난 사건으로부터 한 달 뒤, 가장 친한 친구가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일 역시 갑작스럽게 벌어졌고, 먼저 일어난 사건의 불안에 깃든 상실감이 친구의 죽음으로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상실을 경험하게 만든 이 두 사건은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슬픔과 애도를 다룬 글들을 꽤 읽어 왔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을 비껴가며 상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문장이 너무도 수려해서 온통 밑줄과 포스트잇 플래그로 가득 차버렸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얼마나 그리울지 예측하고 미리 애도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고, 괜찮아지는 법을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이해해보려는 애틋한 시도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다. 상실은 살다 보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겪을 수 있는 과정이기에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슬론 크로슬리는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를 예리하게 관찰해온 작가다. 이 책은 사라진 이를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슬픔과 애도, 우정과 사랑의 본질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깊이 있게 그려낸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책은 계속해서 늘어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연비 (연료 대 거리의 비율), 아니 '책비' (읽은 책 대 쓴 책의 비율)도 덩달아 떨어지는 듯하다.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처럼, 써도 써도 끝내지 못하는 '만성 마감'이 늘어나고 제때 읽지 못한 책들이 무덤처럼 쌓인다. 너무 많은 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다시 책을 주문한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처럼, 책을 사는 것이다.              p.66

  

<서서비행>,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외에 수많은 앤솔러지에서 금정연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 왔다. 처음에는 인터넷 서점 MD에서 전문 서평가가 되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한 권 두 권 읽다보니 글을 너무 잘 쓰셔서 계속 챙겨서 읽게 되었다. 이제는 서평가보다는 완전히 작가로 자리 잡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16년 차 전업 작가로 수십 권의 책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그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까.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2년 동안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한 것들이다. 매달 책에서 한 문장을 골라 거기서 출발해 자신의 일상으로 걸어 나가는 방식으로 쓰였다. 사실 그가 싫다고 말하는 건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글쓰기의 주변부일 가능성이 높다. 마감과 수정과 거절과 기다림. 혹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들여야 하는 고통같은 것들 말이다. 쓰는걸 최대한 미루기 위해 다른 책을 읽고,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채 하루가 가고 그런 날이 쌓이면 글쓰기가 싫어지고,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 진다고. 그래서 이 책은 '당신이 무언가를 너무 하고 싶지만 하기 싫을 때 펼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서문부터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너무 하고 싶지만, 막상 하려니 또 너무 하기 싫은 것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다반사로 겪는 현상이니 말이다. 



두려움은 재능의 반대말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두려움은, 내가 여전히 이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표시다. 재능은 막힘없이 술술 쓰는 게 아니라, 두려운데도 돌아오는 것이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들 하지만, 실은 허리로 쓴다. 막막해도 허리를 세우고 다시 앉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도대체 어떡해야 하냐고? 일단은 도망쳐도 된다. 단,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결국 돌아올 것. 그리고 하얀 화면 앞에서, 백지가 된 스스로를 받아들일 것. 그런 다음 우리는 쓰기 시작한다.               p.185


이 책의 모든 챕터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게 다예요>,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조지 손더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커트 보니것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로베르트 발저 <연필로 쓴 작은 글씨> 등 저자가 글쓰기 싫을 때마다 들춰 본 책들의 리스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그 책들의 문장을 가져 왔지만, 작품 분석을 하는 건 아니고 연결되는 것은 그의 일상과 글쓰기에 관련된 고민들이다. 통장 잔고가 줄어들수록 왜 책은 늘어나는 것인지.... 제때 읽지 못한 책들이 무덤처럼 쌓이는 와중에 그는 결단을 내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바로 너무 많은 책을 정리하기. 한 500권 정도 덜어 내고 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과연 그는 계획대로 책들을 정리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문제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아무리 버려도 도무지 티가 나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게 책으로 사방 벽을 쌓은 작업실에 앉아 그는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책을 버릴 수도 없고 안 버릴 수도 없는 딜레마 사이에서 그가 내린 결정은 종이책을 스캔해서 PDF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7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북스캐너와 재단기를 주문하기에 이르는데.... 한때 내가 심각하게 고민했던 상황과 똑 같아서 너무 공감하며 읽었다. 북스캐너가 생각보다 고가인데다, 책을 먼저 재단기로 절단해야 한다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아서 포기했던 계획인데, 똑같은 고민을 하고 실제로 현실로 구현시킨 저자에게 매우 공감하며 읽었던 챕터이다. 그 외에도 웹소설에 푹 빠져 허우적댔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챗GPT 앱을 설치하고 한 시간 넘게 붙잡고 질문을 던져댔던 일, 기대하고, 실망하고, 마음 졸이게 하는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글등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끊임없이 삶 속에서 글쓰기를 고민하지만, 정작 내용은 글쓰기보다 '딴짓'을 권장하는 듯 흘러가서 그게 더 재미있게 읽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자,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딴짓이 절실하게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아오사키 유고 외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탐정 역을 맡는 캐릭터도 그래. 직업이나 성격으로 차별화하기는 하지만 수수께끼 풀이 자체는 누가 설명해도 마찬가지인, 개성 없는 장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애초에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수께끼가 아니면 본격 미스터리로 성립할 수 없다는 딜레마도 있어. 결국 탐정 캐릭터들도 '모범 답안'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 걸지도 몰라."

그렇기에 복각과 재현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에서 독창성이란 무엇일까?               - 아오사키 유고, 〈끈, 밧줄, 로프〉 중에서, p.36


한 아파트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시체는 아파트 근처 바다에 면한 운송 회사 창고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산책로 아래에서 발견한다. 여러 정황 증거상 건물 안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사건이 있었던 날 밤 아파트 안에 있던 사람은 29명이었다. 그 중에서 구속에 사용된 로프 도구에 착안해 아파트 쓰레기 배출 상황을 조사했고, 의심이 가는 인물 세 명이 용의자로 좁혀 진다. 셋 중에 어떤 것이 범행에 사용된 증거품인지 알 수 없어, 후보 세개를 순서대로 끈, 밧줄, 로프라고 정하고 조사가 시작된다. 추리소설가인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의 케미와 논리적으로 추리를 해나가나는 과정이 돋보이는 아오사키 유고의 작품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는 '나'는 사년 만에 대학 시절 미스터리 연구회에서 함께했던 친구 에이지의 연락을 받게 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내가 쓴 소설을 발견했다며, 제사가 있어서 도쿄에 가는데 잠깐 보자는 거였다. 대학 시절 에이지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던터라 먼저 만나자는 약속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잠깐 얼굴을 보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회사로 경찰 두 명이 찾아온다. 그들은 미우라 해안 별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에이지를 아느냐고 묻는다. 살해당한 사람은 에이지와 호적상 부자관계로, 재산을 노리고 접근해 에이지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거다. 동기는 분명한데, 완벽한 알리바이를 깰 수가 없어서 경찰이 찾아온 거였다. 과연 에이지는 '나'를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이용한 걸까. 알리바이 트릭을 테마로 한 시라이 도모유키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수께끼를 고민하는 과정이나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하면 즐거움이 반감하는 모양이다. 

물론 독서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행위지만 미스터리는 작가가 곳곳에 설치한 복선을 찾아내거나 논리적 해결을 끌어내기 위해 작품에 설정된 현실성의 수준을 해석하는 등, 그 작품에서는 신이라 할 수 있는 작가와 사고의 캐치볼을 즐기는 측면이 있다. 혼자서 하는 것 같지만 거울 뒤편에 존재하는 작가와 추리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 이마무라 마사히로, <시체의 실루엣은 말한다> 중에서, p.418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데뷔 35주년 기념 헌정 작품집에 엄청난 작가들이 모였다. <지뢰 글리코>의 아오사키 유고, <창궐>의 이치호 미치, <기억술사>의 오리가미 교야, <엘리펀트 헤드>의 시라이 도모유키, <방주>의 유키 하루오,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의 아쓰카와 다쓰미, 그리고 <시인장의 살인>을 쓴 이마무라 마사히로까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일곱 명이 참여해 그야말로 미친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이 기획 자체나 멤버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란 것은 완성된 작품을 읽었을 때였습니다.”라며 "기예가 뛰어난 작가들이 작정하고 유희를 즐기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하고 작품에 대한 찬사를 남겼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표현해 온 캐릭터나 다양한 설정, 세계관을 사용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최근에 읽었던 앤솔러지 중에서 가장 퀄리티가 훌륭한 작품집이었다. 지금의 미스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작가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대작가에게 바치는 헌사로 쓴 작품들이기에 수준 높은 미스터리들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를 소재로 활용한 작품들이 많아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일상 미스터리, 괴담이라는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알리바이 트릭, 다잉 메시지의 비밀 등 여러 종류의 미스터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직접 작품 해설을 썼는데, 원작자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감상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잘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 추리, 미스터리 물을 좋아한다면 이 멋진 기획을 놓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