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 - 회색 콘크리트를 덮는 초록 혁명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김현주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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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간단히 말해, 식물과 우리의 관계는 결코 단순한 음식이나 에너지 의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어떻게 정의하든 매우 긴밀한 관계 속에서 식물의 작용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를 건설하거나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에서도 우리보다 먼저 숲을 거처로 삼아 살았던 그 2만 세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p.11


<식물 혁명>,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세계적인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신작이다. '회색 콘크리트를 덮는 초록 혁명'이라는 부제와 근사한 표지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반투명한 겉표지는 식물의 잎맥을 확대한 것 같은 이미지이고, 속표지는 도시의 구획별로 보여주는 지도의 이미지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화해 불가능해 보이는 도시와 자연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이니 그야말로 찰떡 표지인 셈이다.


저자는 도시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식물에 할당해야 한다고 말한다.동물의 생명은 식물의 생명에 달렸고, 식물이 없다면 어떠한 동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식물은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고 우리가 들이마시는 산소를 생산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을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는 식물 화석에서 비롯되었으며, 의약품의 주성분과 섬유 직무르 건축 자재 대부분의 출처가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우리의 도시가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도시를 '동물'처럼 설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도시를 확산된 유기체이자 다른 생명체와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로 상상하는 것, 즉 식물처럼 건설된 식물성 도시로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의 전쟁에서 이러한 냉각 효과만으로도 나무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아군이다. 하지만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것만이 아니다. 사실상 너무 덕분에 건물이 냉각되어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되고, 더불어 에어컨 수요가 줄어든다. 그리고 에너지 수요를 줄임으로써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된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을 직접적으로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의 질을 개선시킨다.                 p.179


길을 걷다가 깨진 보도블록이나 갈라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틈새, 건물 벽돌 사이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서 자라는 틈새 식물들은 누군가 심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게 된 것이다.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식물들이 계속 틈새를 선택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최선의 삶의 형태였던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도시에 사는 종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새로운 도시 환경에 자신들의 몸과 습성을 적응시키고 있다. 도시 생물이 겪는 변화의 대부분이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재앙에 저항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왜 인간은 이 지구상에 더불어 살고 있는 인간 아닌 존재들, 식물을 포함한 모든 비인간 존재에 대해 신경쓰지 않게 된 것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 환경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모든 동물과 식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지구의 생명 주기와 비교해보면, 단 몇 년 만에 인류는 역사를 바꿀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최근 1만 년 동안 우리 인간의 진화와 활동은 식물이 지구를 식민지화한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지구의 에너지 대사를 변화시켰다. 생태계를 지나치게 훼손하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경제 성장을 늦추지 않고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지구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기 전에 공공재의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범세계적인 관리 형태를 고안하여 혁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 우리의 도시가 왜 멸종 위기에 처했는지 그 배경을 짚어보고, 식물의 지혜를 도시공학에 접목해 불확실한 기후 재앙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 일부를 걷어내 나무로 채우고, 도시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식물에 할당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식물성 도시(Phytopolis)’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나간다면, 회색 콘크리트를 덮는 초록 혁명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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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 언제나 꺼내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 한 그릇
오토나쿨.박지완 지음 / 유선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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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낫토의 촉감이 떠오른다. 발효된 콩에서 나온 미끈한 실에 가득한 차가움은 사실 일반적인 좋은 맛에는 포함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맛이냐고 물어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냥 한번 먹어보라고 할 뿐. 마찬가지로 <녹차의 맛>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줄거리를 설명하기 어려우니 직접 보고 느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일본 어디엔가 살아가고 있을 그 가족의 안녕을 바라게 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61~62


<리틀 포레스트>, <줄리&줄리아>, <바베트의 만찬>, <카모메 식당> 등 영화를 보고 나서 유독 음식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음식에는 인물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보며, 혹은 그 음식을 먹으며 용기를 받고, 위로를 받고,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다. 이 책은 그렇게 영화와 요리를 사랑하는 두 여자가 한 편의 영화에서 출발해 한 그릇의 요리로 완성한 기록이다. <재생의 부엌>과 <도쿄 일인 생활>을 쓴 작가 오토나쿨과 영화 <내가 죽던 날>의 감독 박지완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접 요리도 하며 일기처럼 글을 썼다. 


<걸어도 걸어도>의 일본식 냉소면, <호텔 슈발리에>의 피넛버터 쿠키, <녹차의 맛>의 연두부 낫토, <리플리>의 프리타타,  <해피 투게더>의 광동식 닭고기 덮밥 등 요리를 통해 영화를 추억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선우가 자신이 일하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영업을 마치며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초콜릿 케이크를 한 입 먹는 장면에서 시작해, 김지운 감독님께 들었던 시나리오 강좌 수업이 끝나고 처음 마셔보았던 에스프레소의 추억도 흥미로웠고 <호텔 슈발리에>를 스무번은 봤다는 공통점으로 만난  그녀에게 만들어줬던 피넛버터 쿠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누구나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독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고독한 멘치카츠,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삼계탕, 어느 여름날의 잊히지 않는 콩나물 냉국 등 어렵거나 복잡한 레시피가 없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냉장고에서 맥주와 잔을 꺼내 화려한 포테토 사라다 옆에 둔다. 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부스팅 된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젓가락으로 먼저 토핑을 올리지 않은 포테토 사라다를 입에 넣는다. 재료들이 조화롭게 존재감을 뽐내며 부드럽고 상큼하고 아삭하고 고소하고, 혼자 다 한다. 여기에 다시 맥주 한 모금으로 입안을 비우고 다시 토핑을 곁들여 한 입. 베이컨 크럼블과 양파 플레이크의 부서지는 소리와 그 풍미가 먼저 느껴지면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p.212~213


살다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운 순간들을 맞이할 때, 바닥까지 추락한 듯한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 너무 피곤해서 몸도 마음도 내 것 같이 느껴지지 않을 때 말이다. 그럴 때 가장 즉각적인 처방전으로 맛있는 음식만한 게 없다. 다시 힘을 내볼수 있도록 속을 달래주고, 마음을 토닥여주니 말이다. 추운 겨울날 먹는 따끈한 어묵탕, 뭐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하는 달콤한 케이크, 속에 맺힌 화를 다 없애줄 것 같은 매콤한 낙지볶음 등 음식만이 줄 수 있는 힘이다.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음식이 함께 했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장면에서 음식이 등장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 영화 속 한 장면이 남긴 감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그 음식을 요리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편안하고도, 따스한 기분이 들어 너무 좋았다. 


좋은 영화를 보고 길을 나서면 언제나 그 여운에 마음 한구석이 싱숭생숭해진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가볍게 요리를 해보면 어떨까. '그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이 공기처럼 흘러나와 내 삶에 스며'드는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영화와 요리가 그저 하나의 취미를 넘어 우리 삶의 큰 위안과 기분 좋은 의욕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영화 속 음식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달걀말이, <봄날은 간다>의 라면, <줄리&줄리아>에 등장하는 뵈프 부르기뇽 같은 음식들 말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을 떠올려 봐도 좋고, 직접 만든 소박한 음식을 통해 우리의 매일을 지탱하는 순간의 소중함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대충 먹어도 살 수 있고, 영화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좋은 음식과 영화는 삶을 한층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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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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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 무덤 가까이 다가가 관이 땅속으로 영원히 묻히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것은 큰 실수였다.

오늘 내가 이곳에 초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장례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새하얀 관 위, 황금색 명패에 큰 글씨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앨리스 앤더슨'

바로 나다.                  p.17


익명의 이메일로 장례식 초대장이 도착한다. 보낸 사람에 대한 단서도, 고인의 이름도 없는 수상한 이메일이었다. 사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도나가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 건 고인이 내게 무언가를 남겼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삼 년 동안 사람들을 피해 숨죽이며 살아온 도나에게는 돈이 한푼도 없었고, 고인이 남긴 것이 돈이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장례식은 호화로운 부촌에서 진행되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도나는 그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으며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뜨려는데, 새하얀 관 위에 쓰여진 이름을 발견한다. 그건 자신의 이름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동안 조심히 살아왔고, 과거의 삶과 이어질 만한 연결 고리는 모두 끊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이상한 일은 그 뒤로도 계속된다. 장례식이 끝나고 이어질 조촐한 장례식이 앨리스가 살던 집에서 열린다며, 앨리스의 고용주이자 장례식을 주관한 남자 맥스가 도나를 초대한 것이다. 그에게 앨리스가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나는 그 집으로 향한다. 호화로운 집에서 벌어지는 다과회에서 도나는 갑작스럽게 앨리스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저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일자리를 제안받은 것이다. 앨리스는 맥스의 비서로 그의 사업 전반에 관련된 일을 처리했었고, 당장 그의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궁금한 일이 계속 쌓이고 있었기에, 도나는 그 제안을 덜컬 수락해버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곳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한나의 것일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나는 죽은 걸까. 눈물이 터지고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친 채 하룻밤을 돼지우리에서 보냈고 이제 막 알게 된 사촌이 살해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한나를 찾아서 이 집을 떠나는 게 상책이다. 나는 옷소매로 입을 닦고 몸을 숙여 자세히 봤다. 틀림없이 사람 손이다.                     p.315~316


도나가 맥스의 저택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의문투성이다. 도나는 그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말을 특히 조심하려고 애쓴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과거는 최대한 짧게, 실수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그러면서도 앨리스에 대해서, 자신의 과거와의 접점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도나는 삼년 전에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고,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상환 일자를 맞추지 못했다. 이자가 붙으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금액이 된 탓에 이름을 바꾸고 숨어 지냈던 것이다. 지금은 도나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점차 자신의 과거와 앨리스라는 이름을 사용한 여성에 대해서 알게 된다. 과연 도나는 진실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까.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한 호흡으로 달려간다. 초반부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만큼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어느 정도는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한 채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니 말이다. 그런 상태로 이야기에 끌려가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니 그야말로 도파민 터지는 심리 스릴러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헬렌 듀런트는 10년간 영국 범죄소설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이 작품 역시 굿리즈 누적 평점 11만 건 이상, 평점 4점 이상 기록한 히트작이다. 지루할 틈없는 페이지터너를 찾고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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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
솔레다드 로메로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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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8월 21일,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진다. 평범한 이탈리아인 목수였던 빈센조 페루자는 어떻게 대낮에 미술관에서 그림을 빼낼 수 있었을까.  사실 그는 루브르 미술관에 고용되었던 목수였다. 미술관에서는 1910년 도난 우려가 있는 작품을 유리로 보호하기 위해 목수 4명을 고용했었는데, 가구 장인 중 한 명이 바로 페루자였던 것이다. 


청소나 복구 작업을 위해 월요일인 미술관의 폐관일이었고, 그날 관내의 미술 작품을 지키는 것은 경비원 10명뿐이었다. 경비가 허술하다는 것을 눈치챈 페루자는 누구의 협력도 없이, 의심받지 않고, 혼자서 <모나리자>를 훔쳐냈다. 미술 역사상 최대의 도난 사건으로 미술계는 대혼란에 빠졌고, 당시 파블로 피카소도 용의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하는데... 경찰은 어떻게 <모나지라>를 되찾을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모나리자의 실종>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이 책에는 페루자의 범행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경찰이 어떻게 수사에 착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범인을 검거했는지를 흥미진진한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준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기발한 계획과 대담한 도전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 세계의 대도둑과 탈주극 18가지가 펼쳐진다. 각각의 사건마다 배경, 범행 수법, 도주 경로, 체포 경위 등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는데, 마치 타블로이드 기사처럼 편집이 되어 있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들이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 작품같기도 하고, 신문 기사 속 사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짜 리얼한 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탈옥에 성공해 무려 31년간 가족과 함께 도망자로 자유롭게 살았던 악명 높은 도망자 로니 빅스, 비행기를 하이재킹하고 20만 달러를 손에 넣고 낙하산을 이용해 뛰어내린 사상 최악의 강도 사건, 하룻밤 만에 무명 노동자에서 스페인 사상 최고의 벼락부자 도망자가 된 남자, 경찰관으로 변장한 도둑 두 명이 5억 달러 상당의 미술품 13점을 훔쳐간 미국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 80M의 지하 터널을 통해 중앙은행을 습격 1억 6400만 헤알을 훔쳐간 브라질 사상 최대의 강도 사건 등 역사에 남은 대사건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이 총동원된 탈주극과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사건들이 마치 탐정의 사건 스크랩 파일처럼 정리되어 있어 흥미진진했다. 사건 수사 기록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같은 케이퍼무비를 좋아하는 편인데,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뛰어난 아이디어들과 기발한 계획, 그리고 대담한 범행과정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탈출극, 완벽한 강도 계획, 유령처럼 경찰의 손에서 쏙 빠져나가는 범행 과정, 유명한 마술사처럼 사라진 탈출의 명수 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더욱 놀라웠다.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와 감각적인 편집 구성으로 세기의 범죄들을 하나의 작품처럼 정리한 책이라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소재가 필요한 창작자들에게도,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색다른 사건들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도 도파민 넘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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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rible Science - The Terrible Truth about Time : 처음 만나는 과학 영어 수업 (물리) - 스콜라스틱×윌북 영어 원서 리딩 프로젝트 Horrible Science 8
닉 아놀드.지소철 지음, 토니 드 솔스 그림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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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orrible Science(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총 20권으로 제작되었는데, 티처스 프로그램에서 학생에게 추천한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방송 전에도 이미 영어 원서로 유명한 시리즈였지만 말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초반까지의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과학 교양서이다. 


국내에는 스콜라스틱과 정식 계약한 윌북주니어에서 원서 리딩 학습서로 출간했다. 20권 중에 5권이 작년에 먼저 나왔고, 이번에 추가로 5권이 나온 상태이다. 




이 시리즈가 좋은 것은 원서의 원문과 그림을 100% 수록했고, 중요한 과학 용어와 문장에는 별도로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는 점이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스스로 영어 리딩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원문을 그대로 해석한 게 아니라 본문 내용을 정리해서 한글로 알려주고, 중요한 단어와 구문을 별도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Vocabulary에서는 어원을 기반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낯선 단어가 나와도 유추해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Sentence에서는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래서 원문은 영어 그대로 읽고,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추가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원서를 읽을 때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버전으로 읽어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다루고 있는 과학적 지식도 이해하기 쉬운 편이고, 재미있는 그림들과 한눈에 잘 들어오는 편집으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공부와 과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데,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 생명과학, 화학, 지구과학으로 구분해 각 영역별 주요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본 것은 8권 물리이다. 8원의 제목은 <The Terrible Truth about Time>으로 '시간'의 비밀을 탐구한다. 우주의 탄생, 빅뱅 이론, 엔트로피 법칙 등 현대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원서 읽기를 할 때 아무리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면 문장들이 해석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영어와 해석이 함께 표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영어로 읽는 힘을 기를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막힐 때마다 한글 해석을 참고해서 살펴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원문만 쭉 읽어도 좋고, 읽다가 막히면 일대일 해석이 아니라 내용 요약이나 구문, 단어로 도움을 받아 다시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부담없이 원서 읽기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문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단어와 밑줄 표시한 문장을 각각의 해설 파트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찾아 보기도 수월하게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영어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미번역작들을 주로 원서로 구매하는데, 이번에 호러블 사이언스를 읽으면서 소설보다는 확실히 읽기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용으로 읽어도 좋지만,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시리즈이다. 엄마표 영어로 아이와 함께 학습할 교재를 찾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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