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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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체로 인간은 평화로운 종이며,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대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이나 살인, 상해를 저지르는 섬뜩한 성향도 있다. 이 명백한 모순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류가 본질적으로 평화주의자이며 폭력은 문화의 한기능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정반대 주장도 존재한다. 즉 문화적 제약이 폭력적 본성을 억제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이중성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는 듯하다.              p.76


인간의 일곱 가지 대죄는 단테의 <신곡>으로 인해 제대로 알려졌다. 죄악의 일곱 뿌리를 각각 상징하는 일곱 단으로 이루어진 연옥 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의 단이 차례로 이어지고, 죄인의 영혼은 각 단에서 자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아마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 덕분일 것이다.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활약했던 이 영화는 위가 찢어질 때까지 먹다가 죽은 초고도 비만 남자, 자기 살을 베어내 죽은 악덕 변호사 등 7가지 죄악에 따라 발생하는 연쇄살인을 해결해 나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곱가지 죄악들이 극복해야 할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진화해온 인간 기능의 한 형태라면 어떨까. 이 책은 그렇게 수천 년간 인류와 공존한 부정적 감정들을 과학적으로 살펴본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이러한 죄악들이 인간 경험의 구성요소들, 감정과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고, 생물학적 인간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이 책의 포문을 연다. 이러한 행동들이 오로지 해악만 끼친다면, 그것이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그러한 파괴적인 특성이 대대로 전해지고, 생명의 진화 과정 내내 존속했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어떤 감정은 다른 감정들보다 더 복잡하다. 두려움과 분노는 보다 직관적이고, 뚜렷하게 촉발되며, 더 직접적으로 와닿으면서 생존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는다. 대조적으로 질투와 시샘은 약간의 자기 반성과 지식을 필요로 하며, 사실상 죄책감, 수치심, 자존심도 마찬가지다. 이런 감정들이 더 고등한 인지 영역들과 사회적 세계의 심오한 이해와 관련된다는 인식 말이다. 한편 단순한 감정이 진화적 명령이라는 점도 더 명백하다.                p.199


저자는 수련의로 일하던 시절 내과 당직을 서다가 막 구급차에 실려 온 환자를 봐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응급실의 칸막이 커튼을 젖히자 몸집이 산처럼 거대한 남자가 누워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아기처럼 무력하게 누워 있는 남자를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제력이 부족하다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비만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체중이 먹는 양과 움직이는 양만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은 수많은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을 부추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특정 신경 세포 집단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비롯해서 각종 신경학적 지식을 토대로 인간의 체중과 식욕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넘어선다. 




저자는 실제 환자들을 통해서 이러한 '탐식'을 비롯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덕이나 종교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대죄, 즉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을 진화론적, 신경학적, 심리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죄를 도덕적 관점만이 아닌 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이 모든 감정이 뇌 탓이니 누구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잣대뿐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아픈 상태인지,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지 여부를 함께 보라는 거다.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뇌를 만능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을 더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혁명을 촉발한 분노, 세계 지도를 다시 새긴 탐욕, 제국의 몰락을 가져온 나태, 제국을 건설한 질투, 정치인의 몰락과 국가 기밀 누설을 초래한 색욕, 환경을 파괴하는 게걸스러운 탐식, 무수한 갈등을 촉발한 교만에 이르기까지 일곱 가지 죄악들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는 원동력이었다. 세계 역사의 추진력이자 동시에 현재를 빚어내는 힘이기에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애써 억눌러온 감정들을 깊이 경험하고, 그러한 감정들의 신경학적 기원을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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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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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어느 틈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젊을 때의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도대체 얼마 만큼이었을,까? 자신의 일로 되새겨보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가네사다 같은 나이가 되어도 냉장고 깊숙이 있는 잊힌 건어물 정도의 괴로움은 있다. 연륜이나 경험으로 쉽게 사물을 단순화하는 것은 노인의 나쁜 버릇이다.         p.51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계속 돌보고 간섭해서 마음대로 어른이 될 틈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자유롭게 방임하는 것이 뭔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만 뒤쳐지게 두는 것이 어른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어떨까. 초등학교부터 십 년 이상,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갇혀서 대개 재미없는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성적이 매겨진다. 그런 아이들의 머릿속을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학교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결국 학교 밖으로 밀려난 고등학생이 여름 한 철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서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오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갈 수가 없어졌다. 꾀병을 부려 띄엄띄엄 쉬다가, 여름이 되기 전에 딱 다닐 수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등교 하던 날, 호흡이 밭아지고, 심장 부근이 무거워지며, 압박감으로 숨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획일적인 교육으로 갇혀버린 학교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렇게 가오루는 교실로 향하기를 그만두고 '결엲'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여름 동안,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 사는 작은 할아버지네에서 지내보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은 가오루였다.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은 마음과 아마도 작은할아버지라면 자신에게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둘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오루는 자유롭게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작은 할아버지 집에 머물면서 카페 일을 돕고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어른들과의 교류 속에서 점차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가오루는 반복이 싫다. 싫다기보다 잘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고 있는 오카다의 움직임은, 가오루에게 뭔가를 전해온다. 힘들지 않은 반복도 있어. 그것이 바로 자기를 해방시켜주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뿐더러 강렬하게 매료된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p.151


가오루를 맡게 된 가네사다 입장에서는 '그 선이 가늘고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점이 없는 고등학생이 구태여 여기서 재니고 싶다니 도채에 무슨 연유일까' 궁금했다. 도쿄와는 달리 사리하마는 흔해빠진 관광지이고, 있는 것이라고는 온천과 바다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의외였을 뿐, 가오루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직원인 오카다에게도 그가 도쿄에서 피난 오는 거니 당분간 마음대로 지내게 해주면 된다고 일러 둔다. 손발을 움직이는 편이 여러 의미에서 좋을 테니, 가게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으면 돕게 하라고 말이다. 가오루는 도착하자마자 여기 오길 잘했다고 느낀다. 학교가 없고, 부모도 없고, 집으로부터도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방되고, 마음이 편해지며,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가라앉는 프랜시스>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작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기가 막힌 직유와 비유를 들어가며 표현하는 묘사들과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문장들로 인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가였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하며 읽었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상 속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들을 세심하게 포착해 내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세 남자를 통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마쓰이에 마사시는 돌아보면 중, 고등학교 때 제법 힘이 들었다고, 학교가 너무 싫었다고 말하며, 이 작품은 그런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열여덟 살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 그의 유일한 청춘소설이기도 하다. '세상에 쉬이 타협하지 못한 모든 소년소녀에게'도, 삶을 거스르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고요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드라마틱한 서사 없이도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어 주고, 긴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마쓰이에 마사시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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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바다 TURN 9
이수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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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개발이 아니라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는 핑계일 뿐이지, 똑같아요. 설령 이런 식으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한들 뭐가 변하겠어요?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잘 살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생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그런 식이라면 이 실험이 성공해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에요. 또 뭔가를 망가뜨리겠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죽어나가는 건 변방에 있는 사람들일 테고요.                 p.40~41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마지막 몇 년 동안, 인류는 기후 재앙에 대처하는 대신 전쟁에 돌입했다. 곳곳에서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던 대부분의 전쟁이 소강 상태에 들어간 2056년 10월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리랜서 용병인 오하나는 다국적기업인 SG의 의뢰를 받아 해양생명공학자 아이서를 찾아 다니는 중이다. 군인 출신의 오하나는 전쟁을 위해 인간 무기로 만들어진 사이보그 용병이었고, 아이서는 한때 연구원이었지만, 현재는 SG가 주관하는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중이다.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짠물호수를 만들어 지구 온도 상승을 막고, 물과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곳에서 각종 해조류가 자라며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면, 그것을 재료로 바이오 연료,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생산해 세계로 내보낼 것이다. 해조류가 많이 자라는 지역은 해양 산성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바다 생태계 보존율도 높다. 그렇게 대기 중 탄소를 대량 흡수해 인류가 처한 기후 재난을 다소 되돌릴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프로젝트가 SG의 기만적인 영리사업일 뿐이라고, 결국 사막을 붕괴시키고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SG는 오하나를 보내 아이서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오하나와 아이서는 우여곡절 끝에 여정을 함께 중앙아시아의 너르고 황량한 땅을 종횡무진 오가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프로젝트에 얽힌 진실과 음모를 모두 밝혀내고 기후 재난 시대의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저 인간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뭐 하러 계속 사는데요? 계속 살 거라면 뭔가를 믿어야 해요. 인간의 선의를 믿고, 희망을 믿어야 한다고요. 지금도 우리는 세미라 씨 덕분에 살아 있잖아요!"

"아니, 자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고. 뭘 믿느냐와 어떻게 사느냐는 꼭 일관되지 않는 법이거든. 그리고 나에게도 중요한 건 있어. 난 무엇보다 내 일이 중요해......"                p.125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이다. 이수현 작가는 소설가뿐만 아니라 SF•판타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포스윙 시리즈, 수확자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비롯해서 옥타비아 버틀러, 어슐러 K. 르 귄, 할란 엘리슨 등의 작품들을 모두 번역했으니 말이다. 작가는 여성 사이보그 용병과 해양생명공학자의 로드무비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 SF적인 재해석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의 관계로 소설적인 재미를 주었고, SF소설 특유의 상상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도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해 주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통해 매력적인 서사로 그 중요성을 많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수현 작가는 '세상이 이 모양인데 이런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지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불타고 있을 때 오직 재미있는 소설로 버텨낸 적이 있기에, 독자들도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재미와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중앙아시아는 작가가 무척 좋아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주요 4개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지금의 신장위구르 지역은 모두 여행으로 방문한 적이 있기도 하다고 말이다. 소설 일부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여행 중에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 이국적인 풍경들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일 듯 느껴져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생겼으니, 언젠가 여행지를 정하게 될 때 분명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자, 한계 없는 턴의 새로운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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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 정조 - 개혁을 이끈 소통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1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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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사극만 수십 편에 달한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책도 수십 권에 달한다. 그만큼 조선의 500년 역사가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바로 그 '조선왕조실록'이 한국사 학습 만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아이가 역사와 세계사에 한참 관심이 많아서 방학 동안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선의 제22대 임금 정조다. 주인공 렘과 엠버가 VR 기구를 통해 조선 시대로 이동해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살펴보고, 정조가 직면했던 여러 사건을 함께 들여다본다. 과거 역사 인물이 처했던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당대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만화를 통해 펼쳐져서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역사적 사건과 맥락은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상상력 넘치는 모험 이야기를 더해 몰입감을 확 높여준 것이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의 가이드 해치몬이 나타나 렘과 엠버에게 미션을 준다. 첫 번째 미션은 이상을 웃게 하라. 두 번째 미션은 정조를 지켜라. 세 번째 미션은 정조의 꿈을 완성하라. 이다. 아이들은 정조의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정조의 인간적인 고민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만화 중간 중간 역사의 흐름과 맥락을 익힐 수 있도록 깨알 정보가 배치되어 있다. 아이가 재미있어 했던 페이지는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실록 TMI'였는데,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 소소하고 재미있는 기록들을 뽑아 쉬어 가는 페이지로 만든 것이다. 한밤중의 참외 대소동, 대지진 미스터리, 조선 시대에 나타난 기린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학습 '만화' 형식이지만, 본문의 내용을 복습하고 확장할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독후 활동과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하다. 워크북이 굉장히 알차게 만들어졌는데, 본문에서 배운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왕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정보도 수록했고, 개념 확인 문제 풀이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까지 대비할 수 있다. 왕으로부터 배운 지혜를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독후 활동 페이지도 구성되어 있어 아주 도움이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이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1,893권 888책으로 왕이 승하하고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대로 편찬한 것이 축적된 기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조선의 생생한 역사를 현대의 우리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른 용으로 쓰인 <조선왕조실록>을 한 두 권 읽다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어린이 용으로 만들어져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세계관과 서사를 더한 버전이라 아이들이 부담없이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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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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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에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으며, 이는 아마도 네오에욱시네호수의 갑작스러운 범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중해가 밀고 들어왔을 때, 밀도가 높은 바닷물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훨씬 염도가 낮은 상층부를 남겼는데, 그 염도는 대양의 절반 정도였다. 현재 보스포루스해협과 다르다넬스해협에서는 상층과 하층의 역류를 통해 흑해와 지중해 사이에 해수가 지속적으로 교환되고 있다. 그러나 흑해에서는 염도에 따른 층화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물의 순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p.52


검은 바다를 뜻하는 '흑해'는 대륙으로 둘러 싸여 있다. 지구상에 수많은 바다가 있지만 '흑해'라는 이름만큼 미스터리함과 강렬함을 보여주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 바다를 흑해라고 부르게 된 것일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바다를 '폰토스 악세이노스', 즉 어둡고 침울한 바다라고 불렀다. 격렬한 폭풍과 짙은 안개로 인해 항해하는 선원들읠 불안하게 했고, 수심이 워낙 깊어서 물이 앝은 지중해보다 매우 어둡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이 후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작가들에 의해 환대하는 바다라는 뜻의 '폰투스 에욱시누스'라고 바뀐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의도를 담은 반어법이었거나, 그저 희망 섞인 생각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흑해를 둘러싼 여섯 나라는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튀르키예이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흑해는 강에서 공급받는 담수와 바다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해수가 함께 존재한다. 담수는 염도가 낮고, 해수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그 밀도 차이로 표층은 산소구 풍부하지만, 심층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지대가 형성되었다. 덕분에 흑해에서 가라앉은 선박의 선체와 구조물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보존된다. 실제로 그 무산소층을 연구하는 심해 탐사 결과 발견했던 것이 5세기경의 비잔티움 시대 선박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인류 최초의 항해부터 현재까지 흑해를 항해하다 침몰한 모든 선박, 대략 5만 척에 달하는 개별 난파선들이 해저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흑해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흑해는 오스만인의 상상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다. 흑해는 술탄의 영토 중에서도 뚜렷이 구분되는 하나의 지역으로 여겨졌다. 남쪽으로는 아나톨리아 심장부와, 북쪽으로는 다쉬트이 킵차크, 즉 탁 트인 '킵차크 스텝'과 경계를 이루었다. 킵차크 스텝은 바다와 그 북쪽의 폴란드인 및 모스크바인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1538년 오스만제국은 해안의 마지막 조각인 부자크 지구를 정식으로 합병했다. 이곳은 프루트강, 다뉴브강, 드네스트르강 사이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 시점부터 해안선 전체가 오스만 왕조의 견고한 영토로 통합됐다.               p.205


이 책은 언제나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습을 드러냈던,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각 세계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흑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와 그 주변 여러 민족 및 국가의 역사, 문화, 정치에서 바다의 역할을 살펴보는 이 책은 2700년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장대한 역사를 단 한 권으로 집약해냈다.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인 찰스 킹은 국제학 전문가이자 유라시아 지역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는 검은 바다가 품고 있는 기괴한 미스터리와 그 속에 숨겨진 역사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흑해 주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 정치를 하나로 엮어내고, 유럽 동남쪽 변경 지역에 대한 오래된 지적 지도를 되살려낸다. 흑해는 어딘가 우중충하고 버려진 거대한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위치적 특성이 흑해를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바다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흑해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흑해는 알려진 세계의 끝자락에 있었고 신화 속 괴물들과 반인반수, 영웅들이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차츰 그리스 무역 식민지가 성장하며 해안 지역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거대한 상업 제국과 연결되며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왜 흑해 주변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걸까. 왜 흑해에서 발견되는 난파선은 수천 년간 썩지 않을까. 성경 속 대홍수는 정말 흑해에서 일어났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흑해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 어린 질문들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흑해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세계의 ‘끝’으로 여겨져온 흑해는 언제나 역사가 ‘시작’되고, 세계가 ‘연결’되는 바다였던 것이다. 21세기 흑해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와 20세기 냉전 시대의 지정학이 중첩되는 복잡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누군가에게는 전략적 관문이자 완충 지대이며,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생존의 필수 통로이고, 누군가에게는 분쟁의 바다이기도 하다. 특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흑해는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의 여파가 곧바로 전 세계의 식량 가격및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수천 년의 역사를 만나보고, 현재의 복합적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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