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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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학교에서는 틀림없이 남을 믿으라고 가르칠 줄 알았어. 성선설을 부르짖는 줄 알았다고."
"왜요?" 라고 묻는 소년은 '성선설'이라는 말뜻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난 얼마 전에야 마리아한테 배웠는데, 하는 생각에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뇨, 선이나 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p.121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으로 데드풀 감독 X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불릿 트레인> 원작소설이다. 기존에는 원제인 <마리아비틀>로 출간되었으나, 영화 개봉을 기념하여 영화 제목과 동일한 ‘불릿 트레인’으로 제목을 변경하고, 영화 포스터를 표지로 한 특별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무비 에디션을 위해 특별히 ‘불릿 트레인 티켓’ 독서카드용 책갈피를 제작하였으며 이사카 고타로가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친필 메시지를 남겼으니, 작가와 영화의 팬이라면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킬러 시리즈'는 <그래스호퍼>, <불릿 트레인>, <악스>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그래스호퍼>는 냉혹한 살인청부업자들과 아내의 복수를 꿈꾸는 어수룩한 전직 수학 교사 스즈키의 쫓고 쫓기는 하드보일드 느와르였고, <불릿 트레인>은 생사를 헤매는 아들을 위해 놓았던 총을 다시 잡은 남자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기묘한 킬러 콤비 등 여러 인물들이 우연과 필연 끝에 절묘하게 얽히는 액션 활극이다. <악스>는 겉보기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실제로는 베테랑 킬러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청부살인업계에서 은퇴해 떳떳한 가장이 되고자 하는 꿈과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해 살인을 계속하게 되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킬러의 일상을 그렸다.

 

 

 

"저어, 형.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 왕자가 별안간 그런 질문을 던졌다... "전부터 이상했어요. 안 그래요? 전쟁 같은 데서 사람을 죽이고 사형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런데 살인은 안 된다니."
"지금 막 사람을 쏜 나한테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군... 잘 들어.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살해되고 싶지 않은 녀석들이 만든 규칙일 뿐이야.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보호받고 싶은 녀석들이 만든 거지. 나한테 묻는다면, 살해되고 싶지 않으면 살해되지 않게 처신하면 된다. 남에게 원한을 사지 않는다거나 신체를 단련한다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야. 너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테고."     p.460~461

 

왕년에는 킬러였지만 현재는 한낱 알콜 중독자에 불과한 ‘기무라’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향하는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여섯 살 어린아이를 백화점 옥상에서 떠밀어 중태에 빠뜨린 소년 ‘왕자’를 찾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영악한 왕자가 오히려 기무라의 행동을 예측해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기무라는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자리에 묶인 채로 앉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콤비 킬러인 '밀감'과 '레몬'은 인질로 잡혔던 보스의 아들을 무사히 구하고 몸값이 든 검은 트렁크를 들고 하야테에 탑승하지만, 짐 보관소 선반에 올려둔 트렁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그들이 사라진 트렁크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사이, 보스의 아들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자, 그렇게 종착역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시간 30분! 사이코패스 왕자의 잔꾀에 이들은 우연과 필연으로 얽히면서 모두들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밀폐된 기차 안에서 이들 중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이 작품은 킬러가 등장하는 여타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이사카 고타로만이 그려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단어 그대로 너무도 '인간적인' 킬러가 등장하는 작품은 만나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을 '인간적'이라고 설명하는 것부터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냉혹한 킬러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회와 인간이 안고 있는 어둠과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읽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위트와 유머에서 비롯되는 재미도 여전하고, 전문 킬러가 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매력도 훌륭하다. 행운과 불행, 우연과 필연, 선과 악이 교차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흥미로운 구성을 만들어 내고, 질주하는 기차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의 긴장감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의 오랜만의 주연작이기도 해서 영상화된 버전도 기대가 된다. 스피디한 이야기와 위트 있는 대사, 치밀한 구성과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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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니와 악몽 가게 3 - 수상한 털북숭이와 겨울 탐험 닌니와 악몽 가게 3
막달레나 하이 지음, 테무 주하니 그림, 정보람 옮김 / 길벗스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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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고 씩씩한 아홉살 소녀가 악몽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닌니와 악몽 가게>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아홉살 소녀 닌니는 자전거를 너무 갖고 싶어 스스로 자전거 살 돈을 벌어보기로 했고,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힌트를 얻어 찾아간 곳이 바로 악몽 가게였다.

 

닌니가 악몽 가게에 정식으로 채용이 되면서 1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고, 2권에서는 백두 살 먹은 흡혈귀 루카스가 등장했었다. 그런데 이 흡혈귀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존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반전 재미가 있었다.

 

 

자신이 이빨을 잃어버렸다고,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흡혈귀라고 울음을 터트리는 소심한 흡혈귀에 이어 3권에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정체 모를 털복숭이 거인이다. 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산다는 설인은 대체 악몽 가게에 왜 나타난 것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왜냐하면 다른 곳은 햇볕이 내리쬐는데, 악몽 가게에만 함박눈이 내리면서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가게 안에도 굵은 눈송이가 가득 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게가 꽁꽁 얼어버린 이유는 뭘까.

 

 

닌니와 이상한 할아버지, 그리고 녹색 유령 페르차는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보기로 한다. 가엾은 충치 요정들이 꽁꽁 얼어 버린 위층이 더 추운 것 같아 그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기로 한다. 장비를 가지러 뒷방 겨울용품 창고로 향한 그들이 마주한 것은 바로 하얀 털복숭이 거인이었다. 각종 장비를 챙긴 닌니와 탐험대는 서재로 향하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데, 가는 곳마다 털복숭이 거인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꾸 길을 방해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옥상으로 올라가 가게에 눈폭풍이 일어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자꾸만 나타나는 털복숭이 거인의 정체는 뭘까. 이들은 얼어붙은 악몽 가게를 무사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

 

 

<닌니와 악몽 가게>는 이상한 할아버지, 녹색 유령 페르차, 보라색 문어 뢸리스 등 악몽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더해주고, 매 권마다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이다. 용감하고 씩씩한 아홉살 소녀가 주인공이라 더 유쾌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컬러 삽화와 글밥이 적절히 섞여 있어 예비 초등부터 초등 저학년들이 혼자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한 책이다.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읽기 독립을 해야 할 나이라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상 요상한 가게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모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싹한 추위를 배경으로 그려진 이야기라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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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문장 초등 자기주도 글쓰기의 힘
송재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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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시대에서 문맹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글맹'이다. 글맹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체계적이고 논리정연하게 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언어 발달 과정은 '듣기 -> 말하기 ->읽기-> 쓰기' 순으로 발달한다. 문맹은 이 4단계 중 읽기를 못하는 것이지만, 글맹은 쓰기를 못하는 것이다. 문맹은 작심하면 몇 개월 만에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글맹은 짧은 시간에 불가능하다. 평생 갈고 닦아야 한다.      p.24

 

2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초등 교육 분야의 많은 책들을 집필한 작가가 알려주는 7~12세 골든타임에 반드시 필요한 초등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직장인들이 보고서와 문서작성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면, 저학년 아이들 중에는 우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글쓰기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자, 글쓰기의 기초가 완성되는 시기이니 말이다. 쓰기 활동은 과목에 상관없이 대부분 수업 시간의 최종 단계에서 꼭 이루어지는 활동 중 하나라서 교사가 아이에 대해 하는 평가의 대부분이 '쓰기'인 경우가 실제로 많다고 한다. 그러니 글쓰기를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말이다. 결국 쓰기를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울 수가 없다. 부모들이 아이의 글쓰기를 점검해줄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글쓰기의 기초를 잘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쓰는 글은 쉬운 글이다. 쉽게 읽힌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로 글을 쓰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글이 쉽게 쓰고 쉽게 읽힌다고 해서 가치 없는 글로 치부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글을 어렵게 쓰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글쓰기를 싫어한다면 이 생각부터 불식시켜줘야 한다. 글은 어렵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쉽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이라 말해줘야 한다.        p.211

 

이 책은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하여 일기, 독서 감상문, 논설문에 이르기까지 초등 시기에 가장 필요한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고 있다. 일기 쓰기가 왜 중요한지, 일기를 잘 쓰는 방법과 유의점, 독서 감상문의 구성 잡기, 부모를 위한 가이드, 논술 글쓰기에 유의할 점과 4단 논법으로 자기 생각 드러내기, 구성 잡기를 거쳐 실전 글쓰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알려 준다.

 

특히나 매일 한 문장씩,으로 시작하는 간단하고 쉽게 글쓰기 자신감을 채우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잘 안 되는 것, 다섯 가지가 '육자순간솔' 원칙이라고 한다. 이는 육하원칙에 맞게 쓰기, 자세하게 쓰기, 순서대로 쓰기, 간결하게 쓰기, 솔직하게 쓰기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실재 사례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주고 있어 아이들이 읽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따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를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난감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글쓰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부모조차도 글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봐준다는 것이 여간 어렵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글쓰기’에 즐거움과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면 부모 먼저 ‘초등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지식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고, 이 책이 부모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특히 글쓰기 노하우와 예시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초등 글쓰기의 표본과 같은 책이니, 아주 실용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또한 68페이지 분량의 워크북 <초등 자기주도 쓰기 노트>를 부록으로 제공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본책에 소개되어 있는 글쓰기 양식에 맞춰 쓰기 노트를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가지게 될테니 말이다. 문장 만들기 놀이부터 시작해 독서 후 한 줄 소감 문장 쓰기, 감정 사전 일기 쓰기, 수학 일기 쓰기,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 쓰기 등 워크북의 내용이 단계별로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직접 글을 써볼 수 있도록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매일매일 쓰다 보면 문장력은 물론 논술 실력까지 수직 상승하게 될테니 말이다. 글을 억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쓰는 아이, 즉 ‘자기주도 글쓰기’가 가능한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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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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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면 안다. 대칭적인 선이든, 파스텔 색조든, 완벽한 구도든, 아니면 뭔가 단번에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것이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 있다. 그렇다면, '우연히'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는 세계 곳곳의 '진짜' 장소들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p.15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라고 말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은 선명한 색감과 실제 동화책을 보는 듯한 평면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구도를 대칭으로 조율하고, 의도적으로 색감을 제한하며, 극적인 연출이나 카메라 무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단 몇 장면만으로 이곳이 웨스 앤더슨의 세계라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바로 그렇게 색감과 미장센과 영상미를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세계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저자인 월리 코발은 우연히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비슷해 보이는 장소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든다. 마침 코로나 이슈로 여행이 힘들어진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었고, 현재 160만 팔로워를 넘으며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AccidentallyWesAnderson'계정의 내용과 사진을 엮었다. 마치 영화에서 그대로 옮긴 듯한 장소가 2백 곳 이상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세계 일주를 떠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의 스완강에 놓인 낡아빠진 판잣길의 끝에는 귀여운 느낌표 같은 내트래스 가족의 자그마한 보트 오두막이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이따금 사진을 찍으러 들르는 한줌가량의 관광객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찾아왔고 한 줌에서 몇백 명으로 늘었다. 그러고는 몇천 명이 되었다... SNS의 사진 공유가 어떻게 하여 이 놀라우리만치 별 특징 없는 유기적인 온라인 명소를 탄생시켰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푸른 보트 오두막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있을 정도다.          p.339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맬리스 초콜릿 공장'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교외에 위치한 이곳은 우뚝 솟은 분홍색 원통형의 맬리스 초콜릿 저장 탱크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세 개의 저장 탱크에는 초콜릿을 맛있게 하는 재료 세 가지가 커다란 글자로 적혀 있다, 코코아, 우유, 설탕. 핑크빛 건물의 외관과 민트 컬러 자동차까지...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현실 버전같은 모습이기도 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하이오의 명물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초콜릿, 클래식 웨이퍼, 초코바 등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땅콩버터가 든 초콜릿 '벅아이즈'라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초콜릿도 맛보고 싶다.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오페라 호텔은 핑크빛 설탕 옷을 입은 듯한 보헤미아 스타일의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 너무도 아름다웠고, 표지에 수록된 사진이기도 한 스위스의 벨베데레 호텔도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북극권 한참 위에 있는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에 있는 눈 덮인 작은 오두막 로르부 캐빈도 너무 근사했고, 북극권에서 280마일 정도 떨어진 러시아의 도시 미르니에 있는 파란색 라디오 방송국도 인상적이었다. 1년 중 10개월 동안 겨울이 계속되어 평균 영하 40도의 기온을 견뎌야 하는 그곳 주민들에게는 라디오가 곧 일상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이다. 이 문장 하나로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전부 설명되는 듯하다. 웨스 앤더슨은 이 책에 대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들을 찍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그의 영화 세계와 정확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 책과 함께 '우연히' 보물 같은 풍경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일상 속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해 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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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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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복장과 마찬가지로 기모노 또한 보이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모든 언어가 그렇듯 옷차림에 관련된 언어는 뉘앙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기모노는 여러 의미로 옷의 주인을 정의한다. 몸에 딱 맞춰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기모노는 그 어떤 옷과도 다른 방식으로 몸을 휘감고, 제한하고, 받쳐준다... 특히 여성의 기모노는 몸에 꽉 끼는 데다 겹겹으로 덧입은 속옷 위에 비로소 기모노를 입기 때문에 마치 몸의 형태를 기록해놓은 껍데기 같다.           p.74

 

도널드 리치는 일본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일본 문화와 영화에 대해 글을 써왔다. 국내에는 영화평론가로 더 많이 알려졌을 텐데, 부산 국제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내한하기도 했었다. 그는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생활했는데, 특히나 오스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를 영어권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련 저서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 책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도널드 리치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에 걸쳐 일본 문화의 다양한 단면에 대해 쓴 산문 중에서 20편을 골라 수록했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관찰한 일본의 반세기는 어떨까. 일본 영화, 파친코, 패션, 키스, 망가, 공간, 열차, 자동차 문화와 일본 여성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깊이 있는 통찰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영화 평론가 답게 영화를 통해서 설명해 주는 대목들이 많아 더 쉽게 잘 이해가 되었고, 문장력이 워낙 뛰어나서 일본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마저 훅 빠져 들어서 읽게 만드는 글이었다.

 

 

 

일본은 죽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놓는다. 아마도 그래서 죽음을 그렇게나 많이 다루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극이나 시를 보면 죽음은 일상적인 주제 중 하나다. 언젠가 어떤 이가 일본인은 고대 이집트인만큼이나 죽음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착은 쫓기고, 괴롭힘 당하고, 사로잡히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그러고 보니 고대 이집트인들도 그랬지만, 일본은 죽음을 축하하고 받아들인다. 오히려 삶에 집착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p.266~267

 

일본인은 패턴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패턴화된 사람들이라고, 도널드 리치는 말한다. 일본어에는 형식적인 관용구가 많이 쓰이고, 일본은 여전히 제복을 입는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잘 개간된 땅은 산과 산 사이로 모양을 이루고, 눈을 두는 곳마다 보이는 패턴은 일본의 모습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생각이나 행동의 형식이 그 내용만큼이나 중요해, 정해진 형식에 따라 각 부분의 모습이 정해지고, 그러한 삶의 모습이 모여 일본이라는 나라의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보이는 모든 곳에 있는 듯 많은 표지판과 문자에서도 드러나고, 기모노를 비롯한 옷차림의 언어 또한 그러하다.

 

온갖 규칙으로 가득한 일본에서 외국인이었던 도널드 리치는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타고난 관찰자였던 그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시기에도 열심히 극장을 드나들다가 일본 영화의 비언어적 요소들을 관찰하게 되었고, 그 독특한 문법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미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거 객관적으로 관찰해 시각적 특성을 더 두드러지게 볼 수 있게 된다. 일본은 구조적으로 공백이 전체를 받치고 있는 나라이고, 도널드 리치는 족자 그림이든 현대의 광고든 거기엔 빈 공간이 왜 그리 많은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일본인은 비어 있음에 몰두해 생겨나는 가득함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비어 있음에서 가득함을 보는 것은 창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사유의 과정이 너무도 우아하고, 정갈하며, 아름답기까지해서 매 순간 감탄하면서 읽었다. 도널드 리치의 다른 저서들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수준 높은 문장과 통찰력으로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사유하는 시간을 놀라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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