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의 폭풍 - 로마 공화정 몰락의 서막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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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죠, 폴리비오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조국에 이와 똑같은 운명이 선고될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듭니다." 이어서 그는 로마 전통에 따라 호메로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언젠가 성스러운 트로이아가 멸망하고 프리아모스와 그의 백성들이 학살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밀리아누스는 그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모든 제국은 필히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그것은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p.48~49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옥타비아누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들에 속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들이 등장하는 화려한 로마 공화정 마지막 세대의 삶을 그린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혹적인 인간 군상과 놀라운 사건들로 가득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로마 공화정이 재앙 직전 상황까지 가게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넘어가는 변혁기, 로마사 전문가들이 '로마 혁명'이라 부르는 바로 그 시기이다. 


지중해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던 고대 로마의 공화정은 서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였다.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공화정 체제는 당대의 굉장히 선진적인 정치 체제로 500년 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표면의 평온 아래서 균열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었던 로마는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을까.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거둔 최종적 승리는 경제 불균형 증가, 전통적 생활방식으로부터의 이탈, 정치적 양극화 심화, 정치 행위의 불문율 와해, 군대 사유화, 부정부패 횡행, 끈질긴 사회적, 민족적 편견, 시민권과 선거권 확보를 둘러싼 다툼, 계속되는 군사적 수렁, 폭력의 정치 도구화, 특권에 집착한 나머지 시스템을 제때 개혁하지 않는 엘리트 집단 등을 낳는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풀어나가고 있어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다 보면 역사가 현재의 거울이 된다는 말을 체감하게 되는데, 그만큼 로마의 역사는 현대 정치 체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부분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플루타르코스가 말하듯이 "술라는 처음에는 자신의 행운을 적당히, 정치인처럼 활용했으며 사람들이 그에게서 상류 귀족층에 속했으면서도 동시에 일반 민중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다음번 술라가 로마에 올 때─전쟁이 끝나고 그에게 대적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의 행동은 큰 권력을 지닌 관직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그런 자리는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을 바꾸어 변덕스럽고 허영심 많고 잔인하게 만든다고 여겨졌다."               p.406


로마는 이천여년 동안 다양한 정치 체제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바로 공화정 체제이다. 공화정 체제는 정치 엘리트 원로원과 시민이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얼핏 오늘날의 민주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로마 공화정은 자유분방한 민주제가 아니었다. 소수의 귀족 파벌 가문들이 공직을 관습적으로나 법적으로 독점하고 있었고, 가난한 농부건 번창한 상인이건 부유한 지주건 모든 평민은 권력에서 배제되었다. 평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고 나서, 귀족과 평민 간의 오랜 싸움을 거친 후에야 평민을 위한 정무관을 선출하게 된다. 그렇게 귀족의 권력 남용에 맞서 평민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호민관들이 선출된다. 이 책은 로마가 포에니 전쟁을 거친 후 지중해 전역을 제패한 절대 강국이 된 시점에서 여러 군사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토지법 개혁을 시작으로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마리우스와 뛰어난 술수와 군사적 재능으로 승승장구했던 독재관 술라의 갈등, 이탈리아 내전 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담아냈다. 


저자인 마이크 덩컨은 팟캐스트 〈로마사The History of Rome〉 시리즈로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는 매주 업로드한 189개의 에피소드에서 들려준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장점을 살리고 고대 문헌과 각종 사료들을 통한 자세한 내용 보충을 통해 이 책을 썼다. 기원전 146년부터 기원전 78년까지를 연대순으로 다루고 있는데, 카르타고 정복 직후에서 그라쿠스 형제의 토지법 개혁, 마리우스와 술라의 정치적 갈등, 이탈리아 내전까지의 70여 년을 그리고 있다. '혁명'에 집중하기보다 혁명이 조성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줄거리를 단 몇줄로 요약하는 게 의미가 없는 책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반란과 배신과 폭동이 벌어지며, 피비린내 나는 정치모략으로 서사가 휘몰아치면서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며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고대 로마사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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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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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모든 결과에 따르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볼 수도 없고 정체를 확인할 수도 없는 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으며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진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울수록, 우주를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p.207


빌 브라이슨은 '과학이 엄청나게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자랐지만, 반드시 재미없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과학적으로 궁금한 게 너무 많았고, 자신의 어설픈 질문에 대답해줄 전문가들을 찾아내 책을 쓰기 시작한다. 과학의 신비로움과 성과에 대해서 너무 기술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그러면서도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고, 아주 조금에 불과했던 그 무엇이 어떻게 우리로 바뀌었으며, 그 사이와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우주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원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알아낼까? 그렇게 우주와 지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사람에 대한 궁금증들이 빌 브라이슨의 명쾌하고도 유쾌한 입담으로 펼쳐진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20년 만에 최신의 과학적 성과를 빠짐없이 보강하여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은 빌 브라이슨이 초판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20년 만에 재회하여 그들의 근황과 최신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2.0을 위해서 새롭게 만난 전문가와도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신의 과학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더 새롭고, 완벽해졌다. 2025년에 촬영된 엄청난 크기의 오징어에 대한 소식부터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의 묵직한 뉴스는 물론이고, 마지막 고대 인류가 머물렀을지도 모를 지브롤터의 동굴을 직접 찾아가 새롭게 밝혀진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제목에 2.0이라고 붙일 필요가 있을 만큼 가장 최신 과학적 발견들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든지 간에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만에 이렇게 훌륭한 위치에 도달했다.                 p.547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는 제목처럼 '거의 모든 과학'이 담겨 있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시작해 지구의 역사와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에 대해 살펴보고 아인슈타인을 시작으로 현대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인 열역학, 양자론, 상대성 이론 등을 거쳐 공룡의 멸종을 일으킨 소행성 충돌과 지진, 화산 등 지질학에 대해 알아본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과 사람에 대해서 생물학과 생명과학을 거쳐 기후의 역사와 인류 출현에 대한 고고학과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권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만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빅뱅 이론과 인플레이션 이론, 그리고 다중 우주론을 알아 보고, 지구의 크기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 지질학의 역사, 지구 생성의 역사 그리고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로 이어지는데, 거의 매 장마다 주제가 휙휙 달라져서 따라 가라면 제대로 집중해야 한다. 정말 과학의 모든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다 살펴보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는데,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초끈 이론 등 현대물리학의 복잡한 대목에 이르러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풀어 나가는 것이 빌 브라이슨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이 많은 과학의 여러 분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도록 책을 썼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빌 브라이슨은 과학자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이 재미있어 진다. 그리고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워낙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하나라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진리라는 사실에서 오는 작은 위안도 있었고, 우주 전체에서 생물이 존재하는 곳은 지구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생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동도 있었다. 


까치 북클럽으로 함께 읽어 636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총 3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매일 1장씩 읽으며 완독했다. 매일 읽는 것만큼 문장 스티커로 책꾸를 하며 기록을 했고, 오픈 채팅으로 일주일에 한번 '이 주의 문장'을 공유하며 30명의 독서 메이트와 함께 읽을 수 있어 완독하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잘 읽힌다고 한번에 후루룩 읽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읽을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북클럽이나 독서 모임 등으로 여럿이서 함께 읽을 것.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깨닫게 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에서 지금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말이다. 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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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시미즈 레이나 지음, 이정미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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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서점이란, 낯선 곳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존재이다. 처음 가는 도시에 있는, 읽을 수도 없는 언어로 된 책들로 가득한 서점에서도 특유의 분위기와 공기로 인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곤 하니 말이다. 그렇게 책이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서점이 가진 마법일 것이다. 


이 책은 런던부터 북잉글랜드까지 영국 로컬 책방 19곳을 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부터, 운하를 떠다니는 배 위의 서점, 천장까지 책이 쌓인 오래된 서점, 세계유산 식물원에 있는 서점, 화가와 작가가 경영하는 동네 서점, 책이 가득 채워진 욕조가 있는 서점 등 정말 다양한 서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서점 내부가 한눈에 보이는 공간 분석 일러스트가 있다는 점이다. 각 분야별 도서 위치와 외관, 내부 곳곳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서점 해부도가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수록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론 디테일한 실제 사진도 가득 수록되어 있다. 책이 진열된 방식, 각 서점의 특색이 드러나는 도서 큐레이션 포인트, 서점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각종 소품과 인테리어, 진열대, 서가 구성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곳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설명과 사진, 일러스트였다. 


각각의 서점 소개가 끝나면 관계자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매니저, 점원, 사장 등 관계자들이 서점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공간을 기획했으며, 운영 철학까지 들려준다. 언젠가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독자라면, 이 인터뷰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큐 가든 식물원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그곳에 본격적인 책 매장이 있다고 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서점 곳곳에 판매용과 디스플레이용 식물이 한가득 놓여있어 마치 온실 같은 분위기였고, 버섯을 주제로 한 특설 진열대라던가, 식물원 소속 큐 출판국의 간행물들, 원예 입문서와 식물에 관한 대중과학 서전들이 가득해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번성했던 북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기차역을 서점으로 만든 곳도 있었다. 승강장과 철로가 있던 자리에 35만 권의 중고 책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곳은 책을 가져가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다. 한 사람이 책 10권, 페이퍼백의 경우는 20권을 가져오면 매장에 있는 책과 교환할 수 있다고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35만 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서점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프랜차이즈 서점이 등장했다 금세 사라지고, 온라인 쇼핑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전자책 독자들이 탄생하면서 책과 서점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책이 내 집 현관 앞으로 오는 시대에 굳이 수고롭게 동네 책방을 찾아 가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왜 우리가 굳이 서점에 가는 것인지, 책을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며, 추천을 받아서 만나는 것인지 그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서점이 있으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서점에 더 많이 가자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책과 서점을 사랑한다면,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이 선물처럼 느껴질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너무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영국의 로컬 서점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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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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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에는 스코틀랜드의 시인 제임스 톰슨이 개탄하듯 "질서가 거짓이 되고, 모든 아름다움은 공허해지고, 개성은 사라지고, 즐거운 다양성은 하나의 거대한 오점으로 바뀐다. 친구가 적으로, 그림자는 유령으로 여겨졌다. 산울타리, 덤불, 나무와 같은 천연 이정표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청각도 술책을 부렸다. 낮에는 지나치는 소음도 어둠 속에서는 잘 들린다. 제임스 1세 시대 작가였던 조지 허버트는 이런 고찰을 남겼다. "밤은 낮보다 조용한데도 우리는 낮에는 신경쓰지 않던 것들을 무서워 한다..."               p.43~44


밤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밤은 없던 감성도 불러 일으키는 낭만적인 시간이다. 밤에 나누었던 대화, 밤에 들었던 노래, 밤에 썼던 글들은 모두 다른 시간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정취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밤은 망상이나 악몽에 사로잡히는 불안한 시간이기도 하고, 폭력, 약탈, 방화가 벌어지는 범죄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에 만난 책은 바로 그 '밤'에 대해 문학과 사회사, 심리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사유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혁명 이전 서양의 역사에서 밤시간의 역사를 탐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16세기만 해도 사람들은 밤을 위협으로 가득찬 시간이라고 느꼈다. 밤이 되면 두려워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살인자와 도둑과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악마의 악령 같은, 인간과 자연과 우주의 최악 요인들이 밤을 지배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죽음조차도 사탄이 지배하는 어두운 밤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반면 밤에 환락을 즐기거나, 명상을 하거나, 고된 노동을 하기도 했다. 밤은 가난한 사람들과 노예, 동성애자, 종교적 소수자에게 도피처가 되어, 적어도 그 시간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다고 느꼈다. 밤에 모임을 갖는 사람들 중에는 악당들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거리 걷기를 꺼렸다. 하지만 상류층 귀족의 밤은 달랐는데, 그들은 밤의 어둠에 맞서는 호화로운 여흥거리를 만들어냈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사회적 억압과 의무로부터 벗아난 쾌락츨 추구하며 난장판을 벌였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사람들이 밤의 영역을 침범하여 그 신비를 벗긴 것은 비교적 최근인 1730~1830년의 일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밤의 문화는 인공조명을 거의 완전하게 누리게 된 20세기의 산물이고 말이다. 




밤은 사회적 풍경에 혁명을 일으켰다. 어둠이 권력자들을 더 평민적으로 만들었다면, 수많은 약자들은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한 작가는 그들이 "머리에 쓴 왕관으로 하늘의 별들을 쓰러뜨리려는 듯 꼿꼿이 거만하게 길을" 걷는다고 한탄했다. 고된 일과 수모의 시간에서 벗어난 미국과 유럽의 대중은 해가 떨어지고 나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일과 사회적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밤의 매력은 낮은 계층에게 더 의미가 컸다.               p.341


이 책은 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위험과 그것에 대한 방비책, 밤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망상이나 악몽, 밤에 하던 사교행위와 놀이, 침대의 의식과 불면증 등 밤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풍부한 도판과 함께 펼쳐 보인다.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각국의 수많은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오가며 20년 넘게 집필한 책답게 방대한 시간을 풍부한 고증으로 생생하게 되살렸다. 전통적으로 방종과 무질서를 연상시키는 밤의 매력과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안성맞춤인 어둠의 시간으로의 가치, 낮의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발산해주는 분출구, 세상으로부터 숨으려 하는 이들을 위한 은신처, 그리고 또 다른 삶의 기회로서의 밤의 모습이 제각각 너무 달라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다. 


밤하늘을 제대로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쁜 도시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별빛이 없어도 도심의 휘황찬란한 빛들이 밤을 어둡지 않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밤이 원래 그런 풍경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인공조명이 보편화되기 전의 시간에 대해, 밤이 어둠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둠과 처음 맞닥뜨리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깜깜하다. 그런데 눈이 어둠에 적응을 하고 나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라보는 밤의 시간들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밤에 이루어진 모든 것의 역사는 방대하지만 길어서 더 재미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요약될 수 없는, 경험해야만 하는 책'이라는 평가처럼,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 시간들을 체험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막연하게 밤의 풍경 속에는 낮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있을 것만 같고, 뭔가 특별한 비밀이 보물찾기라도 하듯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바로 그렇게 어두워져야만 듣고 볼 수 있는 것들, 빛과 어둠을 모두 품고 있는 밤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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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 이야기 -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의 본질과 미래
구마 겐고 지음, 서동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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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건축은 다양한 장소와 시간 속에서 각각 인간의 상황에 따라 정의되었고, 때로는 발견되었다. 잊어선 안되는 사실은 일본건축이 일본인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장소에는 당연히 일본 이외의 장소도 포함되고, 정의하고 발견하는 주체가 일본인인 것만은 아니었다. 세계 스케일의 교착 속에서 일본건축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발견되고 창조되었으며 그렇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p.58


도쿄올림픽 당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디자인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현대적인 여느 경기장들과 달리 지붕에 목재를 사용하고 층마다 식물을 심은 이색적인 경기장이었다. 이 건축물이 바로 구마 겐고의 작품이다. 그는 나무·종이·돌 같은 자연 재료나 지역 자재로 자연에 스며드는 건물을 짓는 걸로 유명하다. 대나무로 지은 호텔, 벽과 바닥을 유리로 만든 빌라 등 하나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서울에도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다. 바로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오디오 박물관인 '오디움'이다. 2만개의 파이프를 들쑥날쑥 배치해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바뀌도록 만든 은빛 건물이 굉장히 이색적이다.


구마 겐고는 평소에 '일본건축'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무려 2000년을 훨씬 넘는 역사가 일본건축에 새겨져 있기에 그 대상이 너무 크고 애매해서, 쉽게 착수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이 책에서 구마 겐고는 건축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 건축이 변화해온 모습을 자신의 관점에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처음 보여주었던 타우트의 나무상자에서 시작한다. 브루노 타우트라는 독일의 세계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작은 나무상자를 보며 어느 한 쪽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모순으로 가득 찬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불가사의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일본의 목조건축은 「구체」와 「마감」이라고 하는 단순한 이분법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작은 요소들이 서로 합쳐지고 도와주면서 부드럽게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부재 옆에는 그 부재의 습성을 잘 이해하는 기술자들이 조용히 대비하고 있어서 이 부재들이 서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즉 기술자들이 서로 도와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들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건축은 완성 이후에도 부드러운 결합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이후 다양한 생활이나 세월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p.321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안도 다다오, 이토 도요, 반 시게루 등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상을 수상한 건축가가 8명이나 된다. 아직 국내 건축가 중에는 수상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일본의 건축에 대해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어떤 점 때문에 한국인은 아직 수상하지 못한 건축계의 노벨상을 이들은 8명이나 수상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물론, 세계 여러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설계해온 세계적인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쓴 이 책은 결코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가 8년에 걸쳐서 이 한 권의 책을 탈고했을 만큼 일본의 건축이라고 하는 길고도 깊은 역사를 촘촘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호흡을 길게 해서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일본의 건축가들이 서구의 양식 건축이나 모더니즘 건축과 만나게 되면서 이후 일본 건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시대 순으로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건축의 시선으로 역사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본 건축이 시대와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와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에,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건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본격적으로 건축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일본 건축에 대한 구마 겐고의 견해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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