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아이가 위험하다 (리커버) - 사춘기 전에 키워야 하는 7가지 내적 능력
에일린 케네디 무어 외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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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간혹 아이를 이렇게 다루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지적할 때 이렇게 부드러운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강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험하게 다뤄야 하나? 우리는 부모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식을 더 이해하고 감싸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아이를 '강인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가 상냥하게 피드백받는 연습을 많이 하면 선의에서 나온 비판을 참아낼 역량을 키울 수 있다.    p.133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다 처음 겪는 것이라 답을 알 수 없는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니 말이다 게다가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매 순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 책은 부모가 아이의 성적과 실력 향상만을 바라고 정작 아이의 내면을 소홀히 하여 아이들을 스트레스와 상처에 노출시켜 경쟁사회 부적응의 악순환에 놓이게 만든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일린 케네디 무어와 마크 S. 뢰벤탈은 잠재력은 많지만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는 아이,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 즉 똑똑하지만 불행한 아이에 주목한다. 그리고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구체적 시나리오, 직접 시도할 수 있는 실용도 높은 해결책을 통해, 영리한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이해하고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길러야 하는 일곱 가지 내적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완벽주의를 다스리는 방법,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능력, 자신의 기분을 다스리는 법, 어른들과 잘 지내고 인정받는 기술, 스스로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경쟁심 조절하기, 세상을 즐기고 행복해지는 법 등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주제들이 아니라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어떤 아이들은 패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한다. "내가 졌어"가 금세 "나는 못해"로 돌변한다. 어른이 "괜찮아.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라고 다독여줘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패배는 흠이 있고 모자란다는 판단과 같다. 패배를 힘들어하면서도 자기가 승리했을 때 패자를 감싸 안아주지도 못한다. 멋진 패자가 되기 힘든 아이들은 흔히 멋진 승자가 되지도 못한다.    p.179

 

이 책에 기술된 사례와 전략은 주로 일곱 살에서 열세 살 아이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학업에 대한 강도가 아직까지는 세지 않은 연령대이다. 이 시기에 아이의 대처 능력이 극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흔히 ‘머리 좋다’, ‘똑똑하다’라고 표현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영리한 아이들은 과도한 기대 혹은 우려 때문에 정상적인 발달 과정과 다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들은 쉽게 상처를 받고, 사소한 비판에도 분노를 느끼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내적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성까지 포괄하여 넓은 관점에서 자신을 규정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는 부모들의 착각이다. 당신의 자녀는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다면, 혹시 이렇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거나 싫증을 잘 내는가? 열 가지 잘한 일보다 한 가지 작은 실수에 집착하진 않은지, 친구들과 공동으로 하는 일을 싫어하거나 힘들어 하진 않은지, 어른들과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하거나 학교 선생님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는지,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려 하고,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지는 않은지 말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남과 비교할 수 없지만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 궁금하다면, 자녀에게 힘든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심리 교육을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길러야 하는 능력과 이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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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 - 유튜브 시대, 스토리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라
로버트 맥키.토머스 제라스 지음, 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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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광고가 논리인 양 내세우는 것이 사실은 ‘수사(修辭)’일 따름이다. 수사는 증거를 제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며 과학을 흉내 내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과학은 도출된 명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든 거스르는 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증거를 따져 본다. 하지만 수사는 제 주장을 거스르는 점은 모두 무시하거나 반박하고 오로지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내세워 주장을 편향되게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고, 수사는 승리를 추구한다. 본질적으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이 제품의 특성이 다른 제품을 능가한다고 설득하는 수사적 논쟁의 공론장이다.    p.43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텔링 강연자인 로버트 맥키가 디지털마케팅 전문가 토머스 제라스와 함께 오늘날 디지털 생태계에 최적화된 스토리 마케팅 전략을 알려 주는 책이다. 로버트 맥키라 하면 할리우드에서 그의 세미나 수업을 받지 않은 영화인은 없다고 할 정도로 시나리오 강의로 명성이 드높다. 그의 저서는 미국의 주요 영화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며, 작가 지망생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는 일종의 바이블과도 같다. 이번 책은 전 세계 27개국, 35개 도시, 10만 명 이상의 수강자가 들은 그의 인기 강연 <스토리> 를 토대로 쓰였다.

 

스토리와 마케팅이라니 언뜻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장르가 아닌가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광고와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이제는 ‘광고 중심 마케팅’의 시대가 아니라  ‘스토리 중심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말이다. 예전의 광고는 끼어들기 전략과 속임수로 ‘관객’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보통 유튜브를 비롯해 영상 컨텐츠를 볼 때 몇 초 되진 않지만 우리는 대부분 광고를 스킵하고 넘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광고가 사람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붙잡고 유의미한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해 줄 수 있다면, 누구나 광고를 무시하지 않고 보게 되지 않을까.

 

 

잡스는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하지만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던 바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독특한 정체성, 즉 스스로를 반항적이고 창의적인 엘리트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래서 잡스는 아름다움과 촉감과 우아함으로 이런 특징을 표상하는 기기를 만들어,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책상에서 주머니로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잡스가 꿈꾸던 휴대전화는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무언의 욕구에 말을 걸었다.
애플은 그의 비전을 탁월한 광고 시리즈로 스토리화했고, 그렇게 브랜딩의 역사를 새로 썼다.    p.138

 

마케팅이 메시지를 스토리화하면 소비자는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다. 그러니 소통에 스토리를 접목하는 것은 소비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열쇠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스토리화된 마케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스토리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스토리가 어떻게 인간의 정신과 조응하는지, 어떻게 소비자 행동을 움직이는지, 그리고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스토리텔링의 바탕이 되는 보편적 형식의 구성 요소들을 해부하고, 책을 읽는 이들이 스스로 창작의 기술을 키울 수 있도록 스토리의 기본 요소들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그렇다면 스토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등장한 모든 스토리에 필수적인 핵심 사건은 단 세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갈등이, 삶을, 바꾼다.' 그러므로 최선의 정의는, '인물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하는 갈등 중심 사건들의 역동적 상승'이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스토리를 보고 들었으니 하나쯤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짐작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는 연주회에 다녀 봤다고 해서 작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태도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과 '형식'에 대해 제대로 연마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 기법을 연구함으로써 훌륭한 영화, 연극, 소설처럼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잡아 두고 보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스토리화된 마케팅의 달인이 된다면, 애플, 레드불, 도브 등의 브랜드처럼 전 세계의 공감을 얻게 될 것이다. 디지털 환경과 인간의 심리에 최적화된 스토리 마케팅이 궁금하다면, 다양한 기업들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전통적인 광고를 뛰어넘어 어떻게 수익을 창출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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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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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라도 곧 아이들은 어른이 될 것이고, 어른이 되면 집을 떠날 것이다. 그러면 남편과 나는, 우리가 함께 걸어다닌 그 모든 시간과 내 몸과 내 그림자와 달에 더해서, 우리가 소리지르지 않고 소리지를 수 없는 그 모든 것의 무게 아래 웅크리고 있는 서로를 보게 될 것이다. 진실은 위로가 되지 못하지만 이것은 아주 분명한 진실이다. 내가 그랬듯 밤마다 오래오래 달을 쳐다보면 옛날 만화가 맞는다는 사실을, 달은 사실 웃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이 보고 웃는 대상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p.26

 

이 작품은 로런 그로프가 <운명과 분노>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소설집이다. 작가가 십이 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쓴 이 작품들은 모두 플로리다를 직접, 간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플로리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미국 북부의 다른 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로 이주해왔거나, 때로는 플로리다를 벗어나 이국적인 곳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지만 정서적으로 그곳에 계속 매여 있다. 외딴섬에 방치된 어린 자매, 머리를 다친 채 어린 아들들과 숲 속에 남게 된 어머니, 노숙자가 된 대학생, 홀로 집에 남아 허리케인의 소용돌이를 겪어내는 여자 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연에 대한 공포와 함께 일상 속 관계에서 비롯된 불안으로 휘청거린다.

 

로런 그로프의 문장은 전작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굉장히 정확하고 통찰력 있다. 매 장면 표현이 세심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명징하게 보여주며, 단어들의 선택도 무척 아름답다 .많은 작가들이 판에 박힌 듯 풀어내는 일상적인 묘사를 어떻게 직조 하느냐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로런 그로프는 그의 재능을 페이지마다 쏟아낸다. 생각들을 직조해 그것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단어들로 쌓아 올리는 눈부신 재능이야말로 그녀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문장들은 시처럼 읽히고, 인물들의 사고는 너무도 지적이고 우아하다. 비록 그것이 끝없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끔찍한 재난을 그리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로런 그로프의 문장이 이 작품 속에서 플로리다의 기후와 자연환경을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묘사해내고 있어 이러한 배경은 등장인물들이 가지게 되는 감정과 심리 상태에 완벽하게 부합해 놀라운 서사를 만들어 낸다. 분명 아름다운 것들만 묘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내게는 그 문장들이 아름답고도 우아하게 느껴졌다.

 

 

이곳 하늘은 거대하고 별이 많았다. 황홀해, 미나가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생각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나무에서 체리 향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송아지고기와 꽃상추가 요리되고 있었고, 수영장은 저만의 달을 품고 있었다. 돌로 지은 집, 포도 덩굴, 벨벳 같은 눈을 가진 프랑스인들로 가득한 나라. 식탁에 둘러앉은 저 성난 얼굴들 위로 일렁이는 촛불의 불빛마저 로맨틱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어떤 것도 가능했다. 세상 전체가 쪼갠 복숭아처럼 활짝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불쌍한 사람들, 이 불쌍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 그들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걸 보지 못하는 걸까? 그저 손을 뻗고 그것을 따서 입술로 가져가기만 하면, 그들도 그것을 맛보게 될 텐데.     p.163

 

'현란한 식물군과 동물군에 황홀해'하게 되는 자연 풍경과 '뜨거운 물에 느리게 익사하는 기분'이 드는 여름 날씨, 그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폭풍우와 허리케인의 소용돌이를 체험하면서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플로리다라는 장소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라쿤과 아르마딜로와 앨리게이터가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폭풍우를 견디고 하늘 위의 달을 올려다 보며 시공간에 홀로 선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들의 모습에 서서히 동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외롭고 불안한 존재인 우리에게 유일하게 위안을 주는 것이 다름 아닌 '이야기'라는 점에 너무도 안도가 되었다. 극중 인물들은 끊임없이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고, 틈이 나는 대로 책을 읽으면서 삶의 어떤 부분을 견뎌내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강렬한 교감의 순간을 선사하는 문장들은 영원히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바로 이 작품 속의 이런 문장들처럼 말이다. '그는 마음속에 다른 누군가를 결코 등호 같은 뭔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순수하고 완전한 뭔가로.', '내 아이들, 인류 문화가 길러지고 있는 두 배양 접시가 무한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빤히 쳐다보는 눈은 대체로 중년의 시기에, 길고 느린 실망의 순간들이 이어진 뒤에 생긴다','이제 그녀는 알고 그들은 모르는 그것이 그녀를 은밀한 삶의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내면의 헬륨 같은 것','죽은 자는 우리에게서 가져갈 것이 없다. 산 자가 가져가고 또 가져간다','단어들은 삶에서 깎아낸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었다','책을 읽으면서 차츰, 그녀는 한 언어가 요구하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등등.. 다 옮겨 적을 수 없을 만큼의 근사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한 문단, 한 문구, 흔한 단어 하나로도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테고 말이다. 이 책은 당신을 바로 그런 순간들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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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
한수운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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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이여, 신발보다 더 높이는 보지 말게."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화가 아펠레스의 명언으로, 자신의 그림에 갓신 만드는 구두장이가 전문성을 앞세워 그림 속의 갓신이 잘못 그려진 것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까지 지적을 하자 아펠레스가 구두장이에게 한 말이다. 아펠레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누구나 내키는 대로 비난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비난을 스스로 공손하게 경청할 수 있도록 거리에 세워둔 그림 뒤에 숨어서 솔직한 비판을 들으며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p.44

 

이 책은 세계사의 핵심장면을 역사적 순간의 결정적 한마디로 정리한 '역사인물스토리텔링 교양서'이다.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로 시대를 구분했고, 그 속에서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 클레오파트라, 마키아벨리, 셰익스피어, 갈릴레오, 데카르트, 모차르트, 라이트 형제, 아인슈타인 등 다양한 장르 속 시대를 앞서간 엘리트들이 등장한다.

 

 

우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가장 유명한 말인 '너 자신을 알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하게 된 사연과 당시의 배경을 함께 담고 있어 이야기로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어지는 피타고라스의 수학 이론과 히포크라테스의 의학 명언, 공자의 생애와 어록 등 정치, 철학, 역사,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중세로 넘어가면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 등 과학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예술 작품들에 이른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
이 말은 오늘날 현실 감각 없는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며 많이 쓰이는 문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당시 프랑스 민중들을 향해 내뱉은 망언이라며 혁명세력이 퍼뜨린 말이다. 1780년대 말 대흉작으로 빈곤이 극에 달했을 때 민중들은 빈곤과 굶주림에 허덕였으나 감히 왕을 탓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내일 당장 살아남는 것이 더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세력은 민중을 동요시키기 위한 프레임이 필요했다. 그들은 오스트리아 왕녀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겨냥하여 각종 악의적 거짓 정보를 만들어 민중들의 분노를 자극시켰다.    p.328

 

근대사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정신혁명을 주도했던 데카르트로 시작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한마디는 인간이 생각한다라는 자신의 힘만으로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성의 독립선언이었다. 근대철학의 창조자였던 데카르트에 이어 스피노자의 자유사상을 거쳐 현대사에서는 뉴턴의 만유인력과 에디슨, 라이트 형제의 발명 이야기로 시대를 앞서갔던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들려 준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는 '사람의 꿈과 욕망, 사람의 의지와 분투, 사람의 관계와 부딪침, 사람이 만든 문명의 흥망과 충돌과 융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57장면 속 57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적 호흡과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명언과 인물화, 그리고 미술 작품으로 보여지는 생생한 역사적 스토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역사나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한 챕터씩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레카!”,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등등 누구나 아는 명언이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정적 한마디가 어떻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장면을 만들어 냈던 것인지 궁금하다면,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거치며 완성된 세계사의 진짜 스토리텔링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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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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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각광받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의 첨단 과학과 신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세계를 극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지금 상태에 머무르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뿐입니다.    p.34

 

이 책은 NHK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엮은 것으로, 지구촌 차원의 위기에 직면한 현 인류가 미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에 세계 석학 5인의 전망과 통찰을 담고 있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플랫폼 제국의 미래>의 스콧 갤러웨이, 암호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천재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까지 이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5인의 인터뷰를 한 권에 모은 것이다. 작년 봄에 나왔던 <초예측>에서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미래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책에서는 세계의 부와 권력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향방을 전망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현대의 종교가 된 자본주의가 과학기술과 만났을 때 펼쳐질 미래를 내다본다. 그는 기술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준다고 말하면서, 오늘날의 한반도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동일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는 하나의 민족이 동시대의 과학기술을 사용해서, 남쪽엔 자유 민주주의 정부가 이끄는 IT 강국이, 북쪽엔 핵을 보유한 가난한 독재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같은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가능하게 만드는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 역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스콧 갤러웨이는 현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들의 폐해를 독자적인 시점으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그 첫 글자를 따 가파 GAFA로 일컬어진다. 그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인 GAFA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에 호소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구글은 신, 애플은 섹스, 페이스북은 사랑, 아마존은 소비를 향한 욕구에 호소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관점도 흥미로웠고,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GAFA에 맞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앎의 가치’는 결코 공격 대상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잃고 말아요. 민주주의가 기능하려면 진실이 중요하며, 지식 없이는 진실을 검증하고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면 사회는 안정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입니다.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사회는 탈진실로 인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펼쳐지는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p.159

 

찰스 호스킨슨은 암호화폐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시장을 열어젖힐 것이라고 하며 과학기술에 내재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장 티롤은 과학 기술이 가져올 시장 실패에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탈진실의 시대에 가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찰스 호스킨슨은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알기 쉽도록 이야기했고, 장 티롤은 시장 경제가 사람들의 도덕과 윤리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자연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협력이 민주주의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역사, 경영, 경제, 철학 등 각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력있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 기반한 거대한 네트워크와 곧 인간을 능가할 것 같은 인공 지능, 그리고 유전체 분석까지 해내는 바이오 기술이 사회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버블을 몰고온 것도 모자라 끔찍한 디지털 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전염병, 테러, 선거 등 민감한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짜 뉴스는 확산되고 있으며,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기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지적 기반을 제공한다. 누구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 그럼 지금의 자본주의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가 어디로 향하게 될 지에 대한 그들의 전망을 지금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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