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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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티쿠의 집에서 카낙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가 느낀 불협화음과 간극이었다. 카낙은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 껴 있었고, 아푸티쿠는 삼키기 힘든 바다표범 스튜와 최신식 노트북 사이, 전통과 현대를 자유 자재로 오가고 있었다. 사는 방식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은 너무도 다른 두 세계를 살고 있었다. 균형이 절실한 그들의 두 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p.129

 

세계의 최북단에 있는,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 평균 기온은 영하 9도 정도에다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잦고, 기록상 가장 추웠던 날의 기온은 무려 영하 32.5에 이르는 얼음의 땅이다. 살면서 내가 가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고도 먼 곳에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을 다룬 최초의 범죄소설인 <카낙>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대륙빙하가 펼쳐진 그린란드에서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체감하게 되었다. 낮이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깊고 어두운 겨울왕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거대한 굴착기와 불안정한 송유관이 들어선 북극의 풍경을 어떤 분위기인지 느낀다. 오직 문학만이 가진 힘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을 지구 상의 어느 곳이라도 데려갈 수 있는 힘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낯선 작가가 그려낸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해안선까지 낮게 내려온 하늘이 얼어붙은 광활한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 시시각각 변하는 유일한 것이 날씨일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한 곳, 유럽연합에서 최고로 모범적인 통계 수치를 자랑할 정도로 범죄율이 매우 낮아 안전한 곳, 그린란드의 수도인 누크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세 명의 피해자는 몸이 사방으로 찢겨 나가고, 내장이 다 드러난 상태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엄청난 분노로 그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장엄하다고 표현할 만큼 잔혹한 야만성을 지닌 살육은 누크처럼 소박한 촌구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코펜하겐의 강력계 형사 카낙 아드리엔슨이 그린란드로 온다. 카낙은 그린란드 태생으로 세살 때 입양되어 덴마크로 가서 살게 되었고, 무려 사십이 년 만에 다시 선조의 땅을 밟게 되었다.

 

 

카낙의 구릿빛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유럽 인의 갸름한 얼굴형과 이누이트 특유의 도드라진 광대뼈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추위와 자신의 무력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선조들의 땅에서 생을 마감할 일만 남았다는 아이러니, 그가 이 세상에 더는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오만했던 탓이었다. 이 지역의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을 테지만 그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카낙은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나마 전날 통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p.432

 

수사팀은 범행수법이 북극곰의 공격 패턴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한다. 범인이 북극곰이란 가설은 너무 터무니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시신에서 발견된 상처의 길이, 깊이, 톱니바퀴 같은 자국들, 그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제외한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발자국, 땀, 각질조차 모두 짐승의 것만 발견되었다는 점이 가설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상한 부분도 많았다. 북극곰은 사냥할 때 타액을 굉장히 많이 분비하는데, 세 구의 사체에선 타액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도 일반적인 북극곰의 행동 패턴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수사팀의 팀원들은 하나같이 카낙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눈치였고, 경찰서장을 비롯해 그곳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낙을 처음부터 싫어했다. 그린란드는 과거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덴마크 자치령으로 남아 있어, 그린란드인들은 덴마크인에 대해서 적대적인 상태였다. 과연 카낙은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범인은 정말 북극곰인 것일까? 아니면 곰을 가장한 인간이 한 짓일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모 말로는 그의 수많은 필명 중 하나이다. 본명은 파리 출생의 프레데릭 플로통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쓴 소설가이자 극작가라고 한다. 그는 형사 카낙 시리즈로 이후 <디스코>와 <누크>를 연달아 출간하면서 그린란드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있는데, 그린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최초의 작가로서 그린란드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린란드는 거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는 섬이지만 천연자원이 풍부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여러 국가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데, 이 작품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북극에서 무분별하게 자원을 채취하는 동안 북극곰들은 살 곳을 잃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린피스의 광고에 북극곰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 작품은 범죄 소설로서도 흥미로웠고, 카낙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며, 무엇보다 쉽게 접하기 힘든 그린란드의 풍경들과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다. 이어질 형사 카낙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고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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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0-23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도 있었나요. 스릴러 다 보는 저로선.. 이것도 보관함 퐁.. 쌓인다 쌓여..

피오나 2020-10-23 12:38   좋아요 0 | URL
스릴러를 다 챙겨보신다면 이 시리즈도 꼭 만나 보시길! 저는 북유럽의 차가운 풍경이 묘사되는 작품들이 좋더라구요^^
 
부적 2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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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질서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약간의 마법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리처드?"
잭이 리처드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심 가득한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있잖아, 넌 종종 혼란만 일으키려 하는 아이 같아. 날 놀리는 거니? 네가 마법을 꿈꾼다는 건 내가 신봉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같아. 실제로 그건 현실 자체를 파괴하는 거라고." 리처드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쩌면 현실은 하나가 아닐지도 몰라."      p.220~221

 

2권의 잭과 울프가 히치하이크를 해서 스프링필드로 가는 길에 경찰을 만나는 걸로 시작된다. 잭은 울프를 다소 문제가 있는 사촌이라고 소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을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이 분명해 보이는 나이의 소년과 외모가 범상치 않은 사촌이라는 존재는 가출한 청소년들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확실치 않아 보였으니 말썽을 불러일으킬 존재들로 여겨졌다. 경찰은 그들을 판사에게 데려가고 그는 '길 잃은 아이들을 위한 선라이트 가드너 성서의 집'이라는 곳으로 잭과 울프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세워진 보호시설이라는 그곳은 대개 열두 살짜리 애들을 받아 열아홉 살쯤에 내보낸다고 한다. 잭은 순찰차 뒷좌석에 타서도 틀림없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두 소년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했다.

 

선라이트 홈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든 테러토리로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잭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선라이트 홈 건물에서 순간이동을 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쁜 곳은 저쪽 세계에서는 더 나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출하기 위한 갈등과 나날이 심해지는 울프의 고통, 그리고 뉴햄프셔에 홀로 남겨져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잭은 미칠 것 같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잭은 점점 지쳐간다. 무슨 일을 하건 사람들이 죽고 안 좋은 일만 생긴다고, 잭은 자기 연민에 빠진다. 엄마와 여왕을 구하기 위한 두 세계를 넘나드는 잭의 여정은 2권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열두 살 소년이 겪기에는 무섭고 끔찍한 모험이어서 잭은 여러 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지쳐서 절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은 혼자 일어서서 싸우든지, 쓰러져 죽든지 해야 했다.  과연 잭은 엄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부적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것은 제거할 수 없어. 어떤 사람은 제거할 수 없어. 그것들은..... 음...... 단일한 성질을 가졌어.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 그것들은 부적과 같아. 단일한 성질이라고. 나도 그래. 단일한 존재야. 나도 트위너가 있었지만 그는 죽었어. 난 테러토리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계를 제외한 모든 세계에서 단일한 존재인 거야. 난 알 수 있어. 느낄 수 있다고. 우리 아빠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를 방랑자 잭이라고 부른 거야. 내가 여기 있을 때 난 저쪽 세계에는 없어. 내가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난 이쪽 세계에 없어. 그건 리처드 너도 마찬가지야!"       p.477

 

미국을 대표하는 두 호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공저한 작품인 만큼, 굉장히 분량이 많은 작품이었다. 현재의 세상과 마법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 '테러토리'라는 두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판타지는 1984년에 출간한 작품이지만, 2020년인 지금 읽어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현실과 별도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즉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에 의해 판타지보다는 호러 소설에 가깝도록 구축된 이야기이다. 열두 살 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소년'에게는 너무도 가혹하고 무서운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2권에서는 늑대 소년 울프 만큼이나 잭의 소중한 동료가 등장한다. 바로 잭의 어릴 적 친구인 리처드이다. 리처드는 비현실적인 일을 전혀 믿지 않고, 판타지 소설 속 꾸며 낸 이야기 조차 완강히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겪었던 경험에서 기인했다. 리처드의 아버지는 바로 모건 슬로트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착한 마음을 가진 바른 소년이었고, 잭의 진짜 친구였다. 잭은 리처드와 함께 모험을 이어가면서 자신이 하려는 일이 단순히 엄마를 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겪는 모든 역경이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한다. 잭의 앞을 가로막는 초현실적인 풍경들이 주인공이 느끼는 것만큼이나 독자로서 힘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 친구인 리처드와 함께 한다는 점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2권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의 한 대목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소년의 역사이므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 청소년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절정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라고 말이다.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는 작품이니,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잭 소여의 모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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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플랫폼 - 빅데이터의 가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재영 외 지음, 김길래 감수 / 와이즈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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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얼린은 인간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양이 무려 신문 174쪽 정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러한 정보는 양이 실로 방대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의 깊이는 얕은 특징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뉴스를 비롯한 새로운 정보와 거리를 거닐 때 노출되는 CCTV, 그리고 다양한 센서 정보 등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했다. 빅데이터는 이미 산업의 원천으로서 비즈니스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은 지 오래다.    p.44

 

4차 산업 혁명과 인공지능이 핫한 키워드가 된지 꽤 되었지만, 사실 일상에서 손에 와 닿게 느껴지지는 않는 개념이었다. 그저 언젠가는 우리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거라고, 수십 년 안에 사람들의 일자리를 로봇과 컴퓨터가 차지하리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이니, 코로나19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버렸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내년 이후에 우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대면 서비스업들이 차츰 사라지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언택트 시대'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세상에서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고, 이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실제 삶에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두 개의 축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정치와 빅데이터를 융합하는 데 매진 중인 이재영 전 국회의원과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강의하고 있는 문영상 교수 등 전문가 5인이 모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현실화되면서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실제 우리 삶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문명이 고도화되어 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된다. 그리고 인간은 철저한 작동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적 사고 문명 속에 종속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기계적 사고 문명에 의해 삶 자체가 획일화되어 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에서는 더욱 철저히 개인화되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위 디지털 문명을 이끌어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 5G통신망 등 신기술들은 각각 융합되어 인간의 활동 영역에서 라이프 로그 데이터라는 형태의 막대한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p.182

 

팬데믹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과거의 생활 패턴이 지금과는 절대로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 제조, 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많아 지고 있고, 이와 함께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 기술과 빅데이터를 통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 융합이 점점 더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데이터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가 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기존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많았다. 나도 꽤 읽어본 편이지만, 대부분 미래의 변화상을 추측하는 수준이라 손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이 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학생, 실무자, 경영자 모두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지식들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껏 우리가 꿈꿔왔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현해낼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치, 경제, 생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오게 될지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를 해 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내 옆으로 다가온 미래를 준비해보자. 빅데이터의 시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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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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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유는 누구를 위한 거지? 처음으로 사형 판결의 이유를 듣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곧 죽음을 선고받을 사람에게 그만 수긍하라고 들려주는 걸까. 아니면 분노에 사로잡힌 유족과 시민에게 이제 후련해하라는 뜻일까. 낭독은 십 분 이상 계속됐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한동안 더 이어진 끝에 재판장은 고개를 한 번 살짝 끄덕였다. 침묵의 무게가 견디기 힘들다고 느낀 직후였다.
“주문, 피고인을…….”
한층 높은 목소리가 법정 안에 울렸다.
“사형에 처한다!”       p.31

 

다나카 유키노는 헤어진 옛 연인 게이스케의 집에 불을 질러 그의 아내와 쌍둥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게이스케는 야간근무 탓에 화를 면했으나, 아내의 배 속에는 여덟 단 된 태아도 있었다. 유키노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 년 전에 게이스케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수긍할 수 없어 끊임없이 그를 스토킹 해왔다. 게이스케는 유키노에게 150만 엔 가까운 빚이 있었지만, 결혼 후 조금씩 갚고 있었고 아내가 알게 되어 장인 어른의 도움으로 나머지 잔액까지 모두 변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키노의 스토커 행위는 잦아들지 않았고,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사건 이후 수사는 매우 빨리 진행되었고, 방화 사건은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목격자의 증언과 게이코의 아내에게서 걸려온 마지막 전화, 유키노의 집에서 압수된 일기와 그녀의 과거 이력까지 범행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유키노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어머니는 열일곱 살의 호스티스였으며, 새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다. 중학교 시절 불량서클에 발을 들였고, 강도치사 사건을 일으켜 아동자립지원시설에 입소한 적도 있으며, 방화 사건 몇 주 전에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게다가 그녀는 범행에 대한 반성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고, 결국 사형이 구형된다. 그녀는 정말 희대의 괴물인 걸까.

 

 

"네가 장차 어떤 일을 하든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게 있다. 상대가 무엇을 바라는지 진지하게 상상하려무나."
"상상요? 그냥 이야기를 들으면 되잖아요."
.... "인간이란 꽤 복잡한 생물이라서 말이다. 생각하는 걸 다 말로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언젠가 네가 만날 누군가는 네가 뭐라고 해줄지 기대할 거야. 그런데 잘 설명할 수 없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할 수도 있지. 그러니 그 누군가를 진솔하게 대하고 그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상상해주어야 한단다."     p.236

 

이 작품은 일본 도서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만들며 입소문 만으로 50만 부를 돌파했다. 쓰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드라마 <이노센트 데이즈> 원작 소설이기도 한데, 파격적인 구성과 충격적인 결말로 드라마로도 매우 화제였다고 한다. 우선 구성이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초반 프롤로그에 사건의 간략한 개요와 사형 판결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재판장이 사형을 판결한 판결 이유들이 각 장의 제목이 되어, 실제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고, 판결 이후 현재의 상황들을 보여 주고 있다.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열일곱 살 어머니 밑에서...
양부의 거친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강도치사 사건을....
죄 없는 과거의 교제 상대를...

 

... 등으로 사형 판결의 이유가 이어졌는데, 그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있는 진실에 대해서 가족부터 학교 동창, 애인의 친구, 동네 주민, 담당 의사, 교도관 등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증언과 고백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겉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독자들을 함께 분노하게 만든다. 꼭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씩 사실이 왜곡되었고, 진실을 알고 있는 몇몇이 석연찮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음에도 나서지 않았고,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식의 이야기라 순식간에 빠져 들어서 홀린 듯이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작가인 하야미 가즈마사는 예상을 벗어난 결말을 선택함으로써 읽는 내내 간절히 바랬던 독자들의 마음을 보기 좋게 외면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가진 힘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한 동안 그 여운에 시달려야 했다. 역주행 신화의 이유를 만나보고 싶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미스터리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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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공룡 도감 이야기 도감 2
마이크 로워리 지음, 김은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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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재승 교수가 다들 공룡은 한번쯤 좋아해본 적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당연하게 말했는데 당시 출연진들이 아무도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공룡에 푹 빠져 보냈던 시기가 있었던 터라 정재승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구나 싶어서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공룡을 너무 좋아해서 꿈이 고생물학자 내지는 고고학자였던 적도 있었던 터라, 공룡을 좋아한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내게는 더 이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하핫.

 

뭐 어쨌든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공룡이 등장하는 관련 책들은 꾸준히 챙겨서 읽는 편이다. 아이 역시 공룡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은 어린이용 책들도 함께 찾아서 읽고 있는데,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지만 정보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 책을 찾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웅진 주니어의 이야기 도감 시리즈로 실패의 모든 것을 담았던 <실패 도감>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목과 유쾌한 일러스트의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공룡 도감'이다. 동화책 작가이자 삽화가인 저자 마이크 로워리가 글과 그림을 함께 쓰고 그렸는데, 공룡들에 대한 일러스트들이 마치 만화라도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가장 작은 공룡부터 가장 거대한 공룡까지 공룡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기발한 이야기와 농담과 수수께끼도 함께 있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딱 좋은 책이었다.

 

 

특히나 공룡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충격적인 정보가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익룡은 공룡이 아니다, 게다가 익룡은 새의 조상이 아니다, 라는 사실은 대부분 의아해할 만한 정보일 것이다. 익룡은 하늘을 나는 파충류라는 의미로, 날아다녔기 때문에 새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새는 땅에서 사는 공룡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그러니 공룡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거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의 공룡이 진화한 생물이다. 대부분 공룡이 멸종할 때 함께 사라졌지만, 몇몇 종류는 살아남아 지금도 우리와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날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니 말이다.

 

공룡 외 선사 시대에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고생물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과학자인지 설명이 되어 있어 유익했고, 가장 목이 긴 공룡, 가장 똑똑한 공룡, 가장 희한하게 생긴 공룡, 가장 이름이 긴 공룡 등 각 분야에서 우수 공룡을 선발해 상을 주는 공룡 시상식도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공룡을 쉽게 그려볼 수 있도록 구성한 그리기 도안도 수록되어 있다. 매우 간단한 단계로 몇 가지 공룡들을 그려볼 수 있는 방법들이라 누구라도 따라 해보기 좋을 것 같았다. 남은 화석으로 멸종된 공룡을 추리해 보거나 퀴즈를 통해서 공룡에 대한 잡다한 상식들을 얻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공룡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기심거리나 어린 시절에만 열광하는 흥미거리 내지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공룡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룡이 실제로 존재했던 약 2억 4800만 년 전부터 약 65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중생대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 아득한 옛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꼽는다면 공룡이 될 것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공룡들의 세계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귀여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공룡들과 소소하지만 기발한 농담들이 가득하지만, 공룡에 대한 정보만큼은 최신 버전으로 탄탄하게 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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