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카피어블 -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의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
짐 매켈비 지음, 정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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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문제를 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해결책을 찾으면 또 새로운 문제가 딸려온다. 문제-해결-문제의 사슬은 둘 중 한 가지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문제 해결에 실패해 망하거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적인 혁신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나는 이 혁신 과정을 ‘혁신 쌓기 전략’이라고 부른다. 혁신 쌓기 전략은 경영인 캠프에서 참가 기념으로 나눠주는 플리스 재킷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 쌓기 전략은 의도적인 계획이 아닌, 외부 위협에 대한 일련의 반응이다.    p.80~81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카드 리더기를 만든 스타트업 '스퀘어', 이들은 창업 4년 만에 매출을 13배, 5억 5천만 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어디든 발을 걸치는 아마존이 똑같은 기능을 지닌 카드 리더기를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우며 내 놓은 것이다. 아마존을 물리친 기업의 사례는 전무했다. 스퀘어는 모두가 경악할만한 방법을 택한다. 어떤 대응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마존에 대응할 방법은 그들의 방식을 바꾸는 것뿐이었는데, 그들이 쌓아온 모든 방식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이유였고, 결과는 놀랍게도 아마존의 패배였다. 1년 뒤 아마존은 리더기 사업에서 철수했고, 그 일을 발판 삼아 스퀘어는 미국 금융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스퀘어'의 공동창업자인 짐 매켈비가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실패하는 스타트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를 비롯해서 무엇이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를 만드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에는 작은 혁신을 쌓아 모방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동일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비밀을 ‘혁신 쌓기 전략(innovation stack)’이라 칭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들을 열거해 보여주고 있다. 유리 공예가에서 시가총액 74조 원의 CEO가 된 짐 매켈비의 성공신화를 만든 ‘혁신 쌓기 전략’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이 책이 단순한 경제경영서였다면 다들 느릿느릿 움직일 때 과감하게 경쟁자들을 모방하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책이다. 기업가적 기업은 절대 남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혁신을 추구하면 집단이 주는 편안함이 사라져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두려워도 할 일을 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믿기 힘들겠지만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두려움은 경쟁에서 큰 우위가 될 수도 있다.     p.280~281

 

이 책에는 '스퀘어'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손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부터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무료 가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굉장한 팁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켈비가 제시하는 '혁신 쌓기 전략'은 '스퀘어'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오늘날 유명한 기업이 된  ‘뱅크 오브 이탈리아’,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뱅크 오브 이탈리아가 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 신기술이 있어야만 스타트업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깬 이케아의 경우, 규제와 관행을 뛰어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들을 통해 이들 기업이 어떻게 ‘혁신 쌓기 전략’으로 독창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 수록된 정보들은 책이나 강연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인사이트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창업을 고려해봤거나 고려 중이라고 하는 직장인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이제는 회사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자본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돈으로 만드는 스타트업 성공의 기술을 배워 보자! 시작하는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스퀘어의 경영 철학이 당신을 위해 새로운 길을 밝혀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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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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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마이클 샌델의 신작이 드디어 나오네요. 능력주의는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샌델의 날카로운 통찰! 이번에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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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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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잠에서 깬 소년은 살랑이는 뱀의 꼬리를 발견한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집 안을 온통 휘감고 있는 뱀의 몸통이 보였다. 꿈쩍도 않는 뱀의 몸통을 보며 소년은 손가락으로 뱀을 세게 꼬집어 본다. 그러자 창문 밖 저 너머에서 비명이 길게 울려 퍼진다.

 

소년은 창문을 넘어, 정원 끝까지 뱀의 몸을 따라 가 본다. 그리고 뱀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집 바깥, 담장 너머에도, 거리 곳곳에도 뱀의 몸통이 사람들과 표지판과 건물들을 휘감은 채 이어져 있었다. 소년은 계속 길을 걸어 나가며 비를 흠뻑 맞기도 하고, 도시를 벗어나, 숲으로 향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다시 날이 밝고, 소년은 계속 앞으로 향한다.

 

소년은 결국 뱀을 만나게 될까. 구불구불하게 길게 이어진 뱀의 몸통은 소년을 어디까지 데려가는 것일까. 소년은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무섭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까.

 

 

이 작품은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이다. 표지 이미지를 가득 채운 것도, 페이지를 펼치면 만나게 되는 것도 구불구불 기다란 뱀의 몸이다. 모든 페이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뱀의 모습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하는 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년이 뱀을 만나러 떠나는 모험 속에서 보여지는 길 위의 세상은 무심코 지나치면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그 속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자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교차되면서 하나의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뱀과 소년이 만나게 되고, 소년은 외로운 뱀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다. 소년이 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서 읽을 수밖에 없도록 표현되어 있다. 가만가만 글자를 따라 가면서 읽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답지만, 이 작품의 그림들 또한 기존의 그림책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이는 리노컷이라고 해서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리놀륨 판을 깎아서 표현하는 볼록판 형식의 판화로 표현된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구성 요소를 조각하고 스캔한 다음, 퍼즐 조각처럼 재조립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주 특별한 그림책을 만난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갈수록 어른을 위한 그림책과 아이를 위한 그림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외로운 존재들이니 말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곳에서 누군가 '내가 여기에 있어'라고 말해 주는 듯한 그런 따뜻함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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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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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재산을 남성들이 만들어내고 소유하며 관리하던 시대는 이제 거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요즘은 어째서 더 많은 사람이 수익률 변동이 큰 관리형 펀드가 아니라 주가 시장 지수와 연동되는 주식 펀드를 선호하는지 궁금한가? 이제는 어느 정도 짐작될 것이다. 투자하는 사람들 중 여성의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 저축 고객, 투자자로서의 여성을 잘 이해하면 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기회의 시장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여성들의 입지가 올라가고 전 세계 부의 가장 많은 부분을 좌우할 때 여성들의 기호와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느 기업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p.160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030년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먼 미래가 아니며, 우리는 코앞에 있는 미래의 기회와 도전 모두에 대해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상은 2030년이 되면 사라지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추세들이 ‘2030년’에 수렴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전망한다. 10년 뒤, 코로나보다 더한 대격변이 올 거라는 말이다. 중심축이 이동하고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앞으로의 10년, 세계의 중심은 대서양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젊은 세대에서 나이 든 세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이 소비나 화폐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뒤바꿀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한 예측을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낮은 출생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중산층, 증가하는 여성의 부, 도시의 성장, 파괴적 기술 혁신, 새로운 소비, 새로운 화폐로 이 여덟 개의 키워드에 들어 있는 각각의 유행이나 흐름은 다른 일곱 개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여덟 개의 키워드를 각각의 장으로 세세하게 파고 들어 변화의 양상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출생률을 알면 어떻게 미래가 보이는지,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중요한 세대는 누구인지, 점점 규모가 커질 중산층 소비자들과 새롭게 부와 명예를 거머쥔 여성들이 어떤 거대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지, 변화의 최전선에 도시가 있는 이유와 과학기술이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바꾸고 있는 지 등에 관한 예측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새삼 놀라게 되었다. 아시아의 중산층 시장이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보다 커질 거라고, 국가들의 수보다 다양한 화폐들에 둘러싸이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말이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도 함께 변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저 손실을 최소화하려 애쓰거나 한 번에 하나씩 소극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크든 작든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원칙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인구통계학적,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인 변화가 다가올 때 그 흐름에 올라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보면 브루투스가 이 원칙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흐름이 우리 쪽으로 왔을 때 그 위에 올라타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오."    p.362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는 미래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젊은 세대는 희망을 바라보지만 나이 든 세대는 상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생률을 통해서 2030년의 모습을 예측하는 1장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젊은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민자들이 노령 인구를 빠르게 대체할 거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세대 변화에 숨어 있는 기회들을 살펴보며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중요한 세대가 바로 실버 세대라는 걸 보여준다. 3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사회 집단의 재정 상태를 통해 새로운 중산층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4장에서는 여성의 강화된 경제적 지위가 실제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권력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5장에서는 2030년이 되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400개는 될 거라며 변화의 최전선에 도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6장에서는 로봇, 인공지능, 3D인쇄 기술 등을 비롯한 과학 기술 개발의 흐름을 살펴보고, 7장에서는 조만간 닥쳐올 공유 경제의 규모와 영향력에 대해 예측하고, 8장에서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인 화폐 제도를 살펴본다.

 

물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수평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수평적 사고의 7가지 원칙은 이렇다. 멀리 보기, 다양한 길 모색하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막다른 상황 피하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저자가 예측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10년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변화를 증폭하고 가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경제학, 지정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변화의 양상을 날카롭고 파격적으로 통찰하는 이 책과 함께 앞으로의 위기와 혼란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어떻게 기회가 되는지 궁금하다면, 2030년을 기다리며 다가올 기회를 붙잡기 위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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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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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람들을 비웃기는 쉽지만,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 낯선 길을 따라 GPS 없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것(그리고 다시 돌아오기)은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지 과제 중 하나이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주변을 잘 살피고, 풍경의 특징을 잘 기억해야 하고, 거리를 계산하고, 움직임을 조젏고, 자신의 위치를 알고, 방향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로를 계획하고, 경로의 변화에 대비하고, 여러 유형의 감각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그러려면 뇌의 많은 부분이 관여해야 한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P.146~147

 

예전부터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잘 찾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길치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GPS 기능 덕분에 지도 앱을 활용하면 어디든 찾아갈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자동차로 이동 시에는 네비게이션을, 도보로 움직일 때는 다양한 지도 앱을 사용하게 된 현대에서 아마도 GPS없이 길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리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본드는 정말 길을 잘 찾고 싶다면 GPS를 꺼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얘기일까.

 

이 책에 따르면 언뜻 편리해 보이는 GPS 기기가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을 살아남게 해주었던 공간 관련 능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인지적으로 어려운 일은 GPS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에 맡기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스마트폰 앱이나 음성 안내를 그대로 따르면, 해마에 있는 위치 세포나 전전두엽 피질의 의사 결정 회로를 괴롭히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어떻게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몰라도 되며, 심지어 내가 선택한 경로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우리는 공간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절대적 확실성에 대한 대가로 위치 감각을 희생하게 되는 것이다. GPS를 이용해서 길을 찾으면 우리는 주변 환경에 무관심해질 수 있고, 주변 환경에 무관심해지면 더 이상 풍경에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고 그만큼 무지해진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길을 잃을 위험에 처하면 불안해진다. 길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마치 뱀을 봤을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처럼 본능적으로 인간의 뇌에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하면서 길을 잃었을 때 결말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은 문화의 바탕에 깔려 있다. 고대의 신화는 물론 현대의 동화에서도 숲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 모티브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픽션에서는 보통 일종의 구원이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더 냉혹하다.    p.231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길 찾기 능력'이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저자는 호모사피엔스를 살아남게 한 협력과 소통의 근원인 길 찾기 능력에 관해 먼저 인류학 적으로 접근한다.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는 구석기시대의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치와 목적지를 알아야 했고, 길을 찾고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이 식량의 위치를 알아내고 적을 파악하면서 발달시킨 길 찾기 능력은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길 찾기 능력을 뇌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대목이었다. 길 찾기 능력이 추상적 사고, 상상력, 기억력, 언어 등 필수적인 인지 능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우리의 몸은 물론 마음도 지배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는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처음에는 생경했던 곳이 어떻게 내 집처럼 친숙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신경과학의 공간 인지 연구를 시작으로 뇌과학과 심리학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 밖에도 길 찾기에 최적화된 사람들, 여자와 남자의 길 찾기 능력 차이, 길 잃은 사람과 우울증 환자의 심리적 공통점,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듯 타인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이유 등등 길 찾기 능력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들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풀어내고 있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을 살아남게 해주었던 바로 그 길 찾기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오늘 날 우리가 GPS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것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길 찾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활동인데, 우리가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길을 간다면 타인간의 상호 교류의 기회는 더 이상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저자의 말에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길을 찾으며 살아온 인간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여정은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편리한 세상은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지만, 가끔은 그러한 완벽한 길 찾기에 저항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쯤은 목적지나 지도, 휴대폰 없이 돌아다녀 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 관계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사유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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