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4 -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십 년 가게 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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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마법이 존재하고, 그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가 있다.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타바는 지금까지 마법에 흥미를 느낀 적이 없었다. 타바는 마법을 쓸 수 없고, 마법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돈벌이에 이용할 수 없다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지금 타바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마법의 힘 말고는 없다... 그야말로 지금 타바에게 필요하다.     p.11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의 히로시마 레이코가 시간의 마법을 소재로 그려낸 판타지 동화 <십 년 가게> 그 네 번째 이야기이다. 이번 작품에서 새로 등장하는 마법사가 있다. 표지에 그려진 수염을 길게 기르고 덩치가 아주 큰 할아버지 마법사인데, 위아래가 붙은 파란색 작업복에 커다란 밀짚모자를 써서 농부처럼 보인다. 각종 물건을 봉인하고 또 풀려나게 하는 '봉인 가게의 포'라는 마법사는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되었다.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놀랄 만큼 고요한, 벽돌 건물이 나란히 늘어선 골목. 그곳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끼운 하얀 문을 단 '십 년 가게'가 있다. 가게 안은 수많은 오래된 물건들로 빼곡히 차 있어 가게가 아니라 창고 같은 풍경이다.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넘칠 듯이 가득하지만, 오묘하게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짙은 갈색 조끼와 바지를 입고, 은테 안경을 걸친 젊은 남자가 가게의 주인, 복슬복슬한 주황색 털과 선명한 에메랄드 색 눈동자의 커다란 고양이가 직원이다. 고양이는 두 발로 서서 조씨에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있는데다, 사람처럼 말도 할 줄 알았다. 바로 이 곳이 십 년 동안 물건을 맡아주는 마법의 시간 가게이다.

 

 

그 순간, 키나는 마음을 정했다. 고스 가족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다니, 말도 안 된다. 무엇보다 그 나무에도 나무 집에도 추억이 가득하다. 역시 잃고 싶지 않다.
'수명 일 년? 좋아, 지불하겠어. 하나도 아깝지 않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키나가 결심을 하는 순간, 응접실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p.83

 

사업 실패로 인해 전 재산을 잃고, 가지고 있는 물건도 전부 빼앗기게 된 타바, 열정적인 포도주 수집가인 그는 어떻게든 포도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는 십 년 가게에 포도주를 맡기는데, 과연 그는 계획대로 다시 부자가 되어 잃어버린 물건을 전부 되찾을 수 있게 될까. 올해 열 살인 키나는 제멋대로인 이웃 가족 때문에 할아버지의 나무를 베어 버리기로 했다는 것에 화가 난다. 정원 한구석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는 나무로 만든 집이 있었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그곳에 깃든 추억은 키나를 든든히 지켜주었다. 이 커다란 나무도 십 년 가게가 옮겨서 보관해줄 수 있을까.

 

 

'십 년 가게'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손님들이 맡긴 물건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가 더해졌다. 시리즈를 차근차근 따라 왔다면 모두 탐정이 되어 수수께끼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에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마법사가 등장해왔다. 1권에서는 마법사 트루, 2권에서는 색깔을 만드는 마법사인 텐과 카멜레온 팔레트, 3권에서는 날씨를 바꾸는 마법사 비비, 그리고 4권에서는 봉인 가게의 포가 등장했다. 시리즈 특별판으로 나온 <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 에서는 각각의 마법사들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니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그런 물건들을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시간의 마법을 이용해보고 싶어 지지 않을까.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그럴 마음이 들었다면, 당신도 '십 년 가게'를 이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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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가게 1 - 시간의 마법, 이용하시겠습니까? 십 년 가게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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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릅니다. 내가 쓰는 마법은 십 년 마법, 다시 말해 시간 마법입니다. 그러니 대가로 손님의 시간을 받습니다."
"저의 시간이요?"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수명입니다."
릴리가 놀라자, 마법사가 달래듯 미소를 지었다.     p.25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 담겨 있다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다거나, 혹은 값비싼 거라서,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등등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그런 물건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되거나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어떨까.

 

그렇게 버릴 수 없고, 버리고 싶지도 않은 물건들을 맡아 보관해주는 가게가 여기 있다.

 

 

'십 년 가게'는 아끼는 물건이라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담긴 거라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은 그런 물건들을 손님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준다. 마법으로 십 년간 보관되는 동안 그 물건은 처음 맡겼던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된다. 단 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고, 이 가게는 대가로 손님의 시간을 받는다. 내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보관되는 동안 절대 낡거나 상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로 나의 수명을 일 년 줘도 괜찮은 걸까?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은 이런 계약 조건을 듣고는 망설이지만, 대부분 자신의 수명을 지불하고 물건을 맡긴다.

 

 

"놀라운데. 이건.... 마법인가."
들어본 적 있었다. 이 세상에는 마법, 그리고 마법을 쓰는 마법사가 존재한다고. 많은 수는 아니지만, 마음이 내키면 일반인을 도와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단, 도움을 받았다면, 그에 알맞은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던가.     p.137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의 히로시마 레이코의 최신작으로 시간의 마법을 소재로 하고 있는 판타지 동화이다. 6개의 이야기가 단편처럼 옴니버스로 묶여 있는 이 작품은 아동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읽기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류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마음에 들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좋고, 어른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만한 작품이니 말이다.

 

 

릴리는 세 살 생일 선물로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토끼 인형을 버리려고 하는 새엄마로부터 인형을 지킬 수 있을까, 아홉 살 롤로는 몸이 아픈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만든 눈사람을 녹지 않게 보관할 수 있을까. 질투심에 친구의 반지를 훔친 여섯 살 테아는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을까.

 

십 년이라는 시간은 환경도, 사람도, 마음도 바꾸게 하기에 충분히 길다. 시간이 흘러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성숙해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도 있다. '십 년 가게'는 물건을 보관하는 걸로 끝이 아니라,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물건의 보관 기간 종료일을 알려 준다. 물건을 받고 싶다면 카드를 열고 다시 '십 년 가게'를 찾아갈 수 있고, 받고 싶지 않다면 계약을 종료하고 물건을 넘기게 된다. 추억을 그냥 묻어둘지, 다시 찾아올지는 자신의 선택인 것이다. 자, 시간의 마법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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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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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나 믿었던 동료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우리는 분노, 슬픔, 배신감에 압도된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대응하기까지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명심하라. 정신은 감정보다 나약하다. 하지만 당신은 이러한 약점을 곤경의 순간에야 깨닫는다. 전쟁 같은 일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당신을 무장시키는 최선의 것은 더 깊은 지식이나 지성이 아니다. 정신을 더 강하게 하고 감정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내면의 규율과 강인함이다.      p.45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은 세 작품 모두 600페이지를 가뿐히 넘으며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벽돌책이다. 무시무시한 분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고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상당히 잘 읽히는 편이지만, 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래서 <유혹의 기술>이 더 가볍고 작아진 에센셜 에디션 <인간 관계의 법칙>으로 나왔고, <권력의 법칙>이 읽기 쉬운 버전으로 새롭게 <인간 욕망의 법칙>으로 나왔었다. 분량이 줄어들고, 특정 주제로 재편집되어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기에 수월해졌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맛보기 식일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중요한 키워드와 핵심 내용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 원래 이렇게 쓰여진 한 권의 책인 것처럼 완성도가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인간 법칙 3부작의 마지막인 <전쟁의 기술>이 총 64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350여 페이지로 줄인 에센셜 버전으로 나왔다. 위기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기술'이라는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더 얇고 가볍게 재편집되었다. 내용을 줄인 요약본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을 빠짐없이 담고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는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전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이용하다'라는 단어는 상당히 불쾌한 어감을 담고 있으며,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실제보다 더 고귀하고 고상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런 상호작용이 조력과 협력, 우정으로 비치는 것을 선호한다. 당신이 동맹을 맺는 것은 필요, 즉 충족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동맹 결성의 기술은 '필요'와 '우정'을 분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p.283~284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평정심을 잃지 마라,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라, 대의명분을 항상 심어주어라,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파악하라, 전투는 패배해도 전쟁에서는 이겨라, 상대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여라, 협상 중에도 진격을 멈추지 마라, 사실과 거짓을 섞은 정보를 유포하라, 상대의 기대와 예상을 뒤엎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하라, 적의 마인드에 침투하라,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조종하라 등... 로버트 그린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천 년의 전쟁사와 정치 및 협상판에서 승리를 거머쥔 인물들의 전략을 모두 훑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33가지 '생존의 기술'을 도출해냈다.

 

손자, 한니발 같은 고대의 전략가부터 야심만만한 전쟁 영웅 나폴레옹,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막강한 힘을 거머쥔 마거릿 대처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활약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바로 지금 우리의 일상 속 상황들에 맞춰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고전과 역사 속 인물과 사건에서 끄집어낸 여러 상황들을 현대 사회에 맞는 치밀한 전략으로 재구성하는 솜씨는 로버트 그린의 독보적인 면모가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의 일상 역시 매일같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쟁이다. 속임수와 권모술수가 넘쳐나는 정치판, 비즈니스, 그리고 직장 생활을 비롯해 수많은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그러하다. 그러니 전쟁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영역이 아닌 것이다. 인간 본성의 악함과 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 우위를 점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이 책이 치열한 전쟁으로 치닫는 극한 경쟁의 시대,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승리의 기술을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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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넷플릭스부터 구글 지도까지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발견
스테판 바위스만 지음, 강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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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를 가든 매 순간 수학과 마주친다. 물론 글자 그대로의 수학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상 늘 수학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조차 연산 한번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더 많다. 이렇게 우리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수학은 항상 '음지에서' 묵묵히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학이 없었다면 길을 알려주는 구글 지도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무작위로 추천하고, 추천작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형편없이 낮았을 것이다. 구글이라는 검색엔진도 지금처럼 원활히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p.31

 

구글이나 네이버 등 지도 어플이나 내비게이션 한번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영화와 시리즈물을 추천받아본 적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컴퓨터가 가장 빠른 길을 알아내는 방법,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뭔가를 추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매일 같이 습관처럼 확인하는 코로나 19관련 수치, 일기예보 등등 우리의 일상에는 수학이 늘 함께 하고 있다. 실제 숫자를 가지고 연산을 하지 않는다고 학교 졸업 후 수학을 마주할 일이 없는 게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직접 계산을 하지는 않지만, 상상 가능한 각종 계산이 삶과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수학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책은 스웨덴 최연소 수학 박사이자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수학철학자인 스테판 바위스만이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쓴 교양서이다. 수학의 여러 분야 중 미적분, 확률, 알고리듬을 집중 조명해서 복잡한 공식 없이도 수학의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수포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수학의 필요성을 실용적 관점을 넘어서 철학적 관점에서도 고찰하고 있어 더욱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때 수학을 호출하면 좀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무심코 지나친 부분 때문에 발생할 위험 요소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분과 적분은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자동차, 커피머신, 자동 온도조절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기들은 미적분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국적인 휴양지로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장치와 기계들이 학창시절 그토록 사악하게만 보였던 수학의 한 분야인 미적분과 관련이 있다.     p.163

 

메소포타미아의 필경사들 이야기, 고대 이집트에서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빵과 맥주를 계산할 때 필요했던 분수, 병아리의 신기한 도형 감각, 미분으로 과속 차량을 잡아내는 법, 차량 충돌 시 탑승자의 생존을 위한 각종 장치를 설계할 때 활용되는 적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의 비밀 등 실생활의 쓰임을 통해 수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수학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읽어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게 읽힌다. 수학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거라는 이야기에 저절로 수긍이 될 정도로 이 책은 알기 쉽게 수학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수학자도 경제학자도 아닌 우리가 통계와 확률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미적분을 직접 계산할 능력이 없어도 사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데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왜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유용한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알려 준다. 대체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수학이 얼마나 쉽고 유용한 학문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수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세계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인지에 대한 담론부터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살면서 통계 수치며 알고리듬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한 분석까지 수학이 어떻게 우리를 이롭게 하는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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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5-04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싶었는데 서평 감사합니다~~~
담았습니다 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피오나 2021-05-04 09:41   좋아요 1 | URL
ㅎㅎ 수학의 세계가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껴지실 거예요!
 
세상의 한 조각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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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에선가 관찰이라는 행위에 의해 관찰 대상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앨과 내 경우에는 확실히 맞는 말이다. 앤디가 있으면 구석구석 우리가 모르는 곳 없는 이 낡은 집의 아름다움에 좀더 눈을 뜨게 된다. 누르스름한 들판을 지나 바다까지, 일정하지만 항상 변화하는 그 풍경과 축사 지붕에 앉은 시커먼 까마귀떼와 머리 위에서 맴도는 매를 전보다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곡식 자루, 움푹 들어간 들통, 서까래에 매달린 밧줄. 앤디의 붓에 의해 이런 평범한 물건과 도구들은 시간을 초월한 다른 세상의 것으로 탈바꿈한다.      p.122

 

이 작품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황량한 들판에 몸을 틀고 앉아 저 멀리 언덕 위에 있는 집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은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와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며 그에게 영감을 선사했던 실존 인물을 그린 것이다. 작가인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직접 그림을 보고, 크리스티나 올슨의 집에 가보며 그녀와 앤드루 와이어스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리하여 실존 인물의 삶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구상해나갔다.

 

 

극중에서 이 그림은 '뒤틀린 다리를 뒤로 늘어뜨리고 손가락으로 흙을 움켜쥐고 들판을 기어가고 있지 않은가. 개밀과 큰조아재비가 자라나 있는 건조하고 황량한 벌판. 감추어져 있지 않으려는 비밀처럼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저 무너져가는 집...'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잿빛 하늘 아래 어딘가 불편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인의 표정은 우리가 볼 수 없지만, 그 몸짓에서 결연한 의지와 갈망이 느껴진다. 이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사람의 뒷모습이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은 때때로 바뀌게 마련이지만, 무방비한 뒷모습이 그려내는 것은 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그것은 외로움일수도, 쓸쓸함 일수도 있겠고, 삶 전체일 수도 있다. 그것은 과거를 거쳐 현재를 살아내고 미래로 향하는 무언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저자인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은 이 여인의 뒷모습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 냈을까. 어떤 영감을 얻어 소설로 만들어지게 됐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첫 장에 수록된 그림 한 장이 내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나는 소망의 파괴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원하는 마음과 구원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의 파괴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보스턴에서 보낸 시간으로,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내 믿음만 더욱 공고해졌다. 내가 나뭇가지에 펄럭이는 누더기를 매달고 머리 위로 아무리 열심히 흔들어도 멀리서 어선이 나를 구출하러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이지만 다르게 살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왔다가 사라졌다는 것을 뼛속 깊이 실감한다.     p.271~272

 

건조하고 황량한 벌판,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무너져가는 집,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아득한 창문, 구정물 색 하늘.. 하지만 이 그림은 들판에서 그려진 것이 아니다. 화가는 그 그림을 집안의 방에서, 전혀 다른 각도에서 창조해냈다. 그건 그가 그림 속 여인의 삶에 대해서 공감했거나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 여인인 크리스티나와 화가인 앤드루 와이어스 사이에는 묘한 연관성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병약한 아이였고, 고집이 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 열병을 앓고 난 후 거동이 불편해졌고, 답답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척추측만증으로 열두 살 때 수술을 받고 긴 여름 내내 석고 깁스를 하고 있어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반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그는 아버지로부터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고, 그녀는 집안을 건사하는 법을 배웠다.

 

이야기는 그녀가 세 살 때인 1896년에 시작하는 과거와 그와 처음 만난 1939년부터 이어지는 현재가 교차 진행되고 있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녀에게는 세상의 전부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작은 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고 미미한 존재이고,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세상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깨져버린 꿈과 약속을 딛고 지금까지 살아온, 캔버스 가장 자리까지 펼쳐진 세상의 중심에서 살고 있는 이 여인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가끔 가장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진실일 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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