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첫 과학책
황북기 지음, 김태은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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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과과정으로 만나게 되는 과학 수업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 전에도 아이가 하는 모든 활동,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과학과 관련이 되어 있으니 전혀 생소하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는 아니다. 이 책은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경험하고 감각으로 느끼고 마음을 열면서 과학과 만나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아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대화와 놀이로 과학을 만나게 하는 책이라, 질문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4세부터 과학 수업을 시작하기 전인 초등학교 2학년까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각 장의 제목부터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토마토 주스 위에 오렌지 주스, 찰싹 달라붙는 빨판, 솔솔솔 소금은 네모, 깜장 깜장 그림자, 슥슥 싹싹 미끌미끌, 노랑 바나나 빨강 사과, 빙하와 북극곰, 내가 누군지 알려 주는 지문, 멍멍! 무슨 말이지? 등등 눈을 반짝이며 매사에 왜?를 연발하는 아이들을 위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놀이를 해 볼 수 있는 '머리가 좋아지는 과학', 신체 발달과 관련된 놀이가 담긴 '몸이 튼튼해지는 과학',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 발달과 관련된 '감각이 발달하는 과학', 그리고 환경이나 빈곤, 생명 등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하는 놀이를 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과학'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서두를 열면, 오른쪽 페이지에는 핵심 내용이 질문으로 정리되어 있고, 아래 과학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이어지는 따라 하기 페이지에는 아이와 함께 직접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 소개되어 있고, 찾아보기로 해당 내용에 대한 원리를 담고 있는 주위의 과학을 찾아보는 놀이로 마무리가 되는 식이다.

 

 

우리가 그간 흔히 접한 것처럼 과학을 생물, 화학, 지구 과학, 물리로 나누지 않고, 다양한 과학 원리를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해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에도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색이 잘 변하는 과일과 채소를 찾아보고, 액체와 고체를 구분해보고, 플라스틱 컵과 금속 컵에 각각 초콜릿을 넣어두고 어떤 컵에 든 초콜릿이 빨리 녹을지 관찰을 해보기도 한다. 비눗방울은 왜 동그란 모양인지, 정전기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지레의 원리를 배워보기도 하고, 바코드 놀이도 해보고, 녹말가루와 치약 튜브를 통해서 점성을 느껴보기도 한다. 이렇게 해보다 보면 과학을 어렵게만 느꼈던 부모에게도, 아직은 과학이 낯설었던 아이에게도 선입견을 떨치고 과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교과 연계표가 별도로 수록되어 있어, 초등 3학년에서 6학년의 과학 교과에 해당되는 단원명을 각각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별책부록으로 워크북과 칭찬스티커가 별도로 들어 있어, 아이와 실험 일지를 기록해볼 수도 있다. 워크북에는 핵심 놀이와 실험들을 수록했는데, 실험 결과와 관찰 일지를 직접 그리고, 써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하나 마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주면 아이가 더 재미있게 과학 놀이를 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한양대학교 교수이자, 어린이 청소년 과학 실험 전문가인 황북기 교수이다. 처음 만나는 과학을 재미있고, 쉽게 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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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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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속의 ‘이분법’이다. 행복은 100퍼센트로 오지 않는다. 언제나 약간의 불행과 함께 온다. 천국으로 불리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도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바가지를 씌우려는 관광지의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할 수도 있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0:100으로 판단하면 세상에 행복은 없다. 사소한 행복과 기쁨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폄하해버리면 삶에서 행복은 배제된다.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순간에도,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p.43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했다. 그냥 재미로 하는 가벼운 거였는데, 집안에 있을 때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 중에 어느 것부터 해결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거였다. 다섯 가지 항목이 있었고, 내가 고른 테스트 내용에 따른 결과는 애정, 돈, 일, 친구, 자기자신 순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몇 명도 함께 했는데, 결과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모두 자기자신이 마지막이었다. 그저 가볍게, 재미로 하는 놀이 같은 테스트였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모든 것들의 우선순위에서 자기자신, 내 마음을 가장 등한시하는 걸까, 라고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은 뒤로하고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남들이 내게 하길 바라는 일을 삶의 1순위로 올려놓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무의미함과 허무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인 것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나보다 더 높이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빛을 내며 서 있다. 이곳이 아니면 안 돼, 남들도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는 없어. 라는 식의 생각은 어느 순간 초조함과 무기력, 절망에 가 닿게 만든다. 이 책은 국내 최초 대중정신건강전문지 〈정신의학신문〉 창간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정엽 원장이 내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인문 심리서이다. 저자는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생각부터 제대로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셀프 심리 코칭 과정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세상을 똑같이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만의 주관적인 세상에 산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세상,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세상을 심리학 용어로 ‘심리적 실재’라고 한다. 세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상황을 나중에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자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멈추고 객관적인 사실 자체만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     p.131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은 생각, 감정, 행동의 순서로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감정을 참 소홀히 여긴다. 이성적이라는 말은 칭찬인 반면, 감정적이라는 말은 비난에 가까우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밝고 긍정적인 감정은 취하고, 불쾌한 감정은 분리 수거해서 버리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교양도 어른스러움도 아닌, 내 마음에 대한 억압이자 폭력이다. 감정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감정의 그릇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자신의 언어로 감정 태그를 붙이기 위해 하루에 한 번 네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는 거다.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보고, 그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느낀 감정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보는 거다. 이렇게 언어화를 하게 되면 억압된 문제를 자신과 대상의 언어로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저자가 만든 감정 테이블도 흥미로웠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 있는지 막연한 사람들은 이 감정 테이블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따르기보다 ‘그래야 한다’라는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춰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모른 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농담에 화가 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일이 잘 안 풀릴까 걱정돼도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불안감을 숨기며,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은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만드는 자기결정권 연습'을 통해서 직장 생활부터 인간관계까지 자신을 억압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결정하는 삶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잊지 말자.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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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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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강적인 T.렉스가 그렇듯이, 트리케라톱스는 공룡계의 아이콘이다. 그들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신사답고 동정심 많은 초식동물' 역을 연기함으로써 폭군인 렉스를 돋보이게 한다. 셜록에게 모리아티가 있고 배트맨에게 조커가 있었다면, 렉스에게는 트리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마법을 믿지 말라!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렉스와 트리케는 진정한 경쟁자 관계였다... '공룡의 왕'은 대사에 연료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살코기가 필요했고, '3개의 뿔을 가진 라이벌'은 느리게 움직이는 체중 14톤의 '프라임 스테이크'였다.    p.275

 

공룡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기심거리나 어린 시절에만 열광하는 흥미거리 내지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오늘날의 우리와 전혀 무관한 존재라고들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공룡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란, '덩치 크고 비늘로 뒤덮인 멍청한 야수로, 환경에 대응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결국 멸종하게 된 진화의 실패작' 정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세대 과학자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공룡 화석을 수집하면서 그러한 고정관념이 터무니없는 오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룡을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우둔한 파충류' 혹은 '박물관에 박제된 구경거리'로 간주해온 전통적 관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환경에 잘 적응해 당대를 지배한 진화의 기린아'로 대체되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젊은 공룡학자 스티브 브루사테가 들려주는 '진짜 공룡의 세계'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공룡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먹이사슬의 최정상에서 지배자의 위치에 올랐을까, 그중 일부는 어떻게 거대해졌나, 그리고 어쩌다 거의 모든 종이 멸종하게 된 걸까, 에 대한 이야기는 공룡에 관한 모든 상식을 뒤집으면서 매우 놀라운 사실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야기는 아직 지배적이지는 않았던 최초의 공룡들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양서류, 포유류 사촌, 악어 친척의 그늘에 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공룡들이 살았던 생활환경을 면밀하게 그려내고, 그들이 본격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트라이아스기에 이르면 우리는 페이지 너머 2억 100만 년 전을 향해 다가가던 당시의 풍경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는 공룡이 오늘날 우리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공룡은 멸종했다'고 말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지만, 사실은 1만종 이상의 공룡이 살아남아 현대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식량으로, 때로는 반려동물로, 그리고 갈매기의 경우에는 유해 동물로... 공룡의 대다수가 백악이 말기인 6600만 년전 멸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패잔병이 끝까지 버티며 명맥을 유지했으니, 비장의 무기를 가진 소수의 공룡이었다. '이 괄목할 만한 생존자들'의 후손이 오늘날 새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것은 1억 5000만 년에 걸친 공룡의 통치와 멸망한 제국의 존재를 알리는 장구한 유산이다.     p.315

 

쥐라기에 들어와 화산활동이 끝난 직후 용각류라는 전무후무한 동물이 갑자기 등장했고, 이들은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방법으로 그 후 1억 년 동안 세상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리고 1억 4500만 년 전, 지구는 쥐라기에서 공룡 혁명의 마지막 단계인 백악기로 넘어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폭군 공룡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영화에서 묘사되었던 것은 눈앞에 있는 사냥감도 인식하지 못하는 티라노사우루스였지만, 알고 보니 높은 지능과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살육 기계였다. 게다가 착하고 점잖은 초식동물로 알려진 트리케라톱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진정한 호적수로 중생대 호숫가와 강변에서 끊임없이 혈투를 치렀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어린 시절 책과 만화, 영화를 통해 만났던 공룡들에 대한 모든 상식을 뒤집으며,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룡의 불가사의한 기원, 경이로운 번성, 갑작스런 멸종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공룡이 외계 생물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하는 일(성장, 섭식, 운동, 생식)을 모두 해야 하는 '진짜 동물'이었다는 점을 매우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2020년 현재, 실재하고,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공룡의 존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2억 5000만 년 전 판게아에 등장한 용맹한 공룡형류의 후손으로, 계통수상에서 브론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부분에 위치하며, T.렉스와 벨로키랍토르의 사촌인 이 동물의 존재는 정말 놀라웠다. 이는 공룡이 오늘날 우리 사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공룡은 멸종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1만 종 이상의 공룡이 살아남아 현대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공룡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는 진화론과 고생물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로 떠나는 진짜 ‘쥬라기 공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진짜 공룡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누구라도 공룡의 놀라운 반전 매력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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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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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관계 맺기보다도 강렬하고 신비하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관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무모하고 강박적인 사랑,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결혼한 부부 사이의 동반자적인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모든 존재에 대한 이타적인 사랑...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종종 상대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싶고, 상대의 일부가 되고 싶고, 상대를 내 일부로 만들고 싶은 바람을 품는다.     p.37

 

일레인 아론은 심리학계 최초로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심리학자이다. 먼저 만났던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이라는 책에서 일레인 아론은 남의 생각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수는 눈치 채지 못하는 부분까지 날카롭게 대응하는 예민한 사람들의 민감함에 대해 약점이나 마음의 병이 아니라고 말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책에서는 지난 30년간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 질투, 열등감, 수치심 등의 감정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심리 프레임을 포착해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산다.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이 책에서는  ‘순위 매기기(ranking)’ 라고 표현한다. 또한 우리는 애정과 관심, 사랑을 표현하며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데, 이는 ‘관계 맺기(linking)’에 해당된다.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는 우리의 모든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는 서로 호흡 맞추며 함께 춤추는 한 쌍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순위 매기기가 관계 맺기에 슬며시 끼어들어 우리 자신의 '못난 나'를 유발하는 경우이다. 우리 내면의 '못난 나'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너무 쉽게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 내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자기 방어와 비난을 멈추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법을 알려준다. 게다가 순위 매기기, 관계 맺기, 못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다양한 자가 테스트와 연습법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누구나 직접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하는 심리 수업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친구와 더 돈독한 우정을 쌓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더 깊이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더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하루하루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상대가 힘들어할 때 도움을 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는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우연이나 운에만 맡겨둘 필요는 없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친밀한 관계를 쌓아갈 확실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p.302~303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세상의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을 때, 세상은 늘 공정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라거나, 상실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건강을 잃거나, 하룻밤 새 직장에서 해고되었을 때, 견디기 힘들 정도의 두려움이나 슬픔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트라우마이며, 그로 인해 우리는 고통 받고 괴로워하며 그곳에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성별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순진무구한 자아가 혼자 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못난 나'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는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자아를 위로하고 지지하도록 '적극적 상상'을 이용한 기법에 대해 알려 준다. 적극적 상상 기법 적용 원칙은 동조와 이해로 시작해, 현재와 과거의 원인과 연결 짓고, 감정적 연결 고리를 수정하고, 필요한 경우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꼭 심리 치료사들을 찾아 가지 않더라도, 이 책의 가이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사를 찾아가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너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어’, ‘넌 뭘 해도 안 될 거야’, '내가 이렇게 별로인데, 누가 내 옆에 있겠어?',  ‘내가 걔네 보다 부족해서 그럴까.' 등등 스스로를 ‘늘 부족한 사람’,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못난 나'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거나, 학교나 회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선뜻 나서서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유도 없이 내 탓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 안에도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가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 누군가 당신의 ‘사랑 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내 안의 나'인 것이다.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과 늘 반복되는 관계의 상처로 지쳐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당신도 주눅 들고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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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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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부모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수없이 다짐하고 어렵게 감행했던 일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 사람들의 미움과 분노를 불러오는 일들. 그런 일들이라는 게 늘 뭔가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고 침묵하는 편에 서게 되는 이유가 있다고 말입니다. 젊은 날의 결기나 기개 같은 것들은 스러지기 마련이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닐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당신들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여긴 건지도 모릅니다.    p.42

 

홍이는 남일동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재개발 계획도 거듭 무산되고,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달동네였다. 그녀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가족들은 남일동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남일동이 반으로 쪼개어져 그들 가족이 살던 곳이 부촌인 중앙동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부모님은 남일동에 살았던 시절을 완전히 잊은 사람처럼, 처음부터 중앙동에서만 살아온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홍이를 남토(남일동 토박이)라 부르며 은근한 멸시의 눈총을 보낸다. 졸업 후 여행사에 취직한 그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변호하다 같은 신세가 되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서른이 넘도록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아무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를 소진하던 어느 날, 남일동으로 이사 온 주해와 딸 수아를 만나게 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에 처박히듯 방치되었던 동네, 다들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동네였던 남일동이 주해 덕분에 조금씩 활기차게 변화하게 된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주해 덕분에 도서관이 세워지고, 어두운 집 앞 골목에 가로등이 설치되고, 한참을 걸어야 했던 거리에 마을 버스 노선이 들어오고, 약국 앞에 벼룩시장이 열러 1년 남짓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힘들게 입학한 중앙동 초등학교에서 수아는 친구들에게 남민(남일동에 사는 난민)이라 불리며 차별을 받고, 간호사였던 주해의 부정한 과거가 밝혀지고 그로 인해 열심히 일했던 재개발추진위원회에서 쫓겨나고, 결국 모녀는 남일동을 떠나게 된다.

 

 

그 밤, 우리 집을 올려다보던 어머니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왜 들어갈 생각은 않고 하염없이 집을 바라보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걸까요. 오랜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나는 그 밤 어머니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손안에 쥐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 그 집을, 그럼에도 결코 포기가 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어머니는 두려운 마음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p.122~123

 

집단 따돌림, 한 부모 가정, 허상과 과욕에 물든 사람들의 편견과 각자의 어긋난 욕망들은 낯선 듯하면서도 익숙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주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나서 보여준 건 남일동에 살던 사람들이 내내 설마 설마 했고, 망설이다가 오래 전에 포기해버린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곳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 바꿀 수 있다는 자신, 말이다. 덕분에 바뀐 남일동의 모습은 그 동안 누구도 항상 해본 적이 없는, 정말이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주해 모녀가 떠나고 마법은 그냥 사라져 버린다. 세상의 이중 잣대에 경종을 울리며 불합리한 사회를 헤쳐나가길 원했던 주해의 꿈이란 남일동 전체가 허물어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작품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시선으로 작품을 그려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재개발, 빈부 격차, 지역사회 갈등, 그리고 '집'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과 욕망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경험해봤을 법한 풍경들이라 서글픈 공감과 안타까운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일 것이다. 극중 '나'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남일동에 살면서 매 순간 느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란 대부분의 서민들이 겪어 왔던 그것일 것이다.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 되고 또 대물림'되는 그것이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절박함과 욕망으로 이어지는 것일 테고 말이다. '어떤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또 다른 삶은 내리막길을 걷고, 느닷없이 중단되는 삶이 있고, 어느 날은 흐리고 어두워서 앞이 보이지 않다가 또 어느 순간엔 무서울 정도로 환한 날이 계속되고, 그런 종잡을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을 응축해놓은 것이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애잔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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