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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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혹독한 대가도 치르게 했다. 미술의 역사에서 화가와 견습생들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의학이 도래하기 전에는 미술 재료, 특히 안료가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지지 않았다. 특정 안료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사용이 금지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다.          p.80

 

우리는 수많은 색을 보고 느끼며 살아 간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삶의 모든 순간에 색이 보내는 시각적 신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컬러는 우리의 지각과 인식, 기억, 판단, 이해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서를 대변하고 심리를 조율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당장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무엇을 살지를 결정할 때도 색깔이 개입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색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지만, 사실 특정 색이 왜 그런 색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고 매력적이며 때로는 과감한 색채를 보여준 80점의 명화를 통해 '색의 미술사'를 보여준다. 선사 시대의 고대 동굴벽화에서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로코코를 거치고,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인상주의를 넘어서 표현주의와 팝 아트, 그리고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색'을 통해서 살펴본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명화 작품을 두고,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작품에 대한 배경과 관련된 설명이 있다. 무엇보다 각각의 명화에 사용된 팬톤 컬러 코드를 수록해 화가의 팔레트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명화에 대한 신선한 해석이자, 화가의 컬러 사용법을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이 작품은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는 다채로운 색 팔레트를 보여준다. 빛을 한껏 끌어당긴 빨간색과 초록색의 사과, 옅은 색의 포도 그리고 귤이 가득 담긴 과일 그릇은 실재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프랑스 남부의 풍경 또한 사실적이다. 야자수는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하늘은 파랑, 노랑,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다. 아마도 낮에서 밤으로 변화하는 해질녘에 그린 듯하다. 창문으로 들어온 자연광은 탁자 위를 은빛 라일락색으로 물들인다. 그러나 두 인물에게 오면 현실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p.142

 

인류가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색을 내는 안료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처음에는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몸과 얼굴을 치장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물건을 장식하는 데도 활용하게 되고, 이후 그림을 그리는 데도 점차 사용하게 된다. 인류 최초로 인공 안료를 만든 것은 이집트인들이었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검정, 하양, 노랑, 초록, 빨강, 파랑의 여섯 가지 색을 사용했다. 선사 시대의 벽화에 색이 사용된 것도 감탄스러웠고, 인류 최초의 인공 안료인 이집션 블루를 만들어 낸 것이 청동기 시대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연대기 순으로 나열된 각각의 작품들에 대한 글에는 색의 의미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안료와 도구, 기법의 발전 과정이나 색 인식론, 색채 심리학 등 색의 역사와 함께 입체적으로 엮어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오로지 '색'이라는 키워드로 명화를 재해석하고 있어 그 관점을 따라 가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한 페이지에 한 작품씩을 구성해서 한 눈에 들어오는 구성도 이 책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팬톤 컬러 코드가 포함된 인포그래픽 팔레트를 통해서 해당 작품에 사용된 색 중에서 작품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구성된 색채 조합을 만날 수 있는 점도 여타의 미술사를 다루고 있는 책들에 비해 특별한 점이라 하겠다.

 

색의 역사는 재료와 과학, 기술, 심리학 및 인류 자체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색은 예술가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표현적인 요소이다. 흙에서부터 보석과 으깬 곤충, 인체에 해로운 화학 물질에 이르기까지 색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재료들과 이를 위한 예술가들의 험난한 노력에 대해 알게 되면, 각각의 색상에 대해서 더 의미있게 바라봐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색이 없는 세상은 물론이고 색이 고정된 세상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색의 의미와 형태, 그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에 언제나 존재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컬러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색채'를 통해서 재해석된 명화로 보는 미술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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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혼란 -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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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열역학이나 정보 이론에서 엔트로피가 높다는 의미는 무질서가 높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엔트로피가 낮다는 의미는 질서도가 높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공기 중에 있는 무질서하고 자유로운 탄소 분자는 엔트로피가 매우 높다. 탄소 분자가 모여 결정체인 숯이나 다이아몬드로 바뀌면 질서도가 높아지고 엔트로피는 낮아진다. 자유와 엔트로피는 비례한다... 마음에 자유가 많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해 무질서해지고 일할 에너지를 방전시킨다. 이때 만약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방종이 엔트로피를 계속 증가시킨다.                p.86~87

 

인지과학자 박경숙의 마음 문제를 다룬 시리즈 <문제는 무기력이다>, <문제는 저항력이다>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시종일관 '문제는 엔트로피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제목으로 가져가기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것 같아 <어른이라는 혼란>이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엔트로피'라 하면 물리학에 등장하는 열역학 제2법칙부터 떠오르는데, 대체 왜 심리학이 엔트로피로 설명이 되는지 의아할 테니 말이다. 저자는 인생을 표류하게 만드는 '혼란'이라는 마음의 문제가 엔트로피 증가라는 자연 법칙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무질서의 저주, 혼란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상태에서 마음의 문제를 자각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인지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심리적 엔트로피 증가가 의식의 무질서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법으로 '의식의 자각적 통제' 방법을 제안한다. 특히나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무기력과 저항을 겪은 후 만난 ‘혼란’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스스로 훈련하며 정리한 인지과학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제는 무기력이다> 출간 이전 10년 출간 이후 10년, 도합 20년간 마음속 세 가지 문제를 차례로 만나 그것들을 해결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방법을 연구했다. 그 과정은 '내가 만난 혼란기'라는 이름의 챕터로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시기부터 불안과 두려움, 혼란으로부터 질서를 찾는 수 년의 과정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바닥에서 시작한 사람이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곳까지 올라간 과정, 꼭대기에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서울역의 노숙자가 왜 길거리로 나앉게 됐는지 우리도 정확히 모르지만, 노숙자 본인도 자신이 왜 집도 가족도 직장도 없이 노숙을 하게 됐는지 모를 수 있다. 따라서 경영학에서 오랫동안 조사, 분석, 연구한 기업의 성공과 몰락의 공통점을 보면서 자신 역시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p.290

 

'혼란이 만들어내는 일상'이라는 챕터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 일상의 모습이 바로 정돈되지 않은 내 책상의 모습 그 자체였던 것이다.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책 무더기가 여기 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각종 연필과 필기구들이 군데군데 있으며, 메모지와 포스트잇플래그, 책상달력, 피규어 등등이 흩어져 있다 보니.. 정작 컴퓨터 키보드를 올려둘 자리 정도 말고는 손 디딜 곳이 제대로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불편하지만, 정리를 하더라도 며칠 안 가서 비슷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책상 위는 언제나 무질서 상태 그 자체다. 우리 삶과 인생에서 정리되지 않은 책상 위 같은 모습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글을 읽고 있자니, 새삼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혼란이 만들어내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그저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 길을 잃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시작할 때의 목표가 희미해지거나, 아예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막막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에 휩싸여 있을 때, 그 모든 일이 내 탓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누구나 겪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인간이 어른으로 성장하다 보면 ‘엔트로피 증가’라는 자연법칙에 지배되어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무질서가 매우 높은 '고엔트로피' 상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말이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곤혹스러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날 것만 같다. 그러니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없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해내야 하는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버티는 중이라면, 분명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하기 싫다'로 바뀌었다면, 지금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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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YOU - 자기 돌봄 101의 기적
엘렌 M. 바드 지음, 오지영 옮김 / 가디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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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종종 뒤죽박죽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반면 마음은 아주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마음을 따뜻하고 애틋하게 다독인다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집착하는 내면의 소리가 있는데, 그것이 늘 도움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의 소리가 비판과 비난 일색이거나 너무 가혹할 때, 우리는 자신과의 싸움에 갇혀버립니다. 스스로 엄격하기보다는 너그러운 태도로 자신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수록 우리는 심리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p.52

 

주변 사람에게 신경 쓰느라, 가족을 챙기고 돌보느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며 살고 있다. 나를 내 삶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더 버틸 수 있다고, 참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을 돌보는 것을 미루기만 해왔다면, 이 책을 꼭 만나봐야 한다.

 

저자인 엘렌 M. 바드는 경영 컨설턴트로 10년 동안 정신없이 생활하며 스트레스도 심했고, 건강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쁜 일정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기 위해 주말 동안 돌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을 하나 예약한다. 와이파이도 없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게 책 몇 권과 펜 몇 자루, 그리고 빈 종이를 잔뜩 가지고 주말을 혼자 보낸 이후 인생이 바뀌게 된다. 뭔가를 성취하려고 느끼던 압박감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고, 타인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를 책임지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자기 돌봄을 실천할 방법들을 개발했으며,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시간이 없었어"라는 말은 자신을 돌보지 못한 우리가 가장 많이 앞세우는 변명 중 하나입니다. 이 장에서는 용기를 내어볼 겁니다.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며, 가능한 일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죠. 이는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얄팍하게 나누어주면서 내 공간이 텅 비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갈 겁니다.          p.130~131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나를 돌보는 효율적인 방법 101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몸과 마음, 감정, 관계, 시간, 집과 환경, 일, 창의성, 변화까지,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몸에 귀 기울이기, 깊게 호흡하기, 카페인 줄이기, 더 많이 움직이기 등으로 몸을 돌보고, 잠시 멈춰보는 하루, 뉴스 없는 주말, 불평 줄이기 등으로 마음을 다시 채워본다. 나를 갉아먹는 감정, 수치심 버리기, 비밀 털어놓기, 내가 좋아하는 글귀 등으로 감정을 어루만지며, 부정적인 사람은 내 영역에서 밀어내기, 힘이 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 도움 구하기, 자기 돌봄 친구 찾기 등으로 관계를 재정비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101가지 이야기들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재미있는 질문들과 실천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

 

<나는 나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다>라는 제목으로 2019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은 이번에 원서의 원제대로 제목을 변경하고, 읽고 쓰기에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탈바꿈해 리커버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겉표지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지의 구성과 디자인도 모두 변경되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다이어리북 형태로 각각의 방법들에 답을 할 수 있는 질문과 메모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활용도가 높다. 단답형 Q&A 북이 아닌, 책 속 안내에 따라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는 '기록장'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는 지인에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자신에게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맞는 내용을 골라서 살펴보고, 자신과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실천하면 된다. 그렇게 천천히, 매일, 101개의 마법 같은 주문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더 이상 나를 돌보는 것을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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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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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코끼리>에서 우리는 인터넷이나 금융과 같은 빅데이터 적용 분야에서 딥러닝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적용하는 능력에서 인간보다 앞선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에만 있는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졌던 '지각 능력'을 인공지능이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p.84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이라는, 인간이 잘 살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이 언젠가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자각과 더불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정말로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순간도 오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 더욱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켜 AI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 만난 책은 그 중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인 재미와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은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SF 소설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술의 미래를 설명하고 질문을 던지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실제 SF 작가가 쓴 SF 단편 소설 열 편을 통해서 딥러닝, 딥페이크, 확장현실,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팅 등 10개의 결정적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에서 인공지능 연구와 제품 개발에 참여한 리카이푸와 데뷔작부터 열풍을 불러일으킨 SF 작가 천치우판이 만나 과학과 소설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이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2041년의 풍경이 곧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더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엄청난 과제를 맡을 용기와 담대함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우리는 인공지능이 창출할 전례 없는 부를 물려받을 세대로서 인류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사회계약을 재작성하고 경제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면 우리의 후손에 대해 생각해보라. 인공지능은 우리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에서 해방되도록 해주고 자기 마음을 따라 살 기회를 주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할 것이다.           p.429

 

저자인 리카이푸는 수년 전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갖고 있는 국가"라며 대부분 구글, 와츠앱 같은 미국 IT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를 쓰지만, 한국은 카카오, 네이버 등 자국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AI 발전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나 AI가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 한국이 우위를 가질 산업을 '교육과 엔터네인먼트'라고 전망했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풍부한 콘텐츠를 무기로 AI, VR, AR이 접목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이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 중에 <쌍둥이 참새>에서 스마트 인공지능 교사가 쌍둥이 소년들이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일대일로 지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인공지능 교육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인공지능이 2041년까지 인간의 지능에 얼마나 가깝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다.

 

 

사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딥러닝을 비롯해 인공지능 분야의 획기적인 상업용 기술들은 자세히 들어가면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우리도 모르는 인공지능 기술들이 이미 우리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능력은 나날이 더 강화되어 지금은 4시간 만에 체스를 배우고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지금보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곳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문외한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쓰였다. 20년 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구현될 기술을 이야기에 녹여냈으니 말이다. SF 소설로서 읽기에도 흥미진진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에 정확한 기술분석에 관한 내용을 덧붙였기에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알게 된다. 2041년,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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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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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사 년이 된 맞벌이 부부가 국민주택 수준의 집을 마련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 무렵 우리나라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때는 온 국민이 모두 가난한, 절대빈곤의 시기였고 그중에서도 문인들은 더 가난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대부분의 문인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용 집필실이 있는 작가들이 많은 요즘 문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처절한 빈곤이었다. 글을 쓰라고 제공하는 작가의 집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시기의 이야기다.            p.182

 

빈손으로 시작해 원하는 집을 찾기까지 십육 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동갑내기 부부의 주택 편련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들어가 살 장소, 바로 집일 것이다. 이 부부에게 집이 필요한 이유는 거주의 목적 외에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글을 쓰는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각각의 서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어령, 강인숙, 두 사람 모두 대학교수였고 글 쓰는 사람이었기에 그들 부부의 집에는 두 개의 서재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강의 준비나 평론, 논문 등은 책을 많이 펼쳐 놓고 써야 하는 글이어서 다른 곳에서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혼 후 한 동안은 단칸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구석에서 밤을 새워 글을 쓰면, 나머지 가족은 불빛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들이 서재가 두 개인 집에 장착하기까지 그들은 집 때문에 항상 쪼들리는 살림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에는 1958년 성북동 골짜기의 단칸방에서 시작해 1974년 마침내 평창동 집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과 영인문학관을 설립해서 운영 중인 현재가 모두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많은 공간을 거치며 살아 왔던 부부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 들어 있다. 청파동, 한강로, 신당동, 성북동, 그리고 평창동에 이르는 시간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들 부부가 일곱 번의 이사를 거쳐 마침내 원하는 크기의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것은, 1974년의 일이었다. 그들은 사람도 집도 하나도 없는 텅 빈 산 중턱에 외딴집을 지었다. 아이가 셋이었고, 부부 각자를 위한 서재를 위해 방이 아주 많은 큰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혈족들을 떠나보내는 와중에도, 눈앞에 다가와 있는 삶은 우리에게 '오늘의 과업'을 수행할 것을 강요한다. 현실은 슬프다고 봐주는 법이 없다. 빅토르 위고의 말대로 "오늘의 과제는 싸우는 것" 이어서,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면 곧 그 싸움터로 돌아가야 한다. 대학 교수들은 부모님 상을 당해도 닷새 후부터 강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요, 현실이다. 그래서 나도 아버지처럼 결국 털고 일어나 집짓기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그 바쁜 일정 덕에 그 기간을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p.380

 

이어령, 강인숙 부부가 십육 년 동안 살아온 여덟 곳의 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도배지 한 장만 새로 붙인 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고, 머리맡에 높은 어항이 얼어붙어 있을 정도로 방이 냉골이었던 날도 있었고, 학교 선생으로 일하며 받는 보너스가 이만 오천 원이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4.19와 5.16을 동네 한복판에서 목도했던 순간들과 박경리 선생, 김지하 시인 등 문인들과 교류하던 시간과 대가족이 북적이며 살아온 풍경들도 페이지 가득 펼쳐진다.

 

이들 부부가 마흔한 살부터 일흔넷이 되는 2007년까지 삼십삼 년의 세월을 산 곳은 평창동 집이다. 세 아이의 결혼식도, 여덟 손자의 돌잔치도 그 집에서 치렀고, 열여섯 명의 대가족이 되어 북적거리며 삶의 전성기를 보낸 곳이다. 그러다가 부부 둘만 남는 세월이 온다.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하다 보니 신혼초처럼 그 넓은 집에서 둘이만 살게 된 것이다. 부부는 슬프고 외로운 마음을 공부하고 글 쓰는 일로 메꾸어 갔다고 한다. 하지만 집이 너무 커서 유지하는 일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결국 살던 집을 허물고 문학관을 만들 준비를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영인문학관이다. 2001년 개관한 영인문학관은 해마다 2~3회의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이어령 선생이 13년간 '문학사상'을 하면서 수집한 원고, 초상화, 편지 외에 문인, 화가의 부채, 서화, 애장품, 문방사우 등을 소장품으로 가지고 있다. 근대문학의 성숙기인 70~80년대 작가들의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 영인문학관의 특징이기도 하다. 글 쓰는 부부가 수십 년에 걸쳐 집을 마련하고, 그것이 결국 근대문학의 자료를 소장한 문학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뭉클한 여운을 남겨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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