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 위 하늘이 으슬으슬하고 어지럽다. 습하고 냉한 흙냄새 때문에 초봄이 아니라 늦겨울 같다. 하지만 축축한 땅 곳곳에서 조그맣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인다. 갈란투스라고 불리는 조그맣고 하얀 꽃. 온 사방의 나무에서 새들이 신나게 지저귄다. 세상에는 죽음도 없고 상심도 없고, 오직 희망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 자 우리가 (다시) 왔어. 절대 의심 말고 우리를 믿어. 우리는 네 곁을 지킬 거야. 클레어는 넋을 잃고 서서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카디프, 바이 더 시' 중에서, p.179

 

젊은 미술사학자 클레어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그 전화는 변호사였고, 그녀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메인주 카디프라는 곳에서 여든일곱을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그 분은 클레어의 친할머니라고 했다. 생의 대부분을 미네소타에서 보낸 그녀는 카디프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자신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사람 또한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클레어는 두 살때 입양되어 양부모와 함께 자라 서른 살이 되었다. 자신의 친부모가 왜 자식을 버린 것인지, 자신이 어쩌다 입양아가 되었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그녀는 유산을 물려 받기 위해 카디프에 있는 친척인 '이모 할머니' 두 분을 찾아간다.

 

카디프에 있는 이모 할머니들의 집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 같은 집이었다. 특이한 옷차림의 할머니 두 분은 흥분한 앵무새처럼 호들갑스럽게 클레어를 맞이했고, 그들의 부산스러운 인사에 클레어는 현기증이 났다. 그곳에서 지내며 클레어는 생각한다. 도니걸 집안이 이렇게 잘사는데 그녀를 입양 보낸 이유가 뭐였는지, 가족 중에 그녀를 키우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비극적이고 끔찍한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 사고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자신이 잃어버린 가족에 대해 기억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하지만 과거에서 시작된 그것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 오며 잊고 지냈던 끔찍한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만든다.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이야기는 <카디프, 바이 더 시>로 강렬한 여운을 남겨 주었다.

 

 

 

우리 스스로 사랑이라고 되뇌는, 열정을 닮은 어떤 것으로 일으키는 경련. 유리 조각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처럼 높고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소리. 하지만 이건 웃음소리다. 엘리자베스가 뒷걸음질을 친 순간, 현괄 홀에 달린 커트 글라스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져 그녀 바로 앞에서 박살 난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에 이어 높고 희미한 웃음소리 - 어찌나 유쾌한지 따라서 웃고 싶을 지경이다. 겉 그리고 속. 엘리자베스는 이 집의 우아하고 반질반질한 겉모습에 속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구역질 나는 곳이야. 숨을 참아.           - '살아남은 아이' 중에서, p.461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되지 않았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중편소설 4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카디프, 바이 더 시>를 비롯해 <먀오 다오>, <환영처럼:1972>, <살아남은 아이>까지 총 4편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이 가진 근원적 공포와 폭력적인 세상이 휘두르는 공포를 꿰뚫는 고딕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가 아마도 조이스 캐럴 오츠일 것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와 극도의 긴장감이 잘 버무려져서 한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들곤 하니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에서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위협에 직면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있는 줄도 몰랐던 과거로부터,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로부터, 가족들의 비밀과 죽은 이의 환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카디프, 바이 더 시>에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가족의 비극을 겪는 여성이 나왔고, <먀오 다오>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가 나왔다. <환영처럼: 1972>에서는 합법적인 낙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겪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나오고, <살아남은 아이>에는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과 그 남자와 재혼해 전처의 환영에 시달리는 여성이 등장한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와 남성에 의해 통제 당하는 여성의 삶 등을 조이스 캐롤 오츠는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들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고스란히 체험하게 해주어 더욱 오싹하다.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를 키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을 독자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인물을 따라다니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불길한 예감으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이스 캐롤 오츠는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고딕 서스펜스 장르가 주는 최고의 재미를 보여주는 섬뜩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괴도란 것은 황당한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괴도의 아지트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게 오히려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성 있는 거짓말을 하려고 하면, 어린아이의 얕은 꾀로는 금방 논리적 허점이 생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아이들은 처음부터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므로 논리적 정합성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무슨 대답을 해도 괜찮은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이라고 지적해도 소용없다. 어설프게 숨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p.72

 

후텁지근한 바람이 부는 여름의 어느 날,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연쇄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홀연히 사라졌다가 이틀 후 무사히 귀가했고, 얼마 뒤 같은 밤 남자아이가 실종되었고 며칠 뒤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난다. 기묘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가십 잡지의 신입 편집자 사우와타리와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가 해당 아파트로 향한다. 아이들이 연이어 사라졌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지만, 다시 나타났기에 경찰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검은 망토를 입고, 머리는 별처럼 생긴 사람에게 납치됐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사라졌을 때 남겨져 있었던 범행 성명문에는 '괴도 다윗 스타라이트'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아이들의 황당한 장난처럼 보이는 사건이었다. 아이들은 왜 이런 연쇄 실종 사건을 협력해서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실종 사건의 트릭을 알아내며 사루와타리와 사사키는 이 연쇄 실종에 평범한 놀이와는 다른 어떤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과연 사건의 배후에 숨겨져 있었던 상상도 못 한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여름 방학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재미없는 여름방학인 채로 끝내버리는 게 아쉬워서, 사건을 일으키기로 한 거였다. 자신들의 손으로, 즐거운 여름방학을 되찾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이 실종 사건의 진상은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연결되어 더 복잡한 배경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의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세 가지 원색이 겹쳐져서 검은색이 되듯이, 여러 가지 요소가 겹쳐지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탄생하고 말았다. 그들에게도 과실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탓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령 그들이 아무리 괴로워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나미가 눈을 뜨지는 않는 것이다. 돌연 사사키가 벌떡 일어났다. 그의 태도와 표정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한테는 그가 빈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p.453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아이들과 그 트릭을 해명하려는 어른들의 대결은 시종일관 담백하고 무겁지 않게 진행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진상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아이들의 단순한 가출이나 장난으로 여겨지던 연쇄 실종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가벼운 분위기의 이야기에 점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사우와타리와 사사키 역시 아이들의 실종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서 예상외로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의 비밀은 후반부에 사건이 해결되면서 함께 드러난다.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작된 괴롭힘과 따돌림, 그로 인한 사립 중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감, 화재 사건에 숨겨진 진실 등 이야기는 상상도 못했던 곳을 향해 달려간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여름방학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사키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우와타리는 사사키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집단 괴롭힘이라는 악질적인 풍습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들의 지혜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마침내 만천하에 드러난 진실은 묵직한 울림을 남겨 준다. 어디에도 악의라곤 없었다. 그러나 세가지 원색이 겹쳐져서 검은색이 되듯이, 여러 가지 요소가 겹쳐지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탄생하고 만 것이다. 이 작품은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으로 사랑 받은 오카자키 다쿠마의 신작이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을 잘 하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일상에 잠재한 수수께끼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미스터리의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얌전히 죽어줄 생각도 없고 못 다한 일도 있어서요."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창문에 비친 내 겉모습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새삼 깨달았다. 나는 카이저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잠시 침묵에 몸을 맡겼다.
"역시 당신은 제가 처음 느낀 인상 그대로군요. 허풍선이도 아니고 겁쟁이도 아니고, 관심 없다는 얼굴로 필요하면 무너져가는 돌다리를 최대한 조심하며 건너려는 사람이에요."           p.235

 

IT 기업에서 근무하는 나카이 유이치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교통 IC카드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고등학교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반 고스케와 함께 방콕에서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귀국하는 중에 공항 측의 문제로 마카오국제공항으로 회항을 하게 된다. 마카오에서 홍콩까지 가는 티켓을 받고 시간이 남아 카지노에 들른다. 그곳에서 꽤 많은 돈을 따고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마사지를 권하는 여성과 저녁을 먹게 되는데, 그녀는 밥을 사준 답례로 미래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당신은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날 거야... 당신이 여행을 할 힘이 있든 없든, 당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이 돼서 여행을 해야 해." 라는 여자의 말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지만, 마치 그 말이 예언이라도 된 것처럼 다음 날 본사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 후 나카이는 홍콩의 자회사 CEO로 임명되어 도쿄를 떠나 홍콩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본사의 자금 세탁을 위한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카이에게는 거절을 할 명목도,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태로운 회사의 왕이 되어 홍콩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나베시마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 즈음 나카이는 자신이 오기 전에 자회사로 발령받았던 직원들이 실종되거나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결국 자신의 처지도 실종 혹은 죽음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이려는 기업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맥베스가 되고 만 그는 비극적인 운명을 피할 수 있을까. 홍콩을 중심으로 마카오, 방콕, 사이공 등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는 나카이의 여행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아슬아슬하게 끝을 향해 달린다.

 

 

 

반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나베시마 후유카가 바로 레이디 맥베스라는 것이다. 나는 마카오타워를 등지고 번화가로 돌아가는 길을 걸으며 벚꽃색으로 칠해진 중학교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20년씩 끌어안고 살아 갈까. 그리고 그 사랑에 도착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꼭 처음 두세 페이지밖에 읽지 않은 책같다. 이야기는 문이 닫혀 있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그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내가 이미 죽었다 하더라도.             p.484~485

 

하야세 고는 1992년 데뷔작 이후로 22년 만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22년 동안 다 두 작품만을 썼다니, 자타가 인정하는 독보적인 과작 작가인 하라 료보다도 더한 작가다. 국내에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소개가 되는데, 이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음 작품을 만나려면 또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할지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미필적 맥베스>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모티프로 했다. 기존에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던 여타의 작품들에서는 주인공 맥베스가 악인이면서도 공포와 더불어 공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로 그려졌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나카이 유이치는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다층적인 인물로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의 이야기지만 오랜만에 묵직한 하드보일드 작품을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었다. 그만큼 밀도가 높고, 서사가 탄탄하며,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작품이다. 냉혹한 사회의 모습을 불필요한 수식 없이 날 것 그대로 묘사하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정서와 함께 IT 기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암투와 모략으로 경제소설로서의 재미도 있고,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지는 연애소설의 애절함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2000년대 말, 홍콩을 중심으로 마카오,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국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아사히신문에서 '살면서 이렇게 멋진 소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평을 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수긍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홋카이도 홀리데이 - 2023-2024 최신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벤더의 보랏빛 표지가 예쁜 가이드북! 무엇보다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위한 가장 최신 정보가 모여 있는 책이라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를 악물고 산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려 조바심을 낸다. 기왕이면 나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싶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도 난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일과 휴식에 열을 올린다. 일정이 비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불안이 밀려 온다. 이렇게 살면 숨도 찰 테니 힘을 조금 빼고 별것 아닌 모습으로 살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은 있는 힘껏 힘 주기는 잘해도 의외로 힘을 빼는 데엔 서투니까.        p.36~37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늘 무언가에 목이 마르고,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별일이 다 있지만 산다는 건 좋은 거네'라는 깨달음을 준다. 일본의 선승 미나미 지키사이가 20년간 수많은 사람의 고충과 괴로움에 귀를 기울이며 깨달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어설픈 위로도, 막연한 긍정도 없다. 나의 삶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하고,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쓸 것 없다고 무심한 듯 말한다.

 

마음이 힘들 때 우리가 찾는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들 대부분이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자존감을 지켜야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나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나'라고 일컬어지는 건 그저 '기억'과 '타인과의 관계'로 쌓아 올린 허상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토대 위에 있는 불안정한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사실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 뜻하지 않게 태어나 타인에 의해 '남들과는 다른 나'로 규정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빚어낸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괴로움 앞에서 애써 저항하기보다는 괴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그저 흘러가도록 놓아두라는 것이 저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참고 견뎌서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몸을 던져 희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착각, 진짜 내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꿈을 이루며 사는 게 잘사는 거라는 착각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또렷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사는 것도 힘들지만은 않네’ ‘산다는 거 꽤 괜찮은 거네’ 싶은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p.95

 

꿈과 희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정말로 훌륭한 건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꿈이 산산이 조각나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뭉클해졌다. 세상에는 원하는 바를 위해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음에도 역부족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을 털고 일어나 다시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꿈과 희망을 이루며 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대단하고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꿈과 희망을 꼭 붙들고 있는 건 대단히 힘겨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는 조금 놓아버리고 편해져도 된다고, 꿈과 희망을 붙들고 사느라 얼마나 지쳤느냐고 토닥여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심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근심 걱정으로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일에 치여 힘겨워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죽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명쾌하게 조언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이 이끄는 대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태도에 관해 배우게 된다. 때로는 꿈이나 희망도 짐이 된다는 것, 나다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죽음을 향해 오늘을 사는 법을 알려 준다. 삶을 긍정하는 비슷비슷한 말들에 지쳤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