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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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편함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써야 한다면 우리는 왜 그간 우리의 세계관을 담지 못하는 그 많은 표현들을 새로고침해 왔을까? 우리는 그렇게 배웠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기 위해 잠시의 불편함을 감내했던 우리의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우리가 지양하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관이 반영된 표현으로 고쳐가기 위해 우리는 그간 많은 표현들을 바꿔왔다.       p.154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신상품이세요, 사장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자리에 앉으실게요.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 등등 무언가 어색한데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계산대에서, 회사에서, 식당에서 이처럼 어색하고 문법에 맞지 않은 언어 표현들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한 번쯤 품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줄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 언어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해온 언어학자 신지영은 나이, 성별, 위계에 따른 차별과 편견의 언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안일하게 써온 말들을 10가지 주제로 설명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구입하면 본인의 언어 표현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할 수 있는 '언어 모의고사지'를 받을 수 있다. 총 10문제로 진짜 시험지 형태로 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 나면 문제에 대한 힌트가 있을 것 같아, 책을 읽기 전에 문제지부터 먼저 풀어 보았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평소에 언어 표현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 정도는 가뿐하게 다 맞힐 수 있지 않을까 자신했다. 결과는.. 두 문제나 틀렸다. 각 문제 별로 점수가 있어 합산한 결과는 '언어 감수성 최고!' 라고 나오긴 했지만 아쉬웠다. 하지만 덕분에 평상시에 무심코 흘려 들었던 언어 표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언어 모의고사 덕분에 책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언어의 탓이 아니다. 언어 사용자들의 탓이다. 언어에는 우열이 존재하지 않지만, 언어 사용자들 사이에는 우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 언어권 내의 언어 사용자들도 그렇지만 언어권 사이에도 그렇다. 해당 언어 사용자들이 그 언어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표현을 해 보았는가에 따라서 언어의 표현력은 달라진다... 따라서 한국어가 어떤 분야에 대해 표현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한국어 탓이 아니라 한국어 사용자들의 탓이다.      p.240~241

 

이 책은 언어 감수성 향상을 위한 총 열 번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가 권력인 한국어 높임법의 작동 원리로 시작해 곱씹을수록 불편해지는 단어들, 공손성의 요구 뒤에 숨은 일상의 갑질, 우리 사회가 불러온 '여성'의 변모, 가족 호칭에 숨은 불편한 진실, 코로나19 시대의 언어 풍경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언어 감수성을 높여서 익숙한 표현이 담고 있는 다수자의 횡포를 지적하고 소수자의 관점이 소외되어 있음을 자각하려는 것이 저자의 주요 관심사이기에, 일상에서 쉽게 깨닫지 못하고 있던 문제점들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들이 공감도 되고, 이해도 되었다. 물론 저자의 지적들을 읽다 보면 '이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저 말도 틀렸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말을 쓰라는 거야!'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바꾼다면 다음 세대에게는 그 부적절한 표현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수많은 단어들이 새롭게 생겨나 사용되고 있는 요즘이다. 우한 폐렴, 코로나19, 비말, 코흐트 격리, 음압 병실,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웨비나 등등... 감염병이 아니었다면 전혀 접하지 못했을 어렵고 이상한 말들이다. 비일상적이던 언어가 일상의 언어가 되었으니, 언어가 지닌 권력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를 위한 언어인지, 언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권력관계와 소외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에 민감해지고 스스로 언어감수성을 높여 ‘언어의 높이뛰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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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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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네 어린 시절에 내가 얼마나 수도 없이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될 거야. 나도 알아. 그건 포기했거든. 하지만 내가 정말로,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전장에 모든 걸 바쳤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으로.       p.23

 

<오베라는 남자>, <베어타운>, <불안한 사람들> 등의 작품으로 진짜 이야기꾼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번째 에세이이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빠가 된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가족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형식이다. '25년 동안 나밖에 모르는 삶을 살다가 네 엄마를 만났고 그다음 너를 만났고, 이제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한밤중에 깨어나 두 사람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서야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어'라는 대목처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전 세계에 '프레드릭 배크만 신드롬'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아빠는 처음이라 시행보다는 착오가 많다고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고, 진지하면서도 우스워 귀엽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다 육아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언제나 내 맘 같지 않고, 어디선가 배운 대로 아이에게 잘해보려고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신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진심 어린 마음만 있다면 그 어떤 물리적인 장벽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야. 시행착오도 많고. 내 경우에는 시행보다 착오가 훨씬 많다만. 나는 비판을 당하면 강박적으로 농담을 늘어놓는다. 너도 지금쯤은 알아차렸을 거라고 본다만 상격상의 단점이지. 그런데 부모가 되면 절대 부족할 일이 없는 게 사람들의 비판이거든. 요즘은 애들이 그냥 애들이 아니라 부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울이야.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         p.155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란 없을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사랑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가 마음의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아빠가 있는 집이라면 늘 웃음이 넘치고 사랑이 가득해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부모가 하고 싶은 대로만, 자기 방식대로만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서툴고, 부모 역시 처음 겪는 일들 앞에서 당황하고, 좌절하는 게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부모 노릇이라는 것이 보기보다 어렵다며, 챙겨야 할 게 미치도록 많고, 사는 게 온통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고 있지만, 매 페이지마다 그에게선 아들을 향한 애정이 넘쳐 흐른다. 그저 너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능력이 닿는 한도 안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가 되고 싶다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에, 실수 연발에, 일상은 매일같이 전쟁이지만 말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모든 부모가 슈퍼히어로인 줄 알지만, 아이에 얽힌 모든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소하고, 힘겨운 부모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뭉클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에서 빛나던 위트와 유머도 여전하고, 경험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이기에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도 많다. 결혼을 했건 아니건, 부모가 되었건 아니건 간에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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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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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에는 거울 속 자신을 봤다. 턱이 두 겹인 뚱뚱한 여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귓속에서 가나코 목소리가 들렸다.
- 동경하던 무타 씨가 다시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다시, 아름다워, 진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p.168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후미에는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 있다. 사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맞벌이를 반대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며 그의 말에 동의했지만, 사실 육아는 머리로 이해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증으로 인해 체중이 많이 늘었고, 해리성 이인증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 외에 점차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재회한 동창 가나코에게 특별한 제안을 제안받고, 다시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시작해 예전의 미모를 되찾고, 남편 몰래 일을 시작하며 고소득을 얻게 되면서 명품 쇼핑과 값비싼 음식에 익숙해져 가는데, 과연 이 행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하타와 나쓰키는 화려한 서양식 3층짜리 별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남자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장 상황을 감안해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았고,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보를 통해 피해자 주변 인물들을 수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사의 끝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은 바로 다카무라 후미에였다. 후미에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들을 보며 대체 그 살인사건이 자신과 무슨 관계인지 당황스럽다. 왜 그녀는 살인 용의자가 된 것일까. 해외에 있는 가나코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조차 모르는 남편에게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었던 후미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위로하는 다정한 말에 가슴이 아파 왔다. 후미에는 다시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침대에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도시유키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 그럼 내일은 돌아오겠네.
왜 나는 지금 이런 데 있을까. 왜 경찰 조사 같은 걸 받아야 하나. 올려다본 천장이 흐려졌다.
- 돌아가고 싶어. 가나코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p.343

 

여성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선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드보일드 누아르를 제대로 그려내었던 <고독한 늑대의 피>, 묵직한 승부의 세계와 강렬한 아날로그 수사극을 보여주었던 <반상의 해바라기>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유즈키 유코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유즈키 유코가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범죄 미스터리이다. 여전히 탄탄한 구성과 정교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면서,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유즈키 유코는 화려함과 외면만을 좇는 뒤틀린 욕망, 완벽하게 계획된 지독한 사기극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육아와 다이어트, 뷰티, 외모에 대한 집착 등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여성들의 서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만들면서 누구도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특정 개인에서 비롯된 탐욕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의 시점으로 읽히는 이야기라 묵직한 여운이 남게 되는 것 같다. 외모가 절대 가치가 된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 안타까운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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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경제 영재를 만든 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
이은주.권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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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 못지않게 경제를 글로 배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들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적어도 내아이만큼은 스무 살에 성공적인 경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내 품속에서 키우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 공부를 제대로 시켜서 사회에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아이의 머리 위를 헬리콥터처럼 떠돌며 돈을 뿌려줄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가 아이와 함께하는 20년이라는 골든 타임을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p.67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에 주식으로 1년 만에 1,500만 원을 번, 어린이 경제 유튜버 '쭈니맨'이다. 쭈니맨은 7세에 미니카 판매를 시작으로 12세에 음료 자판기 사업, 13세에 도마뱀 분양 등 사업 시도, 팬데믹 이후 주식 투자와 온라인 쇼핑몰에 주력해 현재 14세에 주식 투자가이자 경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라이브커머스 방송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배경에는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 엄마의 경제 교육이 있었다. 이 책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쭈니맨 엄마의 '아이 돈 공부법'과 경제 교육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올해 2월 보도에서 준이 같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한국의 개인 투자자로 부상했다'고 전하며 초등학생이 주식 투자로 성과를 올리고 그 과정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보도했다. 이후 국내 유수의 언론들에 소개가 되었고, BBC 에서도 인터뷰 영상을 촬영해갔다. 하지만 준이는 경제 전문가도, 주식 전문가도 아니었다. 준이의 엄마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주식 투자의 고수도 아닌 초등학생이 주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아이들이 돈에 관심을 갖고 돈 걱정을 하게 하는 건 순수한 동심을 오염하는 일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돈을 효과적으로 쪼개어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작은 물건 하나도 가격 비교를 거쳐 가성비를 챙기며 실속 있게 구입하고, 때로는 가계 수입이 부족해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부모의 일상적 수고를 아이들이 알면 절대로 안 될까? 돈 걱정은 아이들에게 해롭기 그지없어서, 부모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아끼며 쓰든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면 될까? 그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길일까?    p.132

 

이 책은 미성년 아이의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부터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을 가질 수 있게 된 배경에 대해 상세히 말해주고 있다. 덕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돈을 모르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돈도 아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의 돈 공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특히나 아이를 위한 최고의 경제 교육 현장은 부모가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꾸려가는 실제 생활 현장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실질적으로 배워야 할 것은 학교 책상 앞이나 경제 교과서 속이 아니라 실제 생활 현장에 전부 있다고 말이다. 집안의 모든 경제 상황을 아이에게 숨기지 않고, 부모의 경제활동 및 금융 생활 현장에 아이를 동행시켜 실질적인 경제, 금융 교육을 한다는 것에 놀라며 읽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간단한 알바를 통해 자기 용돈을 직접 벌도록 유도하고, 무엇이든 소비자 관점이 아니라 생산자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는 것도 새로운 개념이었다.

 

준이는 또래 아이들이 이런저런 학원에 다니느라 바쁠 때 엄마를 따라 부모의 일터는 물론 사업 거래처부터 은행, 노후 재테크 현장, 세무사 사무실까지 종횡무진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덕분에 부모가 어떻게 돈을 벌고, 모으고, 불리는지 지켜보고, 때로는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 경제 감각을 키우고 실제적 경제활동을 경험해왔던 것이다. 저자가 아이의 중요한 성장 시점마다 이 같은 경제 교육 대원칙을 어떻게 적용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아이의 경제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경제관념과 생존 기술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교육법이 궁금하다면, '열세 살 초딩 주식 투자가'로 유명한 쭈니맨의 성공 비하인드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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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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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 있는 저 가게의 진열창에 <복수는 달콤해>라고 적혀 있어. 더 정확히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케빈은 옌뉘의 눈이 향한 쪽을 쳐다봤다.
"무슨 이름이 저렇지? 꼭 복수를 캔에 넣어 파는 사람들 같군,"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옌뉘가 말했다. "한 사람당 두 개씩 네 캔이면 되지 않겠어? 그 정도면 빅토르에게 복수할 만 하겠지."      p.84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광고맨으로 엄청난 돈을 벌여 들인 후고는 요즘 자신의 집 옆 길모퉁이에 사는 한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그가 언젠가부터 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을 후고의 우편함 근처에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냄새가 지독하고 파리가 들끓는 그 지저분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참다못해 쓰레기통을 직접 옮겨 놓자, 그는 경찰을 불렀다. 후고는 스웨덴 최악의 이웃을 지켜보는 몇 달 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시원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법을 어기지 않고,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는 복수에 고민하던 후고는 급기야 '복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리기에 이른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세상에 억울한 일들은 수없이 많았고, 타인에게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게 이웃집 제자, 편의점 점장, 아들의 축구 코치 등에 대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복수를 의뢰해왔고 후고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치우면서 수익을 얻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바라는 의뢰인들의 요구는 인간이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복수의 방법들이 기상천외하고, 창의적이고, 유쾌하기까지 한 것들이라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최근까지 후고는 서로를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아주 기막힌 비즈니스 콘센트를 기반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백 사람 중에서 백 명은 이따금 어떤 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된다. 백 사람 중에서 50명은 그 부당한 일을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그들 중 열 명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 이들 열 명 중에서 한 명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다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앞에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p.356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들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모두 황당함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상이 안 될 정도의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럴듯하게 굴러간다. 게다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완전히 벗어나면서 흘러가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은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 페이지를 쓱쓱 넘어가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킬킬대며 웃다가,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조바심을 내다가 보면 어느 샌가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런 황당함이 현실화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책 속에서는 그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이해가 된다는 것이 요나스 요나손이 부리는 마법의 힘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인 미술품 거래인에 대한 전 부인과 버려진 아들의 복수 또한 그렇다. 스웨덴과 케냐를 오가며 원주민 치유사가 등장하고, 평범한 청년이 마사이 전사가 되는 등 다소 황당무계하게 느겨질 만큼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리고 표현주의 미술의 숨겨진 거장으로 꼽히는 이르마 스턴의 작품이 책 속에 컬러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다 보면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요나스 요나손의 이야기 속에서는 똑똑하고 잘난 인물들은 허점투성이에 실수 연발이고, 오히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인물이 불행한 사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생생하게 살아서 심장을 파닥거리는 인물들이 사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 어수룩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힘이 우리가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을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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