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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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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신의 존재를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신을 믿든, 믿지 않든 말이다. 누구나 막막하고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한 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신이시여,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혹은 불공평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생각할 것이다. 대체 신이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거야? 라고 말이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신이라는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가끔은 나 역시 신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부정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은 어떤 점에서는 매우 통쾌하기까지 한, 그럼에도 어딘가 편하지만은 않은 이상한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카인'의 입을 빌어 시종일관 하나님이 행한 정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그의 존재를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삭이 물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의 독자를 죽이고 싶어 하셨나요.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이삭. 그런데 왜 마치 제가 어린 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 목을 따고 싶어 하셨나요, 아들이 물었다, 만일 그 사람, 여호와께서 그 사람을 축복하시기를, 그 사람이 나타나 아버지의 팔을 잡이 않았다면, 아버지는 지금 시체를 안고 집에 가시는 중일 겁니다. 그건 여호와의 생각이었다, 시험을 해보시려는 거였지. 무엇을 시험하는데요. 나의 믿음과 나의 복종을. 도대체 무슨 하나님이 아버지더러 자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카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알려진 아담과 하와(이브)의 큰아들로 그의 어린 동생을 죽이고 영원히 헤매는 벌을 받게 된 인 물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바로 그 다음부터 상상력을 발휘한다. 카인이 십여 년 간 떠돌면서 창세기 속 사건을 곁에서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카인을 통해 보여지는 하나님의 형상은 기존의 그 어떤 모습과도 달리 너그럽지도 자애롭지도 않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구약에 기록된 시공간을 떠도는 카인은 일종의 시간여행자가 되어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노아의 방주 등등.. 이른바 구약의 명 장면들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느낀 것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듯 하나님에게 이야기한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아이들처럼 죄가 없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고, 여호와가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왜 사람들이 여호와를 신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한다. 그에 대해 하나님은 소돔을 멸한 것이 아주 깨끗하고 능률적으로 훌륭한 작업이었다고 하고 말이다. 특히나 책의 후반에 카인이 노아의 방주 계획을 망쳐 버린 후 하나님과 나눈 대화는 압권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줄 날이 와야만 했습니다."

"너는 진실로 카인, 아우를 죽인 그 비열하고 악한 자로구나."

"당신만큼 비열하고 악하지는 않습니다. 소돔의 아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이 장면은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직접적인 목소리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는 가톨릭 교회,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한 목소리로 비판 받은 공산주의자 작가이다. 공산당 활동을 했던 그에게 가톨릭 교회와 가톨릭이 국교인 포르투갈의 정부는 갖가지 탄압을 가했고, 그는 노벨상 수상 후 자신은 신앙인들은 존경하지만 그 기관에 대해서는 존경하지 않는다고 응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여호와는 전에도 말한 적이 있어 외우고 있는 말을 되풀이하듯이 대답했다, 세상은 부패하여 폭력이 가득하다, 내 눈에는 세상에서 폭력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모두가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의 사악함이 크고, 그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을 향하고 있다, 나는 땅 위에 사람 지은 것을 한탄하고 있다, 사람 때문에 마음에 근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혈육 있는 자의 끝 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종하겠다,

 

카인은 우리의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가 완전히 미쳤다고 말한다. '오직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미친 자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이라고 인정하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테니 말이다. 아무리 하나님이라고 해도 '단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을 죽여 장작 위에 올려놓고 태우라고 명령하는 건 옳을 수가 없다'는 그의 말은 너무도 공감할만해서,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단지 질투심 때문에 죽인 카인이 맞는지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하늘의 불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 소돔의 아이들 역시, 사실 결과 그 자체만 보자면 그의 주장이 완전히 억지라고 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여호와의 정의는 '인간의 정의가 어때야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자의 관념'이라며, 하나님이 행한 정의에 문제 제기를 하는 카인의 태도는 너무도 불경스러워 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분개할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이것을 문학적 텍스트로 읽어보자면,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환상적이고 우화적인 수법으로 구약성서 속 주요한 사건들을 읽어가며 '그분'의 정의에 대해 제대로 딴지를 거는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매우 놀랍기 그지 없다. 하나님은 완전히 미쳤다?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세상에 완벽한 '절대 정의'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요즘처럼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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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스토리콜렉터 39
리 차일드 외 지음,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박미영 외 옮김 / 북로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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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허드슨 강으로 이어지는 웨스트 84번가에는 에드거 앨런 포 가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포가 '갈까마귀'를 집필했을 때 살던 집이 바로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1844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진짜 에드거 앨런 포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은행강도 스타크는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리버사이드 파크의 낡은 철문 옆에 앉아 허드슨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낡은 철문이 옆으로 미끄러지더니 죽은 사람처럼 퀭한 장발의 남성이 철문으로 덮여 있던 구멍 속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을 엗거 앨런 포라고 밝힌다. 그리고 바위에 난 구멍 속의 사다리를 따라 내려가 백 년 전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보여준다. 와우, 세상에. 기본 플롯을 듣기만 해도 이야기가 마구 궁금해진다. 에드거 앨런 포가 실제로 눈 앞에 나타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다니 말이다. 이것은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저스틴 스콧의 <더할 나위 없는>의 이야기이다. 제목 그대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 애가 거짓말쟁이, 사기꾼, 도둑이었을까? 나는 모른다. 그날 라나를 슬쩍 밀치던 그 애의 행동을 내가 완전히 오해한 걸까? 그것 역시 나는 모른다. 시간이 지난 뒤에 아이들이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를 수 있으니까. 혹은 어른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어떠면 그 애는 애초에 그렇게 살게끔, 그 암울하고 불 꺼진 곳에서 죽게끔 운명 지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아닐지도.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건 단 한 가지다. 내게 있어, 그리고 모든 부모에게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란 그저 어둠 속을 더듬어 나아가는 것뿐임을.

                                                           -토머스H.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

리 차일드, 제프리 디버, 그리고 토머스H.쿡까지!! 내가 사랑하는 최고의 작가들이 모였다. 거기다 뉴욕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즐기는 미스터리라니! 미스터리 작가 17명이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하나씩 골라 이야기를 만들었다. 참여 작가 17명 중 10명이 뉴욕에서 태어났거나 뉴욕에 살고 있다고 하니 더욱 그럴듯한 이야기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센트럴 파크, 헬스 키친, 유니언 스퀘어, 타임스 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월 스트리트, 차이나 타운 등등.. 뉴욕 곳곳은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인 장소로 변신한다. 게다가 해당 장소에 대한 사진과 위치를 표시한 지도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뉴욕을 아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의 히어로 잭 리처이다. 리 차일드는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플랫아이언 빌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23번가 지하철역에서 나온 잭 리처가 텅 빈 거리에 온통 폴리스라인으로 막혀져 있는,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뉴욕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제프리 디버는 보헤미안들의 수도인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평범해 보이는 제빵사의 이중 생활, 즉 스파이에 관한 미스터리를 만들었다. 리 차일드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제프리 디버의 <블리커 가의 베이커>는 단편이라 아쉬울 정도로 짧게 느껴졌던 이야기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모두 이들이 시리즈 물에 얼마나 강자인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장편 미스터리의 최고 작가들이 써낸 단편은 너무도 매혹적이었지만, 사실 그 자체로도 완벽한 이것들은 장편으로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토머스H.쿡의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는 소재와 스토리 자체보다는 그것들로 문장과 단락을 만들어서 빚어내는 분위기 자체가 더 매혹적인 작가답게, 단편이지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유려한 문장들은, 이렇게나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맨해튼 주민들의 휴식처인 평화로운 유니언 스퀘어를 배경으로 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5달러짜리 드레스> 또한 토머스H.쿡의 작품처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간 손녀가 마주하게 되는 비밀이란, 생각보다 무시무시했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존재이지만, 사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평생을 한 침대에서 살아온 부부에게도 이렇게 엄청난 비밀이 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미국에서 평방미터당 가격이 가장 높은 동네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를 배경으로 한 마거릿 메이런의 <빨간머리 의붓딸>에서는 뉴욕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비싼 사립학교에서 난데없이 유행하는 머릿니를 통해 짧지만 임팩트 강한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숨쉬고 있는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가족이기에, 질투와 비밀 등 미스터리로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쓸 거요?"

"다시 미스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포가 말했다. "베스트셀러까지 됐죠. 그래서 제 에이전트가 책에 아낌없이 자금을 쏟아 부어줄 출판사를 찾고 있어요. 무조건 미스터리를 쓰라 더군요. 그렇게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미스터리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좋아해요. 하지만 에드거를 수상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저스틴 스콧 <더할 나위 없는>

그 외에도 차이나타운을 누비는 아줌마 탕정 부터, 수상한 뉴욕의 환경미화원, 이탈리아계 마피아 가족의 비극과 브로드웨이의 미결 사건,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이 만들어낸 죽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인의 버킷리스트에서 시작된 소동 등등... 뉴욕이라는 도시만큼 이나 다양한 미스터리 단편들이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각 이야기마다 뉴욕의 특정 장소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담겨 있어, 미스터리 단편 앤솔러지인 동시에 뉴욕 여행 가이드 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나 국내에 그 동안 작품이 소개된 적이 없던 미스터리 작가들과의 만남도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마치 이 책이 종합선물세트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거서 크리스티가추리소설의 배경을 뉴욕으로 잡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뉴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추리소설이니까.” 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뉴욕이 얼마나 미스터리와 잘 어울리는 곳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미스터리는 누가 범인이고, 어떻게 범죄가 발생했으며,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가 이상의 무엇이다. 왜냐하면 사실 미스터리는 우리의 복잡하고, 고단한 삶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마워, 친구." 여자는 한 모금 더 마시고 말했다. "천국이 따로 없어, 그렇지?"

정말 그랬다. 보석 같은 미스터리 단편들이 모여 있는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시종일관 내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극중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에 대한 논평을 빌려보자면,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는 말로는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멋지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인' 미스터리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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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3 - 야!야!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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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6개월이 된 아이에게 매일같이 책을 읽어 주느라 본의 아니게 요즘 유아용 그림책과 동화책들을 즐겨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삼 느끼게 된 건데, 아이들을 위한 대부분의 책은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가끔은 사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뽀로로도 그렇고, 폴리도 그렇고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에서도 언제나 사람은 그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러니 어릴 때는 자연스레 동물도 말을 하고 생각을 하며, 사물에게도 의지와 감성이 있다고, 믿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분명 그랬던 시기가 있을 테고 말이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각박하게 살아내다 보니, 마음의 문을 닫고, 동심의 세계와는 멀어지게 되었지만. 아이덕분에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네코마키의 <콩고양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동안에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나 만화가 있었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의 행동과 생각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곤 하니 말이다. 하지만 <콩고양이> 시리즈에서는 전적으로 콩알이와 팥알이의 행동과 생각으로 모든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그들과 함께 사는 주인의 식구들은 그저 조연일 뿐, 진짜 주인공은 고양이라는 점이 마치 유아용 그림책을 읽을 때처럼 우리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등장 인물(?) 덕분에 더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데,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마담 북슬씨와의 바로 이 장면이었다. 평소에 고양이를 너무 싫어해 틈만 나면 팥알이와 콩알이를 내보내려고 하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호통만 치던 그녀였는데, 어느날 개인기가 가능한 고양이를 티비에서 보고는 샘이나서 팥알이와 콩알이에게도 개인기를 마스터해보겠다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티비에 나온 고양이가 할 줄 아는 것은 손! 반대쪽! 했을 때 자신의 손을 내밀고, 음식 앞에서 애교~ 그리고 빵~ 하면 꽈당 넘어지는 시늉을 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 팥알이와 콩알이가 그걸 따라할 것인지.. 아 진짜 이들의 반응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볼때마다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사고뭉치 팥알이와 콩알이가 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벌의 공격을 받게 되었을 때, 내복씨가 마치 자신의 목숨이라도 던질듯이 팥알이와 콩알이를 데리고 도망가는 장면은 웃기지만 뭉클하기도 했다. 뭐 비장했던 내복씨에 비패 결과는 마담 북슬이 신문지로 타악, 쳐서 벌을 간단하게 무찌르는 걸로 끝나 버리지만. 내복씨와의 에피소드는 언제나 이렇게 웃기지만, 감동적이다. 꼭 말썽꾸러기 손자들을 혼내려는 부모를 피해서 몰래 응원하는 진짜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새롭게 등장한 식구인 '아기 참새' 덕분에 색다른 이야기 거리들이 풍부해졌는데, 무려 다음 네 번째 시리즈에서는 강아지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고양이인 줄 아는 시바견 '두식'이 새로운 식구인데, 고양이와 개가 만나면 늘 투닥 거린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지,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들 덕분에 항상 철부지처럼 보였던 팥알이와 콩알이가 자신들의 엄마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었다.

 

있지, 밥 주는 사람이 엄마인 거냐옹?

그건 그렇지 않나?

그럼 우리 엄마는....? 근데 왜 하나도 안 닮았냐옹?

 

비둘기도 참새도 다 엄마랑 자식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왜 우리는 엄마랑 안 닮았을까. 에서 시작한 그들의 고민은, 그렇다면 우리도 어른이 되면 '사람처럼' 다리가 두개, 털은 머리에만 있는 그런 모습이 되는 걸까. 로 발전해 사실은 살짝 기억하는데 진짜 엄마는 폭신폭신하고 진짜진짜 좋은 냄새가 났다며... 다들 어떻게 지내려나 보고 싶다고 말이다.

 

강아지를 십여 년 넘게 키우면서 거의 식구가 되어 버렸지만, 가끔은 나도 우리집 강아지가 자신의 진짜 엄마를 그리워하진 않을까. 기억은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기에, 마지막 이 장면은 정말 뭉클했다. 그들이라고 왜 자신의 진짜 엄마를 떠올리지 않겠는가. 다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갈 뿐이지.

 

꽤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나고,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직 봄이 되려면 한참 멀었고, 날은 아직도 너무 너무 춥다. 연휴가 끝나고 회사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도 무겁다면, 혹은 으슬으슬한 추위에 외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면, 이렇게 따뜻 발랄한 만화책과 함께 해본다면 어떨까. 이 책은 답답한 지하철 속에서 킥킥 거릴 수 있는 여유를 줄 것이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것이다. 그리고 팥알이와 콩알이 덕분에 남은 겨울은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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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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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은 국가와 사회의 기본 틀이다. 세계는 이와 같은 기본 틀을 흔드는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 중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컴 오피스 업데이트 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대량 유포되고, 청와대 사칭 해킹메일부터 삼성그룹 메신저 위장 악성코드까지 북한발 사이버 테러 주의보를 내린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사이버 테러 관련해서 가장 많이 뉴스에서 언급된 것이 바로 북한인데, 그들은 과거에도 디도스 공격으로 주요 정부기관·포털·은행사이트·외국기관 등을 일거에 무력화시킨 적이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언론사 서버, 은행 전산망, 서울메트로 및 코레일 전산망들이 죄다 해킹 공격을 받았으니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테러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나도 전 직장에 근무할 때, 회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난리가 났던 일을 직접 경험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자신이 직접 피부에 체감하는 일을 겪지 않는 이상 이런 일들로 인해 세상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걸 믿지 못한다.

그저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세상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은 사이버 전쟁에 대해 나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새로운 사이버 무기를 개발 중이고 아무도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뿐이야. 핵무기라고 하면 일단은 너부터도 겁을 내지. 히로시마나 비키니 섬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사건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 그런데 사이버 무기라고 하면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양국의 정부 기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회기반시설을 사이버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거라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지팡이 모양 사탕을 매달 듯이 가볍게 최후의 심판 일을 도래시키는 거야."

여느 때와 같았던 추수 감사절, 뉴스에서는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가 해킹됐고, 항공모함을 두고 중국해군과 미 해군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양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마트의 바코드 스캔 장치가 작동을 멈춰 한 시간이 계산대에서 기다리던 성난 사람들은 돈도 내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가버린다. 이어서 보도되는 뉴스는 중국 전투기의 추락,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물류 시스템이 멈춰버리고, 조류 독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리기 시작한 작은 눈송이들마저 사람들을 불길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었다. 휴대폰 네트워크며 인터넷이 다운되고, 전국의 응급 의료 서비스가 엉망이 되고, 눈보라를 시작으로 폭풍우가 몰려온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사람들은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짓인지, 중국인들의 공격인지, 그냥 지나가 버릴 사소한 문제들인지 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일어났더니 전기가 끊어져있고, 창 밖으로는 눈이 휘날리고, 눈 섞인 돌풍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의 비상사태통제 시스템의 90퍼센트를 한 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 회사 하나만 해킹하면 이렇게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하는 일을 교란시키고, 보급선을 끊고, 대중교통을 마비시키고, 통신을 두절시키고, 민간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겁을 주고, 산업 기지를 박살내고, 전기 공급이 차단되고, 사이버 공격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형태를 띠고 사람들의 삶을 서서히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려 두 달 가까이 지속된다. 과연 혹독한 겨울 추위와 눈 폭풍 속에 고립되어, 전기, 난방, 수도가 끊기고 통신도 모두 두절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복도에 앉아 있는데 이상한 기시감이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기시감이라고는 하지만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레나가 70년 전 레닌그라드 포위전 때 겪었다고 한 일을 내가 여기서 다시금 겪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이버 전쟁은 미래와는 무관하게 이미 과거의 일부인 듯했다. 마치 병에 걸린 벌레처럼, 서로에게 끝없이 고통을 가해온 인류의 본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돌아보면 된다.

결혼 전 원룸에 살 때, 가끔 두꺼비 집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되곤 했었다. 요즘 시대에 웬 정전이냐 싶겠지만, 어이없게도 강남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다. 건물 자체가 워낙 낡기도 했거니와,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종종 일어났던 상황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전기가 차단되거나, 인터넷이 끊기거나,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털리거나 다들 한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를 너무도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들은, 현재의 사회 기반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그런 세상에 어떻게 익숙해져 있는지 여실하게 깨닫게 만들어 주곤 한다. 하물며, 이렇게 사소한 일들도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죄다 마비가 된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매튜 매서의 <사이버 스톰>은 그렇게나 현실적으로 리얼한 지옥의 풍경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을 '극사실주의 종말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구분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타의 종말소설, SF소설과는 다르게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정말 '있을 법한' 일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무시무시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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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안토니오 타부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로 알려진 타부키의 '실제'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쓰인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 드물게 환상을 빌리지 않고 부패한 사회를 비판한 작품이란다. 사실은 제목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궁금한 작품이다.

 

 

 

 

 

 

 

 

 

오에 겐자부로/오에 겐자부로

 

일단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은 믿을 만하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 이 작품집은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 집필을 그만둔 뒤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추려 모으고 꼼꼼히 손본 단편집이라고 하니, 무조건 읽어봐고 싶어진다.

 

 

 

 

 

 

 

 

캐나다/리처드 포드

 

줄거리 만큼이나 강렬한 첫 문장때문에 궁금해진 작품이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러브 레플리카/윤이형

 

국내 작가들의 단편집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윤이형 작가의 문장들을 좋아해서 읽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캐롤/패트리샤 하이스미스

 

극찬을 받고 있는 동명의 영화 때문에 궁금해진 원작 소설이지만, 기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을 떠올려 보자면,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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