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얀 눈이 내리면 빨간 낙지볶음만 당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닮은 맛이 나는 맑은 사케에 절로 입이 간다. 추운 겨울날, 따끈히 데운 잔에 튀긴 복어 지느러미를 넣어 나른히 비릿한 맛이 나는 히레사케는 물론이요, 작은 잔이 어울리는 아릿하게 맑고 차가운 것도 좋다. 흰쌀을 깎고 또 깎아 하얀 중심만 남기고 50퍼센트 이상 깎아낸 다이긴조는 입안에 탁 털어 넣으면 무섭게 시퍼런 하늘이 나를 덮치고, 박하사탕처럼 청량한 바람이 나를 감아 돌며, 저 멀리에서는 그 바람에 실린 벚꽃 향이 하늘거리는 듯하다.   p.84~85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음식이 함께 했다. 어린 시절 처음 가족끼리 외식이라는 걸 했던 동네의 경양식 집, 동생은 느끼하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 맛있었던 돈까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독립했을 때, 첫 직장에서 첫 번째 월급을 받았을 때, 첫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했을 때 등등...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거나,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 그래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면, 항상 그 날의 풍경과 사람과 공기 속에 그날 먹은 음식에 대한 맛과 향기와 분위기가 같이 기억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삶의 모든 순간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맛이 자리하게 된다. 마치 이 책 속 글들처럼 말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영국 요리학교로 훌쩍 떠나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늦깎이 셰프로 일하며 전쟁터 같은 주방 풍경, 음악과 영화와 문학으로 버무린 요리 이야기를 글로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써낸 한 그릇에 담긴 사람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와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히는 글들이지만, 저자가 셰프이기 때문에 요리 과정과 재료와 맛에 대한 묘사가 매우 리얼하고 자세하다. 이야기 속에는 간단한 레시피도 포함되어 있고, 독특한 조리법이나 재료에 대한 팁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한기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나는 침대 밖으로 나갈 것이고 다시 빵을 구울 것이며 갓 국운 빵을 물고 학교에 갈 것이다. 아침을 여는 나만의 신성한 의식이었다. 마치 기도를 하듯 매일 일어나 반죽을 빚을 때면 사위가 조용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눈을 감아도 오븐 속에서 익어가는 빵이 보였다. 작은 질감의 차이를 손끝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직접 만든 빵,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하얀 빵을 먹으면 나는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듯했다.    p.182~184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시원한 수박과 빙수부터 먹고 싶어 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홈파티 음식들을 떠올리며 메뉴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음식들은 우리의 일상과 고스란히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음식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절을 불러오게 만들기도 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날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집밥이 생각나고, 지나가다 도시락집을 발견하면 혼자 자취하던 시절 홀로 밥을 먹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값싼 빵이나 라면도 있고, 근사하게 분위기 내고 싶은 날 먹었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가 생각나는 날도 있다.

어떤 음식은 나의 지나온 한 시절을 기억나게 만들고, 또 어떤 음식은 함께했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먹어온 음식만큼, 내가 지나온 시간만큼의 추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라는 한 사람을 이루게 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을 낯선 곳까지 오게 하고 밤을 지새우게 하는 것은 그리움이라고. 그들이 먹는 것은 단지 고기뿐만 아니라 불꽃이고 그 불꽃이 이끌어낸 것은 감춰져 있던 기억이라고 말이다. 그는 날이 춥고 속이 헛헛할 때,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찰 때 매운 음식이 당긴다고 말한다. 그럴 때 발걸음이 닿을 곳은 정해져 있다고 무교동의 식당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 그리고 다른 집의 것과는 다르게 매서운 직구처럼 매운맛이 강했던 어머니의 비빔국수, 할아버지를 보내고 먹었던 장례식장의 육개장이 슬픔을 견디게 했던 기억도 그려 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영국에서 요리학교에 다니던 시절,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 추웠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새벽 마다 일어나서 빵을 만들었던 일화였다. 수업은 아홉 시에 있었고, 그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여섯 시에 매번 일어나 주방으로 내려 갔다. 밀가루와 우유, , 소금, 버터, 이스트를 준비하고 계량하고, 반죽하고, 숙성해서 모양을 빚어 틀에 집어 넣고 오븐에 굽는다. 재료 준비에서 완성까지 정확히 1시간 40분이 걸려, 완성된 빵 하나를 입에 물고 문밖을 나선다. 노란 자전거 위에 올라 달리면서 먹던 그 빵 맛을 상상해 보았다. 구수하고, 쌉쌀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하얀 식빵. 산뜻한 산미와 달콤한 풍미가 섞여 식욕을 자극하는 그 맛. 학교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빵의 그윽한 향이 몸에 남아 있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살결 같은 반죽의 촉감이 남아 있는 그 순간들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마음을 쌓는 것같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큼지막한 식빵 한 조각에 담긴 그 생의 기쁨을 이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같은 하늘을 지고 사는, 저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숨 쉬는 당신, 당신이 씹어 삼키는 작디작은 한 숟가락에 담긴 세상'이 문득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 뇌과학자의 엉뚱하고 유쾌한 셀프 두뇌 실험기
웬디 스즈키 지음, 조은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아름다운 뇌가소성의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그리고 그것의 기간과 강도가 뇌에 영향을 준다. 탐조 전문가가 되면 뇌의 시각 체계가 변하여 아주 작은 새들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탱고를 매일 추면 정확한 발놀림을 수용할 수 있도록 운동 체계가 변한다. 몇 년간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실에서 배운 인생의 교훈은 내가 매일 뇌의 형태를 빚고 있으며 당신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p.34

신경과학자로서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종신 교수 자격까지 얻었으며, 여성 과학자들의 롤 모델이기도 한 웬디 스즈키는 어느 날 문득 아주 놀라운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꿈에 그리던 경력을 쌓느라 사회생활과 연애를 멀리했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지 못했으며, 오로지 일만 하느라 다른데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 몸은 정상 체중보다 9킬로그램이 더 나갔으며, 과학 외에 일상생활은 엉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결심하게 된다. 신경과학에 관한 자신의 모든 지식을 삶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뇌와 몸을 연결해야 했다. 그녀가 번아웃을 극복하고 새로운 뇌 영역과 몸 전체를 깨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스스로 운동과 뇌가소성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표본이 되어 셀프 두뇌 실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결론으로 운동하는 뇌의 잠재력을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 강연은 64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는데, 바로 그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의 강의를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운동과 뇌가소성의 관계를 이해하고 뇌를 활성화하면 누구나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밝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완벽한 허구다. 현실 세계에서 운동은 에디 모라의 알약이나 윌 로드먼의 가스처럼 엄청난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의식적인 운동은 매일 사용하는 다양한 뇌 기능에 명확하고 두드러진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운동이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나는 '운동이 뇌를 바꿀 수 있을까?' 수업을 통해 그것을 다뤄볼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p.144

뇌가소성이란 인간의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지식이나 경험이 쌓일 때 두뇌 신경 연결망이 더해져 변화하는 성질을 말한다. 저자는 신경과학자로서 뇌가소성, 즉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주목했고 번아웃 극복의 핵심이 황폐해진 뇌를 쉬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두뇌에 치우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신체와 두뇌의 균형을 맞추자 새로운 뇌 영역이 깨어나고,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체중 감량, 운동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그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직접 실천하는 경우는 아는 것에 비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이라는 매우 논리적인 이론을 통해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을 체감하게 만든 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웠다. 아인슈타인도 사는 게 복잡할 땐 몸을 움직였다고 하니 가히 뇌를 깨우는 브레인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운동은 당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몸을 쓰는 것이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니.. 어쩐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의식적인 운동은 다양한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 운동이 어렵다면 오감과 인지기능을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며 몇 가지 직접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신경과학, 뇌과학.. 이라고 하면 뭔가 더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는 이야기라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과학적인 여러 지식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신경과학 분야 최신 연구로 밝혀낸 '운동하는 뇌'의 비밀에 대한 과학 입문서로도 훌륭하고, 우리의 운동 습관, 생활 방식에 관해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특별한 자기 계발서로도 유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강아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10
박정섭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착하지? 여기서 기다려. 곧 데리러 올게.

어쩌면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은 산책길이었을 것이다. 강아지에게 뼈다귀 하나 물려 주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주인은 어디론가 가 버린다. 남겨진 강아지는 주인이 시킨 대로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다.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주인이 나를 데리러 올 테니까, 그렇게 나와 약속했으니까, 그런 믿음으로 강아지는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반짝이던 하얀 털이 온갖 먼지와 매연에 숯검정이 될 때까지, 그리하여 검은 강아지가 되어 버릴 때까지 말이다.

 

강아지는 의리의 동물이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를 하염없이 같은 자리에서 기다린 강아지의 사연이 방송되었던 적도 있고, 주인이 먼저 죽고 나서 매일 같이 주인의 무덤에 가서 시간을 보내던 강아지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온 적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려견이라는 존재가 가족이 아닌 악세사리나 장난감처럼 취급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릴 때는 예쁘니까 쉽게 키우려고 하지만, 키우다가 병이 들거나, 귀찮아지면 너무도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멀쩡한 강아지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렸다는 사람의 행동에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향해 너무 화가 났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생명이 가지는 무게감을, 소중함을 종종 잊어 버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게 하고 싶다. 그럼 최소한 자신이 쉽게 버린 그 생명이 어떤 생각을 했을 지, 어떤 마음으로 주인을 기다렸을 지 알게 될테니 말이다.

 

예전에 방송에서 가수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내용이 아니라 자신을 버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감정을 표현한 거라는 걸 알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적이 있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잠깐이면 될 거라고, 여기 서 있으라고 그렇게 말한 대상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이 그림책 속에서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강아지가 버려졌다는 사실보다 버려진 후 강아지의 삶에 대해 그리고 있어 더욱 뭉클했다. 검은 강아지가 되어 버린 강아지가 자신과 똑 닮은 친구를 발견해, 주인이 올 때까지 함께 놀기로 하고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그런 순간들 속에서는 검은 강아지가 덜 외로워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마도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다면, 혹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 돌아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는 특별한 부록이 숨겨져 있는데, 바로 그림책 작가 박정섭과 뮤지션 슌의 <검은 강아지> CD이다. 책의 첫 번째 페이지에 있는 집의 문을 열면 보이는 QR코드로도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책에는 담기지 않은 검은 강아지의 회상, 주인과의 추억들이 뮤직 비디오로도 제작되어 담겨 있으니 놓치지 말고 봐야 한다.

그림책과 음악, 영상 분야의 컬래버레이션이 신선했는데, 하나의 작품을 이렇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읽고 보고 듣게 되는 체험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검은 강아지의 모델은 실제 박정섭 작가와 오래도록 함께했던 강아지 공주라고 한다. 책이 출간되기 3년 전 공주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는데, 공주가 그에게 주고 간 소중한 선물들을 추억하며 만들어진 그림책인 셈이다. 그래서 강아지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에 모두 반려견 공주에 대한 작가의 추억과 시간이 쌓여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생생한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해 버려지는 유기견의 수가 10만 마리를 넘는다고 하는 충격적인 보도를 들었다. 대체 그들이 뭘 잘못한 걸까. 남겨진 동물들은 죄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주인을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날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잊어버린걸까.. 버린 건 아닐거야."

너무 예쁜 그림책이었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한참 먹먹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지만, 어른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강왕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3
레커사 엮음, 최기영 감수 / 글송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3권은 '신비한 우주 슈퍼 대백과'이다.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을 총정리하고, 우주에 관한 모든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1장에서는 태양계부터 시작해 우주 공간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과 태양을 비롯한 각각의 행성 별 특징과 정보들을 알려 준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2장인데, 최신 과학으로 밝혀진 우주 연구 자료와 함께 우주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UFO와 외계인은 정말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지, 우주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초자연적인 정보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우주에 관한 연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반영해 호기심을 풀어주는 거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을까? 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블랙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거대한 별은 무엇일까?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등등 어린이들이 궁금해 할만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각각의 테마에 대해 현재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는지가 표시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중성미자는 정말 존재할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90%, 그에 비해 암흑에너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10%로 표기되어 있다.

우주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연구 성과가 무려 100%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우주 공간에서 휴면 상태로 살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은 바로 곰벌레라고 한다. 2007년에 과학자들이 이 곰벌레를 직접 우주 공간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고, 이들은 치명적인 우주 환경에 노출되었지만 대부분 살아서 돌아왔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3장으로 가면 한창 연구 중인 우주 기술을 포함하여 우주에 가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과 우주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등 우주인 선발에 관한 궁금증들이 수록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에 우주와 관련된 직업이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강왕 시리즈를 계속 보면서 느낀 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흥미로운 그림이나 생생한 사진들로 아이들에게 정보 전달이 빠르다는 거였다. 이번 책 역시 신 과학으로 밝혀진 우주의 비밀을 생생한 사진과 잘 정리된 키 포인트가 있어 눈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우주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주제 68가지를 Q&A 형식으로 꾸며 수록하고 있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 4장에는 우주 용어 사전, 우주개발의 역사, 사계절 별자리 등 우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어 필요할 때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실 우주에 관해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라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만나게 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는 그 동안 동물, 공룡, 생물, 요괴, 위장 생물 등 다양한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는데, 다음 시리즈도 역시나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커는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았다. 고향인 오하이오와 무척 비슷해 보였다. 반쯤은 살아 있고 반쯤은 죽어 있는 곳. 실제로는 죽은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의미에서, 어쩌면 중요한 의미에서, 재미슨은 아까 정곡을 찔렀다.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p.49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195센티키터, 몸무게는 135킬로그램에서 180킬로그램 사이를 오가는 거한이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미식축구 선수였고 내셔널 풋볼 리그에 진출했으나, 첫 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사고로 선수로서의 경력이 끝났다. 경찰로서 20년 근무했지만, 어느 날 오랜 잠복근무 끝에 귀가했다가 아내, 처남, 그리고 딸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15개월 동안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그의 삶은 처참히 무너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범인이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와 자백을 한다. 데커는 그와 관련된 사건 해결에 활약한 것을 계기로, FBI 미제 수사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이번 작품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 이어 네 번째 시리즈이다. 에이머스 데커는 동료 FBI 요원인 알렉스 재미슨을 따라 그녀의 언니 집에 휴가차 오게 된다. 그들의 상관인 특수 요원 보거트가 데커에게 휴가 비슷한 거라도 좀 내라고 닦달하지 않았다면 선뜻 그녀를 따라 나서지 못했겠지만, 사실 달리 갈 만한 데가 단 한군데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곳은 배런빌이라는 소도시로 한때 제분소와 광산으로 번영했으나 지금은 쇠락하여 폭력과 마약만이 들끓는 곳이다. 그날 데커는 밤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살지 않는 뒤쪽 집에서 전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단단한 물건이 부딪히는 쿵 소리, 뭔가를 긁는 소리에 이어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수상한 느낌에 데커는 뒷집을 향해 달려가고, 그곳에서 두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이 곳에서는 지난 2주 사이 벌써 네 차례의 기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은 갈피조차 못 잡는 상태였다. 데커와 재미슨은 현지의 경찰들과 함께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데커는 화염을 피하다 머리에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완벽한 기억력과 공감각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데커 씨, 당신은 토비하고 다른 사람들을 죽인 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내가 하려는 일입니다."

"토비는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어요."

"내 생각엔 정말이지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p.298

이 시리즈만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아마도 에이머스 데커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에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시리즈들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데커는 미식축구 경기 중에 당한 사고로 잠깐 동안 죽었다 살아난 댓가로 가지게 된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어떤 기억을 찾으려고 할 때 머릿속의 영상 저장 장치를 켜면, 눈 앞에서 그 형상들을 마치 녹화된 비디오 카메라를 돌려 보기라도 하듯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능력은 아무것도 잊지 못하도록 만든다. 거기에 더해 데커는 공감각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하는 수사란 일반적인 범죄 수사의 패턴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능력은 매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던 그 완벽한 기억력도 전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데커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코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캐릭터의 변화가 앞으로 이어지게 될 시리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고 말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인물들의 관계가 연결되고 교차되면서 플롯은 더욱 복잡해졌고, 에이머스 데커에게 새롭게 닥친 문제점이 그의 내면과 행동에 모두 영향을 끼쳐 변화의 지점을 시사하고 있다. 1996년 데뷔작 <앱솔루트 파워> 이래로 지난 20여 년간 30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뛰어난 작품 완성도와 대중적 재미로 사랑 받는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는 판매부수로만 봐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함 범죄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1 3천만 부나 판매되었으니 말이다. 대중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와 수준을 함께 보장해준다. 그리고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야말로 이제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올해 4월에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Redemption'이 출간된 상태이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진화하는 캐릭터 '에이머스 데커'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어떤 활약을 보여 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