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당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식당은고양이 식당이라 불립니다.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고양이 식당은

고양이 셰프들이 독특하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입니다.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은 친근하면서도 뭔가 비밀스러운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따로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길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도 집이 없어 배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들이 사라지고 나면 특별한 문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로 쏙 사라져 버릴 것만 같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로 실재할 것만 같은, 아주 근사한 고양이 식당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점심부터 화려한 저녁 정찬, 그리고 커피와 칵테일까지 마련되어 있는 그야말로 고급 레스토랑이다. , 셰프가 고양이라는 점만 빼면, 문을 열기도 전에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부터 전부 여느 유명 레스토랑 못지 않다. 게다가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하몽과 트러플, 신선한 생선, 치즈 등 전세계의 미식가들을 만족시킬 만한 고급 식재료들이다.

 

반짝반짝, 깔끔한 주방에서 그루밍을 막 끝낸 깨끗한 고양이 셰프들이 요리를 시작한다. 얇게 저며 튀긴 가지에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올리고 태운 고양이 수염으로 마무리한 요리, 캣그라스를 넣어 반죽한 라비올리가 들어간 차가운 바닷가재 수프, 신선한 연어 뱃살을 복숭아 넥타와 올리브오일에 하룻밤 재웠다 오리 기름을 둘러 구운 연어 스테이크.... 음식에 대한 설명만 보더라도 군침이 도는 훌륭한 요리가 이어진다.

그림책의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식당이었다. , 그런데 고양이 식당의 명성을 듣고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찾아온다. 소문난 식당이라면 꼭 찾아가는 미식가를 자처하는 그는 과연 고양이 음식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명성만큼 사람이 먹어도 훌륭할까?

 

그리고 케이크를 만드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케이크 대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토실토실한 뱃살, 의외로 작은 얼굴, 앙증맞은 발, 웃을 때 가늘어지는 눈. 몰랑몰랑한 매력으로 집사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던 뚱냥이 캐릭터가 2권의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뚱냥이 캐릭터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최봉수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출간 한 달 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이 3일 만에 완판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고양이 식당에 인간 손님을 받지 않게 되기로 한 사연이 소개되고 나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뚱냥이들이 한데 모여 케이크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뚱냥이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회가 열리기 때문인데... 눈 내리 숲속을 걷는 기분이 드는 부슈 드 노엘, 금빛 리본이 반짝이는 갸토 드 캣닙, 빨간 캔디와 별 모양 마지팬이 예쁜 크로캉부슈, 계피, 아몬드, 럼주에 절인 과일 등 재료를 듬뿍 넣어 숙성한 슈톨렌 등등.... 뚱냥이들이 정성껏 만든 케이크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건 어떤 케이크일까. 그리고 그 와중에 케이크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혹은 에세이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너무도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었다. 특히나 자그마한 판형에 표지가 푹신푹신한 소재를 사용해서, 마치 귀여운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라 정말 좋았다. 내용도 사랑스럽고,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음식들도 너무 맛있어 보이고, 책 자체도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너무나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상에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로 짜증나고, 피곤할 때 이 책을 만나보자. 뚱냥이들의 느긋한 여유로움이 나도 모르게 마음의 독기를 빼내어 주어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테니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양이 식당'에 어서 오세요! 뚱냥이들이 포동포동한 손으로 빚어내는 특별한 만찬을 즐긴다면, 당신의 하루가 특별해질테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작은 유흥이나 기쁨을 유예하고 날마다 출근해서 꼬박 여덟 시간 이상씩 직장에 매여 살면서, 월급을 받으면 또 달마다 돌아오는 대출 원금과 이자나 상환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나이가 들어 인생 말년의 의기소침과 마주치는 것은 좀 서글픈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월급생활자건 자영업자건 임대업자건 간에 소규모의 인생 설계를 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제 방식대로 삶을 꾸리는 건 숭고한 일이지요. 그 생활이 한 줌의 보람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라면 아마 머리를 벽에 쿵쿵 찧고 싶어질 겁니다.

장석주 작가의 글은 시를 통해서가 아니라 에세이를 통해서 먼저 만났었다. 그가 아내인 박연준 시인과 함께 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굉장히 로맨틱하면서도 특별한 부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글이 참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를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 시는 나에게 아직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로 장석주 시인의 산문집, 에세이들은 출간되는 대로 챙겨서 보고 있었기에, 이번 신작도 매우 반가웠다.

이 책은 장석주 작가가 지난여름, 무더위가 덮친 서울을 떠나 비행기로 열 시간 넘게 걸리는 남부구의 도시, 시드니와 오클랜드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그곳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그는 '당신'에게 보내는 35편의 편지를 쓴다. '당신'은 책을 읽는 독자인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가 사랑하는 아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혹은 그가 스쳐 지나갔던 낯선 타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짧은 글들 뒤에 항상 '당신'의 안부를 물으며, 당신, 잘 있어요. 라는 인사가 너무도 다정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는 말한다. 만약 '당신이 씩씩한 사람이라면, 타인에게서 애정이나 위로 따위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 산문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게 없지만'. 그렇지만 '연애에 자주 실패하고, 하는 일이 시들해 자주 하품을 하며, 시답잖은 관계들에 둘러싸여 있고, 과식과 과음에 기대어 권태를 벗어나려고 애쓴다면, 그런 당신이라면 이 산문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마음이 복잡해서 답답한 이들에게, 이 책은 그렇게 밀폐된 영혼의 창 한두 개쯤 열어젖힐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잃은 벌로 어른이 되고 맙니다. 어른이 될 때 우리 가슴속 어린 모차르트는 소리 없이 죽어요. 아니, 우리 스스로 어린 모차르트를 살해했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우리 안의 별들을 우러러보는 어린아이, 노래하는 종달새, 혼절해도 좋을 만큼 기뻤던 놀이들을 빼앗겼어요. 아름다운 것은 빨리 사라집니다. 참 좋은 당신은 종달새, 바람의 여울목에서 활강을 하면서 노래하는 새. 봄날의 화관을 쓴 당신은 아름다웠기 때문에 빨리 사라졌어요. 지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시인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장석주 작가의 산문에서는 여백에서도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참 좋았다. 이번 산문집 또한 그러한데, 여행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남반구의 풍경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하고,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들은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여운을 남겨준다. 그가 묘사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이국적인 풍경들은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그래서 블루마운틴에서 부는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아마도 여행의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바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아닐까. 비록 돌아가서 맞이하게 될 내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장석주 작가 역시 이렇게 좋은 곳에서 다시 돌아갈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돌아갈 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떠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곳에 생업과 벗들, 거처와 추억이 많은 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내 생이 비루했다고 생업과 벗들, 집과 추억들마저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것들이 나를 받쳐주는 토대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 같아 따뜻해졌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는 탕진할 수 없는 시간을 가진 존재,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더 예민해서 싸운다는 뜻'이라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의 말처럼 누구도 처음부터 나이 든 게 아니니 말이다. 당신도 한때 젊었었다는 걸 잊지 마라. 그는 여행을 통해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본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도 할 것이다. 여행이란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들을 붙잡게 하고, 실수와 시행착오로 가득 찬 내 삶을 돌아보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당신도 떠나보세요. 하찮은 분노, 누추한 비열함, 한심한 이기심, 천박한 탐욕 따위는 모조리 내려놓고. 자연을 순수히 관조하고 교감하며 고요와 숭고를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고 자연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의 삶도, 내면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거라고 말해주는 이 책, 봄에 읽기에 너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찰위원회가 연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즉시 짐을 싸야 했기에 그 동안 보슈는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연장 허가가 났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틀림없었지만, 이제 경찰 배지를 지니고 다닐 기한이 정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경찰위원회가 보내올 공식 통지서에는 그가 경찰로 지낼 마지막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적혀 있을 것이다. 보슈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그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미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쩌면 그 자신도 추 형사처럼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슈는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에서 근무하다 1년 전부터 미제 사건 전담반에서 근무 중이다. 그들은 지난 50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 사건을 재수사했는데, 오랫동안 잊혔던 증거들을 현대의 과학기술로 재분석해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누군가와 일치하는 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이번에 1989년 살인사건에서 채취한 DNA 29세 성폭행범으로 밝혀 졌는데, 문제는 콜드 히트 통지서에 나온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그가 겨우 여덟 살이었다는 거다. 과연 범인은 고작 여덟 살 때 사람을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간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경찰국 동료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인지 듀발 경위는 보슈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작스레 보슈에게 새로 발생한 사건을 맡아 달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시의원의 아들이 고급 호텔에서 추락사했는데, 보슈의 오랜 숙적인 어빙 의원이 자신의 아들 사건을 보슈에게 맡길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22년 전 살인사건에서 발견된 의문의 DNA, 그리고 시의원 아들의 알 수 없는 자살 사건을 동시에 좇는 해리 보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작이었던 <나인 드래곤>에서 전처가 죽고, 보슈가 딸과 함께 살게 된 것도 그렇고, 파트너도 죽게 되어 다음 시리즈에선 보슈의 신상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 더 기다렸던 작품이다. 보슈는 거의 10년전쯤 퇴직연금을 전부 수령하고 경찰국에서 퇴직했다. 그리고 2년 후에 퇴직유예제도(드롭) 덕분에 경찰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7년 계약을 맺고 다시 돌아온 보슈는 1년 전에 재계약을 신청했었다. 드롭은 한 차례의 계약 연장을 허용했고 연장 가능한 햇수는 3년에서 5, 그 후에는 반드시 퇴직하는 걸로 규정되어 있었다.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인 <로스트 라이트>에서 부터 사립 탐정인 보슈를 만나왔고, 열한 번째 작품인 <클로저>에서 보슈는 3년간의 탐정직을 마감하고 경찰로 다시 복귀했었다. 그리고 지금 15번째 작품에서 드롭 1차 계약 만료일이 한참 지나서야 연장 허가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앞으로 보슈에게 남은 기간은 39개월, 하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는 2018년 현재도 신간이 출간되고 있어 21번째 작품이 나오니 우리에게 남은 이야기는 아직도 많다.

 

 

“아빠가 배지를 반납할까 생각 중이야. 은퇴하려고. 때가 된 것 같아.”

......“그런데 왜?” 마침내 매디가 물었다.

“차츰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무엇이든, 운동이든, 사격술이든, 음악 연주든, 심지어 창의적인 사고까지도 어느 순간이 되면 실력이 점차 떨어지기 마련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가 지금 그런 순간을 맞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경찰국을 나오려는 거야.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실력과 판단력이 떨어져서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되는 걸 많이 봤거든. 그리고 네가 커서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든 지금 쑥쑥 크면서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LAPD 미제사건 전담반으로 복귀한 형사 해리 보슈의 직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DNA의 이중 나선 구조에서 영감 받았다고 하는 이번 작품은 코넬리에게도 크나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고 한다. 연결 지점이 없는 두 사건, 그렇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 치밀하게 교차시키는 플롯은 빈틈없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보슈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추가 전편에서와는 달라진 비중으로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더해주는데, 그들이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과정 또한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특히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는 '드롭'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중의적인 뜻 또한 단순하지 않아 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적 색채가 짙은하이 징고사건은 너무도 빤히 보이는 자살 같지만 뭔가 내막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 긴장감을 부여하고, 과거에 벌어졌던 강간살인사건에서 채취한 DNA를 이용해 진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또한 굉장히 기발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해리 보슈 시리즈>

시리즈 출간년도 원제 국내출간
1 1992 The Black Echo 블랙 에코(2010)
2 1993 The Black Ice 블랙 아이스(2010)
3 1994 The Concrete Blonde 콘크리트 블론드(2010)
4 1995 The Last Coyote 라스트 코요테(2010)
5 1997 Trunk Music 트렁크 뮤직(2011)
6 1999 Angels Flight 엔젤스 플라이트(2011)
7 2001 A Darkness More Than Night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2011)
8 2002 City of Bones 유골의 도시(2010)
9 2003 Lost Light  로스트 라이트(2013)
10 2004 The Narrows  시인의 계곡(2009)
11 2005 The Closers  클로저(2013)
12 2006 Echo Park 에코파크(2013)
13 2007 The Overlook 혼돈의 도시(2014)
14 2009 Nine Dragons 나인 드래곤(2015)
15 2011 The Drop 드롭:위기의 남자(2018)
16 2012 The Black Box  
17 2014 The Burning Room  
18 2015 The Crossing  
19 2016 The Wrong Side of Goodbye  
20 2017 Two Kinds of Truth  
21 2018 Dark Sacred Night   

 

 

 

시리즈 첫 번째 작품에서 마흔 살로 등장했던 해리 보슈는 어느 새 오십 대 중반이 넘어섰고, 시리즈도 열다섯 번째 이야기이다. 그 동안 보슈는 언제나 거대한 적과 맞서는 정의의 수호자같은 이미지였는데, 이번 작품에선 수사의 방향을 잘못 잡고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뭐랄까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고 있어 독자 입장에서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오랜 전부터 알고 지낸 인물과 세월을 함께 겪어 나가는 느낌도 들었고 말이다. 이런 게 바로 거듭되는 시리즈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뛰어난 실력과는 별개로 아웃사이더이자 고독한 인물인 보슈에게 딸 매디로 인해 가정이 생겼으니, 아마도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며 조금씩 더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15세의 딸을 홀로 키우게 된 형사 해리 보슈라니, 예전 그의 성격만 보자면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감 2018-03-2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지만 사진을 너무 잘찍으십니다ㅎㅎ

피오나 2018-03-27 14:42   좋아요 1 | URL
하핫..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일기 1
자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웹툰에서 엄청난 인기였던 작품 <대학일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동글동글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가 인상적인데, 상황 별로 달라지는 표정이 너무도 리얼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만화이기도 하다. 자까가 풀어내는 리얼 캠퍼스 라이프는 대학생들에게는 폭풍 공감을, 직장인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한다. 나도 한때 그랬었는데.. 내지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렇구나.. 라는 새로움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나이 대 별로 와 닿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학창 시절이라는 특수성을 누구나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1권은 1화에서 50화까지의 연재 분량을, 2권은 51화에서 100화까지의 연재 분량을 엮었는데, 만화 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단행본 분량이 묵직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컷툰으로 구성된 원작의 장점을 지면에서 살리면서도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올 컬러로 본문을 꾸리고 있다. 또한 웹툰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특별 4컷 만화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고, 귀여운 표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겉표지를 벗기면 볼 수 있는 반전 속표지도 단행본만의 매력이다.

 

대학에 가기 전에는 축제와 MT, 소개팅과 연애 등 두근두근 설레는 일만 가득할 것 같았지만, 막상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과제와 발표, 시험의 연속은 고등학교만 벗어나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의 늪에 다시금 빠지게 만들고 마니 말이다. 사실 진짜 공부는 전공이 정해진 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어쩐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아무래도 주입식 교육의 폐해와 중고등학교 시절의 압박 때문에 대학생이 되고 나면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본능이 꿈틀댈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아침마다 일어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수업 중에 조는 건 예사에 오로지 휴강과 종강만 기다리는 진짜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리얼 라이프가 펼쳐진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교정에 없다. 그런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어디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고개만 돌리면 마주 할 것 같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려 1300페이지에 육박하는 벽돌 전공책에 얽힌 에피소드, 언제나 실패하지만 배고플 때 야식을 참는 방법, 늘 말로만 실천하게 되는 다이어트,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처음 소주 먹던 날 등등... 주로 대학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이지만 소소한 또래들의 일상들이 함께 그려져 있어 매우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굳이 지금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이 많은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온갖 스트레스와 주변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음식만 있다면 그저 행복한 청춘의 이야기는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테니 말이다.

 

대학생이라는 존재가 참 아이러니한 것이 나이로는 완전한 어른이 된 것 같은데, 게다가 몸의 성장도 이제 더 클 것도 없이 성인인데, 마음만은 아직도 부모님 품이 필요한 코흘리개라는 점이다. 아직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단계라 뭐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사실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매 페이지마다 '공부하기 싫어! 놀고 싶어!'를 외치고 있는 듯한 이 만화는 유쾌하고, 발랄하게 내 마음에도 봄바람을 가져 온다. 

캐릭터들은 단순하면서도 귀여운데, 어느 순간 갑작스레 못생겨진 표정으로 대사 보다 더 리얼한 얼굴이 되어서는 깜짝 놀라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명쾌하게 와 닿아서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는 만화지만 반대로 내 일상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한때 이랬었지. 그때는 나도 잘 몰랐었지. 하면서 말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과제는 책상 정리하고 나서, 시험 공부는 스마트폰으로 잠깐만 머리 식히고 나서, 뭐든 미루고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건 비단 대학생들만의 습관이 아닐 것이다. 직장인들은 또 나름의 애환이 있고, 주부들은 또 주부대로, 학생들은 또 그들 나름의 고민과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저자인 자까는 말한다. 자신의 만화를 보고 웃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그러니 부디 당신도 이 만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잠시 웃으며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정말 이 만화를 읽으면서 웃다 보면 잠시 동안은 일상의 숱한 무거움들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싶은 공감도, 나도 한때 그랬었지 라는 추억도 좋고, 그저 요즘 대학생들은 이렇게 사는 구나 싶은 발견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거리에서 칙칙한 컬러들이 사라지는 산뜻한 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 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
백두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이 없으면 불행한 이유는 꿈을 이룰 수 없어서가 아니라 꿈을 꿀 수 없어서인 듯하다. 꿈을 꾼다는 것은 오늘을 버티게 하는 연료 같은 거다.

어쩌면 꿈을 이루는 것보다 꿈을 꾸는 동안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선은 오늘의 삶을 버티고 봐야 하니까.

사실 그 동안에는 나이에 대한 자각을 그다지 하지 않고 살았었다. 조금 동안인 편이라 어딜 가도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했고, 그다지 나이를 의식하면서 조심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아이가 쑥쑥 자라나는 것만큼 내 나이를 저절로 인식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생애 최초로 엄마 없이 낯선 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니.. 그 나름의 사회 생활(?) 비슷한 걸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들이 고스란히 눈에 보이면서 새삼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고, 잘못하면 혼내고, 서투른 부분에선 다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도 혼내지 않는 나이, 뭐든 알아서 해야 하는 나이가 되겠지. 지금 내가 그런 나이인 것처럼 말이다. 백두리 작가의 신작을 읽는 내내 그렇게 어느 샌가 서툰 어른이 되어 버린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을 겪었고, 나름 오래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상처도 받고, 실수도 하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끄덕 없이 잘 버티고, 어지간하면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다고, 나는 이제 어른이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여전히 휘둘리기도 한다고. 어른이라고 천하무적은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는 집에서 독립한 지가 15년째, 혼자 산 지는 7년째이지만, 갑자기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며 대부분 혼자 먹었던 밥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힘겨운 사회 생활에 이제 적응될 만도 한데, 뭐든 혼자 하는 데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누군가에게 상처 받는 데에는 익숙해서 이번에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세상에 익숙해지는 건 없는지도 모르겠다. 먹어도 먹어도 먹고 싶고, 자도 자도 자고 싶고, 놀아도 놀아도 놀고 싶은데, 이상하게 일은 해도 해도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엄마, 내가 있는데 뭐가 서러워. 울지마, 울지마, 에고, 아팠어요?"

내가 있잖아!.... 라고 든든한 딸인 척, 강한 어른인 척 했지만,

어른들은 강한 게 아니라 강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조카가 '?'를 입에 달고 다니는 시기가 왔고, 결혼 안 한 이모는 곧잘 호구가 되곤 하며,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투정부리는 아이가 되어 버리고, 첫사랑은 이제 너무도 오래돼 생각도 나질 않고, 남자 연예인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이돌 덕후가 되어 버리고 만, 삼십 대 작가의 사소한 일상들은 특별할 건 없어도 맞장구 치고 싶어지는 공감대를 형성해주어 읽는 내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언니가 아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육아의 고달픈 일상들과 가족들을 위해 너무도 오랜 세월 꿈을 잊어 버리고 살아온 엄마의 서글픈 마음들도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와 닿았고 말이다. 그런 거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한 불행과 역시나 비슷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물론 힘들 때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고, 나에게만 시련이 오는 것 같고, 남들은 다 즐거워 보이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에게 잘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딸로서 우리 엄마에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는 이미 어른이지만 순간순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불안과, 고민과, 의문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찡하게 그림과 함께 풀어내는 에세이는 술술 읽히지만, 마음에 여운을 남겨준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우리는 완벽한 어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있어 든든한 위로도 되고 말이다. 그렇게 이 소소한 이야기들은 정답이 없는 현실에서 고군분투 중인 서툰 우리 어른들을 위한 응원이자 삶에 지친 어느 날 우리 일상에 여백을 주기 위한 힐링이 되어 준다.

내 삶에 성실한 걸까.나를 위해 노력한 걸까.

오늘 하루, 나 최선을 다한 거 맞지?

당신은 지금 잘 하고 있다. 오늘의 나로 충분한 자신을 믿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