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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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펭귄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펭귄은 우리가 있건 말건 개의치 않고 아장아장 저수지 가장자리까지 다가와서는 그리스 철학자같이 서서 가만히 있었다.

"뭘 하는 거지? 우치다가 말했다. "저 펭귄들은 어디서 온 걸까?"

"몰라." 나는 우치다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p.71~72

<펭귄 하이웨이>는 오늘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개봉되었다. 그에 맞추어 원작 소설도 이번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표지로 하고 있어 더욱 산뜻하고 귀엽다. 게다가 이야기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매일같이 노트에 많은 것을 기록하는 메모광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자칭이지만) 어른스러운 소년이다. 아오야마는 교외에 있는 작은 도시에 살았는데,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펭귄 무리들을 만나게 된다.

아니, 우리 동네에 어떻게 펭귄이?

아이들은 누구 하나 꼼짝하지 않았고, 뜬금없이 나타난 펭귄들은 왠지 먼 혹성에서 이제 막 지구에 도착한 우주 생명체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들은 진짜 펭귄이었고, 나중에 알아보니 남극과 그 주변 섬에 서식하는 종이었다. 당연히 교외의 주택가에서 서식하는 새가 나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어떻게 펭귄들이 주택가 한가운데 나타나게 된 것이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떼거리로 나타난 펭귄은 곧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그러다 아오야마는 '펭귄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펭귄 하이웨이' 연구에 착수해 펭귄에 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은 펭귄이 나타난 이후 시끌 벅적, 믿기 어려운 일들이 하나씩 생겨나면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의 무대로 변하게 된다.

 

나는 무척 일찍 일어나서 이제 막 날이 밝은 거리를 홀로 탐험한다. 그럴 때, 우리 도시는 텅 비어 있어서 나는 당장이라도 세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세계의 끝을 향해 매우 빠르게 달려갈 작정이다. 사람들이 도저히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빨리.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길은 펭귄 하이웨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다시 한 번 누나를 만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다. 나의 신념이다.   p.419

치과 누나의 가슴에 대한 호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단것을 좋아하며 아홉 시만 되면 졸음을 참을 수 없는 소년과 이유 없이 며칠씩 연락이 두절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는 쿨하고 신비로운 누나를 비롯해서 펭귄 사건 이후 아오야마와 함께 마을을 탐험하는 친구들까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당장이라도 페이지 바깥으로 걸어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체스 판에서 박쥐가 피어 오르고, 우산에서 망고가 열리고, 흰긴수염고래가 수로를 헤엄치고, 숲 속에서 '바다'가 발견되는 등 말도 안 되는 온갖 판타지가 난무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아기자기하고 유머스러운 코드를 잃지 않아 어느 정도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이야기는 언제나 교토를 배경으로 펼쳐졌는데, 이번 작품은 이례적으로,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아기자기한 교외 도시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유정천 가족>,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과 최근작인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등의 작품들 모두 어딘가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그리고 현실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판타지와 특유의 이야기꾼다운 문체와 스토리를 선보였었다. 이번 작품 역시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종횡무진 마구 달려가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읽어 왔던 SF소설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전개되는 판타지라 풋풋한 성장 소설 같기도 하고, 따뜻한 판타지로 읽히기도 한다. 줄거리만 보자면 조금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뭉클하고 여운이 남는, 그래서 잊지 못할 잔상을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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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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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미쳤구나." 오웬은 리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말도 안돼, 리즈. 당신이 그랬을 리 없어."

리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단어들이 무딘 스테이크 나이프처럼 목 안에 콱콱 박혔다. 한 번 더 말했다간 피를 토하고 말 것이다.   p.123

리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커피와 각성제를 섞어 마시며 밤새 책과 컴퓨터를 보고, 다음 날 힘겹게 일어 났다. 그녀는 스물아홉 이었고, 더 이상 젊지 않았으며, 이번이 두 번째 변호사가 되기 위한 시험이었다. 이 시험은 그녀에게 전부나 다름없었고,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을 몇 시간 앞둔 아침, 그녀는 각성제를 먹어 흥분 상태인데다 밤새 꼬박 공부한 탓에 머리까지 멍했다. 그 상태로 급하게 차고를 빠져나가려고 후진을 하는데, 쿵 소리가 나면서 뭔가 들이받은 느낌이 나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개나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에 치인 것은 옆집의 세 살 짜리 소년 찰리였다. 천사 같은 아이였고, 캐롤과 데이비드 부부 역시 리즈와 오웬부부와 친분이 있었다. 특히 리즈와 캐롤은 언니, 동생처럼 서로를 대하며 의지하는 사이였다. 대체 이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누구나 이런 상황이라면 눈 앞이 캄캄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고, 각정제를 먹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데다, 늦어서 허둥지둥 나가는 길이었다.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나쁜 방식으로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차고에 그대로 두고 방수포로 덮어놓은 뒤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운전해서 그 자리를 피해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사고가 사건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이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만다.

 

 

리즈는 자신이 내뱉은 거짓말에 경악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는데 그녀가 저지른 짓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얼음 덩어리처럼 산비탈을 굴러 내려온 거짓말이 점점 커지면서 죄 없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는 눈사태가 되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떤 일이 닥쳐오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p.325

한편, 전화를 받느라 아주 잠깐 아이에게 눈을 떼고 있었던 캐롤은 찰리의 실종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그녀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에스더 반장과 젊은 순경 제이크가 조사를 시작한다. 아내 때문에 자신의 성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남편 오웬은 리즈를 대신에 시체를 처리하고,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리즈는 정신적으로 점점 무너져 간다.  이야기는 완전범죄를 꾀하는 오웬과 그의 곁에서 미칠 것 같은 리즈,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캐롤과 자식의 실종보다 레스토랑의 위기에 더 신경 쓰는 데이비드, 그리고 용의자와 목격자를 만나며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사실 이야기가 시작할 때만 해도, 플롯이 단순하니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전개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 가면서,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감정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구도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게 사람이니 말이다.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외모나 재산, 교육수준 등 보여지는 모습과 행동, 말투, 관계를 대하는 방식과 주위 사람들의 평판 등을 놓고 봐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해 보이는 모습 이면에 추악함이 감춰져 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을 닫은 뒤 각자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리즈와 오웬, 캐롤과 데이비드 부부에게도 역시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었고, 그것들은 우발적인 교통 사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더불어 점점 사태를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치닫게 만든다. 그렇게 수십 년간 묻혀 있던 과거와 갈등이 드러나고, 교통사고를 기폭제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극은 놀라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준다. 특히나 리즈와 오웬, 캐롤과 데이비드라는 네 명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고, 그들의 심리 묘사 또한 매우 섬세하게 보여지고 있어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범죄스릴러의 대가 그렉 올슨이 작가 생활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심리스릴러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완벽한 페이지터너가 아닌가 싶다. 그의 다른 작품도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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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 - 2018-2019 최신 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상미.양인화.전상현 지음 / 길벗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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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싱가포르'이다. 굉장히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문화와 음식도 그만큼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싱가포르에 갔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의 인공정원 사진 때문이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 하는 그 매력적인 풍경에, 여행지를 고르다가 무조건 싱가포르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현지에서 직접 가보니 그야말로 놀라운 곳이었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 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나이트 사파리, 보타닉 가든 등등 관광지들이 주는 매력도 좋았지만, 특히 더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의 식민지였던 역사의 흔적이 음식에도 그만큼 영향을 끼쳐 정말 색다른 음식, 다양한 나라의 색깔이 담긴 특별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작정 따라 하기 여행 시리즈만의 매력은 무엇보다 '분리형 가이드북'이라는 점이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 2권은 가서 보는 코스북이다. 1권에서 체크한 테마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 스케줄을 다 짜고 나면, 가볍게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고,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된다. 사실 현지에서 두툼한 가이드북을 들고 들고 다니자니 무게때문에 귀찮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정도 가벼운 두께라면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현지에서 일정이란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르므로 갑작스레 변경된 일정 때문에 새로운 맛집이나 장소를 찾아 볼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무작정 따라 하기 싱가포르 편은 따끈따끈한 2018년 버전이라 새롭게 달라진 싱가포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새로 추가되거나 바뀐 교통 정보들이 업데이트되어 있고, 없어지거나 새로 떠오르는 여행 장소들도 눈에 띄었다. 2018 2월부터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종류의 전자담배 소지, 구매,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몰랐던 소식도 알게 되었고, 그 외에도 관광, 교통, 음식, 체험파트의 2018 핫이슈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책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경비 줄이기가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여행 안내서를 볼 때는 쿠폰 같은 혜택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곤 했는데, 이 책에도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이 수록되어 있다.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이용 가능한 미니버스 콜 20 달러 할인 쿠폰과 특정 숙박업체 이용 시 제공되는 센토사 케이블카 이용권 2, 가든스 바이더 베이 스카이 웨이 이용권 2, 여행 시 꼭 필요한 포켓 와이파이 대여료 10% 할인 쿠폰이 수록되어 있으니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는 비행 시간이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어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국적인 풍경과 맛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 너무도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레고 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가든스 바이더 베이를 비롯해서 동물원, 수족관 등도 규모가 크고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워터 파크와 도심 공원도 너무 훌륭하고, 바쿠테나 치킨라이스, 칠리크랩, 카야 토스트 등의 음식 들도 아이와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인디아 등 특색있는 장소도 있고, 쾌적한 대형 쇼핑몰들도 많아 더위도 피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지난 번에 싱가포르에 갔을 때는 하필 더운 여름에 갔던 터라.. 제대로 싱가포르의 푹푹 찌는 더위를 경험했었다. 그래서 다음 번에 싱가포르에 또 가게 된다면 우기와 혹서기를 피해, 건기에 다녀오려고 한다. 무작정 따라 하기 한 권이면 더 든든할 테고 말이다. 테마와 코스 정보가 두 배로 업데이트 된 무작정 따라 하기 최신 버전으로 싱가포르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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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쿠아즈 Dacquoise - 폭신하고 달콤한 프랑스 디저트 카페장쌤 베스트 디저트 1
장은영 지음 / 더테이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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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더라도 디저트와 커피 없이는 못 사는, 그야말로 디저트 덕후라서 일부러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먹는 편이다. 어느 카페에 가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조각 케이크와 마카롱이라면, 사실 다쿠아즈는 판매하는 곳이 아직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다쿠아즈를 파는 오프라인 매장이 거의 없어서, 처음 홍대에서 카페 장쌤을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다쿠아즈'는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낸 머랭에 아몬드가루 또는 헤이즐넛가루를 넣어 만든 디저트로 겉은 파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과자이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빵 같은 식감에다, 마카롱 류의 디저트보다 두툼하고, 양도 많아서 즐겨 먹는다.

 

다쿠아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속을 채우고 있는 크림과 필링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는 것도 있는데, 카페 장쌤의 다쿠아즈는 다양한 종류때문에 더 유명하기도 하다. 장쌤은 베이킹 클래스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 이번에 출간된 책에 그 모든 노하우를 담았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는 20가지 시트, 24가지 크림, 4가지 가나슈, 그 밖에 다양한 필링과 토핑으로 만든 25가지 다쿠아즈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말차, 캐러멜헤이즐넛, 망고치즈, 군고구마, 카야코코넛 등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의 레시피도 눈에 띄니, 평소에 카페장쌤의 다쿠아즈를 즐겨 먹었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책은 국내 최초 다쿠아즈 단일 레시피북이기도 하다. 마카롱이나 케이크, 그 외의 베이킹 레시피 책들은 굉장히 종류가 많다. 하지만 다쿠아즈 레시피는 일반 베이킹 책에 구색으로 하나 정도 들어가있던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다쿠아즈 레시피가 궁금했던 베이킹 초보자들, 그리고 새로운 디저트 메뉴를 구상하는 카페 창업자들은 물론 장쌤의 유명한 베이킹 클래스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원래 다쿠아즈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디저트인데, 보통 커다란 원형 모양으로 구워 과일, 버터크림 등을 곁들여 먹었다고 한다. 보통 프랑스에서는 과자 형태가 아닌 케이크 형태인 '슈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작은 타원형 모양으로 두 개의 다쿠아즈 사이에 크림을 샌드하는 형태로 만든 것은 일본의 한 제과점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프랑스에서는 케이크의 시트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이 책에도 다쿠아즈 시트를 이용한 케이크 레시피가 실려 있다. 시나몬당근시트 사이에 피칸크림과 당근사과잼을 샌딩한 '당근케이크'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당근케이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 같아 궁금한 레시피였다.

 

수많은 디저트 레시피북 중에서도 유일한 '다쿠아즈 레시피북'이라서도 가치가 있지만, 현재 가장 인기있는 베이킹 클래스의 비밀 레시피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완벽한 시트와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진한 크림, 씹는 맛을 더해주는 다양한 토핑들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 다쿠아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마카롱은 알지만, 다쿠아즈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면, 혹은 시간과 비용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던 베이킹 클래스의 인기 레시피와 수업 노하우를 만나보고 싶다면, 갈 때마다 품절이 되어 먹기 힘든 그 유명한 다쿠아즈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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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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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이 정도 도시락으로도 괜찮으니까."

"? 제가요?"

무심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럼. 너지. 또 누가 있다고."    p.13

미치코는 초등학생용 교재를 전문으로 하는 조그만 출판사 영업부에서 보조로 근무하는 파견사원이다. 그녀는 친구도 별로 없고,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다. 'YES'가 유일한 처세술이라 웬만한 사람들의 부탁은 내키지 않더라도 거절하지 못한다. 영업부 정사원들은 보통 출장을 가거나 외근 나간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기에, 미치코는 아무도 없는 영업부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곤 했다. 그 날은 별로 식욕이 없어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지 않고 있었는데, 유일한 영업부 여자 정사원인 앗코 여사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앗코 여사는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로 잘 빠진 바지 정장을 입고 업무 성과도 뛰어나 혼자만 특별한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앗코 여사는 미치코가 먹지 않은 도시락을 대신 먹어도 되냐고 묻고, 도시락을 먹고 나서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신의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미치코가 앗코 여사의 점심 도시락을 싸오고, 대신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알려 주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일주일 점심 바꾸기가 시작된다.

평소 함께 외식할 친구도 없고, 돈에 여유가 있던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된 외식을 거의 해본 적 없었던 미치코는 앗코 여사가 남긴 메모와 지폐를 들고 식당을 찾아 간다. 그곳은 카레 한 가지만 단일 메뉴로 파는 곳으로 미치코는 카레를 먹으며 몸이 갑자기 뜨거워진다. 차갑게 굳어버린 무언가가 천천히 녹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어지는 화요일의 메뉴는 크림치즈와 새우, 토마토, 아보카도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였고, 수요일에는 튀김덮밥 등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먹는 음식들은 미치코의 일상을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알아요? 혼자 식사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더 오래 산대요."

"그런 얘기 종종 들었는데, 왜 그럴까요?"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는 음식 수가 늘고, 따뜻한 국물도 함께 먹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소화가 잘 돼요. 시간 들여 천천히 먹으니, 잘 씹어서 과식하지 않게 되고요. 같이 먹으면 좋은 점이 많아요."   p.102

언제나 수동적으로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던 삶의 태도가 조금씩 적극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은 소소하지만 뭉클하고, 마치 좋은 음식을 직접 먹는 것 같은 따뜻한 기분 마저 들게 한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싸는 일을 시키다니 뭐 이런 갑질이 다 있나 싶었지만, 앗코 여사의 고압적인 말투 뒤에 숨어 있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왜 일본 독자들은 고압적인 말투를 가진 갑질 상사 앗코짱에 열광한 것일까. 왜 하필 쪼잔하게도시락 갑질이나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앗코짱 시리즈를 직접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출간 즉시 10만 부를 돌파했고, 출간 다음해 NHK의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만큼 앗코짱 캐릭터는 독특하고 색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은 <서점의 다이아나> <나일 퍼치의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여성 특유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유즈키 아사코가 그려내는 여자들의 삶에 관해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앞으로 이어질 앗코짱 시리즈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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