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토커 스토리콜렉터 69
로버트 브린자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하려는 말은, 나쁜 놈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세상은 선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만큼 많은 악도 흘러넘치죠. 끔찍한 악을 행하는 사람들.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돼요. 당신이 잡아들일 수 있는 자들. 너무 단순하게 들린다는 건 알지만, 그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덕분에 마음의 평화를 조금 찾았어요."   p.214~215

지역 가정의학과 의사가 자신의 침실에서 자살봉투로 질식사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는 부인과 몇 달째 별거 중이었고, 침대 옆 탁자 서랍에서 게이 포르노 잡지가 발견된다. 하지만 미리 계획된 범행이라는 흔적이 곳곳에 있었고, 아내의 동생은 폭행 죄로 집행유예 중인 말썽꾼이었다. 그의 처남에겐 범행 동기도 있었고, 엄청난 전과에 악당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가장 용의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 과연 이것은 게이혐오 살인인 것일까, 돈과 부동산을 둘러싼 집안 싸움인 걸까. 그리고 며칠 뒤, 또 다른 피해자가 같은 수법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자살로 위장된 깔끔한 살인이었다. 이번에는 영국 텔레비전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중 하나였다. 두 사람 모두 약에 취한 상태에서 비닐봉지로 질식사했기에, 정확히 동일범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리고 범인이 남긴 단 하나의 흔적이었던, 문에 찍힌 어린아이의 귀 모양에서 검출된 미량의 DNA는 범인이 백인 여자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에리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범인이 여자라는 증거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며, 여성 연쇄 살인범은 대단히 드물다고 반박한다. 에리카는 생각한다. 우습지만 범인과 나, 우리 둘 다 여성으로서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스릴러에서 흔치 않은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로버트 브린자의 '에리카 경감'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인공에리카 포스터경감이라는 캐릭터에 있다. 에리카 경감은 과거 여섯 명의 소녀를 살해한 공으로 서른아홉밖에 안 된 나이에 경감으로 승진했던 스타 경찰로 주목 받았다. 경찰이던 남편을 작전 수행 중에 잃고 나서 죄책감과 슬픔으로 한 동안 일을 쉬었고, 아직도 그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등장하지만, 뛰어난 직감과 올곧은 원칙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주위의 어떤 방해나 제약에도 굴하지 않고 집요하게 범인을 쫓는다. 여전히 먼저 떠난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범죄 피해자들의 애달픈 삶에 마음이 흔들리는 감상적인 면도 가지고 있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윗선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강한 면모도 보여 주는 캐릭터이다.

 

"저렇게 작은 여자가 살인범이라는 게 걱정스럽지 않으세요?"

모스가 물었다. "언론에서 뭐라고 쓰는지 보셨죠."

"남자가 저지른 강간이나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게 이상해요. 남자는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짓에 별다른 '이유'를 찾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가 같은 짓을 했다면,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혀서 왜 그랬느냐, 무슨 이유가 있었느냐, 대대적인 심리 분석이 벌어지잖아요."    p.250

에리카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윗선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 승진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뛰어난 직감과 자신만의 원칙으로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여전하다. 남편이 떠난 지 벌써 2주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를 생각하며 눈가를 훔치는 감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일에 몰입하는 열정과 대담함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그 실력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완벽한 살인을 감행하여 언론에서나이트 스토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범인의 정체는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아무런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 범죄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나이트 스토커의 정체를 에리카 경감이 어떻게 밝혀 내는지 이야기는 숨쉴 틈 없이 달려 나간다. 그야말로 한 장면 한 장면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로버트 브린자의 '에리카 경감' 시리즈는 현재 여섯 권이 출간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많은 작품이 최근 3년 사이에 모두 출간되었다는 거다. 시리즈 첫 작품인 <얼음에 갇힌 여자> <나이트 스토커>, <어두운 바다>가 모두 2016년에 출간되었고, 이후 <마지막 호흡>, <콜드 블러드> 2017, 그리고 2018년 최근에 <치명적인 비밀>이 출간되었다. 이렇게 시리즈 작품이 짧은 기간에 연이어 발표된다는 점만 보더라도, 시리즈의 주인공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현실과 모순에 부딪히는, 외유내강하면서, 섬세하고, 발 빠른 여경감 '에리카 포스터'라는 캐릭터가 살아 숨쉬고 있기에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어서 빨리 다음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잠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음악이 청중을 변화시킬 때 그 주체가 작곡자인지 연주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학과 미술도 마찬가지죠. 마법도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모순과 우연의 영역을 다뤄요. 그들은 '우연일 리가 없어'라고 말하죠. 놀라움에 겨워서 하는 말이지만 누가 그걸 했는지, 혹은 누가 하긴 한 건지 알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건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서도 자신들의 눈을 믿지 않죠.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기적을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적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돼요. 바로 그걸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겁니다."   p.157~158

이 책은 파흐로크 할아버지가 손녀 마틸다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파흐로크가 첫 번째 편지를 쓸 때 그는 106세였고, 마틸다는 생후 3개월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다섯 살 6개월이 되었을 때, 마지막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미처 끝맺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그때 그의 나이 111세였고, 그 편지들은 12년 후에 마틸다에게 전달이 되어야 했다. 마법사였던 파흐로크 씨는 그렇게 손녀에게 총 열 두 통의 편지를 남긴다. 편지에는 그가 마법사로서 어떻게 마법을 연마하고 능력을 익혔는지부터, 마법의 대가가 되었지만 이후의 삶에서 라디오 수리공, 발명가, 심리치료사 등으로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그의 삶 전체가 담겨 있다.

분명 마법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 판타지 장르의 소설처럼 보이지만, 막상 진행되는 스토리는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지혜를 다루고 있어, 마치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마법이라는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가 현실 세계에서 튀지 않고, 모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이라는 것이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마법이 사라진 세상에 맞서 자신만의 기술로 한 세기를 살아온 한 남자의 전례 없는 삶의 역사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흥미진진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말이다.

 

마틸다, 우리가 마법의 힘으로 단번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실하고 믿음직한 사람, 다른 사람을 도울 일만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기적인 일은 도모하지 않을 사람 말이야. 선한 마음을 마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천사가 될 거야. 그런데 천사로 살면 행복할까? 그건 회의적이구나. 아마도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마법사의 삶이 소름 끼치게 지루할 것 같다. 우리 모두 자동으로 착해진다면, 크든 작든 그 어떤 노력도 필요 없을 테니까.   p.342

마법의 기술들을 제목으로 한 목차부터 재미있었다. 첫 번째 편지인 '팔 늘이기' 부터, 공중에 뜨기와 날기, 투명인간 되기, 벽 통과하기, 강철 되기, 생각 읽기, 돈 만들기 등등... 파흐로크 씨는 정말로 손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벽을 통과하는 기술에 대해서 알려 주면서, 벽은 커피에 적신 비스켓 처럼 한순간에 부드러워지지만, 조금은 찐득거릴 수도 있다고. 보통의 벽들은 통과하자마자 곧장 닫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본래의 강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만약 자신에게 총알이 날아들게 되면 그 탄환은 벽에 그대로 박히게 된다는 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꿰뚫어 보는 능력은 나이를 좀더 먹어야 찾아오니, 절대 경솔하게 벽을 향해 돌진하면 안 된다고, 혹시 그 너머에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하고, 고층 외벽을 뚫고 나와 허공에서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것은 위험하니 잘 살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만화 같은 상황에서, 정말 판타지 영화스러운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 동안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이다.

 

사랑하는 마틸다, 끈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배우렴. 모든 능력들은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저절로 얻어지는 법이란다. 때로는 오랫동안 발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마법은 어느 순간 선물처럼 나타난단다.

'마법'이라고 하면 해리포터 시리즈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마법이라는 것은 1차 세계대전부터 현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통과하고, 단단히 현실에 발을 딛고 서있는 느낌이라 그런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마법을 이용하면 손가락 두 개를 책등에 얹는 것만으로 1분 안에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독서를 손쉽게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두려움은 나쁜 것이 아니며, 용기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그리고 마법사는 마법으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고, 특별한 재능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텐 나돌니는 이 작품을 통해서 마법사의 눈으로 독일 역사의 굴곡진 마디마디를 짚어내면서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마법에 대한 설레임과 위로를 이끌어낸다.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12가지 마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모든 마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믿음, 진짜로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모두 각자 인생의 마법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미래는 유리 터널과 같고, 나머지 삶은 어디가 되었든 여러 방면으로 흘러갈 것이다. 아들은 어른이 되고, 아내와 나는 늙어 갈 것이다. 내 몸은 삐걱거리고 처진다. 허리 통증은 이따금 찾아오는 방문자가 아니라 확실한 동반자이다...더 나빠질 수도 있다. 내 일이 싫어지거나 해고당하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겪는 중년의 위기라는 호사를, 일말의 죄의식과 수치심과 더불어 인지하고 있다. 왜 가진 것에 더 많이 감사할 줄 모를까? 하지만 이것이 나의 삶이다.    p.40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로 '불혹'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에 언급된 내용이다. 불혹이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반면 어느 학자는 이를 공자의 역설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40대가 가장 흔들리고 미혹되는 시기이므로 경계하라는 뜻에서 불혹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이다. 과연 40대란 무엇인가. 40대는 이른바 중년이다. 겉으로 볼 때는 별 문제없이 균형 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분노, 혹은 듯한 느낌, 탐욕 같은 유치한 감정을 지닌 양면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40대는 어느 세대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몸의 기능도 떨어지고, 심장병, 암 등의 발병도 높아진다. 아무래도 40대가 삶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게 되는 것도 을 것이다.

이 책은 성인기와 중년기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철학이 개인의 성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철학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서른다섯이라는 비교적 덜 성숙한 나이 때부터 중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교 인기 학과의 종신교수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예정된 사건들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퇴직과 노년의 삶,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생각이 미치면 왠지 모를 공허감이 엄습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후회, 연민, 공포감 등이 뒤섞이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상실과 후회, 성공과 실패, 원했던 삶과 실제의 삶에 대한 의문들,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유한성 등 이러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당신에게, 뒤로 40여 년과 순조롭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시간을 남겨 둔 당신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죽음이 출생 전 부재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시간적 중립성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삶이 경과함에 따라 "앞으로 내다볼 것은 점점 줄어들고 뒤로 돌아볼 것은 점점 늘어난다." 어덯든 좋다. 시간공포증에 빠지지 않고서도 삶을 관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철학적 도움 없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일 만큼 성장한 것이다.   p.185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에서 주인공은 마흔둘에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고 일도 망가진다.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남자 역시 자신이 서른임을 깨달았을 때 실존적 위기를 느낀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실제 삶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로시니는 성공한 오페라의 대부분을 37세 무렵까지 완성했으며, 그 후로도 40년을 더 살았지만 새로 작곡한 곡은 거의 없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40세에서 45세 사이에는 작품이 거의 없었고, <메디치가의 무덤> <최후의 심판>은 그 후에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렇게 '중년의 위기'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짚어 가면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후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쇼펜하우어, 존 스튜어트 밀에서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에 이르기까지, 중년의 위기를 다루면서 쉽게 연관되어 떠오르지 않는 다양한 인물들의 철학과 삶을 가져와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학적인 위안이라는 것이 사실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그것을 현재에 적용하고, 삶에 투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년이란, 흔히들 느끼는 것과 달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그렇게 늦은 때는 아니다. 중년은 늘 시간에 쪼들린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직업을 바꾸거나 이혼을 하는 등을 주제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지 않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중년의 삶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다. 하지만 전문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완결성보다는 간결성을 추구하며 쉽게 쓰여 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다.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있다고.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다인가 싶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세트 - 전2권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시 스파르타에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처녀들이 벌거벗는 일은 조금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한 신체를 드러내어 서로 경쟁심을 갖도록 했고, 남자들에게는 용기와 명예심을 일깨워 주었다. 레오니다스의 아내인 고르고의 일화는 이러한 풍토를 잘 드러내고 있다.

어떤 외국 여자가 고르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를 지배하는 여자는 당신네 스파르타 여자들 뿐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고르고는, "남자를 낳는 것은 우리들 여자뿐이니까요" 하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이다.      -1 3장 리쿠르고스, p.120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전세계의 도서관이 불타고 있다면, 나는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셰익스피어 전집』과 『플라톤 전집』, 그리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구해낼 것이다." 라고. 그만큼 이 책은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2권으로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0명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의 생애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대략 105~115년에 이 책을 저술하였는데, 거의 2천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현대 지성 클래식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었고, 기존에 상권, 하권이던 제목이 1, 2권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원제는 'Bioi Paralleloi'으로 직역하면 '비교열전'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영웅전'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의 이야기와, 이들 중 유사한 영웅 23쌍의 비교평가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매우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인물부터 500년 전 시대의 그리스와 로마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가장 뛰어난 그리스 로마의 도덕적 견해와 도덕적 판단에 대한 그림으로서, 그리스와 로마의 도덕 사상의 결과에 대한 소개로서, 재난의 압력에 눌려 제시된 게 아니라 평범한 시대에 존재했고 실제로 평범하게 살았던 그 나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지니고 있던 것으로서, 플루타르코스의 저술은 논쟁할 여지 없이 값진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아첨에는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가 가진 아첨의 재주는 수백, 수천 가지가 넘었다. 그녀는 중요한 일이든 장난스러운 일이든 간에 항상 새로운 매력과 위로를 주어 안토니우스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래서 안토니우스는 밤이고 낮이고 간에 클레오파트라 곁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안토니우스의 행동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로마에서는 비극만을 연출하던 그가 여기서는 희극을 보여 준다며, 그를 고맙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2 44장 안토니우스, p.708

이 책은 1 964페이지, 2 960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이지만, 각각의 인물에 대한 장이 하나의 단편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완벽한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게다가 각의 영웅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 자료 수록되어 있고, 내용 이해와 몰입에 많은 도움을 주는 수백 개의 각주도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를 만나기 전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전문가의해제, ‘플루타르코스의 생애를 먼저 읽는다면, 작품이 쓰이게 된 배경과 작가의 대해서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에는 신화적 요소가 매우 짙게 깔려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로부터 용기, 지혜, 통솔력, 선과 악, 우정, 배신 등 2천 년 전에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영웅들을 비교 평가하는 장들이었다. 리쿠르고스와 누마의 비교 장에는 그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악기의 현을 바로잡는 조율사처럼, 한 사람은 긴장되고 호전적인 로마 국민의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 주었고, 또 한 사람은 긴장이 풀려 방만하고 음탕하던 스파르타 국민을 굳게 결속시켰다" 라고. 그들 두 사람은 자제심과 신앙심, 정치와 교육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누마는 왕위에 오름으로써 명예를 얻었고, 리쿠르고스는 왕위에서 물러남으로써 명예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에 대한 장도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안토니우스는 얼굴도 잘생겼지만 몸집도 아주 좋았는데, 그런 외모가 헤라클레스 신을 많이 닮아 있어 그의 조상이 헤라클레스의 아들 안톤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안토니우스가 사람들에게 그 전설을 믿게 하려고 특히 얼굴과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하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인물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책도 두툼하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장들만 골라서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 새 이 두툼한 책을 다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이 『하버드 고전 총서』, 『옥스퍼드 고전 총서』, 『브리태니커 그레이트 북스』, 『시카고 플랜』 등 권위 있는 고전 총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이유가 분명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도 당연할 만큼, 이들 영웅들의 서사는 여전히 현재성으로 읽히는 놀라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들여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673만 엄마의 멘토 인젠리의 신작이다. 전작인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로 부모들 사이에서 인젠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저자는 이후 22만 건에 이르는 자녀 교육 상담을 하며 깨달은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혜를 이 책에 담았다. 수많은 상담 사례 중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와 저자가 쓴 구체적인 답변을 '관계 편' '학습 편'에 나누어 소개한다. '관계 편'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법,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인생철학 등 관계에 관한 자녀 교육 문제를 담았고, '학습 편'에서는 공부가 즐거워지는 학습법, 스스로를 지키는 성, 인간관계, 경제관 교육 등 학습에 관한 자녀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이의 친구가 좋은지 나쁜지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판단할 일이에요. 아이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아이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에요. 부모가 자녀의 생각을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려서는 어떤 친구들이 못된 것 같아 같이 못 놀게 하고, 커서는 여자 친구가 기본이 안 된 사람인 것 같아 헤어지게 하고, 자녀의 인생에 그때그때 개입해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요. “이게 다 아이를 위해서예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에게 도움은 안 되고 혼란만 주지요.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학습' , p.232-233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느냐는 부모, 가족, 교사가 어떤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교육 환경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특히나 아이의 성격이 엄마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부모에게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 교육의 시작, 이라고 하는데, 대체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 내야 할 지 난감한 세상의 수많은 부모들에게 저자인 인젠리는 말한다.

“엄마라면 다그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과연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모의 기대치에 맞출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바르고 똑똑하게 자라길 바랄 것이다. 그리하여 시작은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좋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치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가장 중요한 점이 '아이를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존중하라'는 생각이라는데, 그것 또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얼마나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고 말이다. 이 책에는 평생 공부가 즐거워지는 학습법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성, 인간관계, 경제관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들에 대한 인젠리의 진심 어린 답변들이 담겨 있다. 화목한 가정의 학습법, 식사 예절부터 생활 습관, 성교육과 경제 교육, 그리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방법과 자신감 있는 아이의 조건까지 좋은 엄마 인젠리가 진심을 담아 쓴 48통의 편지들은 갓난아기부터 2~5세 아이들, 그리고 초등학생,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두루 이야기하고 있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분리된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식하세요. 아이는 엄마의 부속물이 아니에요. 부모와 자녀는 평등한 관계입니다. 딸아이의 자주적인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내 생각은 옳고 네 생각은 틀려. 내가 괜히 이러니? 이게 다 널 위한 거잖아. 내 말을 안 듣는 건 옳지 않아와 같이 일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자녀의 모든 일에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세요.

지금처럼 아이를 사랑하되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방해하지 말고, 구체적인 일에 대한 관심을 줄여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아이 앞에서 조금약해지세요. 조금무능해져 보세요.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관계' , p.25

자녀 교육의 참된 자세는 부모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도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부모 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엄마, 아빠라는 역할을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부모도 서툴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러니 자녀를 잘 교육하려면 부모가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 못지않게 성장하게 된다.

“엄마라면 욱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마음부터 헤아려보세요

 

다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항상 뒤늦게 내가 아이의 마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법부터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인생철학까지 저자가 무려 22만 사례에 달하는 상담을 한 후 깨달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조언이 담겨 있다. 지나친 관심으로 아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마세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통제하지 마세요. 천천히 자라면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져요. 건강한 관계가 자녀 교육의 시작이에요.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행복을 결정해요. 라는 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특히나 일대일 방식의 문답집 형식이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녀 교육에 대한 팁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다 처음 겪는 것이라 답을 알 수 없는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니 말이다 게다가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학업성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매 순간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니까 말이다. 바로 그럴 때 이런 책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전 세계 673만 엄마가 직접 실천하고 감동한 자녀 교육법을 통해서, 나도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하나씩 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