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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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 우리는 이전의 방법으로 살 수 없다. 언택트 세상에서 우리를 연결해줄 유일한 방법은 온라인뿐이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생필품을 사는 내내 온라인은 지속적으로 세상과 나를 연결하고 있다. 언택트를 넘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온택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온택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빠르게 '가능한 것'으로 바꿔놓았다.   p.69~70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 겨우 반 년이 되었을 뿐이지만, 이미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은 갑작스런 실업과 폐업, 파산 위기를 불러 왔고 갑자기 일이 끊기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28년간 수백만 명의 청중을 만나온 최고의 강사 김미경의 삶 역시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어떤 천재지변에도 일주일 이상 강의를 쉰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스케줄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다.  110만 구독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의 크리에이터이자 20명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회사의 CEO인 그녀는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김미경 강사는 지난 5개월간 수십 명의 전문가를 만나고, 수백 권의 책을 보고, 수천 장의 리포트를 읽고 분석하며 '코로나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코로나 이전에 했던 사업 방식을 완전히 리셋해 초기화하고, 수개월에 걸쳐 각 사업별로 리부트에 돌입한다. 정리할 것은 확실히 정리하고, 변화된 세상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네 가지 리부트 공식에 맞춰서, 회사는 위기를 넘기고 순항 중이다. 이 책은 ‘개인’의 수준에서 ‘지금 당장’ 일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을 담고 있다. 직장을 잃을지 몰라 불안한 사람들, 가게 문을 닫을지 고민 중인 자영업자들, 매출 하락과 성장 부진으로 코너에 몰린 CEO들에 이르기까지 위기 극복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바이러스라는 위기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겐 리부트가 아닐까? 인생도 영화 시나리오처럼 흘러간다. 나라는 주인공은 여전히 존재하고, 인생의 시간도 영화 필름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문제없이 잘 돌아가던 내 직업과 일상이 바이러스 때문에 멈춰버렸다. 다시 살려내려면 컴퓨터처럼 재시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시동을 위해 인생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한다.    p.149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리부트'란 컴퓨터를 재시동하는 것처럼 캐릭터와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팀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를 리부트해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등장인물과 골격만 남기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미경 강사는 '리부트'를 평범한 개인들에게 바뀐 세상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자고 외치는 도전의 구호로 쓴다. ‘멈춤’에서 ‘재시작’으로 모드를 전환하는 것, '다시 시작'이라는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제시하는 4가지 리부트 공식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언택트 넘어 ‘온택트’로 세상과 연결하라
두 번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완벽히 변신하라
세 번째,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일하라
네 번째, 세이프티, 의무가 아닌 생존을 걸고 투자하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막힌 언택트 시대는 온택트, 즉 온라인 대면으로 뚫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일상화를 이끌어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야말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조직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미래형 인재 인디펜던트 워커는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과 사업을 가장 안전한 형태로 바꿈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더해줄 세이프티 서비스는 온택트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이 네 가지 공식을 꿈의 재료로 만들어 자신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를 쓰면 되는 것이다. 문제없이 잘 돌아가던 내 일상이 바이러스라는 위기로 인해 멈춰버렸다. 다시 살려내려면 재시동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단, 인생의 재시동에는 조건이 있다. '나'라는 등장인물은 같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를 쓰는데, 이 책이 제대로 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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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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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준비를 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 애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하니까 미안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 우리 아들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미어졌어. 사랑, 날것 그대로의 순도 높은 사랑이 내게로 밀어닥쳤어.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당신을 데려갔지. 그건 내 세상을 철퇴로 후려갈겼지만, 내게 아직 세상이 남아 있는 건 제이미 때문이야. 그 애마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p.108~109

 

갑작스런 비행기 추락 사고로 남편 마크가 죽고 한 달이 지났다. 커다란 저택 안에 남겨진 건 테스와 일곱 살짜리 아들 제이미뿐이었고, 그것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 유일하게 안도감을 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슬픔에 젖어 있는 그녀에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력이 없다. 그저 아침에 제이미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 정도만 할 뿐 가끔은 아이의 끼니를 챙겨주는 걸 잊어 버리기도 하고, 사소한 걸로 아이에게 화를 냈다가 금방 후회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그다지 가깝지 않았던 마크의 형 이안이 찾아와 생전에 남편이 자신에게 빌린 돈이 있으니 갚으라며, 유산 집행을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테스는 산더미를 이룬 서류와 각종 우편물 등에 손을 댈 엄두가 안 나고, 약 때문인지 자꾸 사소한 것들을 잊어 버리곤 한다. 제이미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테스는 머릿속으로 마크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겨우 일상을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별 전문 상담사라고 자신을 밝힌 셸리가 집으로 찾아 온다. 그녀는 꾸밈없고 친근한 스타일에 외모도 예쁘고, 밝은 성격의 30대 중반 여성이었다. 4년 전에 네 살 된 아들을 희귀 백혈병으로 먼저 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셸리는 금방 테스와 가까워진다. 테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대신 나서서 일을 처리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갔고, 그녀 덕분에 웃음을 잃었던 제이미까지 활기를 되찾게 된다.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갔고, 제이미는 엄마보다 셸리 아줌마를 더 찾으며 그녀를 따르기 시작했고, 테스는 조금씩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녀의 주위에서 계속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한밤중에 집으로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 자신을 미행하는 의문의 남자.. 등은 테스를 점점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과연 그녀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헛것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슬픔과 고통으로 인한 피해망상인 걸까. 그녀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제이미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때 내 시야 가장자리에서 뭔가가 움직였어. 잠깐이었어. 어둠뿐이어야 할 정원에서 빛이 번쩍했어. 살갗에 소름이 돋고 웃음이가 사라지는 데는 그거면 충분했어. 난 다리미대를 떠나 창으로 다가갔어. 한 장짜리 유리창 안으로 싸늘한 공기가 스며들어. 밖은 칠흑처럼 어두워서 검은 거울에 코를 맞대고 서 있는 기분이야. 반사된 전등빛과 거실 소파와 텔레비전을 보는 제이미가 비쳐 보여. 내 얼굴이 보여.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튀어나온 광대뼈와 멍하니 응시하는 텅 빈 눈동자.     p.279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로렌 노스는 이 작품으로 영국 심리 서스펜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작가가 심리학을 공부하며 인간 관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여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보통의 주인공의 내면 묘사에 치중을 하더라도, 다른 한 축에서는 서사를 이끌어 가는 다른 인물이 있거나, 상대의 내면 묘사를 교차 진행하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 오직 한 인물의 시점에서만 사건의 모든 서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깊이 있게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대신, 주인공 캐릭터가 공포와 혼란,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로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어 감정 이입을 할 경우 조금 답답한 느낌은 들 수 있을 것 같다.

 

후반부에 강력한 반전에서 오는 충격이 있기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작가가 세심하게 배치한 복선들을 따라가며 읽는 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피해망상과 가스라이팅, 그리고 모성이라는 감정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작품은 무더운 여름 밤에 읽기에 딱 제격이다. 슬픔과 상실감으로 시작해 오싹한 공포와 스릴을 배경으로 가족과 모성이라는 감정에 다다르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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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의 밤 인생그림책 5
미야자와 겐지 원작, 후지시로 세이지 글.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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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는 정신없이 내달렸어요. 그리고 곧장 반대쪽 어두운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하늘의 은하수가 희끄무레하게 남쪽부터 북쪽까지 닿아 있는 것이 보였어요. 꿈속에서도 향기가 날 것 같은 초롱꽃과 들국화가 그 근처에 온통 피어 있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걸까. 할 수만 있다면 어딘가 먼 곳으로 가고 싶어……. 그런데 캄파넬라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시절에 어렴풋하게 밤하늘을 가르는 기차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아직도 난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명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전히 생생하다. 이후에 조금 더 자랐을 때 <은하철도 999>라는 작품을 제대로 보게 되었지만, 그 만화의 원작이 따로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최초의 SF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 원작이라고 한다. 내용상으로는 만화와 동화가 상당히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소재인 우주를 가로지르는 기차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화가 탄생했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나 이번에 만난 작품은 그냥 동화책이 아니라 그림책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그림자 회화’ 카게에로 일본 화단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후지시로 세이지의 그림자그림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동화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해내는 그림자그림은 환상적인 색감과 그림자로 각각의 장면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 그림책은 후지시로 세이지가 그림만 그린 게 아니라, 글도 고쳐 썼기 때문에 원작 동화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원작에서 빠진 부분도 있고, 원작에 없는 부분이 추가된 것도 있어 동화로 원작을 만났던 이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덜컹, 덜컹덜컹. 기차는 찬란하게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강가를 힘차게 나아갔어요. 올리브 숲 위로 이따금씩 공작새가 휙휙 닫ㄹ리는 모습도 보였어요. 날개를 접었다 펼 때마다 드문드문 푸른빛이 반사되었지요. 은하수에서 검게 반질거리는 머리를 한 돌고래가 튀어나오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였어요... 수정으로 만든 것 같은 투명한 작은 궁전이 구름을 타고 남색 하늘 가운데에 떠 있었어요.

 

이 날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은하 축제날인 켄타우루스 축제날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친구들은 밤에 있을 은하 축제에 갈 준비를 하지만, 인쇄소에서 일을 해야 하는 조반니는 그들이 마냥 부럽다. 조반니의 아버지는 바다로 돈을 벌러 가서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파서 줄곧 누워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면 언제나 마을의 인쇄소로 일을 하러 다녀야 했다. 조반니는 겨우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거리로 나서지만, 반 친구들은 여느 때처럼 돌아오지 않는 조반니의 아버지에 대해서 놀려 댄다. 슬퍼진 조반니는 정신 없이 내달려 반대쪽 어두운 언덕 위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늘이 수천 수만 빛의 알갱이로 반짝반짝 계속 빛이 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은하 철도를 달리는 기차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캄파넬라를 발견한다.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신비로운 풍경들을 경험하게 된다. 텅 빈 보라색 하늘에서 눈 내리는 것처럼 내려오는 수많은 백로, 올리브 숲 위로 휙휙 달리는 공작새,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옥수수 밭 등등.. 조반니가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매혹적인 그림자그림으로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이번 작품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길벗어린이의 '인생 그림책’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책이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을 사로잡고, 환상적인 묘사가 우리를 은하 철도를 달리는 기차 속으로 데려간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어른이 읽기에도 너무 힐링이 되는 특별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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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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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서는요, 골목 냄새가 나요. 골목 냄새가 뭐냐면, 담이 낮은 집들이 쭉 늘어섰고 고무줄놀이도 겨우 할 만큼 좁은 골목들이 막 엉켜 있는데요, 초입에 붉은 포장을 친 떡볶이집이 있거든요. 합판을 몇 장 겹쳐 만든 긴 의자에 올라 앉아 다리를 대롱거리며 백 원짜리 동전 몇 닢을 아줌마에게 건네면 비닐을 씌운 멜라민 접시에 빨간 떡볶이를 가득 담아줘요. 이쑤시개로 밀떡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면 참 달콤도 하지. 종이컵에 부어주는 어묵 국물 후후 불어 무시면 등 뒤로 저녁 바람이 스쳐요.    


 -김서령,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중에서, p.47

 

생각해보면 떡볶이를 결코 특별히 좋아한 적이 없는 나에게도, 학창 시절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이 한 두 개쯤은 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먹던 떡볶이와 사회인이 되어 일부러 찾아간 떡볶이 맛집의 그것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었다. 함께 했던 이들도, 사회적인 풍경도 너무도 달랐지만 그 속에 떡볶이라는 음식이 자주 등장했던 걸 보면 한국인에게 떡볶이는 일종의 소울 푸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에 만난 책은 바로 그 '떡볶이'를 소재로 10명의 작가가 모여 만들어낸 소설집이다. 

 

참여한 10명의 작가는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소설가도 있고, 소설을 처음 써본 작가도 있고, 전문 번역가도 있으며, 소설가들도 각기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 10인의 소설이 각양각색으로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떡볶이도 순한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으로 맵기가 다 다르고, 들어가는 재료나 양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듯이 말이다.

 

 

인간에게 말이 아니라, 파장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너희중 99퍼센트는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 텐데. 그런 것도 모르고 너는 네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 어쨌거나 사업이 잘 되었으니까. 무서울 정도로 번창하고 있었으니까.
‘사랑이 어딨어. 다 뇌의 착각이지.’
네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야. 그런데 무서운 얘기 해줄까? 사랑이 뇌의 착각이면, 삶도 통째로 착각이야. 어차피 다 착각인데, 왜 사랑만 착각이라고 말한 거였을까 너는?


-노희준, '떡볶이 초끈이론' 중에서, p.178

 

하교길에 사먹는 500원짜리 컵떡볶이의 떡볶이 개수가 늘 자신보다 친구의 것이 하나가 더 많은 것이 불만이었던 주인공이 고민 끝에 세우는 계획이 귀엽게 펼쳐졌던 <컵떡볶이의 비밀>이 수록된 첫 작품이다. 그래서 가볍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바로 다음 작품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이건 너무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였고, 여성이라면 특히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초반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가다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에 나 역시 주인공인 한수정 대리처럼 왜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는데 싶은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작품 뒤에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서 또 한번 울컥 감정이 올라오고 만다. 부디 현실에서 또 다른 한수정 대리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이 소설집에 무거운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떡볶이가 되어 세상을 살아본다면 어떨까에서 시작한 전지적 떡볶이 시점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미래에서 과거로 온 마약 떡볶이 때문에 칼부림이 일어나고,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떡볶이가 도전이자 희망이 되기도 한다. 씁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도 있고, 그 시절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작품도 있고, 60대 여성의 떡볶이 복수극도 있고, 떡볶이 한 그릇에 위로를 받는 청춘의 이야기도 있다. 그야말로 '개성 넘치는 10명의 작가가 준비한 100% 수제 떡볶이 소설집'이라는 호칭에 맞게, 다양한 맛을 가진 떡볶이의 온갖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듯한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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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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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 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호' 중에서, p.59

 

열여섯 레나는 남자 친구와 부모의 외면 속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막상 출산 후에 느끼게 된 감정이란 바보가 된 듯한, 뭔가 실수한 것 같은 기분뿐이었고, 결국 부모님 집 앞에 아기를 두고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함께 도망치듯 떠난다. 4년을 남자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자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보디워크스라는 회사의 구인 광고로, 그곳은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 처리해서 해부하고, 포즈를 취하게 만들어 마치 예술품처럼 고분자 화합물 조각상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레나는 그 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몇 년 후 그곳의 아트 디렉터로 승진한다. 그리고 회사 대표이자 해부 팀 책임자인 존과 함께 하게 되면서 그가 개발 중인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기 위한 재생 신약을 통해 영원한 젊음과 영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레나의 남편인 존은 유전적 결손이 있어 재생 시술을 통해서도 노화를 늦추지 못했고, 암에 걸려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레나는 첫 아이를 낳고 반세기가 더 지나고 나서야, 남편을 여의고 나서야 다시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죽기 전에 냉동 보관을 해 놓은 정자가 있었고, 레나는 일흔한 살의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된다. 물론 재생 시술을 통해 외모는 서른 살로 보이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그만 바의 창가에 앉아 있던 그녀에게 쉰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을 건넨다. 자신의 자유를 위해 자식을 버린 부모가, 여전히 젊음을 유지한 채로 늙어버린 자식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이란 어떤 걸까, 단지 수백 년을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내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말이다. 만약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다면, 중요한 결정을 훨씬 더 나중으로 미뤄도 되고, 해보고 싶은 것들, 그 동안 놓친 것들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길고 긴 나날을 흘려 버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할 수 있으니까,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무한한 시간과 기회가 있을 테니 말이다. 생명 연장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 이들은 죽음이야말로 삶이 만들어 낸 가장 멋진 거라고 말한다. 누구나 언젠가는 늙어서 죽을 거라는 걸 알기에, 두려운 일에 도전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에 뛰어 들고, 지금 당장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거라고 말이다.

 

 

세상에 나 같은 여자가 얼마나 많을까? 나는 무언가 품에 안을 것이 필요했다. 말하기와 걷기를 학습할 줄 아는 것, 내게 '안녕'이라고 인사해 줄 만큼만, 내 귓가의 울음소리를 잠재울 만큼만 성장하는 것. 하지만 진짜 아이는 아닌 것. 살아 있는 다른 아이를 데리고 살 자신은 없었다. 그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인조 피부 조금, 합성 고분자 겔 조금, 알맞은 수량의 모터와 영리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잔뜩 동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술로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일.    

-'사랑의 알고리즘' 중에서, p.153

 

‘일상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을 황홀하게 드러내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선보였던 <종이 동물원>에 이어 켄 리우의 두 번째 단편 선집이 출간되었다. 데뷔작을 포함하여 함께 엮인 적 없는 단편 중 12편을 선별하여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은 오직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단편집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껏 책으로 엮인 적이 없는 켄 리우의 중단편 소설 열두 편을 엮어 만든 책이라 '원서'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이니 말이다. 게다가 너무도 근사한 표지 이미지, 띠지와 연결된 내지의 영롱한 컬러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너무도 '아름다운' 책이었다.

 

<종이 동물원>을 번역했던 장성주 번역가가 이번 단편집에 수록될 작품들을 직접 골라 엮고 옮겼다. 그는 이전 단편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수록작들을 하나로 묶는 주제를 '초월'이라고 말한다. '수록작 가운데 굳이 나누자면 SF로 분류될 이야기들은 육체라는 존재 양식만이 아니라 시공마저도 초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초월을 이룬 후에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이라고' 말이다. 바로 그 '초월'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띠지와 내지로 연결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단편들을 골라 엮은 솜씨도 대단하지만, 표지 디자인과 책의 안팎을 구성하고 있는 디자인 또한 최고의 수준이 아니었나 싶은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올해의 표지! 올해의 앤솔로지가 되겠다.

 

 

이 책에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들, 그리고 시간과 차원을 초월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세계는 거의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고, 작품들 중에 '싱귤래리티 3부작'은 인간이 기계 속에 업로드 되는 세상이 도래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포기하고 시뮬레이션이 되기를 선택할 때마다, 생명을 잃은 육체 한 구가 남겨진다. 삶이 의미를 얻는 수단이 바로 죽음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업로드된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일까, 아니면 여전히 인간인걸까, 단순한 알고리즘이 되어 버린 걸까.

 

자신이 쓴 이야기가 외국어로 번역되어 머나먼 나라에 사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 가 닿는 것에 대해, 켄 리우는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책을 읽기도 전부터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가슴이 설레어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놀라운 상상력과 깊이 있는 사유, 뭉클하고 따뜻한 정서와 아름답고 우아한 문장까지, 켄 리우는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가 아직 만나 보지 못한 그의 작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민들레 왕조 연대기'의 2부인 <폭풍의 벽>, 단편 열한 편을 묶은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미국에서 발간된 최신 단편집 <은낭전>까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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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놈 2024-03-2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읽을때가 인상깊었어요.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이 문장이 저도 기억에 남아요. 책을 반납하고서 리뷰를쓰니 기억이 흐려졌는데 피오나님 글보고 정리되는 느낌이네요,잘보고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