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마스터 2 - 썬 드래곤의 위기 드래곤 마스터 2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그래엄 하웰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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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전편에서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왕이 보낸 병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사들과 함께 성으로 간 드레이크는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고유의 속성에 따라 나뉘며, 제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드래곤과 함께 훈련하며 드래곤의 능력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평생 양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드레이크가 드래곤 마스터로 선발이 된 것이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 뿐만 아니라 로리와 반짝이는 빨간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벌컨, 보와 파란 비늘의 드래곤 슈, 애나와 읜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래곤 케프리까지 드래곤 마스터는 모두 네 명이다. 이들은 그리피스 마법사와 함께 드래곤 마스터 훈련을 하는 중이다.

 

1권에서는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무기력해 보이고,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웜'이 아이들과 드래곤이 몰래 밖으로 나간 모험에서 멋진 능력을 보여줬다. 그 사건을 계기로 드레이크는 차츰 웜과 마음을 나누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2권에서는 애나의 드래곤 케프리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이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하늘을 날던 케프리가 추락을 하게 된다. 다행히 벌컨이 쏜살같이 날아가 케프리를 확 움켜잡은 덕분에 바닥에 추락하는 신세는 모면했지만, 케프리는 어딘가 아파보인다. 애나는 케프리가 지난번 터널에 갇혔을 때부터 쉽게 지치고, 눈도 좀 흐릿해 보였다고 말한다. 드래곤이 아프다는 소식에 롤랜드왕은 화가 나고,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다른 마법사를 찾겠다고 선언한다.

 

드레이크는 그리피스 마법사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치료법을 찾아 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웜이 드레이크를 호출하는데, 드레이크와 친구들은 과연 케프리를 낫게 할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는 201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9년 동안 시리즈를 이어 오며 현재 23권까지 나왔고,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원서 자체도 분량이 작고, 어렵지 않은 편이라 원서 읽기로도 많이 활용되는 시리즈인데,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강력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서,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긴 글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다.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이 함께 출간되어 있으니, 가이드북을 통해 드래곤 마스터와의 성향과 각 드래곤의 속성 등을 마스터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가이드북은 스페셜 에디션으로 풀컬러의 다채로운 드래곤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더 근사하다. 가이드북이 <드래곤 마스터>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도와주며, 본 이야기를 훨씬 더 흥미롭게 즐 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니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3권에서는 누군가 보관함에 있는 드래곤 스톤을 훔치려고 했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드래곤 스톤을 훔치려고 했을지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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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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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걸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         p.59~60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 <비커밍>을 인상깊게 읽었었다. 시카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으로 자라나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가고, 일류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다 신입 인턴인 버락을 만나게 되는 히스토리는 마치 드라마처럼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모습은 여성들의 아이콘, 롤모델이라 할만큼 멋졌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남들과 나누는 과정 자체를 ‘비커밍' 으로 보았던 전작에 이어 5년 만의 신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빛을 꺼뜨리지 않으며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비커밍>을 쓰면서 참았던 숨을 내쉬는 기분으로, 삶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전 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곳곳이 고통과 상실, 불확실성의 늪에 한동안 빠졌고, 그 와중에도 혐오 범죄와 적개심과 차별 가득한 편견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비커밍> 이후에 미셸에게 종종 답변과 해결책을 물었다. 우리가 왜 어떻게 불공정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지, 힘겨운 시기에도 '품위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앞의 혼란을 좀 더 수월하게 헤쳐나가고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답하며 다양한 대화를 했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 시간들에 대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차별성은 보물이면서 도구다. 쓸모가 많고 타당하며 귀중하다. 차별성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차별성을 알아볼 수 있으면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졌던 경험을 자꾸 자꾸 다시 쓸 수 있다. 누가 속하고 누가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데서 오는 고독감을 차근차근 줄여갈 수 있다. 주어진 과제는, 관점을 바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귀중하게 여기고 기뻐하는 것이다.          p.319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미셸은 그 동안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뿌리 깊은 편견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왔다. 이 책에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지난 5년간의 소회도 가감 없이 담겨 있지만,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에 그녀가 어떻게 의지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인생의 도구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있다. 두려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우려와 분노보다 작은 것, 압도적인 좌절감보다 작은 것에 자신을 맡긴다며 온라인으로 구입한 초보자용 뜨개바늘로 시작한 뜨개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 준다. 뜨개질이 인종차별을 종식하거나 바이러스를 파괴하거나 우울증을 치료해주지는 않지만, 너무 작고 사소해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것이 결국은 커다란 문제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노력하는 일, 타인과 짐신 어린 관계를 맺는 법, 한계를 기회로 바꾸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 있게 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를 똑바로 서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혼돈의 시기에 우리가 의지할 만한 도구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다름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짚어가며 고민하고 있기에, 진정성있게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인생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깔끔하고 명쾌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위 있게 계속 나아가는 자세와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는 기어코 '자기만의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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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위험한 과학책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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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0켈빈, 즉 절대온도 0도인 커다란 물체 옆에 있으면 위험할까요? -크리스토퍼
A. 그러니까 당신은 극도로 차가운 철 큐브를 거실에 설치하기로 했어요. 우선, 절대 만지지 마세요.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만 한다면 당장 고통 받지는 않을 거예요. 차가운 물체와 뜨거운 물체는 다릅니다. 뜨거운 물체 옆에 있으면 금방 죽을 수 있어요. (금방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더 보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세요.) 하지만 차가운 물체 근처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얼지는 않습니다.          p.24~25

 

<위험한 과학책>, <더 위험한 과학책>에 이어 이 시리즈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 나왔다. 저자인 랜들 먼로는 NASA에서 로봇 공학자로 근무하다 퇴사 후 사이언스 웹툰을 그려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 시리즈를 통해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랜들 먼로에게 날아드는 질문들은 점점 위험하고 엉뚱해지고 있지만, 그 어떠한 질문도 제대로 된 과학적 현실로 풀어내는 그의 답변 또한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태양계가 목성까지 수프로 채워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손으로 잡고 있는데 누가 시동을 걸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에서 철 덩어리를 증발시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 우주의 팽창이 멈춘다면 우주 끝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뉴욕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나타난다면 하루에 몇 명을 잡아먹어야 필요한 칼로리를 얻을 수 있을까, 일생 동안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책이 너무 많아진 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지점인가 등등 엉뚱한 질문과 바보 같은 질문에도 랜들 먼로는 과학을 통해 진지하게 답변해준다. 설사 쓸모없는 답이라고 해도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얻은 듯한 기분도 들게 하는 것이 랜들 먼로의 매력이다.

 

 

Q. 토스트로 우리 집을 난방하려면 얼마나 많이 있어야 할까요? -페테르 알스트룀, 스웨덴
A.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토스터를 계속해서 돌리면 집에 불이 날 테니까요. 일단 불이 붙으면 당신 집은 다 탈 때까지 자체 난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집에 불이 나기 전 짧은 시간 동안에는 토스터가 아주 적당히 난방을 할 거예요.            p.271

 

네 살 반인 딸이 10억 층 건물을 짓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게 해주기도 어렵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설명할 수가 없다는 질문에 대해 랜들 먼로는 건물을 너무 높게 만들면 위쪽이 무거워서 아래쪽을 무너뜨린다며 땅콩버터 탑을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 땅콩버터 실험을 통해 벌어진 일이 건물에서도 일어난다고, 그것이 왜 불가능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 부서지지 않는 20미터 너비의 유리관을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서 바닥에 서면 어떻게 될지, 그러니까 해저에 세운 유리관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에 닿는다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에도 아주 흥미로운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질문들이 많았다. 11사이즈의 신발 상자를 채우는 가장 비싼 방법, 진공관으로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어떨지, 한 사람이 구름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지, 돋보기를 이용해서 달빛으로 불을 붙일 수 있는지 등등 아주 쉬워 보이는 질문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질문도 있었지만, 어떤 질문이든 그 기발한 상상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랜들 먼로의 대답은 더 기발했고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일상적인 일들을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하여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를 살펴보는 과학책이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을 해결하려고 할 때 옳은 방법과 잘못된 방법과 너무나 어이없이 복잡하고 과도하며, 바보 같아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바로 그 세 번째 방법에 대한 것이다. 말도 안 되게 쓸모 없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끝내 주게 재미있는 과학책이다. 기상천외한 궁금증에 대해 과학적인 수치와 계산, 그리고 논리적 추론 방식을 통해서 그 상상력의 현실 버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 과학 이론과 수식들로 치밀하게 계산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지만, 기발한 인포그래픽과 재미있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특히나 랜들 먼로 특유의  ‘막대 모양 캐릭터’가 등장해서 딱딱하고,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과학적 추론과 이론들을 쉽고 재미있게, 위트와 풍자까지 더해가면서 보여주고 있어 누구라도 과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물리학, 화학, 기상학, 생물학, 천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온갖 황당한 상황을 상상해보고, 쓸모 없어 보이는 것에도 진지하게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진 뒤 황당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진짜 과학의 세계라는 것을 유머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 끝내주게 재미있는 과학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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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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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쿠코가 둔감한 사람이라 다행이다. 이것저것 캐물으면 귀찮으니까. 동시에 마음 어딘가에서 지금 내 상황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니쿠코에게 상담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만, 이 너무나도 싫은 기분을, 자그마한 절망을 누가 알아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니쿠코가 그날 마리아 집에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 상황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엉뚱하게도 니쿠코가 원망스러웠다. 어린애 같은 감정인 줄은 아는데, 연신 바뀌는 텔레비전 채널을 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니쿠코가 얄미웠다.           p.114

 

북쪽 지방의 작은 항구 마을, 고깃집에서 일하는 엄마 니쿠코와 초등학생 딸 기쿠코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다. 키 작고, 뚱뚱한 니쿠코는 순진한 성격 때문에 나쁜 남자들만 만나 번번이 실연 당하지만, 언제나 무한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이다. 반면 기쿠코는 삐쩍 마른 체형에 길쭉한 팔다리, 하얀 피부, 짧은 머리에 호두처럼 큼지막한 눈을 가졌다. 어딜 보더라도 전혀 닮지 않은 엄마와 딸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도 달라서, 사춘기가 된 기쿠코는 가끔 엄마 니쿠코가 부끄럽다. '니쿠코는 정말로 바보인가? 하는 생각'을 할 만큼, 거지같은 남자들에게 몇 번이고 속아 넘어가는 엄마를 이해하기란 딸이라도 결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기쿠코의 반에는 브래지어를 하는 애도 있고, 생리를 시작한 애도 있었다. 하지만 기쿠코의 몸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예전 그대로다. 가슴은 납작하고 다리는 나뭇가지 같다. 기쿠코는 남자애 같은 자신의 몸이 좋다고, 앞으로도 가슴도 커지지 않고 생리 따위도 시작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어른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이 시기가 끝나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모순이지만, 양쪽 다 기쿠코의 진심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반에서는 여자아이들의 편 가리기 싸움이 시작되고, 기쿠코는 어느 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갑갑한 항구 거리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기를 바라던 기쿠코는는 색다른 소년 니노미야의 세계를 알게 되고, 마을의 따뜻하고 개성 넘치는 이웃들과 지내며 점점 이곳이 좋아진다. 그런데 엄마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면서 결국 또 그 남자에게 버림 받아서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까봐 불안해진다.

 

 

 

"살아 있는 한 쪽팔리는 걸 두려워할 것 읎어. 애답지 않다는 소리는 안 할 기야. 애답다느니 뭐니는 어른이 만든 환상이니까. 모두 각자 알아서 있으면 되는 기야. 다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어른이고 뭐고 읎다. 그러니 니가 아무리 노력해서 좋은 어른이 되려 해도 괴롭고 쪽팔리는 일을 반드시, 틀림없이 겪게 될 기야. 그건 피할 수 읎지.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 비축해 두라. 어릴 때 잔뜩 쪽팔리고 폐를 끼치고 혼나고 일일이 상처 받으면서 그렇게 또 살아가는 기야."            p.260~261

 

<사라바>, <우주를 뿌리는 소녀> 등으로 만났던 니시 가나코의 이 작품은 지난 달에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했다. 영화로 보면 니쿠코와 기쿠코의 확연히 다른 외모와 성격이 더 두드러지는데, 너무 밝고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니시 가나코는 '항구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 여행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여행의 목적이었던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지만, 이시노마키시 주변 항구를 부지런히 돌아보고, 항구에서 작은 고깃집 한 채를 발견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보낸 시간을 토대로 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아마도 니쿠코가 일하는 항구 근처의 고깃집도 여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니쿠코에게 모든 것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말하고 싶은 건 전부 말해 버리고, 졸리면 그냥 잔다. 다른 사람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반성도 물론 없다. 그저 생긴 그대로, 니쿠코 그 자체로서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비극을 겪어도 퉁퉁한 볼에 발그스름한 복스러운 얼굴로 비장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이지만, 이상하게 사랑스럽다.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서툴고, 분위기를 읽는다거나 상황을 확인한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나 전력으로 니쿠코'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성가신 인간 취급을 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속아 넘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쿠코는 슬픔이나 절망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매사에 엉망진창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의연하게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니쿠코의 유쾌한 매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을 니쿠코를 그려 보면서, 이 작품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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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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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항상 옳다. 언제나 옳다. 그리고 감정은 합리화를 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고, 무시될 수도 없다. 어떤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신의 신념이 미리 적어둔 '숫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바로 그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p.51~52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슴 위에 코끼리가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면 어떨까. 당연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코끼리가 너무 무거우니까. 그렇게 어둠 속에 누워 모든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인생은 얼마나 허무한지, 나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독일의 언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기자 바바라 포어자머는 이 책에서 자신이 30여 년간 앓고 있는 우울증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우울증을 비롯해 가면증후군, 감정표현불능증, 번아웃 등 자신의 경험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 모두 우울과 무기력, 공허함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현대인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고,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준다. 실제로 저자는 수십 년째 한 달에도 몇 번씩 편두통 발작에 시달리며, 약물과 심리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증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어느 쪽이든 우울증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마치 일상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삶을 살아내는 것, 어떻게 하면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우울증을 앓든 말든 상관없이 이따금 좋지 않은 날들을 보낸다. 잠이 부족하거나 배우자와 싸우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슬프거나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혹은 다른 이유에서) 가끔 다른 이를 불친절하게 대하기도 하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평소만큼 많은 일을 해내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냥 가끔 산만하거나, 게으르거나, 심술궂거나, 다른 방식으로 불완전하다. 아파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p.274~275

 

언제부턴가 우울증을 겪는 이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나, 우울증의 치료 과정에 대한 책이 많아졌다. 우울증을 겪어 본 적도 없고, 주변에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를 접해본 적도 없는 나는 주로 이러한 책들을 통해 우울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정신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혹은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울증은 특별한 계기 없이 걸릴 수 있고, 현재 괜찮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으며, 누구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겪을 수 있는 것이었다. 우울증이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 영향을 미쳐서 흥미의 감소, 집중력 저하, 사고력 감퇴, 괴로움과 절망감, 그리고 건망증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우리가 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울증을 폐렴이나 위장병처럼 평범한 질환처럼 여기지 않은 것이 사회적 시선이고, 정신적 질병도 육체적 질병처럼 평등하게 다룰 수 있게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울증이 진짜 병이 아니라는 편견'부터 버릴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조용하고 울적한 아이였다고 한다. 16살 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이대로 죽으면 어떨까 상상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이후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출산의 과정을 겪으며 엄마가 되었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했지만 우울증은 여전히 함께였다. 우울증은 '감정'이 아닌 '질환'이기 때문에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의 상태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부모가 이혼했던 것도 아니고, 구타, 학대, 폭력, 방치 등을 경험한 적도 없었기에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권리가 없다고, 우울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제야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알레르기나 당뇨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자신도 그냥 그런 것이라고, 과거에 기인한 이유 같은 걸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직 우울증을 겪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무기력이 삶을 덮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이 책과 함께 중요한 건 그저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말해줘야겠다. 누구나 우울할 수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낼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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