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지존 에디션)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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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에 신경을 썼다. 또한 많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지 않은 길과 마찬가지로, 모든 걸 바꿔 놓은 건 내가 신경 쓰지 않은 것들이었다... 우리 삶을 결정하는 건 이런 무신경한 순간들이다. 새로운 직종에 뛰어들기. 어느 날 갑자기 대학을 그만두고 록밴드에 들어가기. 당신의 뒤를 캐다가 들킨 남자친구를 마침내 차버리기로 결심하기. 신경을 끈다는 건 삶에서 가장 무섭고 어려운 도전을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p.32

 

세상은 우리에게 말한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더 나은 직업과 더 튼튼한 차와 더 멋진 애인 그리고 더 넓은 집을 가져야 한다고. 더 사고, 더 소유하고, 더 만들고, 더 오래 살라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에도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몸부림을 치며 살아간다. 지금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더 멋있어지기 위해, 더 행복하고 사랑 받기 위해. 그런데 여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마.

 

 

삶을 이루는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끄라고 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 아닌가? 어쩌란 말이지? 마크 맨슨이 말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이란 아래 단 두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 놓는다.'

 

어디에도 문제는 끊임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그 수많은 똥 덩어리들 앞에서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똥 덩어리를 찾고 신경을 쓰라는 거다. 무엇을 원하는지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달콤하지만, 진짜 삶을 바꾸는 건 그걸 이루기까지의 고통을 견뎌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내 인생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경 끄기'란 것이 일반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무심함과는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가져야 할 것이 무언인가가 아니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삶이라니, 이토록 신경 쓸 것 많은 복잡한 세상에서 제대로 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정말 유용한 삶의 기술이 아닌가 싶었으니 말이다.

 

 

외부 환경이 어떠하건 간에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 책임이다.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전부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언제나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이걸 알건 모르건 간에, 우리는 언제나 우리 경험에 책임이 있다. 없을 수가 없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사건을 의식적으로 해석하지 않기로 하는 것도 사건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다. 사건에 대응하지 않기로 하는 것도 일종의 대응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닌 상대방의 잘못으로 접촉사고가 난다고 해도,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하는 건 당신 책임이다.         p.123~124

 

자기계발서의 상식을 뒤집었다고 평가 받는 <신경 끄기의 기술>이 4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인기 캐릭터 지존(ZIZONE)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에디션으로 나왔다. '지존 에디션'은 표지 뿐만 아니라, 카툰 프롤로그 ‘지존 에디션 신경 끄기툰’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네 컷 만화로, 내지 구석구석에서도 천방지축 지존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지지와 핑고, 식빵새와 함께 일상의 모든 고민에 ‘신경을 끄는’ 기술을 익힐 수 있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어덜트 백수 핑크 고양이 ‘핑고’, 핑고가 유일한 낙인 회사원 ‘지지’, 꿈 많은 아웃사이더 ‘식빵새’, 이 세 캐릭터의 웃기고 귀여운 일상 속 모습을 통해 마크 맨슨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를 시원하고, 경쾌하게 전달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마크 맨슨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이자 스타트업 CEO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학창 시절에는 꽤 문제가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마약 때문에 퇴학을 당했던 일부터 부모님의 이혼과 친구의 죽음이라는 시련까지 겪으면서 방황했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토대로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려 준다. 그리고 미국 문단에서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이라 불리던 찰스 부코스키가 어떻게 실패와 자기혐오로 점철된 세월을 지나 위대한 작가가 되었는지, 전설적인 헤피메탈 밴드의 맴버였던 데이브 머스테인과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가 된 윌리엄 제임스의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헛된 가치를 좇으며 삶을 허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야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묻는 건 필요 없다.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당신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동기가 부족해서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뭐라도 하라...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문구들은 그야말로 참신하고, 도발적이고, 뼈를 때린다. 노력과 긍정만 강요하는 자기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꾼, 마크 맨슨의 유쾌한 통찰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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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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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그가 말했다. 엘레나, 당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되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제가 엄마인가요, 신부님?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엘레나?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를 뭐라고 부르죠? 저는 미망인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에요. 저는 대체 뭔가요? 엘레나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대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한다. 제게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신부님.        p.99

 

비가 내린 어느 날 저녁, 엘레나의 딸 리타는 성당 종탑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사건은 단순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엘레나는 딸이 절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어릴 때부터 번개를 무서워했던 리타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성당은 물론 그 어떤 피뢰침 근처에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엘레나는 안다. 그 아이는 그 근처에 가지도, 거기서 죽지도 않았다고. 엘레나는 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스스로 알아내기로 한다. 문제는 엘레나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가 딸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손발을 자유롭게 쓸 수도 없고, 혀가 굳이 말 한마디 내뱉기도 쉽지 않은 엘레나는 누가 딸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까.

 

작가는 왜 탐정 역할을 육체적으로 온전한 자유를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로 설정했을까 궁금했다. 하루 동안의 서사는 오전, 정오, 오후로 나뉘어 있는데, 차례대로 두 번째 알약, 세 번째 알약, 네 번째 알약을 먹은 시점의 시간 순이다. 발을 들러 올려 허공에 내디디면서 움직이는 아주 단순한 동작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엘레나는 집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야한다. 시간 별로 약을 먹어야 알약이 녹으면서 몸속으로 퍼져나가 발에 이르고 그제야 그녀의 발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차 시간을 놓칠까봐 불안한 엘라나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도, 용의자도 없을뿐더러 어떤 범행 동기나 가설도 없이, 오로지 살인만 존재하는 이 죽음의 진실은 뭘까. 엘라나는 힘겨운 여정을 계속한다. 엘레나는 딸에 대해서 자기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였으니까. 비록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 다투었고, 서로 거리를 두었으며, 심한 말을 내뱉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엄마는 사랑하는 법이다. 어느 누구도 딸에게 생명을 되돌려줄 수 없으며, 죽은 딸이 되돌아 올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엘레나는 한 발 또 한 발 힘겹게 내디디면서 걸어간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부모님한테 받은 걸 되돌려드릴 때가 된 것 같구나. 오래전에 네가 어머니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지금 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너야. 리타, 이제는 네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될 차례라고. 우리가 아는 엘레나는 이제부터 아기가 될 테니까. 아기라고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박사님? 엄마가 어떻게 아기가 된다는 거죠? 아기는 귀엽고 예쁘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겪고 있는 건 그와 정반대잖아요. 한번 보시라고요.          p.233

 

사건은 이미 자살로 종결되었고, 딸이 살해당했음을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엘레나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경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에는 아무 진전도 없었고, 그래서 엘레나는 몸소 모아온 수사 자료를 담당 경찰에게 넘겨주기 시작했다. 아무도 달라고 하지 않았던 리타의 일기와 주소록,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 네 번째 알약을 먹은 뒤 엘레나는 이사벨이라는 여자를 문득 떠올린다. 이십 년 전 리타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낳았던 여자, 리타에게 큰 빚을 진 여자이니 그녀라면 진실을 대신 파헤쳐줄 수 있지 않을까. 엘레나는 기대를 안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때 진 빚을 갚을 건가요? 이십 년 전 그날 일을 떠올려보면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엘레나는 이사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처지를 알려주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사벨은 엘레나가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충격적인 대답을 건넨다. 미안하지만 저는 부인을 도와드릴 수 없어요. 그녀는 평생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이때를 위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미리 준비해놓기라도 한 것처럼 차분하게 말한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이 작품은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고, 곧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추리소설의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밝히는데 치중하기보다는 모녀 관계와 모성에 대해, 여성의 삶과 돌봄의 무게에 대해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사유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많은 분량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교차되는 동안 본문 대부분이 문단 구분 없이 한 호흡으로 흘러가며 인물 간 대화는 부호 없이 서술문에 불쑥 끼어들고 있어 읽기에 수월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강렬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사실적인 묘사와 사려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매력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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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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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가 사는 도시에서는 눈들이 사람들을 도와준다. 잠을 깨워주고, 양치를 시켜주고, 공부를 시켜준다. 뭔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없이 눈들이 모든 걸 알아서 골라주는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눈들은 도와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시도 하고 있다. 24시간 사람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관찰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빅스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읽고 싶은 걸 고를 수 없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든 혼자 스스로 하는 게 좋았던 빅스는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감시하는 눈들을 피해 도망친 빅스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귀여운 작은 생명체를 만난 빅스는 깨진 벽의 틈 사이로 녀석을 따라간다. 낯선 공간으로 쿵 떨어진 빅스는 귀여운 내셕과 함께 아래로, 아래로,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낯선 지하 도시였다.

 

지하 도시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었다. 빅스는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물건들'이 궁금했다. 빅스가 살던 도시에서는 '책'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스는 예술과 동물 책을 골라 읽고, 우정 이야기도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고, 자유를 누리는 것이 행복했다. 며칠 후 빅스는 책들을 잔뜩 가지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눈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어린 빅스가 우연히 발견한 지하의 옛날 도시에는 도서관과 음악당이 있고, 곳곳에 예술품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디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이 사라진 세계'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책이 없다면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레이 브래드버리의 유명한 디스토피아 작품 <화씨 451>에서는 책이 금지된 미래가 나온다. 그곳에서는 책을 불태우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다는 이유로 독서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매스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며 독서를 멀리하고, 각종 디지털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편하게 사는 데 익숙해져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게 되는 현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화면만 보고 있는 사람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과 SF 그림책의 중간 형태로 어린이들에게는 빅스의 모험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어른들에게는 책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묵직한 여운을 남겨준다. 보통의 그림책에 비해 분량이 약간 많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글과 그림이 빽빽하지 않아 술술 페이지가 잘 넘어갈 것이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디지털 기기가 없는 시간 속에서 아이와 함께 여럿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지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게된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책이 왜 필요한지, 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책이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지를 책이 사라진 세계를 통해서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점점 빠르게, 편리한 것만 찾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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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3 사물궁이 3
김경민 외 지음, 사물궁이 잡학지식 기획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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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바쁜 아침에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사용으로 많이 먹는 식빵을 살펴보면 겉 부분에는 질긴 식감을 지닌 갈색 막이 있지만, 안쪽의 부드러운 촉감을 지닌 부분에는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습니다. 식빵 안의 구멍들은 어떻게 생긴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p.127

 

책상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왜 썩지 않을까,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도 있을까, 라테아트는 어떻게 모양이 유지될까, 상한 우유와 치즈는 뭐가 다를까, 오로라는 왜 극지방에서만 보일까, 등등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그 속에 담긴 이유와 과학적 원리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일상 속 사소하고 엉뚱한 궁금증을 해결하며 150만 유튜브 구독자를 사로잡은 과학 채널 ‘사물궁이 잡학지식’ 세 번째와 네 번째 책이 함께 나왔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를 줄여서 '사물궁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누구라도 한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만한 궁금증들로 가득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이다.

 

이번에 나온 3권과 4권은 유튜버 ‘사물궁이’의 기획, 감수 아래 현직 과학 교사 4명이 글 작가로 참여해 더욱 신선하고 풍성한 내용과 친절하고 다채로운 설명을 담았다.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헷갈려하는 32개 질문을 선정해 우리에게 익숙한 체제인 ‘물화생지(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를 테마로 분류해 엮어 보기도 편하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의 집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회오리바람이 바로 토네이도인데, 바람이 집을 날려 보내는 것을 동화적 허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도 토네이도의 위력은 실제로 강력합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용오름이라고 하는 토네이도의 한 형태가 간혹 관측되기도 하지만, 토네이도는 내륙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빙글빙글 도는 토네이도가 생기는 걸까요?           p.193

 

구독자 154만 명, 누적 조회 수 2.9억 회, 국내 최대 과학 채널 ‘사물궁이 잡학지식’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물궁이 잡학지식' 영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과학 질문들을 가득 수록했기 때문에 영상을 이미 봤더라도, 책으로 꼭 만나볼 필요가 있겠다. 사물궁이 잡학지식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문화 콘텐츠 상과 청소년이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 어워드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신박한 질문들과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유쾌하고 명쾌한 설명, 재기발랄한 일러스트와 엉뚱한 귀요미 캐릭터 궁이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해 초등 과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나 이번에 나온 신간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네 저자는 현상에 대한 쉬운 설명을 바탕으로 꼭 알아야 할 주요 과학 개념과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교과서에서 놓치기 쉬운 대표적인 오개념까지 자연스럽게 조명하고 있어 교과 연계로도 아주 훌륭한 책이다. 나이가 들면 왜 죽을까, 음악을 크게 들으면 정말 귀가 안 좋아질까, 어둠의 속도는 어떻게 잴까, 1분은 60초인데 1초는 어떻게 정할까, 프라이팬은 왜 불에 잘 타지 않을까, 해가 질 때 왜 하늘이 붉게 물들까, 별에도 착륙할 수 있는 땅이 있을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봐도 궁금한 질문들은 일상 속 호기심을 재미있고, 과학적으로 해결해 준다.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생활 밀착형 과학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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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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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하늘이 으슬으슬하고 어지럽다. 습하고 냉한 흙냄새 때문에 초봄이 아니라 늦겨울 같다. 하지만 축축한 땅 곳곳에서 조그맣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인다. 갈란투스라고 불리는 조그맣고 하얀 꽃. 온 사방의 나무에서 새들이 신나게 지저귄다. 세상에는 죽음도 없고 상심도 없고, 오직 희망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 자 우리가 (다시) 왔어. 절대 의심 말고 우리를 믿어. 우리는 네 곁을 지킬 거야. 클레어는 넋을 잃고 서서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카디프, 바이 더 시' 중에서, p.179

 

젊은 미술사학자 클레어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그 전화는 변호사였고, 그녀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메인주 카디프라는 곳에서 여든일곱을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그 분은 클레어의 친할머니라고 했다. 생의 대부분을 미네소타에서 보낸 그녀는 카디프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자신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사람 또한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클레어는 두 살때 입양되어 양부모와 함께 자라 서른 살이 되었다. 자신의 친부모가 왜 자식을 버린 것인지, 자신이 어쩌다 입양아가 되었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그녀는 유산을 물려 받기 위해 카디프에 있는 친척인 '이모 할머니' 두 분을 찾아간다.

 

카디프에 있는 이모 할머니들의 집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 같은 집이었다. 특이한 옷차림의 할머니 두 분은 흥분한 앵무새처럼 호들갑스럽게 클레어를 맞이했고, 그들의 부산스러운 인사에 클레어는 현기증이 났다. 그곳에서 지내며 클레어는 생각한다. 도니걸 집안이 이렇게 잘사는데 그녀를 입양 보낸 이유가 뭐였는지, 가족 중에 그녀를 키우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비극적이고 끔찍한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 사고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자신이 잃어버린 가족에 대해 기억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하지만 과거에서 시작된 그것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 오며 잊고 지냈던 끔찍한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만든다.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이야기는 <카디프, 바이 더 시>로 강렬한 여운을 남겨 주었다.

 

 

 

우리 스스로 사랑이라고 되뇌는, 열정을 닮은 어떤 것으로 일으키는 경련. 유리 조각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처럼 높고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소리. 하지만 이건 웃음소리다. 엘리자베스가 뒷걸음질을 친 순간, 현괄 홀에 달린 커트 글라스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져 그녀 바로 앞에서 박살 난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에 이어 높고 희미한 웃음소리 - 어찌나 유쾌한지 따라서 웃고 싶을 지경이다. 겉 그리고 속. 엘리자베스는 이 집의 우아하고 반질반질한 겉모습에 속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구역질 나는 곳이야. 숨을 참아.           - '살아남은 아이' 중에서, p.461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되지 않았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중편소설 4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카디프, 바이 더 시>를 비롯해 <먀오 다오>, <환영처럼:1972>, <살아남은 아이>까지 총 4편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이 가진 근원적 공포와 폭력적인 세상이 휘두르는 공포를 꿰뚫는 고딕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가 아마도 조이스 캐럴 오츠일 것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와 극도의 긴장감이 잘 버무려져서 한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들곤 하니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에서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위협에 직면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있는 줄도 몰랐던 과거로부터,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로부터, 가족들의 비밀과 죽은 이의 환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카디프, 바이 더 시>에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가족의 비극을 겪는 여성이 나왔고, <먀오 다오>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가 나왔다. <환영처럼: 1972>에서는 합법적인 낙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겪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나오고, <살아남은 아이>에는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과 그 남자와 재혼해 전처의 환영에 시달리는 여성이 등장한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와 남성에 의해 통제 당하는 여성의 삶 등을 조이스 캐롤 오츠는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들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고스란히 체험하게 해주어 더욱 오싹하다. 이야기에서 서스펜스를 키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을 독자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인물을 따라다니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불길한 예감으로 인해 긴장감이 고조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이스 캐롤 오츠는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고딕 서스펜스 장르가 주는 최고의 재미를 보여주는 섬뜩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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