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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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채의 집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는 아파트는 나의 감정과 연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은 마당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과하지 않은 크기의 건물이기에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학교 건물은 보통 한 사람 몸 크기의 580배 정도 된다. 이런 건물은 너무 커서 우리 아이들이 정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건물은 일종의시설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의 아이들이 이런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점점 높아지는 집값과 청약당첨의 어려움 등으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아마도 내 집 마련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수십 년 동안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겨우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여생과 노후를 위해서는 집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디서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겠다는 유현준 교수의 이 책을 내가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뜰신잡을 비롯해서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아왔지만 그의 저서를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건축이라는 것을 이렇게나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이다. 사실 실생활과 너무도 밀접한 분야가 바로 건축과 공간인데, 전문적으로 들어가자면 또 이것만큼 어렵고, 복잡한 것이 없다. 저자의 책이 쉽고,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축과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거시적으로, 인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실려 있지만,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그는 말한다. '한교 건축은 교도소'라고. 무슨 소리일까.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바로 학교와 교도소가 있다. 두 곳 모두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에,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우리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가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가 학교라는 공간임을 떠올려 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는 현실이다. 저자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자는 콘셉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례를 들려 준다. 그의 말처럼 정말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건물이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 같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말이다. 언젠가는 이런 학교가 만들어지길 고대해본다.

도시는 유기체에 비유된다.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요소들이 만나면 문제를 일으키고 잘 만나면 상승 효과를 얻게 되어 전체 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도심 속 자연의 대명사인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고급 상권의 대명사인 5번가의 만남이다. 5번가는 센트럴 파크의 동측 면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과 접한 면에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고 그 길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급 상권가로가 된다. 센트럴 파크와 5번가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서울에도 이와 비슷한 두 개의 요소가 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화두가 많다. 그는 왜 우리나라에는 창의적인 천재들이 자주 나오지 않을까를 건축가 입장에서 고민해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내의 일반적인 회사 형태인 고층형 사옥이 아니라 '밥상머리 사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밥상에 둘러앉아 마주 보며 밥을 먹는 식구가 더 돈독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처럼,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대형 공간이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 쇼핑몰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 티를 입는 이유, 뉴요커가 좁은 집에 살아도 되는 이유, 사람 중심의 공간인 골목길을 지켜야 하는 이유 등... 실제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건축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로마의 벽돌 이야기와 피라미드, 조선 시대 사람들의 헤어스타일과 권력, 그리스 민주 사회를 만든 극장의 구조를 비롯해 왜 정치 집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가,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건축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 우리는 과연 이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생활건축도시를 종횡 무진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질문들이다. 다채로운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일까? 내 아이가 자라서 살게 되는 곳은 어떤 공간일까. 술술 너무도 쉽게 읽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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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 미세먼지 걱정 없는 에코 플랜테리어 북
정재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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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나쁠 때 벌어지는 불편함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산소 탱크를 갖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집에서도 산의 향기, 나무 내음을 품은 신선한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고 싶었지요. 마침 주택으로 이사하게 된 터라, 식물이 가득한 '' 같은 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부지런히 식물들을 키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게 실행하는 어플이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주는 것이 되어 버렸다.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거나, 어떤 날은 초미세먼지가 올라오고, 그러다 통합대기가 나쁘기도 하고, 미세먼지 상태가 매우 나쁨인 빨간 색이 되는 날은 그야말로 종일 창문 한번 열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파란색은 굉장히 드물고, 보통 수치인 초록색보다도 나쁨인 노란색을 더 많이 보게 되는 나날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게다가 집에 아이가 있으니 외출 시마다 더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게 된다. 외출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선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고 있어도 답답한 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공기정화 효과를 가진 식물들이 주목받 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자연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플랜테리어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로 실내를 꾸며서 공기정화 효과와 심리적 안정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인테리어 방법을 말한다. 초록 식물들로 한껏 싱그럽게 꾸미는 인테리어가 바로 올해 트렌드이기도 하고, 공기청정기를 뛰어넘는 강력한 식물의 효과를 알기에 나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처음 시도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물 꽂이예요. 주방에서 쓰지 않는 그릇, , 2L 페트병도 좋아요. 스킨답서스 한 포트를 사서 꽂아 화장대 앞에 두는 겁니다. 식물을 키울 곳이 없다고 해도 10×10cm 정도의 작은 면적은 있어요. 욕실 양변기 위도 살릴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식물은 꼭 바닥에 두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세면대 위나 침대 머리맡 등 많은 장소를 찾을 수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임상실험 결과를 모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반려식물 200개 온실 같은 집' 250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반려식물이라니, 참 따뜻한 단어도 다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처음엔 크고 작은 화초 50그루로 시작했으나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반려식물이 200그루가 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바깥이 최악의 공기 질을 보일 때도 집 안 실내 초미세먼지 수치는 10/㎥ 미만인 좋은 상태, 건조한 겨울에도 습도 60% 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니 식물과 함께 하는 생활에 더욱 관심이 생긴다.

그녀는 만약 집을 숲처럼 만든다면, 실내에서도 나무 내음, 꽃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반려 식물 키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침실에는 밤에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들을 배치했고, 아이 방에는 음이온을 뿜어내는 필로덴드론 등을 두어 학습에 효과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고, 욕실에서도 싱그러운 식물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집 안 구석구석이 모두 숲 속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이 책에는 반려식물들의 종류와 역할들도 소개가 되어 있고, 분갈이와 영양 보충, 식물을 살리는 습관과 추위로 인한 응급처치, 식물에 생기는 벌레 처치 등 직접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거기다 아름다운 화분 스타일링 노하우,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텃밭 식물 가꾸기 등 누구라도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는 플랜테리어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도, 이런 집이 있다면 나무 내음, 꽃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고,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실내 식물 키우기와 에코 플랜테리어를 나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 집을 숲처럼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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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401 2018-06-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의 저자 ‘모던마더‘님의 오프라인 강좌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강좌 안내
* 일시 :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시간 : 저녁 7시30분 ~ 9시
* 장소 : 북바이북 판교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17번지 브릿지타워)
* 참가비: 10,000원 (당일 현장 신청 15,000원)
* 참가인원: 50여명

신청 링크 : http://bookbybook.co.kr/221288788778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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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매일 열심히 못 하니까 '적어도' 스포츠센터에 등록해서 주 1회 슬쩍슬쩍 운동하고서 ", 맥주, 맥주, 운동한 뒤엔 역시 술이 맛있어"라며 술집으로 직행하면서 뭐가 '살 빼고 싶어'인가. 뭐가 '근육이 안 붙어'인가. 뭐가 '복부 상태가 표준이 안 돼'인가. 스포츠센터 회원만 되면 근육도 체중도 마음대로 줄거나 늘기라도 할 것 같은가. 꿈 깨시길.

이 책은 <종이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국내에도 출간된 작품이 많은 가쿠타 미쓰요가 2011년 봄부터 2016년 봄까지 스포츠잡지에 게재했던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운동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어른들에게 구체적인 경험담을 제시하는 내용인데, 마라톤을 중심으로 헬스, 복싱, 요가, 등산, 트레일 러닝, 볼더링 등 저자가 중년의 몸으로 섭렵한 다양한 운동이 경쾌한 필치로 담겨 있다.

한 번도 운동을 좋아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그렇듯 체육 시간을 싫어했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등산이라도 가지 않는 한 딱히 일상에서 운동 비슷한 거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나름 운동을 하기는 했었다. 이십 대 초반에는 거금을 들여 비싼 스포츠 센터 일년 회원권을 끊었다가, 몇 개월 만에 포기했지만, 이십 대 중후반에는 핫요가에 재미를 붙여서 직장 동료와 함께 요가를 꽤 다니기도 했다. 따로 운동을 다니지 않을 때는 집 앞에 산책로가 있어 매일 퇴근 후에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인데, 임신한 상태로도 임산부를 위한 요가를 다니면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막상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을 좀처럼 낼 수가 없어 운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상에 치여, 육아에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무뎌지던 의지가 거의 다 사라졌을 무렵,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달리는 건 여전히 싫지만 이럴 때는 감동한다. 자신의 다리로 땅을 누빔으로써 따로따로 알던 마을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이 고요한 흥분. ‘언젠가 하루를 들여 산을 헤치며 미우라 쪽까지 가보고 싶네, 에노시마라면 더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을지 몰라.’ 그 흥분에 마음이 들떠 이런 생각을 한다. 실제로 간다면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할 게 뻔하지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라는 제목부터 이건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면 오버일까. 운동을 단 한번도 좋아하거나 즐겨본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에 뭔가 미련이 남았었는데 현실적으로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런 저런 제약이 많았고, 그 동안 게을러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속 책벌레 가쿠타 미쓰요가 불혹의 나이에 책상을 박차고 나가 때론 구르고 넘어지며 경험한 23편의 운동과 인생에 관한 에세이는 지금 당장 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만큼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운동이란 잘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니며,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다.

 

저자는 4년 동안 이 글들을 연재하며 몇 개월에 한 번 체육수업에 참가하듯 운동을 했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운동이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달리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높은 곳을 걷는 것도 싫지만, 바로 그 싫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모든 솔직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시중에 얼마나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한 서적들이 종류가 많은가. 대부분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고, 식단을 조절해야 하며, 운동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 그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년 여성이, 매번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고 진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어서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렇게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여전히 운동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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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그들에게 사면초가 1~2 (완결) - 전2권
소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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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준우승작이자, 네이버 웹툰 완결 평점 9.9에 빛나는 화제작이다. 평범한 여고생 이여주와 그녀를 좋아하는 네쌍둥이 형제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야말로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각기 다른 매력의 꽃미남 네쌍둥이의 고백이라니.. 시작부터 정말 만화스러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비현실성때문에 설레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살면서 한 번쯤 인기가 많아지는 순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게지금 인가 보다. 근데 쟤네 네쌍둥이다.”

 

첫째인 일남은 항상 친절하고, 다정다감해서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고, 둘째인 이남은 다짜고짜 사귀자고 돌직구를 던지는 박력 넘치는 사차원, 셋째인 뒤에서 챙겨주고,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숙맥, 넷째인 사남은 상큼한 연하남 컨셉의 귀여운 스타일이다. 각자의 스타일과 컨셉이 너무도 달라 그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주지 못하는 여주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상태이다. ,, 양 옆으로 매력 넘치는 네 쌍둥이가 자신만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하겠냐만, 언제나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여주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들이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지고 싶어.”

 

네 쌍둥이는 완전히 다른 성격만큼이나 각자의 방식으로 여주에게 다가오는데, 그 중에서 여주는 친절한 일남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비가 일남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그럼에도 결국 여주는 일남과 사귀게 되는데 연애도 마냥 순탄치 않다. 다른 쌍둥이들의 방해와 연애가 서툰 탓에 서로에게 제대로 마음을 주지 못하는 탓에 오해가 쌓이기만 하는데.. 과연 이들의 로맨스는 어떤 방향을 향하게 될까.

 

평범한 외모의 여주인공이 잘생긴 남자들에게 사랑 받는 컨셉이야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플롯이고, 여전히 드라마에서 숱하게 써먹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를 좋아할까. 아마도 대리 만족을 통한 위안 내지는 환상을 통해서 현실을 잠시 나마 벗어나고픈 소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렇게 가볍고, 유머가 함께하는 만화의 소재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않을까. 티비 드라마에서야 너무도 예쁜 여주인공이 평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실장님 급의 백마탄 왕자님과의 밀당 로맨스가 지루할 때도 되었지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런 코믹한 로맨스물이라면 뻔한 것 같지만 신선하고, 어느 정도 상상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귀여운 반전이 있고, 유치할 것 같지만 공감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 따뜻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단행본이 출간되면서 특별부록으로 미공개 개그만화와 미공개 4컷 만화도 수록되어 있으니, 이미 웹툰으로 이 작품을 읽었던 이들도 꼭 챙겨봐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초판한정으로 엽서가 포함되어 있는데, 각 권 5장씩 설레이는 장면들이 엽서로 제작되어 있어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일상의 팍팍함을 한번에 날려줄 심쿵 로맨스 만화의 세계로 입문해보시길. 메마른 당신의 마음에 잠시나마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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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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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조선에 파격적인 매화 그림 하나가 등장합니다. 이 매화 그림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문자 향기가 느껴지기는커녕 위험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금방이라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강렬함으로 인해 매향이 그림 밖까지 진동할 것만 같습니다. 그림에 어찌나 힘이 넘치는지, 신기 들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문자향서권기라는 주류의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그림. 조선 화단을 발칵 뒤집은, 장승업의 〈붉은 매화 흰 매화 열 폭 병풍〉입니다.

사실 문화재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거나, 교과서에 실려 있어 시험을 위해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그다지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날 티비를 보다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현장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을 매혹시킬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재라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을 그에 얽힌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를 들려 줌으로써 현실로 다가오게 만들어 누구라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KBS 교양 프로그램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보물 중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 예술의 걸작 25점을 엄선해 멋진 화보로 소장할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송에 소개되었던 보물만 해도 100여가지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 선정된 25점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이라는 5가지 테마로 구분해 각각의 보물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던가 김홍도의 <사계풍속도>, 백자 달항아리,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문화재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살면서 문화재를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나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현대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재란 그 가치에 비해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과거의 유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방송을 통해서, 그리고 이제는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우리의 고유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최고의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몸체와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는 이 주전자는 장인이 손으로 일일이 두들겨서 만들었습니다. 두께가 있는 은판을 안팎에서 두들겨 입체적인 문양을 만드는 타출 기법입니다. 은으로 만든 뒤 도금했는데 도금이 아주 잘 되어 마치 금 주전자처럼 보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스케일로 조선을 들썩이게 했던 대작 <강산무진도>에는 등장하는 사람만 360명이 넘는다. 게다가 어느 한 사람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저마다 분주하게 살아 움직이며, 그 묘사가 매우 정밀하다. 이인문은 왜 산수화에 그토록 많은 인물과 그들의 생활상을 상세히 그려 넣었던 것일까. 조선 시대 왕의 뒤에는 늘 같은 그림, 일월오봉도가 걸려 있었는데, 조선 왕조가 4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동안 한결같이 왕의 곁을 지켰던 그림을 바꿔버린 왕이 있었다. 바로 정조인데, 그는 책을 꽂아둔 서가를 그린 책가도를 일월오봉도 대신 세웠다고 한다. 실제 서가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그려진 이 그림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여기 담긴 군주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을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이 외에도 가득하다. 고종이 목숨을 걸고 숨겼던 비밀의 도장에 얽힌 이야기며, 국내에 있었다면 분명히 국보로 지정되고도 남았을고려 은제도금주전자에 얽힌 사연, 금동반가사유상처럼 한 번 해외에 전시될 때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험액을 책정해야 하는 대체 불가능한 보물에 관한 이야기 등등 우리 문화재에 얽힌 사연들은 보물의 화려한 자태를 사진을 통해서 직접 보며 한국사의 주요 장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전체 200여 장에 달하는 사진이 수록되어 있고, 특별히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작품들은 책 뒷부분에 별도로 원색 화보 38페이지로 담겨져 있다. 덕분에 이제 역사책과 박물관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문화재를 조금 더 친숙하게, 가까이서 느끼고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이 책을 토대로 주말에 박물관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문화재에 관심이 별로 없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도 흥미로워 금방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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