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내가 좋다 - 불친절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혼자살이 가이드
게일 바즈-옥스레이드 외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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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곧 인생의 CEO가 되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을 세워 가꾸는 셈이다. 누군가 더 나은 길로 이끌어주기만을 바란다면, 다음과 같이 자문해보자. 내 삶을 남에게 맡겨둘 것인가? 만약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년이 걸리든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인가? 희망은 단기 전술일 뿐, 확실한 전략이 아니다. 당장의 고통은 덜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만 높아진다. 스스로에게 행복과 만족과 평온을 선사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걸 명심하자.   p.26~27

우리나라도 갈수록 1인 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1인 가구수가 561만이라고 하니, 전체 인구의 28.6%가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이혼율도 증가하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고 있으니 1인 가구수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해 솔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비혼족도 있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게일은 세 번 결혼했고, 세 번 이혼했다. 이제는 싸우는 데에도 이골이 났고,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싱글 라이프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공동 저자인 빅토리아는 나이 쉰이 되던 해 남편을 폐암으로 먼저 떠나 보냈다. 남편의 빈자리만큼, 또다시 누군가의 밥상이나 차리고 싶지 않다는 피로감이 컸기에 싱글로 지내온 지 어느덧 10년째이다. 

이 책에는 두 저자가 이혼과 사별의 경험에서 얻은 유용한 팁들이 가득 담겨 있다. 홀로서기의 단계별 감정 관리법부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1인용 삶에 맞게 물건을 정리하고 소비 습관을 바로잡는 법 등 '싱글을 위한 구체적인 인생 설계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돈 관리부터 소비 습관, 물건 정리, 인간관계, 노후 대비, 혼자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와 이를 해결할 실전 노하우는 언젠가는 싱글로 돌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기죽지 마라. 당신은 이제 막 혼자가 되었다. 싱글들의 세상에서는 아직 견습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순식간에 통달하긴 어려운 법이다. 하루하루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다 보면 조금씩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출발점도, 도착점도 아니다. 홀로서기가 능숙해질 때까지,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 당신이 헤쳐온 길을 한 번 돌아보라. 이번엔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앞을 바라보라.   p.288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아마도 가장 큰 걱정은 자금난일 것이다. 저자는 이를 대비해서 미리 돈을 모아둬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자산 내역을 정리하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다가 헤어진다는 것은 감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에도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재정적인 연결 고리를 끊어낸 뒤엔 혼자의 삶에 적합한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애초에 솔로인 사람들의 싱글 라이프와 둘이었다가 싱글로 돌아간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이들에게 필요한 노후 대비 라이프도 그럴 것이다. 게일과 빅토리아는 자신들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진심 어린 조언으로 이러한 싱글들을 위해 따뜻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 코칭 중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중심이 되는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챕터였다. 혼자는 불완전하다는 편견을 넘어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늘 해왔기 때문에 하게 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익숙한 패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경로 의존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한 삶이 자리 잡을 곳이 없어진다고 말이다. 물론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는 일이 늘 신나고 좋은 건 아닐 것이다.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꼭 둘이 아니어도 삶은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싱글 라이프를 넘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싱글 라이프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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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열대 우림 우리는 탐험가
다이나모 지음, 아담 알로리 그림, 박여진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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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탐험가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이다. 놀라운 몸 속 여행으로 시작해서, 우주, 공룡, 바다, 곤충 편에 이어 열대 우림과 직업 여행 편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다양한 색감의 그림들과 플랩을 열어 보는 재미일 것이다. 가장 호기심이 많아지는 시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테마도 매번 흥미로웠고,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여러 가지 항목들에 숨어 있는 플랩들을 열어 볼 수 있어 아이도 굉장히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열대 우림' 탐험은 그야말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총 집합되어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아이의 관심사가 자동차, 로봇에 이어 공룡, 동물을 거치고 요즘은 바다 생물과 곤충으로 변해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당연히 자연스레 자연 그 자체에 관심이 생겨서 열대 우림, 밀림, 아마존 등에 관한 책이나 프로그램도 흥미롭게 보던 참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세계의 열대 우림을 책으로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열대 우림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거대한 숲이에요. 우림의 뜻은 숲에 비가 많이 내려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열대 우림과 그곳에 사는 흥미진진한 동식물들을 만나러 떠나 볼까요?

 

아이가 요즘 관심이 많은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울창한 우림이다. 무려 400종의 포유류와 1300종의 새, 3000종의 물고기, 수백 만 종류의 곤충이 살고 있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숲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무려 7,000만 년 전부터 우림이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대나무 숲을 비롯해서, 구름이나 안개가 많은 운무림, 꽃들로 넘쳐나는 마다가스카르 섬의 열대 우림,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식물들이 많은 콩고의 열대 우림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열대 우림들이 소개되어 있다.

열대 우림은 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물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층이 달라지는데, 크게 4가지 층으로 나뉘어 사는 식물들이 다르다고 한다. 덥고 습도가 높아서 식물들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지구상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식물이 열대 우림에서 자란다고 한다.

 

 

 

 

다양한 식물들, 그리고 강에 사는 동물들과 육지의 생물들, 높은 곳에 사는 생물들이 다양한 플랩들로 소개되어 있다. 그림의 색감도 예쁘고,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쉽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열대 우림과 자연에 친숙해지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이가 그림과 함께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거라는 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신기한 야생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특이한 식물들과 동물들을 만나면서 호기심도 채우고, 숲을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는 환경에 대한 관심까지 얻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플랩북을 재미있어 해서 우리는 탐험가 시리즈를 기존에도 좋아했었는데,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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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나와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365개의 물음
다나카 미치 지음, 배윤지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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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many balloons would you need in order to float in the air?

23. 죽을 때까지 책만 읽는다면,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p.343~344

아이가 말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많이 하는 건 바로 질문이었다. 이건 왜 그런 거야? 저건 왜 그래? ? ? 종일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다 보면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세상 모든 것이 다 궁금했을 텐데.. 언제부터 우리는 살면서 질문이라는 걸 잊어 버린 걸까. 어른들은 생각보다 왜? 라는 의문을 쉽게 가지지 않는다. 물론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들 덕분에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이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귀찮아서,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호기심 따위는 아예 묻어두고 사느라 아예 질문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번에 만난 책에는 '나와 세계를 마주하기 위한 365개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하루에 하나씩, 일 년 동안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일종의 다이어리 북인 셈이다. 왼쪽에는 영어 질문이, 오른쪽에는 한국어 질문이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만나고 답을 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엉뚱한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성가시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셀 수 없는 것을 세 가지 이야기해보세요. 지금 서 있는 장소를 파 내려간다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말할 수 있는 물고기가 있을까요? 고소공포증을 앓는 새도 있을까요? 당신의 집게손가락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리켰습니까? 담배 연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현관문 손잡이에는 누구의 지문이 남아 있나요? '0'이 발견된 것은 아침이었을까요, 밤이었을까요? 이런 엉뚱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답을 찾다 보면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든다.

 

 

Do you remember how many strawberries you have eaten up until now?

157. 과거의 인물과 만날 수 있다면 누구와 만나고 싶습니까?   p.209~210

만약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누가 되고 싶나요? 이미 기억하고 있는 꿈보다 이미 잊어버린 꿈이 훨씬 더 많은가요? 어떻게 하면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속이는 것과 속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을까요?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이 살아가는 이상적인 속도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길잡이로 삼았던 것을 다섯 개 떠올려보세요. 세상의 모든 화살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올까요? 이렇게 의미 심장한 질문들도 가득하다.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었던 것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실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들 말이다.

질문은 하나지만, 답은 하나가 아니다.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수백만 개일 수도 있다. 그러니 365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365개가 아닐 것이다.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생각해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것 같은 어려운 질문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같은 질문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오늘과 한 달 후 다시 마주했을 때도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대답들이 바로 ''를 이루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방식과 생각들에 정답이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유년 시절 이후 우리가 잊어 버리고 살았던 왜? 라는 호기심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창의적인 질문들의 향연과 함께 하는 일 년이라면, 분명 지난 일 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시작되고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계획으로, 올해는 뭔가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1월을 시작해 보자. 쓸모 없어 보이고, 다소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365개의 질문들과 함께라면 아주 특별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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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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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결국 당신이 받은 사랑은 당신이 베푼 사랑과 같아요.

-폴 매카트니가 쓴 가사 가운데 존 레논이 최고로 뽑은 대목이다.

2002 6 6일자 <더 프레스>에서(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중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비틀스는 모를 수가 없다. 오죽하면 "20세기 대중음악은 비틀스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를 올린 밴드, 빌보드에서 가장 많이 차트 1위를 차지한 밴드, BBC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영국인,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팝 그룹 중 하나인 비틀스, 그리고 그 일원으로서 존 레논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음악계의 지형도가 만들어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책은 존 레논이 남겼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영어 원문과 해석, 그리고 언제 그런 말을 했는 지와 어느 매체에 수록되어 있는지 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되어 있다. 뛰어난 언변과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비틀스에서 언론 인터뷰를 도맡았던 존 레논이기에, 거침없는 그의 말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덕분에 그는 논란의 주인공이 될 때가 많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휩쓸리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초한 거 였기도 했으니 말이다.

If art were to redeem man, it could do so only by saving him from the seriousness of life and restoring him to an unexpected boyishness.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단 하나뿐이에요. 진지한 인생에서 어린아이 같은 예상 밖의 쾌활함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죠.

_1968년 발언.

1996 9 29일자 <선데이 태즈메이니안>(호주)에서 인용.

존 레논은 자신이 가난한 노동자 출신임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흙수저 신분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말한 첫 번째 흙수저 계급 음악가'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엄청난 유명세와 인기에 휩쓸리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 유명세, 가족, 약물 복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말, 반전운동, 정치 등등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그가 했던 말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의 말들은 존 레논이라는 한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비틀스의 성공 이후 방황과 굴곡의 시기를 거쳐 오노 요코를 만나 아티스트이자 평화주의자로서 거듭나며,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죽는 순간까지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오노 요코와의 관계, 멤버 간의 불화설 등 수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서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소통하려했고 사랑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려고 했다. 이 책을 번역한 뮤지션 이승열은 존 레논을안티히어로의 반열에 올리고 싶다고 말한다. 존 레논의 음악과 가사는 위정자들을 향한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고, 욕이었다고. 인터뷰에서의 그의 도발적인 유머와 거드름은 록 스타로서의 지위에 걸맞았다고 말이다.

존 레논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현재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나머지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의 바르게 살려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은 심술궂지만 위트가 넘치는 존 레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의 말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그의 음악과 영혼을 만나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를 오래도록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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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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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황하 잉어들이 호구 폭포를 뛰어올라 용문을 통과해 용이 된 후 장안성 지하에 보내진다고 했다.

"우리는 잉어였을 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언젠가 용문을 통과해 잉어 허물을 벗고 용이 되면 단숨에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했지. 하지만 용문을 통과하자마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지. 우리는 용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장안성 군대에게 잡혀 이곳으로 끌려와 매일 터널을 달리고 있어. 하늘은 고사하고 햇빛도 보지 못해."    p.56

<장안 24>라는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던 마보융의 신작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였던 당나라의 서울, '장안'을 배경으로 긴박감 넘치는 대테러전을 그렸던 전작에 비해, 이번에 만나게 된 <용과 지하철>은 같은 장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판타지물이다. 역사서에서 기록된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허구의 인물과 실재했던 역사 속 인물들을 함께 등장시켜 개연성 뛰어난 팩션을 만들어냈던 작가가 용이 등장하고, 신비한 도술이 펼쳐지는 판타지라니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보융은 역사 미스터리, SF, 판타지, 단편 코미디, 대중적인 역사 논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발표해 '문학 귀재'라는 별명까지 얻은 작가이니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장안 24>로 마보융의 매력에 푹 빠졌던 터라 이번 작품도 매우 기대가 되었는데, 굉장히 색다르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장거리 마차 여행이 처음인 열살 소년 나타는 멀미로 고생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차가 급정거하고, 마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얼룡들의 습격이 벌어진 것이다. 얼룡은 시커먼 연기가 모여 몸통을 이루는데, 대부분 용의 형상을 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존재였다. 천책부 공군이 등장해 얼륭을 물리치고, 그 과정에서 나타는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경이로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타의 아버지가 이정 대장군이라 항상 바쁜 관계로 옥환 공주가 대신 소년을 데리고 장안 구경을 시켜 준다. 모든 게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했던 것은 사람들을 태우고 달리는지하룡이었다. 진짜 살아 있는 수백 마리의 용들이 터널을 뚫고 달리며 수많은 장안 백성들을 원하는 곳에 대려다 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타는 그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지하에만 있으면 용들이 답답하지 않을까. 나타는 용들의 처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그래서 다음날 혼자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자 지하룡들을 만나보기 위해 역으로 향하고, 용들이 모여 사는 지하 터널 끝 동굴로 숨어든다.

 

옥환은 들을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만약 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일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정말 지하룡이 흉수가 아니라 나타를 구해준 나타의 친구란 말인가? 순간 울먹이는 나타 얼굴이 떠올랐다. 나타와 용이 정말 친구였을까? 이렇게 황당무계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과 짐승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데? 하지만 이 둘이 친구여야만 이 모든 상황이 설명이 된다.   p.134~135

장안에서는 매년 용문절이 열리는데, 그때 수많은 잉어들이 호구 폭포를 거슬러 올라 용문을 통과해서 용이 된다. 매년 용문을 뛰어넘으려는 잉어는 수만 마리가 넘고, 그 중 가장 강인하고, 똑똑하고, 행운을 타고난 몇 마리만이 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오를 거라는 그들의 기대는 용문을 통과하자마자 사라져 버린다. 용문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장안성 군대에게 잡혀 지하로 끌려와 매일 터널을 달리게 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하늘은 고사하고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용이 되자마자 지하로 끌려왔기 때문에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던 그들은, 하늘을 나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알지 못했다. 용이 하늘을 날 생각이 없다니, 나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무런 희망도 바람도 없는 용들의 눈빛을 보며 나타는 큰 충격을 받고, 그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로잡힌 용들의 분노가 쌓여 만들어진 얼룡은 점점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지고, 역린의 원한과 분노가 곧 초대형 얼룡으로 변해 장안을 덮치게 되는데.. 과연 장안을 공격하는 악룡의 출현과 지하룡들의 자유를 찾아주고 싶은 소년 나타의 바램은 어떻게 될지 이야기는 숨가쁘게 흘러 간다.

상상의 동물인 용이 실재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욕심으로 용들을 지하철로 만들어 이용한다는 기발한 상상력도 흥미진진했지만, 무엇보다 용과 인간의 갈등을 화해시키려는 존재가 어린 소년이라는 점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인 전개를 펼치고 있다. 소년의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이 지하룡들과의 소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람과 짐승이 친구가 된다는 황당무계한 상황에도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신화와 과학이 공존하는 세계 자체에 거부감 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책에는 <용과 지하철> 외에도 단편 세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SF와 기담, 환상문학을 아우르는 마보융의 단편들은 소재도 다양하고, 흥미로워 마보융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여 주었다. 그의 다음 작품도 무조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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