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구름이여, 안식을 모르는 구름이여! 나는 철없던 시절부터 구름을 사랑했고 구름을 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나 또한 한 점 구름처럼 살아가게 될 줄은, 어디서든 낯선 존재로서 시간과 영원 사이를 둥둥 떠다니며 방랑하게 될 줄은. 어린 시절부터 구름은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이자 누이였다.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린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 시절 구름에서 배운 것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p.21


거장들의 품격 있는 문장과 사유를 소개하는 열림원의 '열다'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빈센트 반 고흐의 <싱싱한 밀 이삭처럼>, 버지니아 울프의 <모두의 행복>, 로베르트 발저의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에 이어 이번에 나온 것은 헤르만 헤세의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이다. 에세이, 시, 소설, 편지 등 다양한 장르의 글과 사유의 흔적들을 찾아 모으고 엮은 것이 이 시리즈인데, 이번 책은 헤르만 헤세의 산문, 시, 단편 중 ‘구름’을 테마로 삼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새롭게 엮은 것이다. 


사실 헤르만 헤세는 시도 때도 없이 변덕스럽게 변하는 구름의 다채로운 변주에서 많은 영감을 이끌어낸 작가로 유명하다. 초기 작품 <페터 카멘친트>를 여는 유명한 대목 "이 넓은 세상에서 나보다 구름을 잘 알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는 어쩌면 헤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만년의 소설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와 성찰, 자연 묘사로 구름에 대해 표현하고 해석해 왔다. 이번 책은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을 모은 것이다. '열다'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열었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도 헤세의 글을 모은 것이었기에,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고요히 움직이고 많은 갈래로 나뉜 이 흐린 하늘이 내 마음의 반영인지, 아니면 내가 내 마음속 이미지를 단순히 이 하늘에서 읽고 있는 것뿐인지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이 너무 불확실하다! 어떤 날은 지구상의 누구도 공기와 구름의 분위기를, 색조와 향기, 습도의 변화를 나처럼 예민한 시인과 방랑자의 감각으로 정밀하고 섬세하고 충실하게 관찰하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다 오늘 같은 날이면, 내가 정말 이 모든 걸 실제로 보고 듣고 냄새 맡았는지, 아니면 내가 인지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외부로 향한 내 마음속의 이미지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p.91~92


어릴 때는 구름이 솜사탕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했었다. 자라면서 비행기도 타고, 비행기 창문 너머로 구름을 보기도 하고, 과학 시간에 원리에 대해 공부하면서 구름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고 꽤나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어린 시절 꿈꾸었던 구름 조각들이 아직 남아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기상 현상이 아주 많지만, 구름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것도 없을 것이다. 매일, 아무때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관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푸르른 여름 하늘과 예쁜 뭉게구름을 보고 있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풍경 속으로 쓱 들어간 듯한 느낌도 든다.


구름은 손으로 잡을 수 없고 그저 눈으로만 볼 수 있다. 구름은 공간에 실체감을 부여해 텅 비어 있는 하늘을 가득 채워준다. 헤르만 헤세는 구름을 보다 시적인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구름은 허공을 뚜렷이 가시화함으로써 공기의 움직임을 더 생생하게 인지하게 해'주고, '지상의 물질로서 그것 말고는 다른 어떤 물질도 볼 수 없는 저 높은 상공에서 여전히 지상의 물질적인 삶을 이어 간다'고 말한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보다 구름을 잘 알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이 세상에 구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썼다. 구름에 대한 그의 애정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서, 정말 오랜 시간 구름에 대해 사유하고, 관찰하고, 글을 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구름의 움직임이 노래가 되고, 언어로 빚어져 시가 되고, 어느 순간 구름의 표정과 몸짓이 눈앞에 고스란히 보이는 듯한 느낌이 되는 그런 책이었다. 헤세의 책은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구름'에 관련된 글만 모아서 한 권이 되니 또 색다른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열다' 시리즈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작가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물학적 방법은 몸으로 계절을 느끼는 것입니다. 졸음이 오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면 봄, 꾀꼬리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계곡에 함박꽃이 피면 초여름, 모기가 극성을 떨고 몸이 끈적이면 여름, 찬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면 가을, 곤충들이 사라지고 따듯한 손길이 그리워지면 겨울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가 삐딱하게 돌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구가 똑바로 돈다면 어떻게 될지를.                p.143


식물은 광합성을 거쳐 산소를 생성하고, 동물은 이 산소를 사용해 호흡한다. 동시에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식물은 다시 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해양 생물의 9퍼센트인 155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곧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올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세계는 지금 온난화로 인한 산불과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에게 익숙했던 날씨와 계절이 사라지고 삶이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류는 성장에만 몰두할 뿐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 곳을 없애는 것이 결국 인류의 생존조차 위협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책은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생태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 태, 감, 수, 성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수십 개의 단어들을 묶었고, 그것들을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그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감정 이입, 움벨트, 경쟁, 부엔 비비르, 백두대간, 미기후, 상호 의존성, 반려동물, 생태계, 비오톱, 기후 변화, 과학철학, 실수, 희망 등의 단어를 토대로 자연을 잊고 소비와 성장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에게 숲의 목소리를 들려 준다. 저자인 수십 년간 나무를 돌보며 그 곁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30여 년의 시간, 전국 수만 그루의 나무들을 치료해온 나무의사이자 자연이 전하는 삶의 가르침을 담담하고 우직한 태도로 기록해온 작가로서 자연을 공부하며 그러모은 수십 개의 생태단어들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을 일깨워준다.




내 몸에 타인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것은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생태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면 우선 우리가 사는 생태계 내에서의 상호 의존성과 연결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서로의 건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순환은 생태계 내에서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가능하게 하며 생명체 간의 복잡한 교류를 통해 유지됩니다.              p.274


저자는 말한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자연의 역습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올바른 길을 찾으려면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가 사는 곳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태감수성도 피어날 거라고 말이다. 생태감수성을 올리려면 우선 일상에서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산책이나 캠핑, 텃밭 가꾸기처럼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하거나 집 안에 작은 화분을 들이거나 화단을 만들어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직접 재배해보자. 식물들의 생태를 알아가다 보면 생태감수성이 쑥쑥 올라가며 식물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태감수성이란 생태계가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의 생태계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하지만 생태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생태계를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노력한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가두며 흙을 움켜쥐고 모든 생명을 보듬는다. 따라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나무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이 책을 말한다. 그러나 나무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나무는 불평하지 않고 어디서든 잘 자라며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 떠올랐다. 나무가 사랑하는 소년에게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며 행복해하다, 더 이상 줄 게 없을 만큼 세월이 지난 뒤 자신의 나무 밑동울 내어 주며 쉴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인생의 참된 가치, 진정한 사랑과 베품의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지만,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나무는 인간과 늘 공존해왔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왔다. 인류 문화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무지를 일깨워 왔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의 지구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에게 지혜를 구하고 실천하는 데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들이 우리에게 생태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나무와 생물들에게도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법소녀 : 힘들고 괴로운가요? 누군가 해결사처럼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고 바라시죠?

'이게 뭐야?'

눈물로 앞이 아른거려서 채팅방에 올라온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마법소녀 : 그럼 이곳으로 들어오세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해결 사이트 http://h.me/***** (비번 @#$%^&)'            p.141


도경이 가족은 지난주 주말, 해민이네 집 2층으로 이사를 왔다. 세를 놓은 2층이 통 나가질 않아 걱정하던 해민이 엄마는 방이 나가자 기뻐하며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한다. 해민이 엄마는 미혼모로 해민이를 낳았고 동네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중이다. 도경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를 왔고,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도경이네 집에 반찬을 가져다 주러 간 해민이는 그집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해민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도경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동네와 학교를 오가며 점차 친구가 된다. 


해민이와 같이 문예 창작 동아리인 소정이는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곧 있을 학생 문예 대회 '공감 에세이' 부문에 해민이와 소정이가 참가하게 되었는데, 소정이는 작년에도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터라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해민이는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차마 거절은 못했지만 계속 걱정이 앞선다. 해민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글을 썼고, 그 글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소정이는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 분하고 억울하다. 늘 대충대충,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던 해민이가 대상이라니.. 분명 표절했을 거라고, 표졀인 게 밝혀지면 자신이 다시 대상을 수상할 거라고 생각한다. 급기야 소정이는 해결 사이트에 진실을 밝혀 달라고 의뢰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떠남길 수 있는 이곳은 다른 사람의 의뢰를 해결해 줘야 자신의 의뢰를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렇다몬 소정이는 벌써 누군가의 의뢰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건데, 타인에 대한 악의로 가득한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런 거 누가 믿냐고? 어허, 믿음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는 법이지. 못 믿겠으면 초대 링크를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야. 근데 궁금하지? 고민할 시간 없어. 여차하면 문은 닫혀 버려. 기회는 지금뿐이야.

해결 사이트에 입장했다면 축하해. 넌 이제 소원을 이룰 수 있어. 물론 먼저 노력을 좀 해야 해. 남의 소원을 먼저 들어줘야 너한테 자격이 생기거든. 현대판 상부상조라고나 할까? 와, 내가 생각해도 이 시스템은 정말 멋져.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지?            p.224~225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누군가 해결사처럼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메시지가 온다면 어떨까. 이 각박한 세상에 요정도 산타도 램프의 지니도 없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궁금해지지 않을까. 스팸 메일 문구처럼 수상하기 짝이 없더라도, 만약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뭔지나 한번 볼까 하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청소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어떤 의뢰든 해결해 준다는 비밀 채팅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림중학교에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오픈 채팅방이 있다. 그날의 급식 투표, 시험 자료 공유, 각종 소문에 대한 게시글들이 있는 그곳에서는 가끔 수상한 링크가 포함된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끙끙 앓고 있는 고민, 자기 손으로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고민을 의뢰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전교 1등이 시험을 망치게 해 주세요, 짝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개인 정보를 알려 주세요.. 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문구점의 유리창을 깨 주세요. 동네 골목에 시끄러운 개를 죽여 주세요... 등 불법적이고, 위험한 의뢰가 이어진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또래 독자들이 공감할 법한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선한 의지로 연대하며 위기를 돌파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현직 교사라서 그런지 굉장히 현실감있고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과 현재를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
오경은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분명 정확한 발음으로 했는데 왜 원어민은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걸까?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보면 왜 아는 단어조차도 잘 안 들리는 걸까? 영어 공부를 하면서 발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면, 토종 한국식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부드럽게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꼭 만나야 하는 책이 있다. 


26년간 누적 54만 부, 영어 발음 분야 1위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가 전면 개정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히 새롭고, 더 강력해진 최신 개정판이라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왔다면 이번에야말로 영어 발음 바이블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주구장창 주입식 영어 공부를 해왔고, 대학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영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덕분에 나 역시 꽤 많은 히스토리를 거쳐오면서 나름 영어 공부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꽤 만족스러울 만한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늘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혹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한 켠에 있어서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올해는 조금 도움이 되는 영어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 바로 이 책 덕분에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경력의 영어 발음 전문가로 미국인도 교포로 오해할 만큼 완성도 높은 발음을 구사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 영어 학습자다. 그래서 한국인이 영어 발음을 익히며 겪는 어려움과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기에, 이렇게 실용적인 훈련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리드미컬한 언어로, 단어가 어떻게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지 익혀야 한다. 특정 소리에 강세가 들어가고 한 문장 내에서도 강조해 말하는 단어가 있으며 음의 고저가 있다. 그렇다면 영어 발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은 정확한 영어 발음을 위한 훈련법부터 시작해 영어 발음을 기초, 확장, 완성의 세 단계로 구분해 차근차근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잡하고 지루한 이론 설명 대신 직관적인 일러스트와 핵심만 짚어주는 간결한 설명으로 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예를 들어 't'같은 경우 혀끝을 입천장에서 앞니 뒤쪽으로 볼록하게 도드라진 부분에 댔다가 떼면서 동시에 입안의 공기를 힘껏 내뿜어 발음해야 하고, 'f'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바람만 세게 내보내는 소리이다. 특히 f가 단어 끝에 있을 때 '프'라고 모음 '으'를 넣어 발음하지 말고, 바람 새는 소리만 내야 한다. 단어별로 미국식발음과 잘못된 발음을 구분해서 표기해놓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trip'는 '츄맆'이 원어민 발음, '트립'이 잘못된 발음이고, 'cotton'은 '캍은'이 원어민 발음, '코튼'이 잘못된 발음이다. 'model'은 '마를'이 미국식발음, '모델'이 잘못된 발음, 'ready'는 '뤠리'가 미국식발음, '레디'가 잘못된 발음이다. 




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하다 보면, 영어가 들리지 않고 말이 막히는 이유가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어민 MP3, 그대로 읽으면 원어민처럼 들리는 우리말 표기까지 그야말로 '소리 중심 영어 학습법'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초보자는 물론 중급자 이상인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말로 써진 그대로 읽어도, 원어민 발음처럼 들리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어 발음 훈련이 끝나면 회화 훈련으로 이어진다. 발음 공부를 하는 진짜 목적도 자연스럽게 영어로 듣고 말하는데 있으니 말이다. 문장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와중에도 완벽한 발음을 위한 포인트, 회화에 꼭 필요한 꿀팁도 하단에 따로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구어체 발음에 대한 팁과 영어 사전에서의 발음과 실제 미국인들의 발음 차이, 헷갈리는 발음을 구분해서 하는 방법 등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깨알같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왜 이 책이 오랜 세월 동안 영어 발음 바이블로 사랑받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특히나 '한국인에게 딱 맞는' 영어 발음책이라는 점도 추천해주고 싶은 점이다. 토종 한국인임에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발음해보는 것을 꿈꾼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 영감노트 - 읽고 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고전 수업
기무라 류노스케 지음, 김소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대단한 점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사랑, 증오, 분노, 후회, 인생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감동이나 감정은 종종 너무 커서 말로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는 더 그렇지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나란히 서서 혼연일체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랑을 뒤집으면 증오가 있고, 분노 바로 곁에는 용서가 있습니다. 매우 재미있기도 한 반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삶입니다.             p.67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4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여전히 동시대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같은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작품 제목은 물론 스토리나 대사까지 아마도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재창조되는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셰익스피어가 사랑받는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해석해온 연출가이자 ‘진심인 덕후’인 저자가 대중을 위해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의 정수를 담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영미문학 전공으로 셰익스피어를 연구했고, 셰익스피어 전문 창작집단을 설립해 전 작품의 무대 연출을 맡아왔다. 이 책은 말, 이야기, 낭독, 연출, 시대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살펴본다. 애초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무대에 올리기 위한 극작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연출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 무대 연출 사례와 대사 분석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셰익스피어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당시의 질퍽거리는 인간관계를 그린 것도 있고, 인간이란 정말 위대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으며, 지금 세상에는 차마 방송되기 어려운 막장드라마 같은 가십,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토리도 담겨 있다. 이렇게 워낙 작품들이 다채롭다 보니 별별 음모론이 다 있는데, 실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란 인물은 존재하지 않고 팀이 공동 집필해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는 설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봐왔듯 셰익스피어는 비비드한 감각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했고,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임팩트를 주는 연극이라는 수법을 활용해 '인간과 세상'을 표현했습니다. 문학가로 유명하지만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일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문학'이라는 틀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정보량과 리얼리티를 지닙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울려올 만큼의 강도로 현실 그 자체를 전해주지요... 그 관점으로 보면 400년도 더 전이라는 시간적인 거리 같은 건 전혀 상관이 없어집니다.                 p.221


원문을 읽지 않았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은 대부분의 내용을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읽지 않았음에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유명하고, 대중적이고, 여러 버전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진가는 명문장들에 있다. 시처럼 압축된 표현들과 수많은 은유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과 지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변화하는 당대의 사회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흥미로운 극 <햄릿>, '악인' 자체보다 '악'의 작용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주는 <오셀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가운데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리어 왕>, 인간의 양심과 영혼의 절대적 붕괴라는 명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맥베스>까지 나는 4대 비극을 비롯해, 5대 희극, 그리고 후반부에 발표되었던 작품들까지 거의 다 읽었다. 영화, 뮤지컬, 연극 버전으로 변주된 이야기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만나왔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것처럼 흥미진진했으니, 그게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셰익스피어가 그린 이야기는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 사실적이면서도 납득이 되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진짜 삶이 반영된 스토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연출가다운 시선으로 그러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미완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지문'이라 불리는 보충 설명도 거의 없고, 읽다 보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싶은 이야기의 빈틈도 많이 나오며 배경 설정도 알 수 없고, 구체적인 감정 지시도 없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일부러 작품에 여백을 남긴 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대사와 구성도 짚어 보며 어떻게 시대를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 마음까지도 울리는 작품들이 되었는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을 연출하는 구체적인 과정까지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후반부에는 37편에 이르는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혼자서 20년에 걸쳐 완역한 번역가와의 대담을 수록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성격 유형별 추천 작품, 주요 캐릭터 도감 등 다양한 읽을 거리들이 있으니 셰익스피어가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