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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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 중에 가장 외향적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긴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책이다. 스스로를 '내향인 49% + 외향인 51%'라고 설명하는 작가 최서연은 영어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이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만화를 배운 적도 없는 대학생이 그린 만화라는 설명에 큰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까꿍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이 책은 평범한 2000년생 대학생 최서연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려 SNS에 올리면서 시작된 '까꿍TOON’의 주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처음 신어보는 구두가 하수구에 껴서 결국 굽이 빠져 절뚝거리며 귀가하고, 단발 레이어드를 하러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했는데, 미용사분의 만족감과는 다르게 세기말 인간이 거울 속에 있었다. 그 모습 아래 적힌 멘트, '시간을 거스르는 자'. 무심코 던지는 멘트들이 정말 너무 웃겼다. 민증 사진 찍는 걸 미루다가 대충 되는대로 찍었더니, 결국 민증 사진을 사용한 대학교 학생증 사진으로 첫날부터 본인 맞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친구들과 구두약속을 했다가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다는 마음으로 대동단결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약속을 취소하기도 한다.

 

누구나 읽다가 이거 내 얘긴데, 이건 내 친구랑 똑같잖아.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까꿍의 하루는 그렇게 지하철에서 만난 다양한 유형의 빌런들, 사랑니 발치, 독서실에 등장한 비둘기, 셀카 불청객, 알바의 세계, 인생샷 촬영 실패, 대면시험 등등 주위를 둘러 보면 어디서나 만날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은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와 공감가는 멘트들로 빵빵 터지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대한 심플한 배경에 인물 몇 명만 나와서 짧은 대화로 이루어진 단 두 페이지 짜리 만화인데,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유쾌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맛깔나게 풀어내는 입담 좋은 사람처럼 이 책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일상을 사랑스러운 재미로 만들어 낸다. 코로나로 인해 바뀌게 된 대학생들의 일상 속 이야기들도, 보람차고 기도 차는 알바 생활의 리얼한 이야기들도 파란만장하다.

 

무더운 여름 푹푹 찌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아무 생각 없이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자석처럼 재미난 일을 끌어당기는 까꿍의 하루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의 순간들을 안겨줄 테니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비롯해서 웃을 일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지쳐 있는 우리에게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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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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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들리는 '청인' 중심 사회에서 '들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요된 불편함은 비단 지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생명에 관해서만큼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재해시 송출되는 긴급방송이나 사고시 교통기관의 안내 방송도 그들에게는 가 닿지 않는다. '그 지진' 당시 많은 장애인의 피난이 늦어지고 지원을 못 받는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그중 '들리지 않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p.41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가 어느새 세 번째 이야기로 찾아 왔다. 이 시리즈는 2017년에 출간되었던 <데프 보이스>에 이어 2019년에 나왔던 <용의 귀를 너에게>,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사실 오래 전에 <데프 보이스>라는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청인, 농인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청각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말 대신에 사용되는 단어였지만, 일상에서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는 표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농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청인도 있고, 부모 모두 청인임에도 아이가 선천적인 농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 즉 코다(CODA)이다. 그는 경찰서 사무직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다 그만두고, 수화 통역사로 일을 시작해 법정 통역을 하며 농인의 세계를 둘러싼 편견과 차별에 맞서게 된다. <데프 보이스>에서는 한 농아시설에서 17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살인사건에 얽힌 전말을 밝히는 이야기가 펼쳐졌고,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는 그로부터 2년 뒤 여전히 법정 통역 일을 하고 있는 아라이가 여러 사건을 마주하며 농인들의 세상 속 수화 통역사로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힘 있는 시선이 아라이를 향하고 있었다.
<제 말을,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재판관에게 전해 주세요.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라이는 그때 확실하게 알았다. 그녀는 누구의 설득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이번 '싸움'을 결심하였다. 그녀가 원하는 건 '약자를 위한 지원'이 아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바라고 있다.    p.245

 

이번 작품에서는 아라이가 수화 통역사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어른스러워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와 연인 미유키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사실 그는 아이 낳기를 망설였는데, 태어날 아이가 '들리지 않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났고, 생후 한 달이 되어 받은 신생아 청각 선별검사에서 청각 장애가 있다는 판명을 받는다. 아라이와 미유키는 딸의 양육 방식을 두고 깊게 고민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이야기들에 비해서 아라이 집안의 6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과 아라이와 미유키가 점점 더 부모가 되어가는 모습이 뭉클하게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만의 특별한 점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저쪽'과 '이쪽' 두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라는 점일 것이다. <데프 보이스>에서 등장할 때만 해도 아라이는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작품을 거쳐 오면서 이제는 데프 커뮤니티 안에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들리지 않는 아이'의 90퍼센트는 '들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가족이 모두 '들리는' 가운데, 혼자만 '들리지 않는' 아이로 태어나 자란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족과 함께 있어도 늘 외톨이라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였던 아라이의 지독한 외로움은 가정을 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수화 의료 통역의 문제점, 청각장애인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 차별 민사소송 등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는 에피소드들도 너무도 현실적이라 놀라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농인들의 음성이 되지 않는 외침'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지기를, 소수자가 놓여 있는 불공정한 현실이 조금씩 달라지기를,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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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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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 다르게 들리는 소리가 있다.
내 목소리다.
나는 나 자신에게 늘 착각이다.    p.311

 

박노해 시인은 2014년에 시작해 7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박노해의 걷는 독서>를 연재 중이다. 이 책은 그렇게 연재한 2,400편의 글 가운데 423편의 글을 엄선해 묶었다. 그리고 각각의 페이지에는 글에 맞는 컬러사진을 수록해 글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전체 페이지가 880페이지나 되어 마치 사전처럼 느껴지는 두께감의 책이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듯한 판형이라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각각의 페이지에 하나의 글과 사진만 수록했기 때문에, 매일 아무 페이지나 들춰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책에 수록된 사진 크기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그 정취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수록된 사진들이 궁금했다면, 서촌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展이 진행되고 있으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 2,400편 중 엄선한 57점의 작품이 특별 전시되고 있으며, 전시관람은 무료이다.

 

 

 

오늘은 오늘로 충분한 것.
오늘의 실망도 미움도 괴로움도 그만 접자.
새도 지친 날개를 접는다.
접어야 다시 내일의 창공을 날 수 있으니.     p.759

 

이 책에는 내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내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다, 일을 사랑하지 말고 사랑이 일하게 하라, 살아있는 모든 이는 죽은 자를 딛고 서 있다, 기를 쓰지 말고 마음을 써라, 나 어떻게 살 것인가 막막할 때는 어떻게 살지 말 것인가를 생각하라.. 등등 단 한 줄로도 충분한 글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이자 편지이자, 고백록이자 명언집처럼 읽히기도 한다. 짧은 한 줄의 문장들은 영어로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페이지가 구성되어 있다. 한국문학 번역의 독보적인 대가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박노해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번역하여 우리말의 깊은 뜻과 운율까지 살린 영문을 나란히 수록하였다.

 

시인은 서문에서 '우린 지금 너무 많이 읽고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잠시도 내면의 느낌에 머물지 못하고 깊은 침묵과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사진의 크기를 줄이고, 짧은 문장들만 수록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매 페이지마다 여백의 미가 충분히 느껴지는 책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나의 책읽기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시인의 말처럼 너무 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많이 내 속에 담으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바쁘게 앞만 보면서 달려가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정보들을 쏟아 붓다 보니, 읽었던 책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지식들이 결국 희미해져 버리기도 한다. 천천히 풍경을 즐기면서 걸을 때처럼, 그렇게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금,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가 가득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면,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를 만나 보자.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필사하기에도 좋고, 짧은 시간에 잠깐 읽기에도 좋다.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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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마인드 : 결정적 순간에 차이를 만드는 힘 -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멘탈 트레이닝
짐 아프레모 지음, 홍유숙 옮김 / 갤리온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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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시작할 때 심판은 "플레이 볼!" 이라고 외친다. 공으로 일이 아니라 놀이를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사실이 숨어 있다. 스포츠는 놀고, 즐기며,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웃으면서 즐기면 팀원들끼리 강력한 연대가 생긴다. 물론 이때 이야기와 농담에는 비열한 의도가 숨어 있지 않아야 한다. 경험을 즐길수록 성적은 점점 더 좋아진다. 게임에서 어떤 점이 재미있고, 즐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면 성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90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이런 말을 했다. "스포츠란 90퍼센트의 정신력과 10퍼센트의 신체로 이루어진다." 라고. 위대한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는 "우수한 선수 100명은 체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 중압감을 견디고, 결정적인 순간에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힘은 정신력에서 나온다." 라고 말했다. 그러니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 하더라도, 혹은 뛰어난 체력만으로는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얘기다. 정신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동에 대한 감각이나 기술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꽤나 놀라운 얘기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저자 짐 아프레모는 수십 년간의 실전 경험과 경기력 향상에 관한 심리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멘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운동 선수들처럼 최강의 정신력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팀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운동선수든,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루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불필요하게 신경 써야 하는 일을 막아주기도 한다. 남이 던지는 생각 없는 충고나 당신의 멘탈을 흔들기 위해 경쟁자가 툭 던지는 날이 선 말들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 경기 전에는 자신과 관계없는 것을 깨끗이 무시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선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계획대로 경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p.250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최대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이다. 곧 있으면 개최될 도쿄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지금도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위대한 운동선수들이 말해주는 조언을 통해서 진짜 챔피언의 마인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부로 드러난 점수보다 '마음속'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 궁극적인 승리라는 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보여준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던컨 암스트롱,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존 몽고메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애덤 크릭,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닉 하이송 등등.. 이 책에는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훈련했는지, 챔피엄의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어떤 여정을 지나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 각각의 스토리들이 모두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로워 스포츠 분야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희노애락을 좋아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운동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누구나 인생에서 강한 멘탈이 필요한 순간'을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가 챔피언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서 알고 있다면, 각자의 인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극한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얻은 교훈과 직설적인 충고들을 배워 보자. 그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내 삶의 결정적 순간에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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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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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우리 둘이 왜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지 명확하게 깨닫고 힘이 빠졌다. 폴 서튼의 현실은 록브리지의 작은 세계였다. 부유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살면서 늘 행운이 따랐다. 실패한 첫 번째 결혼 말고는 이렇다 할 풍속 위반이 없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 적도, 사이코패스의 잔혹한 눈을 마주한 적도 결코 없었다. 굶은 적도, 도망쳐야 했던 적도, 누군가 그의 뜻해 반해 폭력을 가한 적도, 그에 대해 나쁜 말을 한 사람도 없었다. 폴은 36년 내내 인생의 양지에서 살았고, 그래서 내가 싸워야 하는 그늘을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p.50

 

넬레 노이하우스의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 3부작이 드디어 완결되었다. 2015년 1월에 만났던 <여름을 삼킨 소녀>, 2016년 5월에 만났던 <끝나지 않는 여름>에 이어 6년 만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폭풍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여름을 삼킨 소녀>에서 열다섯 주인공 셰리든은 강간, 낙태에다 우발적인 살인까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순간들은 모두 맞닥뜨렸다. 이어 <끝나지 않는 여름>에서 열일곱이 된 셰리든은 시작부터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되어 의붓오빠들을 유혹한 배은망덕한 입양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10대 소녀에게 너무도 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었고, 덕분에 너무도 파격적인 행동과 거침없는 사랑을 벌이는 모습으로 그다지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작품 <폭풍의 시간>에서는 스물한 살의 결혼을 앞둔 셰리든이 등장한다. 그녀는 네브래스카의 천박한 여자아이나 대량학살자의 여동생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캐럴린 쿠퍼라고 이름까지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참이다. 그런데 웨딩드레스 피팅을 보러 간 날 결코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남자 이던에게 납치를 당한다. 이던은 잔인한 포주로 과거 그녀의 보스이자 애인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셰리든은 25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약혹자인 폴에게 과거의 이야기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셰리든은 이던과 그의 수하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다 교통사고를 냈고, 덕분에 그들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약혼자에게 과거의 일을 전부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리고 결국 폴과 헤어지고, 네브래스카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가 놓아주질 않네요. 그렇죠?”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식어서 쓴맛이 났다.
“셰리든, 누구도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어.” 아버지가 대답했다. “자기 삶의 구성요소로 만들고 그것과 화해할 수 있을 뿐이지. 지금 여기를 사는 것, 그리고 지나간 것과 앞으로 올 것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 우리는 그 두 가지 모두에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으니까.”     p.254

 

셰리든은 그렇게 5년 만에 네브래스카로 돌아온다. 자신이 평생을 알던 호의적인 사람들에게로, 그녀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로 말이다. 셰리든은 자신이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외로웠던 감정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 동안 필사적으로 사랑과 인정을 찾으려고 여러 남자를 만나왔고, 상처를 받을수록 절망감은 커졌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새로운 시작을 해볼 수 있을까.

 

극중 셰리든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했던 말처럼 '인생이란 결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대부분 감정에 따라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는 우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 자신이 내린 결정의 총체일 뿐이다. 세 작품을 거쳐 오면서 셰리든에게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그녀는 수 많은 결정과 기회 속에서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 지, 스스로는 얼마만큼 믿어도 되는 건지, 갈등하고, 고민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녀에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낮에는 잠잠했던 과거의 유령들이 밤에는 악몽이 되어 그녀를 괴롭혔고, 속수무책의 분노와 눈물, 그리고 얼굴로 피가 솟구치는 것 같은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저 한 소녀의 성장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을, 그야말로 폭풍같은 시간을 거쳐온 셰리든이기에 그래도 결국에는 희망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셰리든 그랜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결국 어떻게 완결이 될지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보아야 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대표되는 '타우누스 시리즈'로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넬레 노이하우스지만, '셰리든 그랜트'시리즈 또한 그에 못지 않는 수작이기 때문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자신의 모든 여자 주인공 가운데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인물이 셰리든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좋아했다면, 그녀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셰리든의 이야기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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