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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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인간을 약하게 만든다. 약점이기 때문에 비밀이다. 그러니 비밀을 털어놓는 건 신뢰 속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내 등에 칼을 꽂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괜찮은 거였다. 어떤 비밀은 털어놓지 않아야 하고, 어떤 비밀은 듣지 말아야 한다. 어떤 비밀을 지키고 털어놓을지는 경험이 알려줬다. 지아는 그런 경험을 쌓을 만큼 많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다. 스물다섯의 청춘은 그래서 위태롭고 불안했다.   p.31

 

뉴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의 겨울, 스물 다섯의 지아는 치매병동의 간병인으로 일했다. 어린 시절 군인에게 쫓기던 청년을 도와주다가 어머니가 죽임 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게다가 어머니의 죽음은 어린 지아의 실수에서 비롯되었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녀에겐 제2의 인격이 생겨난다. 정신을 잃고 깨어 나면 기억하지 못하는 사달이 벌어져 있었고, 혜수라고 이름 붙인 그 인격은 지아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간병인으로 일하던 중 직장 동료에게 상해를 입힌 혜수로 인해, 지아는 피해자의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하게 되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눈이 닿는 곳마다 검은 산이었다. 낯선 하늘, 처음 보는 나무, 젖은 흙냄새로 가득한 산속에서 메스꺼운 두통과 함께 눈을 뜬 지아는 자신이 삽을 쥐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발 아래, 구덩이 속에 반쯤 파묻혀 있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흙으로 덮지 못한 반쪽짜리 얼굴은 원망과 공포로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지아는 모르는 여자였다. 언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곧 해가 뜰 시간이었고, 지아는 사람들을 피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국도를 따라 서울을 향해 걸으며, 그곳이 묵진이라는 것과 혜수가 가져간 시간이 무려 19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묵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잃어버린 19년 동안 자신은 어떻게 살았던 걸까.

 

 

지아는 항우울제와 감기약을 한 번에 때려 넣었다. 비눗방울이 터지듯 푱푱 소리가 났다. 조용한 것들이 좋았다. 얼어 있고 정지해있는 것들을 사랑했다. 정지해있는 것들은 썩지 않았다. 변화하는 것들만 추한 모습으로 늙어갔다. 지아는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정적 속에 몸을 담갔다. 얼마 후 소용돌이치는 듯한 전동 드라이버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p.356

 

<콘크리트>라는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호평받았던 하승민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묵진이라는 가상의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다중 인격이라는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아는 자신의 다른 인격인 혜수가 누구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그리고 묵진에서 왜 그 오랜 시간을 머물렀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묵진으로 향한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찾기 위해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알아내기 위해서, 스스로가 남긴 자취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19년이 바꿔놓은 세상과 19년도 바꾸지 못한 세상이 교차편집 영상처럼 흐르는 가운데, 지아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충격적이다.

 

 

다중인격, 혹은 해리성 장애라고 불리는 정신 질환은 스릴러 장르나 영화에서 꽤 다루어진 편이다. 다중인격이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하며, 보통 어떤 정신적 충격이 계기가 되어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증상을 보인다. 원래 사람의 내면은 여러 가지 인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특정 상황에 적응한 성격이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한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상상해낸 성격일 수도 있다. 집에서는 얌전했던 내 딸이 친구들 사이에선 나서기 좋아하는 리더로 변신하고, 회사에서는 자주 소리 지르는 무서운 상사였지만, 집에 와서는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아빠가 되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내 속에 너무도 많은 나'중에서 가장 어둡고, 이질적이고, 거침없는 존재가 형상화된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 존재는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었고, 어떤 것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뒷수습은 가장 평범하고, 소심하고, 힘없는 '나'가 해야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19년이라는 공백을 쫓는 여정이 고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 때문에 서사에 긴장감이 부여되고, 미스터리에 감정이입이 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가쁘게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육백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을 압도적인 서사로 꽉 채우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힘과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밀어붙이는 놀라운 작품이다. 문장이 거칠고 투박해서 세련된 맛은 없지만, 서사의 힘이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하고 있어 앞으로 나올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그 전에 데뷔작인 <콘크리트>부터 챙겨서 읽어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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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아밀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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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진화한 여자들의 삶을 상상했다. 고통스러운 월경과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어디로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누구에게 보호받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제압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자기 몸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도 다음 생에는 진화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 '로드킬' 중에서, p.24

 

'인간 여자'들이 1급 보호대상 소수인종으로 분류되어 보호소에서 양육되고 있는 미래 사회. 한 때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차지했었던 여자들은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나 살게 놔두면 하루도 못 가서 살해당하거나 잡아 먹힐 연약한 인종이 되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그들을 특별하게 보호하고 관리하고 교육해야 할 인종으로 여겼다. 보호소의 소녀들은 성년이 되면 그곳을 떠나 사회로 나갈 수 있었는데, 정부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서 자격을 검증 받은 남자들과 결혼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소녀들은 모두 하루라도 빨리 보호소를 나가고 싶어했다. 평생을 갇혀 살았으니 지겹고 갑갑한 게 당연했고, 정해진 규율대로 보호소를 졸업하고 바깥세상의 남자와 결혼하는 미래가 자신들을 구원해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재뿐만이 아니라 바로 그 미래에서도 탈출하고 싶었던 소녀들이 있었다. 친구인 두 명의 소녀는 목숨을 건 탈출을 결심한다. 바깥세상에 무슨 위험이 어떻게 도사리고 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자칫 개죽음만 되면 어쩌나 두려웠지만 말이다. 그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당당히 벗어나, 자신들이 모르는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을까. 표제작인 이 작품은 2018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작이다.

 

 

 

남편은 나의 안전을 위해준다.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타인들로부터 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 내가 불행하거나 슬프면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내 삶에서 나의 안위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다. 나와 나 사이에는 방법 카메라도, 두껍고 튼튼한 현관문도, 잠금 장치도 없다. 나로부터 나를 쫓아낼 수는 없다. 나는 시도때도 없이 나를 침범한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 '외시경' 중에서, p.176

 

이 책은 소설가 아밀의 첫 SF 소설집이다. '아밀'은 작가의 필명이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더 많이 알려졌다.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 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마이클 로보텀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 제임스 볼드윈의 <조반니의 방> 등 많은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작가의 첫 산문집이었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는 작품은 다정하고 따뜻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로 만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소설을 쓸 때 굳이 필명을 쓰는 이유를 알 것도 같은 것이, 번역가일 때와 소설가일 때 두 자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아밀은 〈로드킬〉로 2018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작, <라비>로 2020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환상문학웹진 거울’, ‘공동창작프로젝트 ILN’, ‘브릿G’ 등 기성문단 바깥 플랫폼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소설집에는 <로드킬>, <라비>를 비롯해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보호소에 갇혀 결혼 상대가 나타가길 기다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인 <로드킬>, 현대문명에 둘러싸인 소수민족의 마지막 주술사 이야기 <라비>, 미세먼지 청정지역과 그 밖으로 거주 계급이 나뉜 근미래 한국을 그린 <오세요, 알프스 대공원으로>, 가스라이팅과 가정폭력을 소재로 그린 스릴러 <외시경>, 문단 내 성폭력을 소재로 그려진 <몽타주>, 그리고 까마득한 과거, 처녀를 공영하는 어느 섬, 처녀를 구출하는 무사의 이야기인 <공희>이다. 가정 스릴러, SF, 페이크 다큐, 설화 같은 환상 소설 등등 다채로운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들이 각각 분위기가 전혀 다르면서도 억압에 처해 있는 인물들이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한 걸음 내 딛는다는 점에서는 교집합을 가지고 환상적인 모자이크를 만들어내는 소설집이다. 아밀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세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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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밤의 세계 웅진 이야기 교양 2
레나 회베리 지음, 김아영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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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즈넉한 밤의 풍경들 속에는 뭔가 특별한 비밀이 숨겨진 것만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둠'은 무서워하지만 '밤'은 좋아한다. 밤이 늦도록 자지 않거나, 밤에 밖에 나갈 일이 생기거나 하는 경우 아이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뜨곤 한다. 밤의 풍경 속에는 낮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있을 것 같고, 내가 놓쳐 버린 것들이 보물찾기라도 하듯 나타날 것만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어두워져야만 듣고 볼 수 있는 것들, 빛과 어둠을 모두 품고 있는 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둠과 처음 맞닥뜨리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깜깜하다. 그런데 눈이 어둠에 적응을 하고 나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스웨덴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레나 회베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존재들을 환상적인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밤하늘의 태양계와 은하계부터 시작해서 극지방의 오로라, 도깨비불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신기한 불빛들,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발광 버섯들과 빛을 내는 곤충들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앵무새를 비롯한 몇몇 새의 몸에는 자외선을 반사하는 부분이 있어 어둠 속에서 몸 일부가 빛을 낸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바위와 자갈 사이에서 빛을 내는 발광 이끼는 옛 유럽에서 마녀들이 금은보화를 숨긴 곳을 보여준다고 믿기도 했다고 한다.

 

산과 동굴, 하늘과 땅 속을 거쳐 깊은 바다로 장소를 옮기면 빛을 내는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다. 뱀파이어 오징어, 왕관 해파리, 심해 아귀, 퉁소상어, 코코넛 문어, 클러스터윙크 소라, 랜턴 상어 등 다양한 수중 동물들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말미잘, 산호초, 가시 선인장 등 발광 식물들도 있다.

 

 

밤이 되면 빛을 내뿜는 버섯이 70종이나 있으며, 어떤 버섯은 너무 밝아서 독서용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는 놀라운 사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혀로 핥으면 빛을 내는 아이스크림도 있고, 미래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나무를 심어 가로등을 대신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외에도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한 책이다.

 

특히나 이 책의 백미는 어떤 페이지에서는 형광 빛으로,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환한 하얀 빛으로 반짝이는 그림들이다. 캄캄한 밤의 세계가 얼마나 환상적이고 재미있고 엉뚱하며 놀라운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하고, 멋지고, 놀라운 사실들로 가득한 '빛나는' 밤의 세계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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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새로운 행동, 믿음,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
데이먼 센톨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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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그 기본 개념이 나온 지 7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산업 지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것은 미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는 그것을 인플루언서 미신이라고 부른다. 인플루언서 미신은 우리가 어떤 개념이나 유행 도는 운동을 확산시키길 원할 때마다 이 특별한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p.43~44

 

2020년 봄,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몇 주일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그 다음에는 중동과 유럽으로, 그리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이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한 힘으로 아주 빠르고 멀리까지 퍼져나가면서 갑자기 세상을 확 바꾸어놓았다.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행동도 바이러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퍼져나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간 행동의 확산은 질병의 확산과는 아주 다른 규칙들을 따른다. 그렇다면 역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가 바이러스의 경로를 예측하는 것처럼, 새로운 행동의 확산도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20년 넘게 방대한 연구를 이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변화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혀낸다. 그는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의 핵심이 소셜 네트워크, 즉 사회적 연결망에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믿음과 규범을 흔드는 변화일수록 가족이나 친구, 동료처럼 끈끈하게 연결된 관계가 확산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는 소수의 유명 인플루언서와 오피니언 리더가 다수를 움직인다는 통념이 '미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트위터와 오프라 윈프리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의 스타가 아니라 주변 행위자들이라고 말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사회 변화는 바이러스처럼 확산하지 않는다. 바이럴 광고 캠페인은 새로운 개념을 뿌리내리게 하지 못한다. 단순히 눈길을 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심지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어떤 혁신에 대한 소문을 모두가 듣지만 아무도 그것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의도치 않게 그 혁신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는 효과를 낳는다. 구글플러스를 생각해보라... 변화 계획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정보의 전염성 확산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p.370

 

2005년 말, 인터넷 스타트업 오데오는 명백히 실패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6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 지진이 일어났고, 그때까지만 해도 일상적인 잡담이나 올리는 데 쓰이던 서비스가 갑자기 친구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구명줄이 된다. 실시간으로 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을 전달하는 메시지들이 네트워크에 수없이 오가면서 몇 주일 안에 사용자는 수백 명에서 수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2년 뒤 그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전국적인 규모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렇게 트위터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거인이 된다. 왜 기술력과 자본력, 인플루언서로 무장한 구글 플러스는 실패하고, 트위터는 두 달 만에 1000만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게 된 걸까.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 거대한 돌풍과 잠깐의 유행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수많은 사례들을 통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의 수수께끼를 풀어 낸다. 특히나 전체의 4분의 1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매직 넘버 25%의 티핑 포인트 법칙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왜 어떤 것은 지나가는 유행으로 끝나고, 어떤 것은 메가트렌드가 되는 건지 궁금하다면, 새로운 행동과 믿음이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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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대이동 - 세계사를 움직이는 부와 힘의 방정식
김대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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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역사적 구성물이다. 특히 한국이 지금 처한 국제 관계는 자본주의, 산업화, 세계화 같은 역사의 큰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기회와 가능성을 노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과거를 되돌아볼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며 다양한 가능성들 가운데 무엇이 선택되었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향후 세계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이며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p.6

 

세계 무대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나라나 어떤 지역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나라를 '패권 국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미국과 같은 세계적인 패권국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그리고 패권을 형성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패권이 쇠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근대 초 스페인부터 네덜란드, 영국을 거쳐 오늘날 미국에 이르는 패권 국가의 역사를 살펴본다. 팬데믹 이후 감염병 대응과 백신 확보를 둘러싸고 국가 간 능력 차이가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 작지만 ‘유능한’ 국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현명하게 돌파하는 작지만 ‘유능한’ 국가란 어떤 국가인가? 그런 국가가 되려면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대륜 교수는 근현대 4대 패권국인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과 미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한 나라의 부와 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깊게 파고든다.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된 패권 경쟁을 통해 향후 세계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이며,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상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힘을 기르는 일이 경제력을 갖추는 데서 출발한다면, 패권 국가의 역사는 자본주의 특유의 경제 성장이 혁신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문화 변동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18세기 영국이 그랬고 19세기 후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그랬듯, 새로운 혁신이 계속 일어나려면 개인과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이런 노력이 꽃피울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 혁신을 향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국가 정책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혁신 문화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p.292

 

스페인은 근대 초 유럽에서 제국이라 부를 만한 강력한 국가를 제일 먼저 세웠다. 로마제국보다 더 큰 영토를 다스렸으니 말이다. 오늘날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4억 5000만 명을 넘을 만큼 스페인제국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런데 스페인의 전성기는 한 세기를 채 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네덜란드는 17세기 중반 세계 경제를 주름잡으며 황금기를 누렸다. 열악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가 엄청난 부를 쌓아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불과 두 세기 전만 해도 양모나 수출하는 유럽 변방 국가였던 잉글랜드는, 18세기 중반 세계 패권국으로 성장한다. 변방의 섬나라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20세기 초에 영국이 쇠락한 뒤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경제와 군사, 정치를 좌우하는 패권 국가는 미국이다. 21세기 초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지녔으며, 국내총생산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그렇다면 한때 영국의 농업 식민지였던 미국이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SERI CEO 강연 ‘자본, 패권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약 6만 회 이상의 주목할 만한 조회수를 기록한 이 강의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가 심화되면서 한 나라의 부와 힘의 원천이 영토와 인구 같은 물리적 조건에서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애국심과 민족의식 같은 무형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역사적 사실로 보여주었다. 근현대 패권국의 흥망성쇠에서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를 탐색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국가와 사회,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해 새로운 통찰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부와 힘의 방정식이 궁금하다면, 코로나 이후 패권을 차지할 나라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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