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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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 있는 저 가게의 진열창에 <복수는 달콤해>라고 적혀 있어. 더 정확히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케빈은 옌뉘의 눈이 향한 쪽을 쳐다봤다.
"무슨 이름이 저렇지? 꼭 복수를 캔에 넣어 파는 사람들 같군,"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옌뉘가 말했다. "한 사람당 두 개씩 네 캔이면 되지 않겠어? 그 정도면 빅토르에게 복수할 만 하겠지."      p.84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광고맨으로 엄청난 돈을 벌여 들인 후고는 요즘 자신의 집 옆 길모퉁이에 사는 한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그가 언젠가부터 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을 후고의 우편함 근처에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냄새가 지독하고 파리가 들끓는 그 지저분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참다못해 쓰레기통을 직접 옮겨 놓자, 그는 경찰을 불렀다. 후고는 스웨덴 최악의 이웃을 지켜보는 몇 달 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시원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법을 어기지 않고,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는 복수에 고민하던 후고는 급기야 '복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리기에 이른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세상에 억울한 일들은 수없이 많았고, 타인에게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게 이웃집 제자, 편의점 점장, 아들의 축구 코치 등에 대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복수를 의뢰해왔고 후고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치우면서 수익을 얻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바라는 의뢰인들의 요구는 인간이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복수의 방법들이 기상천외하고, 창의적이고, 유쾌하기까지 한 것들이라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최근까지 후고는 서로를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아주 기막힌 비즈니스 콘센트를 기반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백 사람 중에서 백 명은 이따금 어떤 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된다. 백 사람 중에서 50명은 그 부당한 일을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그들 중 열 명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 이들 열 명 중에서 한 명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다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앞에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p.356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들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모두 황당함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상이 안 될 정도의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럴듯하게 굴러간다. 게다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완전히 벗어나면서 흘러가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은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면서 페이지를 쓱쓱 넘어가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킬킬대며 웃다가,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조바심을 내다가 보면 어느 샌가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런 황당함이 현실화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책 속에서는 그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이해가 된다는 것이 요나스 요나손이 부리는 마법의 힘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인 미술품 거래인에 대한 전 부인과 버려진 아들의 복수 또한 그렇다. 스웨덴과 케냐를 오가며 원주민 치유사가 등장하고, 평범한 청년이 마사이 전사가 되는 등 다소 황당무계하게 느겨질 만큼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리고 표현주의 미술의 숨겨진 거장으로 꼽히는 이르마 스턴의 작품이 책 속에 컬러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다 보면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요나스 요나손의 이야기 속에서는 똑똑하고 잘난 인물들은 허점투성이에 실수 연발이고, 오히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인물이 불행한 사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생생하게 살아서 심장을 파닥거리는 인물들이 사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 어수룩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힘이 우리가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을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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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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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에 매혹되는 것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욕망 중 한 가지라던데, 우리가 유령 이야기에 매혹되는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귀신 들린 집,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저주, 누군가 억울하게 죽어서 원한을 품고 나타나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구전되어 계속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들, '실재하지 않지만 언젠가 진짜 벌어졌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것에 끌리는 마음 때문인지,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유령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whatever walked there, walked alone    - Shirley Jackson

 

초등학교 시절 다니던 학원 건물에 버려둔 지하 공간이 있었다. 미술 용품이며 각종 물건들이 여기 저기 쌓여 있었지만, 굉장히 넓은 공간이었고 원래 의도가 뭐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방치된 곳이었다. 그곳을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원 수업이 끝나고 남자 아이들 몇 명과 여자 아이들 몇 명이 거기서 귀신 놀이를 하곤 했다. 귀신 놀이라고 해도 별 건 없었다. 숨바꼭질처럼 한 명이 술래가 되어 나머지 아이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는 거였는데, 그 커다란 공간에서 불을 끈 채로 했기에 귀신 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오싹했지만 스릴 있었고,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기껏해야 똑같이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해를 끼칠 뿐이죠. 나는 살아 있는 것들은 무서워하지 않아요. 살아 있는 것들이 남긴 것을 두려워하죠. 그건 무엇일까요. 원한, 고통, 절망. 그런 것들일까요. 무엇에 원한이 있는 걸까요. 알 수 없죠. 그렇기에 두렵죠. 실체를 알 수 없으니까요. 자신이 왜 원한을 가졌는지조차 잊어버린 존재들. 그래서 오직 원한만 기억하는 존재들. 지우고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   p.141~142

 

아이들만의 비밀 놀이가 끝이 나 버린 것은 그러다 한 명이 다쳤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물건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고, 어두운 상태로 움직이는 거였으니 다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지하실의 문은 굳게 닫혀버렸고, 아이들은 한 동안 다친 아이를 원망했다. 그러다 놀이에서 그 아이를 배제하기 시작했고, 왕따까지는 아니었지만 한 동안 그 아이는 어디에도 끼지 못했다. 나는 뭐 저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어쨌든 쟤 때문에 우리의 비밀스러운 놀이가 끝나버렸으니까. 싶은 마음에 굳이 그 상황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그런 마음들이 일종의 '악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go away, Eleanor, we don't want you any more, not in our Hill House, go away, Eleanor, you can't stay here    - Shirley Jackson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산 것이 수십 년인데,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문득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작품 때문이다. 강화길과 유령이라니, 귀신 들린 호텔이라니.. 그 조합만으로도 빛을 발했던 기대치를 모두 만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이상하게도 내 속에 있던 기억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던 것이다. 사고는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에 불과했지만, 사실 위험천만했던 그곳에서는 언제든 누구라도 다칠 수 있었다는 걸 우리 모두 은연중에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만약 그때 그 아이가 억울해했다면, 그래서 너희들의 악의를 돌려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어땠을까.

 

 

셜리, 당신이 말했지. 그 자매들에 대해서. 한이 풀릴 때까지 수령들을 죽이고 죽인 그 분노에 대해서 말이야. 그럼 죽어나간 수령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자매들의 이야기가 아니야. 누군가의 원한 때문에 계속 죽어나간 수십 명 인간들의 이야기야. 그 원혼들이 스며들어 있는 불경한 집에 관한 이야기야! 나는 이 건물에 스며들어 있는 무수한 원한, 그리고 살면서 겪은 지독한 원한들이 내 안에서 괴기스럽게 부푸는 것을 느꼈다.      p.237

 

안진이라는 도시의 어떤 소문난 유치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니꼴라 유치원>을 쓰고 있는 소설가 '나'는 언젠가부터 매일 밤 악몽을 꿨고,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뭘 좀 쓰겠다는 마음을 먹기만 하면 속이 뒤집히고 식은땀이 났으며, 너무도 불안했다. 사실 '나'는 <니꼴라 유치원>을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로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 속 음험하고 비밀스러운 곳이었던 '니꼴라 유치원'을 떠올려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되살려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 훼방을 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친구인 '진'으로 부터 자신의 소설 <니꼴라 유치원>의 풍경이 인천에 있는 대불호텔의 빈터와 주변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곳으로 향한 '나'는 회색 쇠창살과 그 안의 황량한 빈 터, 폐허가 된 대불호텔의 흔적을 보다가 녹색 재킷을 입고 있는 여자 환영을 보게 된다. 그리고 1955년에 대불호텔에서 여자 한 명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I am the captain of my fate. Laughter is possible laughter is possible laughter is possible.”  - Shirley Jackson

 

'셜리 잭슨이 대불 호텔에 왔다가 <힐 하우스의 유령>을 썼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기에, 실제로 셜리 잭슨이 이야기에 등장한다.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가 된 것도, <힐 하우스의 유령>이 1959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을 배경으로 '대불호텔'에 모인 네 사람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과 수많은 악의들로 점철되어 있다. '악의'라는 감정이 무서운 것은 시작된 사람으로부터 불처럼 번져가는 마음이라는 점이다. 애초에 원한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쏟아 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이라면, 그로 인해 만들어진 악의가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너도 어디 한 번 당해봐, 내가 받은 것만큼 되갚아 주겠어, 라는 마음은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장화 홍련 속에서 자매들의 원한이 풀릴 때까지 사람들이 계속 죽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원한은 그런 것이다. 풀리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마음. 대불 호텔에서 셜리는 바로 그런 원한을 느끼고 매일 밤 악몽을 꾼다. 왜 이 건물은 사람들의 미움을, 증오를 집어삼키고, 서로를 배반하라고 부추기는 걸까.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유령의 집’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사실 생각보다 오싹하거나 무섭지는 않다. 대신 외롭고, 쓸쓸한 감정들이 페이지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강화길식 고딕 호러의 장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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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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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투에서 이 모든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신, 당신은 일대 혁신이야.' 당신은 그의 인정에 흠뻑 취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당신에게는 온통 한 가지 소리만 들린다. '너는 괴물이야.'
"어떻게 당신은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어?" 당신은 절망적으로 묻는다.
한순간 그의 표정에서 사나운, 분노 같은 것이 번뜩인다. 그러고 나서는 누그러진다. "변화가 생길 때 변하는 사랑은 사앙이 아니다." 그가 인용한다.    p.34

 

언젠가 방송에서 죽은 아내를 그리는 남편이 VR을 통해서 아내를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던 적이 있다. 4년 전 아내를 잃고 다섯 아이와 남겨진 남편은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로 죽은 아내와 애틋한 '단 하루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내와 만나 함께 마주보고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춤을 추었고, 아내와 자주 찾던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해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3D 모델에 입히는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사랑했던 대상을 기계의 몸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정말로 있다면, 죽은 이의 기억과 성격을 고스란히 지닌 인공지능이 진짜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죽은 아내를 살려내겠다는 남편의 의도가 결코 순수하지 않다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창립자인 팀은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내를 복제한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세계 최초로 감성 지능을 지닌 로봇, 코봇이다. 다른 인공지능과는 다르게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별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외형을 빈틈없이 복제하도록 만들어진 코봇은 사별한 뒤 겪는 상실의 고통을 덜어주고, 곁에 있어주며 위로와 정서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독특한 SF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노스릴러가 아니라 심리 서스펜스 소설이다. 이야기는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것을 듣게 된 여자 애비게일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계인 자신은 결코 팀의 진짜 아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애비게일의 절망과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진실과 남편이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당신은 아직 살아 있다.
충격적인 일이다. 팀이 믿는 모든 것이 끔찍한 기만 위에 이루어진 것이다. 대니를 혼자 키운 것부터 당신을 복원한 것까지 그가 한 모든 일이 거짓 위에 이루어졌다. 그것도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저지른 거짓 위에. 자신도 그를 사랑한다고 항상 말했던 그 여자의 거짓 위에.   p.274

 

<더 걸 비포>, <빌리브 미>로 만났던 JP덜레이니의 신작이다. 데뷔작부터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는 심리 스릴러로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설정, 그리고 우아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페이지마다 흐르는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까지.. 작품을 읽는 동안 단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 이야기였던터라 이후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하며 챙겨보는 작가이기도 하다.

 

완벽한 삶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던 <더 걸 비포>, 살인사건에 휘말려 함정수사에 참여하게 된 배우를 통해 연기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치명적인 드라마를 그렸던 <빌리브 미>에 이어 이번 작품 <퍼펙트 와이프>에서는 현대 과학의 힘을 빌려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계의 몸으로 되살리겠다는 남편의 완벽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완벽한 삶과 완벽한 사랑, 그리고 완벽한 아내를 꿈꾸는 한 남자의 로망은 과연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극중 애비게일과 팀에게는 자폐증을 앓는 아들이 있다. 공감하는 기계인 엄마와 공감 능력이 손상된 아들이라는 조합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JP덜레이니에게도 자폐증인 아들이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매우 현실적인 통찰들이 작품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인간성,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소재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신선한 작품이었다. 비슷비슷한 스릴러 작품들에 지친 당신에게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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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R with 스포츠 데이터
황규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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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포츠에서 통계, 즉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하다. 승률, 방어율 등을 비롯해서 각종 선수들의 능력들이 모두 수치로 환산되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아일보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각종 스포츠 통계가 보여주는 데이터 과학에 대해 알기 쉽게 알려주고 있다.

 

농구, 배구, 야구, 축구, 테니스 등 스포츠 통계를 이용해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들을 데이터 과학으로 풀어내 고 있어 스포츠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은 '데이터 과학'이라는 세계를 'R'이라는 언어를 통해 이동하는 법을 배우는 'R 여행 회화'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R언어란 요약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한 오픈 소스 프로그래밍 언어 및 개발 실행 환경을 말한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C'이다. 그 다음으로 파이썬, 자바 등이 있고, 'R'은 9번째 정도 된다. R은 데이터 분석 말고는 사실 쓸 일이 별로 없는 언어인데, 통계 계산을 위해 초보가 배우기에는 상대적으로 쉬운 언어이기도 하다.

 

 

이 책은 tidyverse, tidymodels 패키지를 활용한 데이터 정리 및 변형, 모델링, 분석 결과 정리 등 누구나 쉽게 R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R 언어학 개론으로 시작해서 패키지 관리 최강자 pacman 패키지를 거쳐 히스토그램, 막대 그래프 등 시각화를 위한 그림 그리기로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로 뽑아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1982년부터 2020년까지 프로야구 팀별 타격 기록을 가지고 연습에 들어간다.

 

 

데이터 과학 세계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신호등이고 표지판이며 또 흐름이다. 문제는 R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나 데이터 과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가자 많이 포기하는 지점도 바로 확률과 통계라는 점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다루고 싶다면 반드시 확률과 통계를 공부해야 한다.

 

저자는 '문과생' 눈높이에 맞춰서 확률과 통계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준다. 확률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프로야구를 예시로 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프로야구 팀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 야구에 진출할 확률은?'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방법이 예시로 소개되어 있다. 한 시즌 144경기 중에 몇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승률이 얼마이고,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 팀의 평균 승률과 비교해 남은 경기에서 최소 몇 승 이상을 거둬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안방 팀 승률을 어떻게 바꿨을까? 나달은 정말 클레이 코트에서 강할까? 농구 포지션별 기록은 어떤 차이가 날까? 어떤 야구 기록이 득점을 제일 잘 설명할까? 어떤 배구 기록이 승리를 제일 잘 설명할까? 등등 각종 스포츠 통계를 이용해서 공부하는 데이터 과학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론을 우리의 실생활과 가까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확률 밀도 함수는 외계어처럼 보이고, 어떤 확률 분포를 언제 쓰는지 헷갈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을 익힌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수많은 스포츠 데이터들이 왜 데이터 과학을 공부하는데 유용한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누구나 쉽게 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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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 과학! 15 - 사라진 마이아사우라의 호박 장식을 찾아라 놓지 마 과학! 15
신태훈.나승훈 글.그림, 류진숙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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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부를 돌파한 대한민국 대표 학습 만화 <놓지 마 과학!> 시리즈 15권이 나왔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과학적 질문들을 기발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자연스럽게 과학에 재미를 붙이고 그 원리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학습 만화로 워낙 유명해서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만나보게 되었다.

 

어렵고 따분한 학습적인 요소만 담은 만화가 아닌 유머러스한 에피소드와 작가들만의 자유분방한 이야기가 더해져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보여준다는 점이 이 시리즈만의 강점이다.

 

 

2009~2019년 연재된 웹툰 <놓지 마 정신줄!>은 조회 수 28억 뷰가 넘는 초인기 웹툰으로 초등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웹드라마까지 만들어지며 나이와 연령을 불문하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놓지 마 과학!> 시리즈는 <놓지 마 정신줄!>의 정신이, 정구와 함께 교과서 과학 지식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학습 만화로 여타의 학습 만화들에 비해 독보적인 캐릭터의 힘을 보여준다. 정신줄 놓은 대학생, 정신이는 낮에 자고 저녁에 일어나 밤새 게임을 하는 것이 생활이지만, 과학에는 전재적인 소질이 있다. 정신이를 비롯한 가족들이 엉뚱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친근감있게 에피소드를 꾸려나간다.

 

 

이번 작품에서는 JS 과학 탐정사무소를 차린 정신이를 만날 수 있다. 썬더그룹 김 회장의 호박 보석이 사라지는데, 그것은 마이아사우라가 살았던 8000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만들어진 보석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줄줄동 파출소장 안젤리카가 방법대원들과 함께 출동한다. 사람의 지문이나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현장을 보고는 내부자의 소행이라 판단한 안젤리카는 범인으로 김 회장을 지목하는데.. 그를 구하기 위해 회장의 손녀인 앨리스 김이 등장한다. 앨리스는 정신이에게 할아버지의 결백을 밝혀 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함께 과학 수사를 시작한다.

 

과학 천재 정신이가 탐정으로 활약하면서 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정보들을 알려준다. 마치 CSI 과학수사대처럼 지문을 직접 채취해 보는 방법을 비롯해 범인의 흔적을 찾고, 감시 카메라를 통해 단서를 발견하는 등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해결하면서 과학적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준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의 내용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관되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놓지마 과학!> 시리즈는 그렇게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질문을 통해 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이번 15권부터 기존 권에서 볼 수 없었던 학습 구성이 추가되었다. ‘정신이의 과학 노트’와 ‘정신이가 만난 과학자’의 코너인데, 최신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실력 뽐내기 퀴즈를 통해 사다리 타기, 초성 맞추기 등 본문에서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복습할 수 있다. 또한 책과 제공되는 부록 파워 카드는 14권과 15권의 과학 정보로 게임까지 즐기도록 구성했으며, 알록달록 카드와 귀여운 캐릭터들을 소장하는 재미는 덤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와 학습이 가득한 <놓지 마 과학!> 15권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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