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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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날 지켜"
그렇게 중얼거리자 거울 속의 장미꽃잎 갚은 입술이 예쁜 호선을 그린다. '복수를 위한 재탄생 프로그램'은 완벽히 성공했다. 예전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길을 가면 누구나 돌아보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마 학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예쁜 여자아이가 살기 어린 얼굴로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읊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p.52

 

단짝 친구인 민선과 태희는 친구들에게 돼지 1, 돼지 2라고 불릴 정도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주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회장에 모범생, 상냥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많은 호태가 민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일진들이 괴롭히는 순간에 나타나 구해주고, 폰 번호를 물어보고, 선물을 건네면서 말이다. 전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면서 사귀자고 고백하는 호태에게 설레어 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다 호태와 일진 일당들이 꾸민 연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믿었던 상대한테 배신당했을 때의 절망감을 구경하기 위한 거짓 고백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 모든 연극의 배후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태희가 있었다는 사실에 민선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일진들의 셔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태희가 민선을 대신 팔았던 것이다. 결국 민선은 치욕감을 견디기 힘들어 학교에서 도망쳐 집 안에 자신을 가두고 만다.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살을 빼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그들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과연 민선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넌 어떻게 하는 말마다 사귀자로 끝나냐?" 여빈이 쏘아붙였다.
"아무것도 안 해 주고 사귀면 좀 그런가? 그럼 나랑 사귀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게."
"진짜?"
'죽어 달라고 하면 죽어 줄 거야?'
웃는 얼굴 뒤에 숨어 있던 여빈이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졌다.            p.120

 

이 작품은 톡톡 튀는 트렌디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난 유튜브 채널 ‘치즈필름’에서 만든 웹드라마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50만 뷰,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를 일으킨 웹드라마 계의 전설적인 시리즈다. 책으로 재탄생한 <복수여신>은 두 편의 미공개 번외편을 수록하고 본문 곳곳에 풀컬러 일러스트를 담아 소장 가치를 높였다. 초판 한정으로 두 주인공의 포토카드와 탑로더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사실 웹드라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가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개연성보다는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이 더 중요하고, 세심한 심리 묘사보다는 생생한 캐릭터의 매력 구현에 더 치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웹드라마는 한 회당 러닝타임이 10분~12분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일반적인 소설의 문법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주인공이 예뻐져서 나타나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여타의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되곤 하는 일종의 클리셰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변신한 여주인공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괴롭혔던 일진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반하면서 비슷한 패턴으로 쉽게 복수의 서사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반전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한다. 예쁜 일러스트들이 학원 로맨스물을 기대하며 읽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웬만한 스릴러 못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작품에는 클리셰를 뒤집는 특별 번외편이 수록되어 이미 웹드라마로 이 작품을 봤더라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하게 될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번외편이 원작보다 흡입력 있는 매력을 선사할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은 소설로 꼭 만나 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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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조성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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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긋지긋한 요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의지가 박약해서? 게을러서? 식탐이 강해서? 아니다. 근본 원인이 아니라 행동과 습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행동과 습관만 고치려 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 행동과 습관의 근본 원인이자 뿌리인 마인드를 바꿔야 몸도 바뀐다.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해도 금세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버린다.          p.21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것, 바로 다이어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의지가 부족해서? 방법이 잘못되어서? 요요로 인해 다시 돌아가서? 뭐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 것처럼, 상황도 이유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살이 잘 빠지는 식단이나 운동법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책은 세상에 너무도 많다. 아마 다들 한두 번쯤은 다이어트를 경험해봤을 것이고, 다이어트 책자도 몇 권쯤은 봤을 것이다. 대부분 하루 권장 칼로리부터 시작해서 식이 조절 방법과 운동법 등을 알려주게 마련인데, 이번에 만난 책은 정말 이상한 다이어트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다이어트'에 대해서 알려 준다. 여느 다이어트 책자에 실릴 법한 내용이 전혀 없다. 식단이나 운동법 등이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은 다이어트 책이라니.. 그럼 대체 뭘 알려주겠다는 건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원하는 몸매가 되기 위해서 무조건 갖춰야 할 '마인드와 솔루션'을 알려준다. 국내 1호 마인드파워 스페셜리스트인 저자는 '마인드파워'를 다이어트에 적용하고, 실제로 효과를 경험했다. 그 흔한 근력 운동 한번 해본 적 없던 저자는 7주 만에 본인이 목표로 한 ‘47kg의 근육질 몸짱’이 되었고, 벌써 10년 째 매년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1기와 2기를 진행한 결과 약 200명의 사람들이 평균 90일 동안 8kg 감량했다. 이 다이어트는 의지력이 아니라 마인드파워로 하는 것이라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 일을 하라. 당신을 가두고 있는 벽에 균열을 내자. 우리는 자신이 믿는 대로 된다. 못 한다고 생각하면 못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나는 못 한다’에서 ‘나도 할 수 있다’로 생각이 바뀌는 순간, 당신의 잠재의식에 불이 탁 켜지면서 모든 세포가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도전할수록 당신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더욱더 당신다워질 것이다.         p.198

 

저자도 20대 때는 자기혐오에 빠진 평범한 다이어터였다고 한다.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했지만, 결코 살을 빼지 못하는 나날을 보냈던 것은 비단 저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도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다이어트이니 말이다. 그러다 마인드파워를 공부하면서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살이 빠지는 마인드'라니, 한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싶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마인드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사실 감이 잘 안 잡히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인드 파워에 대해 알게 되고, 어쩌면 이런 방법으로 다이어트가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실제 마인드파워 다이어트 성공 사례가 수록되어 있어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이어트 과정과 결과를 만날 수 있다. 셀프이미지 만들기, 액션 플랜 기록하기, 파워 암시문 외치기 등 구체적으로 90일 동안 기적의 마인드파워 다이어트를 실행할 수 있는 습관 만들기를 따라 해보기만 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강한 습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책 구입시에 받을 수 있는 '실전 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좋을 것이다. 책에서 알려준 내용들이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어서 단계별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말이다. 그 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지긋지긋하게 많은 실패를 반복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근본적인 마인드부터 바꿔보자. 상상하는 그대로 내 몸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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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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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하나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일이나 회사, 주위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서 좋아해 봐. 그러면 자연히 좀 더 알고 싶어질걸? 뭐든 괜찮아. 모처럼 연이 닿아서 다이한에 들어왔는데 일도 회사도 사람도 좋아하지 못하면 아깝잖아."
그 말 그대로였다. 울든 웃든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낸다. 괴롭게 일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괴롭게 흘려보내는 셈이 된다. 나는 하루에 하나씩 회사나 주위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기로 결심했다.        p.91

 

리카는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특별히 출판업계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이나 독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합격했던 다른 회사보다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선택한 곳이었다. 1개월에 걸친 신입 연수가 끝나고, 부서 배치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리카는 본사나 도쿄 근교 지점이 아니라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가게 되었다.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만 살아왔던 리카는 평생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에 대한 자신감은커녕, 의욕도 많지 않았고, 책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리카에게는 모든 일들이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러다 잘해보려고 시도한 일이 큰 실수가 되어 버리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리카는 마음속에 계속 담아 왔던 것을 상사에게 말해 버린다. 그리고 그 일은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으로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고바야시 유미코 사장에게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모두 배우게 된다. 작은 동네 책방을 담당하게 된 리카는 이후로도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을 찾아 가고, 유미코 씨는 자신이 왜 서점을 물려 받게 되었는지부터, 왜 서점에서 우산을 팔게 되었는지, 큰 이벤트를 열었던 경험, 도둑이 들어 주위 사람들의 고마움을 깨달았던 경험, 작은 동네 서점으로 아마존을 이겼던 경험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렇게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점 더 용기를 얻게 되고, 어수룩한 신입 사원에서 회사의 에이스 직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처음부터 자기를 낮게 말해서 방어벽을 치는 거예요...... 참 약았죠."
"약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좋은 대학을 훌륭하게 졸업해서 큰 회사에 입사한 걸로 충분히 대단한걸."
..... 유미코 씨와 대화하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나여도. 어느샌가 고바야시 서점은 나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p.115

 

고바야시 서점은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이다. 1952년부터 약 70년 동안 운영되어 온 일본 아마가사키시의 작은 서점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이래로 4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서점을 운영해 온 유미코 씨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의 저자인 가와카미 데쓰야는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라는 책을 쓰기 위해 전국의 여러 서점에 취재를 다니다,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유미코 씨가 들려주는 일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서점을 넘어서, 모든 업종에 공통되는 '일의 기본'이라 할 만한 것이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언젠가 고바야시 서점의 에피소드만으로 책 한 권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별한 목표 없이 취업 준비를 하다가 관심도 없는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이 어디 리카뿐이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그렇지 않을까.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꿈에서 멀어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의 만족은 사라지고 말게 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충 매일을 살 수는 없다. 이 작품 속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누구라도 잘 모르는 분야에서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나 이 작품 속에는 출판업계의 많은 부분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금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면,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그야말로 '힐링 소설'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마음 따뜻해지고, 든든하게 위로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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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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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또 커피하우스를 세계 최초로 오픈한 것도 아니지만 카페 문화를 세계 최고의 형태로 키운 파리에서 카페는 파리 사람들의 삶의 전체 방식을 대변한다. 파리의 카페들은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대성당만큼 의미가 있으며 파리라는 도시의 모습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파리는 카페의 대명사가 되었고 카페 하면 파리를 떠올린다.          p.24

 

헤밍웨이를 비롯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의 카페들을 전전하며 글도 쓰고, 친구들도 만나고, 커피와 술을 마셨다. 덕분에 파리의 카페라고 하면 대부분은 고흐의 그림에서 보았던 '노천카페'를 먼저 연상할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되면 공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이동할 장소가 파리의 오래된 카페였다. 왜 파리에는 노천 카페가 많은 걸까, 또 대부분의 카페에서 커피와 차 외에 맥주 같은 주류와 함께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다. 유서 깊은 카페들도 직접 가보고 싶은 만큼 정보를 얻고 싶었으며, 파리의 카페들과 함께 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3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파리의 카페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차원이 다른 카페 문화를 이끌어 왔다. 무엇보다 세계 미술사와 문학사에서 새로운 사조와 걸작품들을 창조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가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파리를 방문해 도시 곳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파리의 유서 깊은 카페들을 소개하고 있다.

 

 

 

헤밍웨이는 그의 파리 회고록 <움직이는 축제>에서 1920년대 당시 카페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대부분 글 쓰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개인적인 카페를 그들 구역에서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한, 책을 읽기 위한, 자기들의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그런 카페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애인과 만나는 카페는 따로 두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또 다른 카페, 중립적인 카페를 갖고 있다. 거기서 그들은 애인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p.246

 

우선 세기별로 그 시대 가장 유명했던 파리 카페들을 별해 셀럽들과의 관계, 카페 분위기 등을 담았다. 그리고 파리에 처음 카페가 생겨난 이후부터 현재까지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만한 카페들을 샅샅이 소개해주고 있다.

17세기부터 시작해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거치고, 파리 카페의 황금시대였던 19세기를 지나, 인상파 화가들의 아지트가 되었던 몽마르트르의 카페들을 거치고, 20세기 현재의 파리 카페들 모습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파리 카페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이곳들은 단순히 커피나 음식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술가들에게는 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이자, 만남과 사교와 교류의 공공장소였던 것이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100년 이상 된 파리 문학 카페 방문기'였다. 1826년에 오픈한 초록색 차양으로 단장한 아주 큰 카페인 '카페 드 라 페'는 지하철 오페라역을 나오면 바로 옆에 있다고 하니 찾아 가기도 쉬울 것 같았다. 무려 350년의 역사를 가진 파리 카페의 전설 '프로코프'에 방문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나의 카페라고 선언한 '라 클로즈 리 데 릴라'에 방문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헤밍웨이가 에세이에서 자주 언급한 카페라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페이자 헤밍웨이의 집필실 역할도 했던 곳이라, 헤밍웨이가 주로 앉았던 테이블에 '헤밍웨이'라고 쓴 동판이 붙어 있다고 하니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파리를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가보고 싶어질 것 같고, 나처럼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은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질 것 같다. 특히나 뛰어난 퀄리티의 사진들이 아주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다, 인문과 역사적인 배경 지식을 통해 파리 가이드를 해주고 있어 정말 특별한 파리 여행을 경험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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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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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에게 이러쿵저러쿵 지시하던 그때 간바라의 눈 속에는 확실히 어둠이 있었다. 시커먼 그것을 들여다보면 그곳에서는 미오와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상의 상식이나 올바른 생각 따위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온몸에서 그런 분위기가 오라처럼 풍겨 나왔다.
야미하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을 흩뿌리고, 강요하고, 타인을 끌어들이는 야미하라. 마음과 눈 속에 도사린 어둠이 밖으로 나와 주변을 물들인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둠으로 휘두르는 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p.115

 

고등학교 2학년인 미오네 반에 어느 날 전학생이 온다. 차이나칼라 재킷 교복을 입은 남학생은 팔다리가 길고 호리호리했다. 주변에 무심해 보이는 전학생은 이상하게도 첫날부터 미오를 자주  쳐다 봤다. 친구들은 전학생이 미오에게 반한거 아니나며 호들갑스럽게 말하지만, 미오는 잘 모르는 학생의 시선이 불편하기만 하다. 선생님은 반장인 미오에게 전학생의 학교 소개를 부탁하고, 이런 저런 장소를 알려 주는데 갑작스럽게 "오늘 집에 가도 돼?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미오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피하지만, 전학생의 부담스러운 행동은 계속 되는데... 전학생의 정체는 뭘까. 대체 왜 미오에게 이상한 행동을 자꾸 하는 걸까.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나운서인 리쓰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자원봉사 활동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 동안은 일이 바빠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봉사활동 중에 '낭독 위원회'라는 활동반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정된 장소에 들어선 순간부터 참석한 걸 후회하기 시작한다. 모인 사람들이 이미 너무 친근하게 허물없는 말투로 지나치게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전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는 무리들 속에서 유일하게 말을 건네준 여자는 부담스럽게 질문을 해대고, 귀를 의심할 정도로 자신의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부담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때 스타일 좋고 자신감 넘치는 한 여성이 리쓰를 그 상황에서 구해주는데, 그녀는 남편과 함께 리쓰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리노베이션한 주역이었다. 그렇게 리쓰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엄마들과 친분을 맺게 되는데, 그들과의 관계는 점점 더 불편하고,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 집에 드나들었던 모양이야. 소문의 진위는 정확하지 않지만 놈들은 아마 학교 행사나 주부들 사이에 끼어들어 주위에 조금씩 어둠을 강요했을 거야.”
어둠을 강요한다는 표현에 기억이 꿈틀거렸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휴대폰. 무서웠던 수많은 LINE 메시지. 상대의 멈추지 않는 정체 모를 폭력 같은 언어. 내 잘못이라고 건강하지 못한 마음으로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던 그 감각…….          p.399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거울속 외딴성>과 <호박의 여름>만 읽어봤는데도, 어느새 믿고 보는 작가가 된 것 같다. 특히나 이번에 만난 작품은 츠지무라 미즈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본격 호러 장편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전부터 호러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싶었다고 하는 그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해 봤을 만한 불쾌감과 공포, 꺼림칙한 악의, 본인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다 '야미하라'에 다다르게 된다. 작가가 만든 '야미하라'라는 조어는 자기 정당화를 방패 삼아 자신의 '어둠'을 타인에게 강요해 불쾌감을 주는 일종의 폭력적인 행위를 뜻한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아파트 단지의 이웃과, 회사의 상사와의 관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종을 당하거나, 뭔가 ‘쌔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필요한 거리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불안하고, 불편해진다. 그럴 때 느끼게 되는 공포와 스트레스를 극단까지 밀어붙여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지나치게 상대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태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분위기, 사람들 속에서 시선 받기를 원해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쓰는 성격, 아랫 사람을 무시하고 시종일관 트집을 잡고 설교를 해대는 갑질,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위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밀어 붙이는 가스라이팅 등 이 작품 속 에피소드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라 더 오싹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귀신이니 저주, 좀비 같은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감과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해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숨가쁘게 만들어 준다. 이것은 소설일 뿐이고, 실재하는 이야기가 하지만, 야미하라는 이 책을 읽는 누구의 곁에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 장에 이르면 각각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뒷덜미가 서늘해진다. 그야말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또 다른 차원의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무시무시한 경험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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