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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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입니다. 문학은 인간 상상의 발설 또는 표출입니다. 문학은 생각과 감정의 어둑한 형태들 - 천국, 지옥, 괴물 천사 등등 - 을 밝은 곳에다, 그것들을 훤히 살피면서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그 욕구의 한계는 어디인지를 보다 면밀히 이해할 수 있는 곳에다 풀어놓습니다. 상상을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취미나 의미가 아닙니다. 필요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일은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죠.           p.40

 

이 책은 2004년 중반부터 2021년 중반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62편을 엄선해 한 권으로 엮었다. 작품과 글쓰기를 비롯해 문학, 환경, 인권, 페미니즘 등 애트우드가 평생 헌신해온 주제들이 다양한 형식(강연, 서평, 논설, 추도사 등)의 글로 수록되어 있어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무색하게 술술 읽힌다. 애트우드는 소설과 단편과 시를 쓰면서도, 서평도 계속 썼고, 기사와 강연으로도 글을 써왔다. 지난 20년간 90퍼센트의 원고 청탁을 거절했음에도 매년 평균 40편씩 에세이를 썼다고 하니 대작가의 성실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시녀 이야기>, <증언들>을 비롯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들은 단단히 발 딛고 서 있는 판타지이자,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그 의미와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서사 자체만으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끝을 보여 주었다. 애트우드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면, <타오르는 질문들>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보물 같은 책이다. 애트우드의 수많은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글을 쓰는 과정,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총망라되어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리뷰와 애정 표현까지 만날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특히나 '미친 아담' 3부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 이 작품을 좋아한다면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1부가 '미친 아담' 3부작의 첫 번째 책 <오릭스와 크레이크>의 홍보차 여행 중인 시점의 글들이고, 2부가 '미친 아담' 3부작의 세 번째 책 <미친 아담> 집필에 매진하고 있던 시기라고 한다. 특히 2부에서 그 작품을 왜 썼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집필하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는 제가 때로 번역가들에게 악몽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저의 빌어먹을 책들을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두 배로 감사합니다. 때로는 뺄 게요. 저는 언제나 번역가들에게 악몽입니다. 저는 (번역이 불가능한) 말장난과 (번역하기 난감한) 농담을 즐겨 쓰고, 특히 유전자 조작 생물과 상상의 소비재 영역에서 신조어를 잔뜩 만들어냅니다. 제가 살인에만 역점을 두면서 의젓한 표준영어만 쓴다면 번역가에게 얼마나 좋을까요? 플롯 위주의 책들이 번역하기에는 가장 쉽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역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p.341

 

애트우드가 앨리스 먼로에 대해 쓴 글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앨리스 먼로는 체호프와 자주 비교되지만, 어쩌면 세잔과 더 닮았다고 하며 이유는 지독히 익숙한 사물이 낯설어지고 어둠 속에 빛나며 신비로워질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지극히 소설가적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와 닿아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이었다. 어슐러 k. 르 귄의 부음을 듣고 이상한 환영을 본 경험담을 풀어낸 글에서는 뭉클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애트우드가 늘 소설과 연극의 등장인물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옷에 주목해 깐깐하게 따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관해서 풀어내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 다른 책들이 실타래처럼 엮여 사유를 확장시켜주는 경험을 좋아하는데, 애트우드의 글들은 여러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고 싶게끔 하는 부분들이 많아 행복한 시간이었다. 20대 초반에 데뷔한 이래 여러 문학 장르를 아우르며 80대인 지금까지도 활발히 창작을 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의 에세이 인생을 파란만장했다고 말한다. 서평과 서문, 그리고 부고 기사까지 쉬지 않고 썼으며 기후 위기 이슈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해당 주제를 쓰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니 현존하는 가장 치열한 작가이자 독자로서 세계에 던지는 '타오르는 질문들'은 당대의 이슈에 대해서 아주 현실적이고도 통찰력있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반려자가 치매 진단을 받고 불안하게 요동하는 노심초사의 시기를 지나, 미국이 절망과 비통의 살얼음판을 걷던 시기를 거치고,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진실과 팩트체크와 공정성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글들을 쓰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북 투어를 이어갔으며, 팬데믹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른 애트우드의 행보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더 많이, 더 오래 글을 써주시기를 바래본다. '타오르는 질문들'은 이 두툼한 책을 덮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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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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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처럼 공정한 게 없다. 원인과 결과, 인과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자신이 행하고 보여준 만큼 말 대접을 받는다. 말은 또한 주는 대로 받는다. 사랑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칭찬도 험담도 반드시 돌아온다. 칭찬은 칭찬을 낳고 험담은 험담을 낳는다. 때로는 이자가 붙어 돌아오기도 한다. 누군가를 칭찬하면 그보다 더한 칭찬이 돌아오고 누군가를 험담하면 그보다 더한 험담이 돌아온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은 그래서 맞다.           p.71

 

저자 강원국은 김우중 회장을 모시면서 말을 배우기 시작했고, 말이 절실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아래서 '말'을 듣고 쓰고 고치는 일을 해왔다.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일했던 저자가 두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에 관한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KBS1 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 진행을 위해 집필했던 내용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해 만들어 졌다. '말이 되는 삶, 삶이 되는 말'에 관해 들려주는 73가지 말공부 수업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글쓰기 전도사'로 통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관해 말하는 첫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하기에 자신이 없었던 자신이 어떻게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되었는지, 그리고 대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을 일하는 동안 자신만의 말과 생각을 만들었던 과정을 들려준다. 언제나 말이 어렵고 두렵기만 했던 젊은 날의 그가 수천 번의 강연을 진행해온 강사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수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그리고 한 방에 통하는 보고의 정석, 쓴소리가 약이 될 수 있는 방법,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눈높이 말하기의 7법칙, 협업에 필요한 소통의 법칙, 코로나 시대의 소통법 등 저자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진짜 어른다움의 완성은 말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를 보는 것과 함께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가 또 하나 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배운 방법이다. 김 대통령은 책에서 한 꼭지를 읽으면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 꼭지를 읽으며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르던 걸 알게 된 부분이 있는지,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인상 깊은 구절은 무엇인지 되뇌어보고, 떠오르는 게 없으면 책을 덮고 생각이 날 때까지 읽은 내용을 곱씹었다고 한다. 독서가 말하기에 도움이 되려면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         p.260

 

링컨은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경험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는 얼굴보다 말이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깝다고 믿는다며, 자신은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자신만의 법칙으로 자신이 하는 말을 되돌아보고, 남의 말을 유심히 듣고, 얼버무리지 않으며, 같은 말이면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목적에 맞게 말하며,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려준다. 이러한 노력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점점 연륜을 드러내게 될 것임을 그는 믿고 있다.

 

누구나 말을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 말을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어른이 된다고 해서 누구나 어른답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말이란 나다움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존중 받기 위한 가장 어른다운 무기인데, 그에 걸 맞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 흔히 말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한다. 타고난 말재주라는 게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부하고 연습하면 표현력과 수사법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법이 궁금하다면, 대화를 리드하고 말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하기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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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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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쿠팡플레이에서 12부작으로 방영된 시트콤 드라마이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제작진과 신하균 주연, 유병재 극본으로 화제를 모았고,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정욕구와 허세로만 이루어진 CEO를 중심으로 전직원이 은은하게 돌아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맥콤. 습관적으로 피보팅(pivoting)을 일삼는, 이게 회사인가 싶은 회사이다. 피보팅이란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는 용어인데, 스타트업에서 피보팅이야말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맥콤의 CEO인 스티브는 벌써 여덟 번째 피보팅을 선언하고 있는 참이다.

 

 

수평 문화를 위해 영어 이름을 쓰면서도 '압존법'을 강요하고, 야근 금지로 오후 5시에 불을 끄지만 다들 어두운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감당하지도 못할 사내 반말 문화를 도입하고, 기업 내 화폐를 만들고 유통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언뜻 보기엔 말도 안 되는 모양새에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인, 어딘가 부족하고 귀여운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분투기는 유쾌하고, 감동적이고, 공감되고, 빵빵 터진다. 유병재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 B급 대사들이 직장생활의 모순을 리얼하게 풍자해내고 있어 스타트업 종사자들,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수석으로 카이스트에 들어가 전도유망한 IT 회사에 입사했지만, 버블 붕괴 이후 회사는 망해버렸고, 친한 형과 창업을 해 성공했지만 지분을 적게 가지고 있던 탓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고, 그 과정에 아내에게는 이혼도 당한 스티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창업에 도전해 맥콤을 만들었지만 습관적인 피보팅으로 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허세 가득에 어딘가 똘끼도 충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스펙은 좀 모자라지만, 회사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일하는 사람인 애슐리는 30억을 벌어서 조기 은퇴하는 것이 목표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스티브로부터 허세 섞인 입사 제안을 받고 맥콤에 온 능력자 제이는 외모도, 스펙도 훌륭하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 외에도 인터넷 가십에 죽고 못 사는 귀여운 사랑꾼 캐롤과 지식과 센스는 부족하지만 외모로 열일하는 필립, 개발팀 곽성범, 인사팀 모니카, 비서 제시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유쾌한 시너지를 빚어 내며 매 회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유니콘 오리지널 대본집에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사건과 상황을 만들고 유머를 떠올릴 때마다 작가가 직접 갈겨쓴 미공개 아이디어 스케치와 초기 기획안이 매 회마다 수록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주니 드라마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대사를 활용한 고화질의 화보와 비하인드 스틸 등 40여 점을 포함해 볼거리를 풍성하게 채운 두툼한 양장본이라 소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초판 한정으로 받을 수 있는 <작지만 유병재 등신대>와 <대사 스티커 2종 세트>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K-직장인의 취향과 현실을 ‘저격했다’는 호평을 받은 드라마 <유니콘>을 책으로 만나보자. 등장만으로도 웃음과 기대를 주는, 믿고 보는 코미디언에서 작가라는 ‘본캐’로 돌아온 유병재 작가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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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 - 하루 30분 3주면 된다!, 개정증보판
김병완 지음 / 청림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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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온전히 하나가 되어본 적 있는가? 책과 그 책을 읽는 자기 자신 외에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신비로운 체험을 해본 적 있는가? 책을 온종일 읽어도 피곤하지 않고 읽을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경험한 적 있는가? 식사 시간을 훨씬 넘겨도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고 시간이 너무 빨리 휙휙 지나가는 것을 경험해본 적 있는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책 읽기를 방해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가져본 적 있는가?        p.87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연구원으로 11년 동안 일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3년 동안 도서관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1000일 독서'를 실천한 뒤,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당시 그가 읽은 책은 무려 1만 권에 달했고, 이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100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독서법과 책 쓰기를 가르치는 코치가 된 것이다.

 

한국인들의 평균 독서력은 500~900CPM으로, 평균 1분에 500~900자를 읽는 속도이다. 이렇게 하면 250페이지 일반 단행본 기준으로 책 1권을 읽는 데 5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퀀텀 독서법은 한 시간에 한 권 읽기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한다. 빨리 읽으면서도, 깊이 있게,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저자의 말대로 200~25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60~90분 사이에 읽을 수 있다면, 하루 종일 5~10권 정도 읽어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어떤 독서법이길래 이렇게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걸까. 퀀텀 리딩의 목표는 뇌의 왜곡이다. 뇌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뇌를 왜곡해서 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독서 인자들을 깨워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퀀텀 리딩의 두 가지 핵심 원리는 '공감각'과 '초공간'이다.

 

 

 

절대 독서의 질이 먼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양이 되어야 그 후에 질이 된다. 양의 독서가 먼저다. 수천 권의 책을 읽은 후에야 단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수준 높은 질의 독서가 가능하다. 양이 되지 않고, 처음부터 질의 독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초등학생이 수학 공부도 하지 않고, 미적분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저 몇십 권, 몇백 권의 독서량을 가진 사람이 질의 독서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독서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p.248

 

다양한 읽기 방법으로 뇌의 서로 다른 복합적인 감각들이 통합적으로 작동하게 해 독서력을 극대화시키는 공감각 리딩 훈련법도 흥미로웠고, 딥 씽킹을 위해서 필요한 공감각적 훈련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기존에 책을 빨리 읽는 방법으로 알려진 패스트 리딩이나 속독법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놀라웠는데, 저자의 말처럼 너무 빠른 속독은 활자만을 취하는 빈약하고 피상적인 독서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깊이 있게 읽고, 우리의 사고력을 향상시키면서, 속도도 빨라진다면, 그야말로 궁극의 독서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5가지 퀀텀 리딩 스킬을 하나씩 차근차근 연습한다면 3주 안에 독서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니, 특히나 독서 초보들에게 적극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평범한 초보 독서가가 단 2~3주 만에 원 페이지를 한 번에 읽고 이해하는 원 페이지 리더로 단숨에 도약하는 믿기 힘든 일이 퀀텀 독서법 수업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하니 말이다. 평소 뇌의 상태로 책을 읽으면 속도나 이해력이 뒷받침될 수 없기 때문에 뇌를 순간적으로 초공간 상태로 만들어 독서력을 급격하게 높이는 초공간 리딩 훈련법도 한번쯤 따라 해볼만한 스킬이 아닌가 싶다. 이 책과 함께 하루 30분씩 3주 훈련이면 현재 자신의 독서력에서 적게는 3배, 많게는 333배 이상 독서력 향상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 방법에 관한 책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지만, 이 책의 특징은 뚜렷하게 독서력을 비약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생각보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반대로 책을 많이 읽지만 늘 시간이 부족해서 효율적인 독서를 못하는 이들도 있다. 퀀텀 리딩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이다. 하루 30분, 딱 3주만 당신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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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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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닌' 방송 일. 끝나면 또 다시 다음 주 방송이 기다리고 있고, 프로그램이란 마치 생명체 같아서 제작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늘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프로그램 제작에는 정해진 일이 있기는 해도, 그 외의 일들은 명확한 경계가 없다. 기본적으로 정해지고 준비해야 하는 일들은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아주 자주 '정말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 생긴다... 워라밸이라는 말도 없었지만 완벽히 붕괴된 밸런스로 목동 신사옥이 내 워크이자 라이프였다.           p.88~89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연출했던 시기에 ‘멱PD(멱살 잡고 싶은 PD)’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은 예능 PD 김주형의 첫 번째 에세이이다. <런닝맨>을 끝으로 SBS에서 퇴사한 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한국 최초 오리지널 예능인 [범인은 바로 너!]를 만들었고, 지금도 유튜브, 각종 OTT 등 글로벌 채널을 오가며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지옥’이라 불리는 이 변화무쌍한 예능 콘텐츠 세계에서 20년 동안 예능 PD로 살아온 그의 무모한 도전과 방송가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런닝맨> 제작기와 그 비하인드 스토리, 방송국 퇴사 후 예능 인생 2막, 한국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을 제작하게 된 이야기 등을 들려 준다. <런닝맨>은 김주형 PD의 첫 연출작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막 시작한 신생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는데, 그 프로그램이 10년을 훌쩍 넘기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인기 예능이 될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이름표 떼기 추격전, 배신 광수, 월요커플, 유임스본드, 능력자, 하로로, 왕코형님 등 <런닝맨>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설정, 독특한 세계관과 게임들때문에 나 역시 그 긴 세월 동안 여전히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그래서 김주형 PD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이란 게 참 기구하다. 잘되면 정말 좋다. 좋긴 한데, 잘되는 경우에는 끝이 없다. 워라밸 따위는 가슴에 품고 기약 없는 노동 쳇바퀴를 굴려야 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시즌제 프로그램들이 많이 정착을 해서 좀 나아졌다.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죽어야 끝나는 기구한 예능 프로그램의 운명. 유재석 형을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과 사담을 나누던 자리에서도 이 얘기는 단골이었다.
"우리는 잘 안 돼야 끝나. 잘되면 주구장창 계속 해야 돼."       p.166~167

 

대학 시절, 공대생이었던 저자는 방송국에서 일을 할 것 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3학년 여름에 MBC교양국에서 작가로 일하던 동아리 선배 누나의 부탁으로 외국인들 길거리 인터뷰 아르바이트를 하고, 4학년 때 우연히 '방송국 PD 되기'라는 취업특강을 보게 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S전자 해외마케팅 부문에 지원해 졸업 1년 전에 이미 합격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자공학 전공자가 생뚱맞게 방송 PD라니 소식을 들은 과 후배들도 술렁였지만, 그렇게 최종 합격이 되고는 지사파 방송국 공채 PD가 된 것이다. 입사 후에 교양국과 예능을 두루 거치며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셀 수도 없이 다양한 방송 플랫폼에서 무수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고작 4개 채널이 방송을 독점하던 그 시절부터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급변하는 방송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국부터 글로벌 OTT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만들어온 현장 PD의 진짜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예능 PD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재미 지옥에서 살아남은 김주형 PD만의 노하우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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