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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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같은 과장에게 성희롱 당하다 퇴사했다는 직원은 소진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때 자신이 조용히 덮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소진도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자책했다. 물론 소진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얼마 전 대학로에서 있었다. "울지마 지워 줄게, 죽지마 지켜 줄게, 우리가 싸워 줄게."라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여성들을 향한 지긋지긋한 편파와 차별에 마냥 입 닫고 있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는 점이 작은 위로가 된다.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을 통해 보여줬었다. 그녀는 <82년생 김지영> 이후 아홉 살부터 일흔아홉 살까지 60여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삶을 더 많이 드러내고 기록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경향신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로 연재되었고, 저마다의 인생은 소설로 다시 쓰이고 28편의 이야기로 묶여 소설집으로 출간되었다.

이십 대 후반의 소진은 사수인 과장의 성폭력을 팀장에게 알렸지만, 법적 조치는커녕 회사 차원의 징계도 없었다. 과장은 대놓고 소진을 나무라기 시작했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를 많이 주고, 화를 내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인사팀에서는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잘 화해하라고 설득하며 일을 대충 마무리하려고 한다.  소진에 대한 있지도 않은 소문들이 만들어져 사내에 돌기 시작하고, 그녀가 노동청에 직장 내 성폭력으로 진정을 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거라곤 따돌림과사회부적응자, 또라이, 사이코패스라는 폭언이었다. 이 이야기는 미투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소진 역시 폭로와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자신의 선택을 매일, 매 순간 후회하면서도 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기든 지든 이 싸움을 마무리 해야겠다 라고 다짐한다. 제도, 규범, 상식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녀도 이런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 키우는 직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당연히 육아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극성'이라 매도한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다니지 않건 서로 도우며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과 학교와 회사와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SNS에서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Metoo(나도 당했다)라는 말은 어마어마한 파문을 일으켰다.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봇물 터지듯 너도나도 피해 사실을 고백했던 것이다. 미투 운동은 영화계를 넘어 정치계, 스포츠계, 교육계 등으로 확산됐고, 국내의 정치계와 연예계, 교육계 등 사회 곳곳에서 미투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랬던 터라 이 소설집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 졌다. 성폭력이 일상화된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방송작가 이야기, 어린 여자 혼자서 저층에 살 수 없는 이유,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가사와 노동 두 영역에서 소진되어 버린 중년의 여성, 제도 속에서 평범하게 살 수 없는 동성 커플의 불안, 그리고 올해로 12년째 해결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는 KTX 해고 승무원의 이야기까지.. 이 작품 속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겪어오는 삶의 형태들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조남주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녀는 이제 마흔이 되었고,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주변의 사람들을, 조직을, 더 넓게는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는 말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덕성의 기준이 끝도 없이 추락한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름 뒤로 숨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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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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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분위기도 이에 못지않게 절망적이었다. 1967년은 대 실패의 해, 최소한 미국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발사대를 떠나는 것으로는 대대적으로 실패한 해라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유독 허세가 대단하기로 유명했던 NASA에도 스멀스멀 의구심이 흘러 들어왔다.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달 탐사 계획은 우주선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그 우주선이 죽음의 덫이 됐고 새턴 V 로켓으로 궤도에 진입한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는 데다 달 착륙선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1969 7,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닐 암스트롱은 달에 기념비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인간이 달에 착륙한 이후 거의 5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뒤로 우주기술은 더 크게 발전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은 2030년대에 '화성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0년에 달 궤도선을 보내고 2030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첫번째 우주탐사이니만큼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그만큼 기대도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우리의 달 탐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은 알지만, 그 성공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와 정치적 갈등도 있었고, 아폴로 1호는 발사 테스트 중에 화재로 우주인이 사망했고, 아폴로 5호는 로켓이 추락했고, 아폴로 6호의 로켓도 엔진 이상을 보였다. 아폴로 8호는 달 궤도를 돌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고, 인간의 달 착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아폴로 8호가 탄생한 과정과 계획, 임무를 완수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폴로 8호가 어떻게 임무를 성공했고 그 배경에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 NASA의 방대한 기록을 20년 차 「타임」 수석 편집자인 저자의 눈으로 날카롭게 재구성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멋진 이유는, 우주 탐사를 다루고 있는 과학 도서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달을 찾아온 이 세 명의 우주 비행사는 경이로운 광경에 온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 감정을 조용히 속에만 간직했다. 그럼에도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어조나 대화 사이에 머무는 긴 침묵에서 당시의 감정이 명확히 전해졌다.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달을 찾아온 이유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상황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대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원래 아폴로 시리즈 중 최초의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7호와 8호의 비행은 우주 비행사를 태우고 지상을 벗어났다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몰표로, 아폴로 7호부터 9호까지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예정이었다. 아폴로 9호의 발사가 대략 9개월 남은 그 시점, 보먼과 동료 비행사들은 막바지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상관의 호출로 불려간 보먼은 지금까지 준비하던 계획을 취소하고, 당장 16주 뒤에 아폴로 8호로 달의 궤도로 가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죽음의 가능성은 비행에 늘 따라다녔고, 이 임무 역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까지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며 비난을 했던 이 프로젝트는 어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까.

 

지구에서 달까지, 37 6114킬로미터. 그렇게 먼 곳까지 인간이 날아가서, 거기서 바라보는 지구의 풍경은 어떨까. 끝내주게 멋진 광경 아닐까. 그리고 평생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던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달의 중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그 기분은 어떨까.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잉라는데 말이다. 게다가 아폴로 8호의 비행사들은 달의 뒷면을 육안으로는 최초로 보았다. 달과 지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으므로, 지구에서는 영원히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었다. 아폴로 8호의 비행사들이 달의 뒷면을 관찰하고, 달의 궤도를 돌면서 꼼꼼히 기록한 달의 지도와 비행 방법들은 이후에 이어지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초석이 된다. 이 책에는 우주 비행 동안 비행사들이 식사하는 방법이나 잠자는 방법, 우주 비행사들이 입는 옷부터 어떤 원리로 로켓이 이륙하고 우주에서 우주선이 작동하는 지까지 아폴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과학적 정보가 담겨 있어 우주 비행에 관해 궁금했던 많은 것들을 시원하게 알려주는 재미도 있다. 지구 궤도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던 우주 비행 연구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아폴로 8호와 누구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임무에 과감히 도전했던 세 우주 비행사들,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 윌리엄 앤더슨 덕분에 이제 인류는 달을 넘어 더 먼 곳으로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아폴로 8호를 비롯해 이들을 꼭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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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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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채의 집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는 아파트는 나의 감정과 연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은 마당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과하지 않은 크기의 건물이기에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학교 건물은 보통 한 사람 몸 크기의 580배 정도 된다. 이런 건물은 너무 커서 우리 아이들이 정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건물은 일종의시설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의 아이들이 이런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점점 높아지는 집값과 청약당첨의 어려움 등으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아마도 내 집 마련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수십 년 동안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겨우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여생과 노후를 위해서는 집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디서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겠다는 유현준 교수의 이 책을 내가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뜰신잡을 비롯해서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아왔지만 그의 저서를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건축이라는 것을 이렇게나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이다. 사실 실생활과 너무도 밀접한 분야가 바로 건축과 공간인데, 전문적으로 들어가자면 또 이것만큼 어렵고, 복잡한 것이 없다. 저자의 책이 쉽고,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축과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거시적으로, 인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실려 있지만,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그는 말한다. '한교 건축은 교도소'라고. 무슨 소리일까.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바로 학교와 교도소가 있다. 두 곳 모두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에,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우리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가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가 학교라는 공간임을 떠올려 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는 현실이다. 저자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자는 콘셉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례를 들려 준다. 그의 말처럼 정말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건물이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 같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말이다. 언젠가는 이런 학교가 만들어지길 고대해본다.

도시는 유기체에 비유된다.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요소들이 만나면 문제를 일으키고 잘 만나면 상승 효과를 얻게 되어 전체 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도심 속 자연의 대명사인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고급 상권의 대명사인 5번가의 만남이다. 5번가는 센트럴 파크의 동측 면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과 접한 면에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고 그 길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급 상권가로가 된다. 센트럴 파크와 5번가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서울에도 이와 비슷한 두 개의 요소가 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화두가 많다. 그는 왜 우리나라에는 창의적인 천재들이 자주 나오지 않을까를 건축가 입장에서 고민해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내의 일반적인 회사 형태인 고층형 사옥이 아니라 '밥상머리 사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밥상에 둘러앉아 마주 보며 밥을 먹는 식구가 더 돈독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처럼,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대형 공간이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 쇼핑몰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 티를 입는 이유, 뉴요커가 좁은 집에 살아도 되는 이유, 사람 중심의 공간인 골목길을 지켜야 하는 이유 등... 실제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건축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로마의 벽돌 이야기와 피라미드, 조선 시대 사람들의 헤어스타일과 권력, 그리스 민주 사회를 만든 극장의 구조를 비롯해 왜 정치 집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가,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건축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 우리는 과연 이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생활건축도시를 종횡 무진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질문들이다. 다채로운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일까? 내 아이가 자라서 살게 되는 곳은 어떤 공간일까. 술술 너무도 쉽게 읽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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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 미세먼지 걱정 없는 에코 플랜테리어 북
정재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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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나쁠 때 벌어지는 불편함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산소 탱크를 갖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집에서도 산의 향기, 나무 내음을 품은 신선한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고 싶었지요. 마침 주택으로 이사하게 된 터라, 식물이 가득한 '' 같은 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부지런히 식물들을 키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게 실행하는 어플이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주는 것이 되어 버렸다.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거나, 어떤 날은 초미세먼지가 올라오고, 그러다 통합대기가 나쁘기도 하고, 미세먼지 상태가 매우 나쁨인 빨간 색이 되는 날은 그야말로 종일 창문 한번 열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파란색은 굉장히 드물고, 보통 수치인 초록색보다도 나쁨인 노란색을 더 많이 보게 되는 나날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게다가 집에 아이가 있으니 외출 시마다 더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게 된다. 외출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선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고 있어도 답답한 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공기정화 효과를 가진 식물들이 주목받 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자연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플랜테리어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로 실내를 꾸며서 공기정화 효과와 심리적 안정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인테리어 방법을 말한다. 초록 식물들로 한껏 싱그럽게 꾸미는 인테리어가 바로 올해 트렌드이기도 하고, 공기청정기를 뛰어넘는 강력한 식물의 효과를 알기에 나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처음 시도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물 꽂이예요. 주방에서 쓰지 않는 그릇, , 2L 페트병도 좋아요. 스킨답서스 한 포트를 사서 꽂아 화장대 앞에 두는 겁니다. 식물을 키울 곳이 없다고 해도 10×10cm 정도의 작은 면적은 있어요. 욕실 양변기 위도 살릴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식물은 꼭 바닥에 두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세면대 위나 침대 머리맡 등 많은 장소를 찾을 수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임상실험 결과를 모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반려식물 200개 온실 같은 집' 250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반려식물이라니, 참 따뜻한 단어도 다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처음엔 크고 작은 화초 50그루로 시작했으나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반려식물이 200그루가 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바깥이 최악의 공기 질을 보일 때도 집 안 실내 초미세먼지 수치는 10/㎥ 미만인 좋은 상태, 건조한 겨울에도 습도 60% 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니 식물과 함께 하는 생활에 더욱 관심이 생긴다.

그녀는 만약 집을 숲처럼 만든다면, 실내에서도 나무 내음, 꽃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반려 식물 키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침실에는 밤에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들을 배치했고, 아이 방에는 음이온을 뿜어내는 필로덴드론 등을 두어 학습에 효과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고, 욕실에서도 싱그러운 식물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집 안 구석구석이 모두 숲 속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이 책에는 반려식물들의 종류와 역할들도 소개가 되어 있고, 분갈이와 영양 보충, 식물을 살리는 습관과 추위로 인한 응급처치, 식물에 생기는 벌레 처치 등 직접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거기다 아름다운 화분 스타일링 노하우,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텃밭 식물 가꾸기 등 누구라도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는 플랜테리어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도, 이런 집이 있다면 나무 내음, 꽃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고,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실내 식물 키우기와 에코 플랜테리어를 나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 집을 숲처럼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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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401 2018-06-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의 저자 ‘모던마더‘님의 오프라인 강좌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강좌 안내
* 일시 :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시간 : 저녁 7시30분 ~ 9시
* 장소 : 북바이북 판교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17번지 브릿지타워)
* 참가비: 10,000원 (당일 현장 신청 15,000원)
* 참가인원: 50여명

신청 링크 : http://bookbybook.co.kr/221288788778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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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매일 열심히 못 하니까 '적어도' 스포츠센터에 등록해서 주 1회 슬쩍슬쩍 운동하고서 ", 맥주, 맥주, 운동한 뒤엔 역시 술이 맛있어"라며 술집으로 직행하면서 뭐가 '살 빼고 싶어'인가. 뭐가 '근육이 안 붙어'인가. 뭐가 '복부 상태가 표준이 안 돼'인가. 스포츠센터 회원만 되면 근육도 체중도 마음대로 줄거나 늘기라도 할 것 같은가. 꿈 깨시길.

이 책은 <종이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국내에도 출간된 작품이 많은 가쿠타 미쓰요가 2011년 봄부터 2016년 봄까지 스포츠잡지에 게재했던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운동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어른들에게 구체적인 경험담을 제시하는 내용인데, 마라톤을 중심으로 헬스, 복싱, 요가, 등산, 트레일 러닝, 볼더링 등 저자가 중년의 몸으로 섭렵한 다양한 운동이 경쾌한 필치로 담겨 있다.

한 번도 운동을 좋아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그렇듯 체육 시간을 싫어했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등산이라도 가지 않는 한 딱히 일상에서 운동 비슷한 거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나름 운동을 하기는 했었다. 이십 대 초반에는 거금을 들여 비싼 스포츠 센터 일년 회원권을 끊었다가, 몇 개월 만에 포기했지만, 이십 대 중후반에는 핫요가에 재미를 붙여서 직장 동료와 함께 요가를 꽤 다니기도 했다. 따로 운동을 다니지 않을 때는 집 앞에 산책로가 있어 매일 퇴근 후에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인데, 임신한 상태로도 임산부를 위한 요가를 다니면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막상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을 좀처럼 낼 수가 없어 운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상에 치여, 육아에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무뎌지던 의지가 거의 다 사라졌을 무렵,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달리는 건 여전히 싫지만 이럴 때는 감동한다. 자신의 다리로 땅을 누빔으로써 따로따로 알던 마을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이 고요한 흥분. ‘언젠가 하루를 들여 산을 헤치며 미우라 쪽까지 가보고 싶네, 에노시마라면 더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을지 몰라.’ 그 흥분에 마음이 들떠 이런 생각을 한다. 실제로 간다면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할 게 뻔하지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라는 제목부터 이건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면 오버일까. 운동을 단 한번도 좋아하거나 즐겨본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에 뭔가 미련이 남았었는데 현실적으로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런 저런 제약이 많았고, 그 동안 게을러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속 책벌레 가쿠타 미쓰요가 불혹의 나이에 책상을 박차고 나가 때론 구르고 넘어지며 경험한 23편의 운동과 인생에 관한 에세이는 지금 당장 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만큼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운동이란 잘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니며,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다.

 

저자는 4년 동안 이 글들을 연재하며 몇 개월에 한 번 체육수업에 참가하듯 운동을 했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운동이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달리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높은 곳을 걷는 것도 싫지만, 바로 그 싫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모든 솔직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시중에 얼마나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한 서적들이 종류가 많은가. 대부분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고, 식단을 조절해야 하며, 운동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 그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년 여성이, 매번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고 진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어서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렇게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여전히 운동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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