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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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4년 전이다. 그리고 어느새 시리즈는 여덟 번째 이야기가 출간이 되었다. 고양이나 개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야 많지만, 사박사박 소리가 들리는 듯 담백한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진 만화라 개인적으로 콩고양이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두 주인공 고양이는 이름도 무려 '팥알이' '콩알이'로 그 이름만큼이나 깜찍하고 귀엽다. 그리고 그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시바견 '두식이'는 시리즈 네 번째 작품에서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를 과연 한 집안에서 키울 수 있을까 싶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우리의 편견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둘도 없는 단짝들이다.

자신을 개가 아니라 고양이로 알고 자라온 두식이는 등장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줬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가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한참 인기였던 시기라 번역가님이 센스 있게 두식이에게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의 말투를 그대로 살려 주셨는데... 그 특유의 말투는 이제 완전히 두식이의 성격과 닮아 있어 더 귀엽다. 사람 말을 죄다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총명함을 자랑하다가도, 두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순진무구 두식이는 특별한 말투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너구리가 등장했었고, 일곱 번째 이야기에는 두식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성의 고양이가 등장했었다. 개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무서운 고양이 누님이라 개를 싫어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개의 만남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수수께끼의 신원불명 회색 고양이는 콩고양이 콤비만 챙기고, 두식은 쳐다보기만 해도 무서운 눈빛으로 달려들었다. 우리의 순딩이 두식이는 그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이번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는 바로 그 무서운 그레이 언니가 주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레이의 진짜 이름과 대체 왜 그렇게 개를 싫어했는지에 대한 사연도 보여지며, 살짝 뭉클함도 안겨준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마치 마법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에 실린 에피소드는 특별히 재미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회사에 가기 전에 팥알이, 콩알이를 쓰담쓰담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워 그 높고 비좁은 곳을 비집고 올라간 두식이도 너무 귀여웠고, 그레이의 비밀 외출을 따라간 두식이와의 에피소드도, 그리고 그레이가 떠난 후 남겨진 콩알이, 팥알이, 두식이가 그리워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두식이를 위해 비옷과 강아지용 장화를 사와 산책을 가는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대공감이었는데,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밖에 없는 웃긴 에피소드였다. 거기에 더해 내복씨가 머리도 젖지 않게 하라고 삿갓을 두식이에게 씌워 주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배꼽 잡고 한참 웃었다.

 

가족들이 모두 외식을 하러 나가 집이 비어 있는 사이, 팥알이와 콩알이가 두식이를 이용해서 간식을 찾아내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마는 에피소드도 있었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마담 북슬과 함께 두식이의 다이어트도 시작되는데.. 간식은 절대 금지이고, 사료도 다이어트용으로 바꾸는데.. 과연 두식이와 마담 북슬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누구나 가끔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좀 쉬고 싶게 되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럴 때는 딱딱하고 머리 아픈 독서대신, 가볍고 유쾌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런 독서가 제격이다. 팥알, 콩알, 두식이네 일상이 소소하지만 따스한 기분과 함께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콩고양이 시리즈는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둥둥 떠있는 짧은 대사와 간간이 미소 짓게 만들고, 또 그 틈틈이 뭉클하게 만들고, 그 와중에 지나간 추억도 떠오르게 만들어 준다.

오늘도 콩고양이네 집에는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버라이어티한 대가족의 알콩 달콩한 이야기가 계속 된다. 그저 소소하고 평범하게, 반려동물들과 집에서 함께 지내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쓱쓱 그려낸 필치가 너무도 심플하고 위트가 넘쳐 중독성 있게 페이지를 자꾸 펼쳐 보게 만들어주는 만화이기도 하다. 콩고양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되길.. 벌써부터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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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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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놈들이 여기 도착할 때쯤 우리는 없을 거다. 놈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거란 말 꼭 전해." 아빠가 말했다.

"지금 총을 든 건 너니까 네 맘대로 해봐. 하지만 온 세상이 널 쫓고 있어. 네가 온 세상을 죽일 수는 없잖아. 그 남자가 말했다.   p.51

열한 살 소녀 폴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거의 절반 동안 아빠를 보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교문을 나오다 거기 우뚝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빠를 마주한다. 아빠는 나쁜 사람이고, 강도이고, 감옥에 있어야 했다. 탈옥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의 아빠를 보며 폴리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러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생각하며, 공포에 얼어붙었다.

"아빠 말 잘 들어. 넌 나랑 같이 간다. 당장. 수선 피울 시간 없어."

도망치고 싶었고, 무서웠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폴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아빠가 시킨 대로 따라간다. 낡은 차를 타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모텔이었고, 아빠는 팔뚝에 파란 번개 문신을 한 남 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지금 아주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내가 이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며 나간다. 대체 이들 부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네이트는 감옥에 있을 때 범죄조직 아리안 스틸의 두목인 미치광이 크레이그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 대가로 크레이그는 그에게 사형 집행 영장을 내린다. 크레이그는 철통같은 경비가 유지되는 감방에서 살고 있었지만, 바깥 세상에는 그의 발과 눈이 되어주고, 손이 되어줄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하여 네이트와 그의 전부인, 그리고 딸이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고, 네이트는 전처인 애비스와 그의 새 남자가 시체로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놈들이 아이를 쫓고 있을까?

네이트는 이제 자신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계속 살아 있어야 하나 아니면 죽어야 하나. 네이트는 자신이 파멸로 몰고 간 이 아이, 폴리를 구해낼 때까지는 살아 있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온 세상이 그들을 쫓고 있었다. 세상 끝까지 계속 도망쳐야 했다.

 

 

"강해지려면 먼저 약해지는 걸 느껴야 해." 네이트가 말했다.

"?"

"닉 삼촌이 예전에 자주 이렇게 말했어. 근육을 강하게 키우고 싶으면, 근육의 힘이 다 풀리면서 스스로 약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밀어 붙여야 한다고. 인생의 이치가 대부분 그래. 시종일관 자신이 강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더 이상 강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야. "     p.143

계속 도망치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었다. 세상 어디도 그들에게 안전한 곳은 없었으니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미치광이 크레이그가 사형 집행 명령을 철회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네이트가 선택한 것은 그들의 사업에 손해를 입히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는 폴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현금을 훔치고, 마약을 강탈한다. 아리안 스틸은 사업체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고, 네이트는 그들이 휴전을 원할 때까지 계속 그들의 것을 훔칠 작정이었다. 네이트는 폴리에게 갱단들의 계급 체제를 알려주고, 운동을 시키고, 무기 사용법과 목 조르기 등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그래서 어린 딸과 아빠가 조직으로부터 도망다니는 추격 서사는 여타의 작품에서와는 전혀 다른 색채를 띠고 있다. 아이큐가 높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생활을 했던 열한 살 소녀는 강도 짓을 하며 쾌감을 느끼고,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딸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아빠는 아이 대신 자신의 목숨으로 거래를 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부성애를 깨닫게 된다. 이들 부녀는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면 마치 가해자처럼 보일 정도로 당당하게 마약 창고를 털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들과 맞서 싸운다.

책을 읽는 내내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딸과 아빠가 위험에 빠져 있다는 설정과 세상 전체가 적이 되어 버린 그들에 대한 암흑 조직의 추격 스릴러라는 익숙한 서사가 뻔하지 않게 흘러 가는 전개도 흥미로웠고, 네이트와 폴리,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를 비롯해서 여러 등장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더욱 긴장감 넘치게 흘러간다는 점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다. 암흑 조직과 관련된 각종 묘사와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 장면들의 속도감 역시 이 작품을 마치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데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인 조던 하퍼가 인기 드라마의 작가이자 총괄 제작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흘러가는 스릴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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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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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육체로 내 삶을 평생 경험한다. 성실하게 돈을 벌 것이며, 지난해 퇴직한 아내와 함께 딸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행복과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나는 손에 잡히는 소소한 행복을 자주 맛보며 살고 싶다. 그런 기쁨을 주위에 나눠주고도 싶다. 하지만 늘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내 속에 열정이 숨어 있는 것을 안다. 가끔은 달궈진 마음을 온통 쏟아 부을 그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을. 그럴 때 나는 내 몸 이상이며 내 마음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을.   p.38

생태보호연구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진우는 어느 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를 발견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우주를 꿈꿔왔던 진우는 우주인 선발에 지원하고 다섯 번의 관문 중에 3차에 통과한다. 4차 테스트를 하루 앞두고 진우는 팀장과의 면담에서 이번 연구 평가에서 그에게 미달이라는 평점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납득할 수 없다며 성과를 다시 점검해달라고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군항공학교에서의 스케줄은 닷새 동안 그곳에서 먹고 자며 우주복에 싸일 몸의 모든 것을 검사하는 과정이다. 대뇌 소뇌, 각막 수정체, 고막 달팽이관, 치아 목젖, 목뼈 척추, 췌장 비장, 소장 대장... 이 모든 걸 감싸주는 피부와 정신 상태까지도... 그 모든 것을 검사하는 시간 동안 몸이 견뎌내야만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우주를 꿈꾸던 한 샐러리맨 연구원이 우주인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이 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도전과 경쟁 그리고 우정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한 나라에서 뭐든 최초가 되려면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 용기나 돌파력 같은 것도. 지식보다는 지혜가 중요하고 지혜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이진우와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경쟁자들은 이러한 희박한 확률을 뚫고 우주인 후보에 선발이 될 것인가. 과연 누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 것인가.

 

 

사실은 여기 오지 않고 인생을 다르게 살 수도 있었는데.... 훨씬 평범하게. 축구하고 등산 가고 연구하고 딸애들 데리고 꽃놀이에 단풍 구경 다니고. 모스크바는 돈 모아서 구경 올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 모시고, 가가린센터도 하루 관광 코스로 넣어서. 하지만 이것은 내가 결정한 일이지 않는가.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나는 내가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p.251

이 작품 속에서 '일상의 중력'을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주인'이라는 실체를 잡기 어려운 꿈같은 목표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낯선 풍경들을 보여 준다. 우주에서 중력이 없어지고 기압도 낮아지면 몸 속에 있는 가스가 몸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만약 썩은 치아가 있다면 그 틈새로도 가스가 나와 통증 때문에 우주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신체 검사 과정에서는 어금니 하나하나까지 검사를 해야만 한다. 우주에 다녀오면 평소보다 저혈압이 돼서 어지럽게 마련인데, 그걸 잘 견디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혈압을 높였다가 갑자기 떨어뜨리는 테스트 과정도 있다. 혈압이 170이 되었다가 갑자기 70까지 떨어지게 되었을 때의 현기증과 메쓰꺼움으로 인해 실신하는 지원자들이 속출한다. 이렇게 기절할 만큼의 물리적인 상황 속에서 그저 정신력으로 버텨야만 하는 거라는 걸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이들은 우주로 가려고 더 높은 관문을 지날수록 이직이나 휴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4차 테스트 후 열 명이 러시아로 가서 5차를 치르고, 넷이 남으면 한 해 동안 정식교육을 받게 되는데, 정작 우주로 향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이다.

작가는 우주인 후보들과 함께별의 도시라고 불리는 즈뵤즈드니 고로도크까지 동행하여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이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인 선발 과정과 훈련 과정은 굉장히 리얼하고, 현장감있다.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디테일한 묘사들이 매우 현실감 있게 전달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작가가 13년 동안 취재하고, 무려 35번의 개고를 거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이 꿈을 쫓다가 수렁에 빠지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작은 울림을 남겨줄 것 같다. 누구나 한때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어른이 되어 가면서 현실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확률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을 접고 한때 뭔가를 동경했다는 사실마저 차츰 잊어 버리고 산다. 하지만,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고 싶을 만큼의 갈망을 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의 현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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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곤충 슈퍼 대도감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1
이수영 지음, 남상호 감수 / 글송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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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1권은 '곤충 슈퍼 대도감'이다. 우리나라의 곤충 150종이 총집합되어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과학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곤충은 지금까지 알려진 종류만 해도 약 100만 종,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종류까지 합치면 무려 300만 종이 넘는,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이다. 지구 동물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곤충의 세계는 그 종류만큼이나 몸의 생김새와 생활 방식도 다양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이제 여섯 살이 되는 아이가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바로 바다 생물과 곤충이다. 더 어릴 때는 공룡에 열광하더니, 동물, 바다 생물, 곤충으로 점차 관심사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이 중에서 '곤충'이 누구에게나 가장 익숙한 분야라서 어른들도 쉽게 알려줄 수 있는 이름들이 많지만, 흔한 만큼 압도적으로 그 종류가 많아서 낯설게 느껴지는 곤충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보는 곤충 대도감을 통해서 아이와 함께 나도 곤충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곤충은 약 1 4천 종이라고 한다. 그중 딱정벌레목이 40퍼센트, 나비목이 25퍼센트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벌목, 노린재목 순이다. 그 종류가 너무 압도적으로 많아서 알아볼 엄두가 안나지만, 꼭 알아야 할 대표적인 곤충들이 소개되어 있어 쉽게 관찰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화보처럼 생생한 사진은 굉장히 리얼하게 근접 촬영이 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데 굉장히 좋았다. 각 페이지 별로 곤충이 어떤 목 분류에 포함되는지, 그리고 이름과 학명이 소개되어 있고, 해당 곤충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과 크기, 활동기, 사는 곳 등 기본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신기한 곤충 상식'이라고 해서 해당 곤충에 대한 가장 중요한 상식들이 별도로 소개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산호랑나비는 들보다 산을 좋아하며, 남방노랑나비는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고, 왕자팔랑나비는 배에 난 털을 알에 붙여서 천적의 눈을 속인다고 한다. 덤불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뿔나비도 있었고,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인 깜둥이창나방도 있고, 몸속에 독성 물질이 있는 청가뢰, 도토리 속에 알을 낳는 도토리거위벌레 등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곤충이 성장 단계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탈바꿈의 과정도 수록되어 있어, 완전 탈바꿈과 불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들이 어떻게 다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쉬웠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는 산과 들에서 보이던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곤 하는데, 그러한 곤충들이 겨울나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소개되어 있다. 알에서 어른벌레가 되기까지의 한살이 과정도 단계별로 수록되어 있어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도시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평소 일상에서 곤충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산과 들에 일부러 찾아 가거나, 시골 어디로 여행을 가는 등 시간을 내고 멀리 이동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곤충들이라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다양한 곤충의 세계를 접하는 시간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아동 도서 퀄리티가 정말 훌륭해서, 화보도 생생하고, 수록되어 있는 정보도 교과서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정보 전달 식으로 되어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는 그 동안 동물, 공룡, 생물, 요괴 등 다양한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과학 도감을 만나게 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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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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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눴습니다. 배우는 시기, 그리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시기로 말이죠. 배우는 시기에 자아가 형성되고 교육이 이뤄졌다면, 다음 시기에 사람들은 배운 것을 사용해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21세기에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p.50

이 책은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미래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슈퍼 인텔리전스> 닉 보스트롬을 비롯해서 인재론의 권위자인 린다 그래튼, 경제학의 대가인 다니엘 코엔, 노동법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 인종사가 넬 페인터, 전 미 국방부 장관 윌리엄 페리까지.. 그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여덞 명의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저자인 오노 가즈모토는 놈 촘스키, 마이클 샌델, 짐 로저스 등 세계 주요 인사들과 단독 인터뷰를 해온 경험 풍부한 국제 저널리스트인데, 베테랑 언론인답게 날카로운 질문으로 깊이 있는 대담을 이끌어 내고 있다.

무엇보다 여타의 인문학서나 미래 예측을 다루고 있는 책들에 비해 술술 잘 읽히고,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사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들을 완독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다. 이유는 다소 어렵고, 분량도 있고 해서 쉽게 읽기엔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들의 핵심 사상들을 알짜배기만 쏙쏙 골라 이해할 수 있게 담고 있는데다, 대화체 서술로 읽기도 편하고, 책의 두께도 얇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앞서 말한 정년과도 맞물리는 이야기인데, 6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활동을 하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이를 지원해야 하고요. 60세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더군다나 출생률까지 낮아지면 다음 순서는 명백한 파국입니다. 그런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60대 이상의 고령자와 여성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p.132

역사를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연대나 지역을 한정해서 역사적 사건이나 현상 각각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방법과, 장기적 시계에서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유발 하라리를 비롯해서 많은 학자들이 후자의 방법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자면 역사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철학 등 전 분야에 걸친 식견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에 답한 것이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처럼 인류 문명에 대한 거시적 전망과 개인의 삶에 대한 미시적 탐구를 모두 담고 있으려면, 전혀 다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사상을 한꺼번에 읽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예루살렘에 있는 유발 하라리의 자택에서 미래에 인류가 어떤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 지와 세계의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미래 예측을 시작한다. 이어 제레드 다이아몬드와의 대담에서 저출산 고령화나 격차와 같이 전 세계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닉 보스트롬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이끄는 혁명의 한가운데 있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측 가능한 면도 있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세계적 지성들의 혜안 있는 식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미래 예측뿐만 아니라 실업 문제, 난민 문제, 북한 핵 문제 등과 민주주의의 위기, 혐오 사회의 도래 등 바로 현재의 그것을 함께 담아내고 있어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아무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덟 명의 석학들이 제시하는 예측과 날카로운 통찰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또는 앞으로의 위험에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고민해본다면, 이 책은 당신을 미래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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