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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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잊어버려 유통기한을 넘기곤 해.
며칠 정도야, 먹어도 괜찮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 다 상해버려서 먹을 수가 없지.
사람의 마음도 그래. 어떤 감정은 쌓아둔 채 적정 기간을 넘기면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변해버리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내 안의 감정을 너무 묵혀두지 마. 꽁꽁 묵혀 둔 감정들이 상해버려서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제 때 마음을 열어서 풀어주라구.    p.24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의 사랑스러운 여덟 캐릭터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와 젊은 작가들이 만난 '카카오 프렌즈' 시리즈 신작이다. 라이언, 어피치, 튜브, 무지에 이어 사랑스러운 커플 네오와 프로도가 등장했다. 먼저 만나게 된 것은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패셔니스타이자 새침한 매력의 소유자 네오의 이야기이다. 발랄한 현실주의자 네오와 <나를 위해 하다>의 작가 하다가 만났다.

 

 

 

 

네오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새침한 고양이이다. 도도한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단발머리 가발에서 나오고,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와 알콩달콩 아옹다옹 연애 중이다. 하다 작가는 말한다. 가끔은 네오처럼 약간 눈을 치켜 뜨고, 제법 까칠한 표정을 지어보면 어떨까. 내 호의가 타인의 권리가 되고, 착해지고 싶다는 내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는 세상이니까, 그러니까 우리의 착한 마음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사랑스러운 현실주의자가 되어 보자는 거다. 어쩐지 '착해 보이지 말아요'라는 문구 때문에 첫 장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친절한 금자씨가 '친절해 보일까봐' 눈두덩을 시퍼렇게 칠하고 다녔던 것처럼, 우리도 눈 딱 감고 한번 그래 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힘을 들여라, 애를 써라 하고 인사하는 걸까? 안 그래도 모두 힘든 세상인데 말이야. 같은 일을 하더라도, 힘을 덜 들이고 수고를 덜 하고 즐겁고 여유롭게 해내면 그게 훨씬 좋은 일이잖아.
그래서 말인데, "수고하지 마세요" 라고 인사하는 건 어떨까? 나도, 당신도, 너무 수고하지 말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오늘만큼은 수고 대신 칼퇴를 해보자고. 흐흐.    p.166~167

 

SNS에 ‘나를 지키며 사는 삶’에 대해 글을 올리며 7만 팔로워의 공감을 받는 작가답게, 이 책 속의 글들은 온통 '나' 자신을 위한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든 날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행복한 돼지가 되어도 좋고, 쇼핑은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내 정체성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말하며,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은 아랫배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 아름다운 내 아랫배에 자유를 주기 위해 고무줄 바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약속 있다고 핑계를 대더라도 하루 종일 집에서 조용히 쉬는 나만의 시간도 꼭 필요하고, 회사는 돈 버는 곳이니까 모든 걸 걸어놓지 말라고 내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까칠하고, 뾰족하고, 당당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네오의 모습들이 하다 작가의 말들과 고스란히 겹쳐서 답답했던 마음에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안겨준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은 각자 서로 다른 성격에 콤플렉스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독특하지만 친근한,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따뜻하고 위로를 안겨주는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페이지 구석구석에서 그들 캐릭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것 대신 스스로 깊고 유능하고 야망 있고 끈기 있는 가끔은 화끈하고 확실한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해."라는 책 속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야만 생기는 가치라면 그게 내 정체성이 될 수 없으니, 무조건 타인에게 사랑 받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자신을 돌보고, 언제나 자기답게 행동하려 하고, 하고 싶은 걸 기어코 해내는 매력적인 당신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은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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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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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녀 10대의 뇌는 사춘기 이전 시기인 아동의 뇌와 확연히 다르다. 지금 제이크에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변화는 그가 아직 자궁 안에 있는 동안 유전자와 호르몬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아동휴지기의 말미에 이르러 제이크에게는 남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연마할 시간이 다가왔다. 제이크는 열의에 넘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p.59

이 책은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을 기반으로 남자의 심리와 행동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정신분석학자인 저자 루안 브리젠딘은 전작인 <여자의 뇌>에서 호르몬의 변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매우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여자의 뇌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퍼센트 이상이 같으며, 남녀 양성의 변이로 인한 차이는 단 1퍼센트에 불과하다. 여자와 남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1퍼센트의 비밀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뇌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분쟁은 대부분 서로의 선천적인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발생하기 마련인데,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를 상당히 줄이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통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남자의 뇌를 그저 '허리 아래에 있는 뇌'라고 단순화시키는 농담이 있겠는가. 저자 역시 이 책을 준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비슷한 농담을 들었다고 한다. “얇은 책이 될 겁니다. 팸플릿 하나 정도 분량이나 되려나.” 라고 말이다. 이는 남녀에 관한 편견이 여전히 우리 문화에 넓고 깊게 뿌리 박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껏 단순할 것이라는 오해를 거부하고 남자의 뇌를 있는 그대로의 미묘하고 복잡한 악기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닐과 다니엘은 지난 수십만 년 동안 남자와 여자의 뇌 회로가 서로 다른 호르몬으로 미세하게 조정되어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실 성호르몬은 남녀의 다른 감정적 스타일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남자 뇌의 회로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을, 여자 뇌의 회로는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런 호르몬들이 뇌의 특정 영역, 즉 편도, 시상하부, 그리고 거울신경세포시스템과 측두정엽시스템까지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p.178

이 책은 어린 남자아이, 거친 10, 짝짓기에 나선 남자, 아버지, 할아버지를 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남자의 뇌는 임신 8주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점차 뇌에서 여성적 특징들이 제거되기 시작한다. 여자에게는 없는 Y염색체가 있고, 성적 추구, 모험적 행동, 거친 싸움을 할 때 근육을 움직이기 위한 회로가 점차 성장하고 남성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10대 소년이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20배나 증가해 민감성이 높아지고, 성적 추구 회로가 성장하며 영역 보존을 위한 공격성이 증가한다. 점차 성인이 되어 가면서 성과 관련된 뇌 회로에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을 내보내고, 사랑회로와 성회로가 점차적으로 합쳐져 특정한 여성과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성인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짝짓기와 섹스, 보호, 위계질서, 영역 보존 회로를 활성화하게 된다. 아내의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에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는 올라가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진다. 때문에 성적 욕구 회로는 억제되며, 아빠와 아기의 공시성이 발전한다. 중년기가 되면 아주 서서히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노년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이십 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대신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증가하고,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져 애정과 감정에 민감해지고, 공격성이 약해진다.

 

남자의 뇌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통해서 우리는 소년기와 중년, 노년기의 현실적인 남자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사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생물학적 특징과 심리적인 차이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인 관계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부부나 가족 관계에서도 그렇다. 이해의 부족이 오해를 낳고 갈등을 유발하고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할 테고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남자를 향한 오해들을 이해하고, 남자에게 갖는 모든 고정관념을 풀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사랑하는 연인과 잘 안 풀리는 경우에도, 속 썩이는 남편 때문에 골치인 아내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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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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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보잘것없는, 평균의, 시시한, 평범한, 현실에 만족하는 다수의 횡포가 도전을 받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였다. 인간의 특별함을 수용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였다. 아니, 런던은 그 이상이었다. 특별함을 증명할 수 있도록 그 장도 마련해 주는 유일한 도시였다. 누가 뭐라고 주장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렇다 주장하든 저렇다 주장하든, 그것은 아무 의미도 효과도 없었고 주장에 따른 근거만 제시하면 된다.   p.238~239

 

12월 초입 비 내리는 어느 날 아침, 피프스 로드에 정체불명의 엽서가 도착한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라는 단 한 문장이 아무런 서명 없이 타이핑되어 있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찍은 사진이 담긴 엽서였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42번지에 사는 여든 두 살의 노부인 피튜니아는 그 엽서를 보며 피식 웃고 만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늙은 과부인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는 건지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51번지에 사는 아라벨라는 그저 사기성 광고지라고 생각한다. 68번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파키스탄 출신 아메드와 샤히드도, 세네갈 출신의 축구 영재인 아들과 함께 구단에서 준비한 피프스 로드에 있는 집에서 살게 된 패트릭도 마찬가지다.

 

피프스 로드는 런던의 부자 동네로, 이곳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돈을 딸 확률이 확실한 카지노에 있다는 것과 같았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다면 부자였고, 그곳으로 이사하려면 부유한 사람이어야 했다. 처음부터 피프스 로드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곳의 집들이 수백만 파운드로 가격이 껑충 뛰면서 주민들이 모두 부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동안은 출세 지향적이긴 하지만 아주 부유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거주해왔던 동네였다. 지금은 집값이 너무 치솟은 탓에 사람들이 입만 열면 집값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말았다. 마치 오일 러시 대의 텍사스 같은 분위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피프스 로드, 부동산 가격이 최대의 관심거리였던 그곳 주민들의 평화로웠던 일상에 의문의 엽서가 조금씩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대체 누가, 무엇을 목적으로 이 동네를 감시하고, 주민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일까.

 

 

완전히 불공평한 인생. 로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자꾸 이 말만 떠올랐다. 심하게 불공평한 인생.
그 동안 그는 열심히 일해 왔다. 게으름을 피운 적도 없었다... 정말 잠깐만 딴 생각에 빠졌을 뿐 어떤 경우든 다른 사람보다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마치 죄를 짓고 벌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기꾼 소시오패스 부하는 차치해 두고, 그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정말 부당하다.    p.598

 

주민들에게 경고성 문구가 적힌 엽서는 몇 달 동안 이 주에 한 번 정도 도착했는데, 그러다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DVD가 배송되기 시작한다. 역시 같은 문구가 인쇄된 케이스에 담긴 디스크에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은 피프스 로드의 거리를 담고 있는 영상이 있었다. 내용 자체에는 그 어떤 불길한 요소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누군가가 동네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로서도 그 이상의 다른 일이 벌어지진 않았기에 딱히 답을 내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 작품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으로 영국 BBC TV 3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저자인 존 란체스터는 최근 <The Wall>이라는 작품으로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던 작가이다. 돈과 부동산에 얽힌 사건에 휘말려든 런던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리먼사태가 일어나 세계 경제에 위기가 찾아왔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픽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계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2008년, 런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라는 거창한 플롯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담백하고, 소소하게 펼쳐진다. 무려 700페이지의 두툼한 페이지를 가득 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미스터리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뭔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는 기승전결이 아니라, 그저 피프스 로드에 사는 주민들의 소소하고도 세밀한 일상의 풍경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금융위기, 부동산 가격, 돈 등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현 시대의 두려움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다시금 경제 위기를 맞이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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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 양보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기술
다카미 아야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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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탁하기 쉬운 사람' 혹은 '이래라저래라 하기 쉬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는 앞에서 살펴본 '거절하는 힘'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자기신뢰감 쌓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 '그라운딩이 되어 있는가'가 관건이다. 여기서 '그라운딩(Grounding)'이란 '지면에 발이 붙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라운딩 되어 있는 사람은 남들이 정신적으로 침범하기 어렵다. 부탁하기 쉬운 사람 또는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비교나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은 그라운딩이 약한 경우가 매우 많다.    p.27~28

가끔 보면 유독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당신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느라 내 감정을 누르거나, 동료의 부탁 때문에 내 일을 미루거나, 그냥 내가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내 주장을 포기하고 남에게 양보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행동들이 오로지 '선의'에서 비롯되어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들만 우선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행복은 뒤로 밀려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착한 성격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을 수년간 상담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거절하고도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당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 간의 선 긋기'에 서툴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 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식적으로라도 영역 의식이 있어야 서로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으니, 거절하는 힘이야말로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제1원칙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을 줄이고, 무의식 속 죄책감을 버리고,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먼저 확인하고 넘어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상대가 곤란해진 건 당신 탓이 아니니, 때론 이유 없이 거절해도 괜찮다. 남을 위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냉정함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투를 하거나 받을 때 매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항상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 나에게 경쟁을 걸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는가?

유독 자신에게 거북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신의 '그림자 인격'일 수도 있다. 그림자 인격이란 당신이 내면에서 억압하고 있는 그늘진 부분을 가진 사람, 또는 그 요소 자체를 말한다. 쉽게 말해 당신이 싫어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p.123~124

이 책에 따르면 '거절하는 힘'을 키우는 4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건전한 영역 의식 갖기, 이는 자신과 타인 간에 선을 긋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자기신뢰감 쌓기, 이것은 남들의 간섭이나 사소한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갖아야 한다는 말이다. 세 번째, 무의식 속 죄책감 없애기, 이것은 내가 뭘 잘못했나 부터 떠올리거나 미안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자신의 힘은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 이는 남이 해달라고 하는 일보다 나에게 좋은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나다운'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의 후반부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가능한 한 그것에 초점을 맞추는 훈련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일명 '한 달이면 나를 바꾸는 긍정 노트'이다. 노트 한 권을 분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규칙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노트 활용 연습법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는 연습을 이어가고, 나를 당당하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나가다 보면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양보만 하고 눈치만 보던 당신도 그러한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만 책임질 수 있다. 남들의 인생은 그들 각자의 몫이다. 그러니 행복의 우선순위에 나 자신부터 올려두고, 일단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착하지만 어려운 사람이 되기 위한거절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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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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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똥 몇 번 쌌다고 동물 관리국 사람한테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매콤 씨. 이봐요, 난 단지 서로 좋은 이웃으로 지냈으면 해요. 당신한테 무시당하니까 기분이 나빴을 뿐이에요.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니까요. 이웃끼리 그러는 거 아니잖아요. 최소한 동네에서는 그러는 거 아니죠."

", 좋은 이웃이라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우리도 잘 알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이 동네에서 말이에요."     p.43

195센티미터 장신의 스콧 캐리는 벨트 위로 불룩 나온 배와 운동기구로 다져진 허벅지 근육을 가진 평범한 중년 남자이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매일 줄어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몸무게가 13킬로그램이나 줄게 되자 그는 은퇴한 의사이자 친구인 닥터 밥에게 찾아간다. 이미 주치의한테 가서 정기검진도 받아봤지만 모두 정상 범위 안에 든다는 결과를 받은 상태였다. 닥터 밥이 보는 앞에서 체중계에 올라선 그의 몸무게는 96킬로그램이었고, 주머니 속의 동전 한 움큼과 부츠, 바지, 파카 등을 모두 벗고 다시 체중을 재도 역시 96이었다. 게다가 그의 상태는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고, 109킬로그램으로 보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옷을 벗었는데도 옷 입을 때랑 똑같은 체중이 나가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테니 말이다. 스콧의 몸무게는 매일 0.5킬로그램가량씩 규칙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체중이 줄어들면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로 과식을 해도 체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고, 더 이상한 건 9킬로그램짜리 아령을 손에 하나씩 들어도 옷을 벗고 체중계에 올랐을 때랑 몸무게가 같다는 거다. 허리 사이즈나 다리 길이나 물리적 차원에서는 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꼭 스콧 주변에 중량을 반하는 힘의 장이라도 생긴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옷을 입거나 물건을 들거나 하면 중량이 더해져야 하는데, 왜 스콧에게는 그렇지 않은 걸까. 게다가 몸무게가 일정하게 계속 감소한다면 언젠가는 몸무게가 바닥 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스콧은 그 불가해한 상황에 분노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일상을 느긋하게 보내기로 한다.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지금 예상하기로 몸무게가 바닥 나는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속도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콧은 그 와중에도 인생을 만끽하기로 했다.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도리라고 느꼈다. 어쨌든, 가망이 없는 상태에 처한 사람들 중 전적으로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그리 흔할까? 스콧은 이따금 노라가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배워 온 어느 격언을 생각했다.

과거는 역사이고 미래는 불가사의다. 그의 현재 상황과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p.97

이 작품은 무려 '스티븐 킹'의 신작이다. 아마도 작가명을 가린 채 블라인드북으로 이 작품을 읽었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스티븐 킹의 작품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전에 없던 상냥함이 느껴진다'는 뉴욕타임스의 추천평처럼, 우리가 그 동안 스티브 킹의 호러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느껴왔던 그 오싹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장에 '리처드 매드슨을 추모하며'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기도 하듯이, 이 작품은 <나는 전설이다>로 잘 알려진 SF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또 다른 대표작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한 소설이다.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에서 방사능이 섞인 안개에 닿은 후 점차 몸이 줄어들게 된 평범한 소시민 스콧의 이야기는 사실 좀 오싹했다. 키를 비롯해서 온몸이 일괄적으로 줄어들어 결국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벌레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그의 생존 이야기는 고통과 외로움을 동반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스티븐 킹의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스콧의 이야기는 조금 더 경쾌하고, 따뜻하다.

점차 몸무게가 줄어드는 스콧의 이야기는 그의 옆집에 사는 레즈비언 커플에 대한 이웃들의 차별과 편견, 동성혼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 스콧은 이들 부부와 애완견 문제로 사소한 분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들이 사람들의 공격적인 시선과 차별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가 사람들의 증오에 맞서 싸우는 방법은 바로 자신의 줄어든 몸무게를 활용한 것이었는데, 지역 마라톤 대회 에피소드는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내가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인상적이었다. 기존 스티븐 킹의 작품들에 비해 가벼운 분량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의 잔상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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