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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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은 글을 쓰면서도 부산스러운 집안을 관리하고, 네 아이와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20세기 중반 미국인 아버지의 전형적인 양육 방식대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돌봤다. 남편이 문학 평론가이자 잡지 편집자, 교수로 일하는 동안 잭슨은 가정을 돌보면서 양육과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시간을 짜내어 글을 썼다. 1949년 인터뷰에서 잭슨은 이렇게 말했다. "제 인생의 절반을 아이들을 목욕 시키고, 옷을 입히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수선하는 데 쏟아붓고 있어요. 모두가 잠들고 나면 타자기 앞으로 가서 다시 창작열을 불태우려고 노력하죠."    p.161~162

 

모두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메이슨 커리는 소설가,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등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과 작업 습관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으로 일할 것 같은 예술가 대부분은 지독하리만치 규칙적이고 성실했으며 그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습관을 유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에 대한 결과를 모아 <리추얼>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에 등장하는 161명 중 여성은 단 27명뿐이었다. 이번 신간은 그러한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131명 여성 예술가들의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습관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루이자 메이 올콧, 도리스 레싱, 옥타비아 버틀러, 수전 손택, 메리 셸리,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이사도라 덩컨, 샬럿 브론테, 제인 캠피온 그리고 프랑수아즈 사강와 코코 샤넬, 마리 퀴리에 이르기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여성 예술가들이 살아온 보통의 하루가 소개되어 있다. 일상적인 걱정거리에 물들지 않았던 남성들의 이야기에 비해, 집안일과 창작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버지니아 울프는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바꿔놓듯이 습관은 인생의 얼굴을 점차적으로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거의 평생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끊임없이 글을 쓰며, 규칙적이고 질서 정연한 집필 습관을 유지했고 말이다. 

 

 

페버는 스물한 살 때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 타자기 앞에 앉았고, 하루 천 단어를 목표로 잡고 글을 썼다. 항상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목표 달성에 성공해 50년 집필 경력 동안 소설 12권과 단편소설집 12권, 연극 각본 9개, 자서전 2권을 출간했다. 이 작가에게는 집필 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다. 페버는 수년 동안 사실상 어떤 환경에서도 글을 쓸 수 있게 스스로 를 단련했다.    p.295~296

 

성공한 인물들이 헌신적인 아내와 하인, 상당한 유산, 그리고 몇 세기 동안 누적된 특권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했다면, 현실적으로 그다지 와 닿지는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대한 인물들의 일상도 생계유지와 식사 준비,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같은 평범한 걱정거리 속에서 좌절하고 적절히 타협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면 공감대 형성을 하게 된다. 도리스 레싱은 아이가 일어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식사를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집안 일을 병행했기에 끊임없이 일하다 말다를 반복해야 했다. 화가인 앨리스 닐은 두 아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가난한 살림에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나갔지만, 매일 상당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든 밤에 일을 했고, 나중에는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갔을 때 일을 했다. 그럼에도 그림을 중단해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려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여성의 창의적 작업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고, 전통적인 아내와 엄마, 주부의 역할보다 자기표현 욕구를 우선시하려다가 부모나 배우자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이들 중 많은 이들에게 돌볼 자식이 있었고, 부양가족의 욕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글을 쓰면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잠을 충분히 자고, 집안일을 처리했을까? 위대한 인물들의 습관을 엿봄으로써 동기부여를 얻고 싶다면, 새해를 맞이해 나만의 루틴을 구축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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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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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연적 사건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 물리법칙에 따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오는 일은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건을 '우연'이라 부르는 이유는, 반드시 1이 나왔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수많은 여러 가능성 중 하나가 발생한 일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 우연적 사건에 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주사위를 던질 때 손과 주사위 사이에 작용하던 힘의 초기조건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물리법칙에 따라 1이 나올지 혹은 5가 나올지 원칙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p.53~54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가 서울대 인기 교양과목 <인간과 우주>에서 진행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현대 천문학의 눈부신 성과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를 우주라는 낯선 공간으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우주의 정체성은 100억 년 전과 현재가 다르며, 시간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은 우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이 책은 우주의 진화와 생명의 기원을 둘러싼 비밀에 대해서 아주 대중적이고, 친근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천문학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자부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p.183

 

고대인들에게 우주는 이데아의 영역이자 신의 영역이었고,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우주의 중심이었다. 고대로부터 중세까지 이어졌던 우주관인 천동설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과 하늘의 별은 지구 주위를 하루에 한 번씩 공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아름다운 천동설은 과학자들에 의해 점차 균열을 일으키게 되고,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은 여러 가지 가설과 연구로 천문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날, 실제 우주는 정적이고 영원하며 무한한 공간이 아니며,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 변방의 생명체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태초의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해주는 빅뱅 우주론을 비롯해 진화하고 있는 우주의 경이로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나 천문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친근하고, 쉬운 비유를 들어서 알려주는 대목들이 많아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수소 핵융합이니, 원자핵이니, 탄소에 있는 복잡한 이름의 원소들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미술관에 걸려있는 고흐의 그림을 감상할 때의 마음이 공명할 수 있는 경우를 설명한다던가, 방탄소년단의 <DNA>, 스윗소로우의 멤버가 쓴 솔로곡의 가사 등을 예시로 자연의 법칙, 우주의 물리법칙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별 내부 혹은 빅뱅의 순간에 도달하게 되는 플라스마 상태에서 빛과 물질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에너지 넘치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 어른의 경우를 들어 설명해주기도 하는 등 참 쉽고도, 재미있게,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으로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알려주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자,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를 통해서 우주를 향한 천문학의 경이로운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우주의 진화와 생명을 둘러싼 비밀을 비롯해서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는 우리 모두가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놀라운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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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무시무시 놀라운 동물 대백과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6
시바타 요시히데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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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6권은 '무시무시 놀라운 동물 대백과'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부터 좀처럼 가기 힘든 지역에 사는 동물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 페이지가 좀 두툼한 편인데, 전 세계의 동물들이 무려 180종이나 총집합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 그야말로 볼거리나 정보적인 면에서 '동물 대백과'라는 이름에 걸 맞는 책인 것 같다.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생존법, 놀라운 특징들을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동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처럼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크게 카테고리는 고기를 먹는 육식 동물, 식물을 먹는 초식 동물, 고기와 식물을 모두 먹는 잡식 동물들로 구분되어 있고, 그 외에도 사람이 사육하거나 함께하는 개, 고양이, 소, 말 등과 바다에 사는 동물, 크기가 작은 동물, 독특한 괴짜 동물들로 나뉘어 있다.

 

 

우선, 무시무시한 동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자'에 대한 정보부터 시작된다. 사자는 호랑이 다음으로 몸집이 커다란 육식 동물로 때로는 코끼리도 쓰러트릴 만큼 뛰어난 전투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페이지 구성은 각 동물의 특징과 생태, 서식지, 크기 등 기본 정보와 함께 '동물 10초 퀴즈'가 동물마다 수록되어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물에 대한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물에 대해 더욱 관심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새끼 사자가 가지고 있는 무늬는? 늑대가 상대에게 배를 보이는 이유는? 악어는 얼마나 빨리 달릴까? 흰코뿔소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코알라는 둥지를 어떻게 만들까? 등등 어른에게도 알쏭달쏭한 퀴즈들이 많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퀴즈를 풀었다.

 

그리고 각각의 동물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끝나면 해당 동물들에 대한 호기심 항목을 따로 구성하고 있어, 평소에 궁금했던 정보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게 되는 모습 이면에 있는 숨겨진 비밀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밀림의 왕 호랑이가 왜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었는지, 점박이하이에나는 생김새와 다르게 엄청나게 사납다는 것, 악어는 왜 햇빛을 쐬기를 좋아하는지, 추위를 타지 않는 북극곰의 숨겨진 비밀과 고래가 분수처럼 물을 내뿜는 이유 등등 재미있는 호기심들이 가득했다.

 

 

아이와 함께 최강왕 시리즈를 여러 편 보고 있는데, 생생한 사진 화보들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만의 장점인 것 같다. 특히나 수록되어 있는 정보도 교과서적으로 딱딱하게 지식 전달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구성과 요소를 넣어서 아이들이 과학 학습 도감을 꾸준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더욱 좋다.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는 그 동안 동물, 공룡, 생물, 요괴 등 다양한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는데,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과학 도감을 만나게 될 지 매번 기대가 된다. 펭귄은 새인데 왜 날지 못할까? 곰은 얼마나 빨리 뛸까? 하마는 어떻게 스스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까? 늑대가 상대방에게 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동물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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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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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은 친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점이었죠. 그것이 서점인지 카페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만들어 준 명함에 적힌 직함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공간의 주인이 되어서 일하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렸거든요. 내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p.27

 

'나는 회사랑 잘 안 맞는 사람인 것 같아. 퇴사하고, 작은 가게 하나 하고 싶어'라는 생각, 한 번쯤 안 해본 직장인이 있을까. 이 책은 막연하게 공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가이드와 실제 경험을 통한 노하우들을 담고 있다. 창업, 자영업이 얼마나 힘든지, 그 중에서도 '공간 창업'은 왜 더 어려운지에 대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현실적인 사업 계획, 입지, 인테리어, 운영,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꼼꼼히 엮었다.

 

 

미디어는 퇴사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낭만적으로 비추고 있지만, 사실 현실은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 외에 거의 대부분이 실패하고, 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 창업'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은 직장 다닐 때 받던 월급보다 소득이 절반 혹은 반의반으로 줄었는데도 얼굴이 좋아 보이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작은 서점이나 카페 등을 열고 그곳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적당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 창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채로 일단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저자는 "자영업은 힘들고, 공간 창업은 더 힘드니, 말리고 싶다"라고 이 책을 시작하면서도, 실제로 준비 없이 무턱대고 공간을 임대하고 창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일 위해서 아낌없이 충고를 들려주고 있다.

 

 

세상에는 이미 충분한 카페가 있는 것 같지만, 매일매일 끊임없이 새로운 카페가 생깁니다. 새로운 커피 메뉴가 있고 특이한 디저트가 있고 인증샷을 찍어야 할 것 같은 인테리어가 있어요. 그런데 서점은 어떤가요? 동네 책방에서 사는 책과 인터넷 서점으로 사는 책은 100퍼센트 똑같은 제품입니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사면 당일배송을 해주는 데다, 10퍼센트 이상 저렴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서점은 더욱 굳이 방문해서 사고 싶을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p.110

 

이 책은 퍼블리에서 <직장인도 서점 차릴 수 있나요: 공간 기반 창업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과 만족을 얻었던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특히나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을 해야  겠다'라고 생각한 직장인 A의 사례가 단계별로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서점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는 서점도 많다. 게다가 직장인 A는 유명인도 아니었고, 물려받은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뚜렷하게 차별화된 컨셉을 가지고 이미 세상에 있는 서점들과는 다른 나만의 서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평범한 직장인도 서점을 차릴 수 있을까, 그래서 그 많은 과정을 거친 직장인 A의 서점은 결국 오픈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실제로 자신만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례들도 인상적이었다. 그림 가게인 강릉 뮤지엄 홀리데이, 여행자들의 아지트인 강릉 희나리, 동해 묵호 사진관, 서울 도시서점, 서울 부쿠 서점, 속초의 고구마쌀롱과 동아서점, 제주 북살롱 이마고, 춘천의 춘천일기 등등의 장소가 구체적으로 수록되어 있고, 그 외에도 많은 공간들과 공간 창업자들의 질의응답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공간 방문 체크리스트, 수익 분석을 위한 업종별 비용입력 도표, 공간 창업 관련 계정 과목, 부동산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과 공간 프로그램 짜기, 공간의 인테리어 레이아웃 등 다양한 항목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막연하게 공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창업 가이드북이 될 것이고, 나만의 작은 공간을 창업하려는 사람, 각각의 창업 준비 단계에서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아주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이 모든 내용들을 다 알려주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국 공간 창업의 준비물은 하나밖에 없다고.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만들 내 공간'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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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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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면 배신당하지. 대신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일도 없어. 나는 그걸 깨달은 거야. 그랬더니 희한한 일이 일어나더군. 그때까지는 그저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 회사가 아주 편안한 곳으로 보이더라고. 출세하려 하고 회사나 상사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니까 괴로운 거지. 월급쟁이의 삶은 한 가지가 아니야.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좋지. 나는 만년 계장에 출셋길이 막힌 월급쟁이야. 하지만 나는 자유롭게 살아왔어. 출세라는 인센티브를 외면해버리면 이렇게 편안한 장사도 없지."    p.47

 

영업2과의 과장을 맡고 있는 하라시마에게 매주 목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정례회의는 스트레스였다. 그날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탓에 영업부장인 기타가와로부터 질책과 추궁을 당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영업 1과의 과장 사카도 노부히코는 하라시마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영업부 에이스로, 최연소 과장으로 승진해 화려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인물이었다. 만년 실적 부진인 2과와 비교돼 사내에서는 '꽃 같은 1과, 지옥 같은 2과'라고 불릴 정도였고, 유명 대기업을 고객사로 거느리고 있는 도쿄겐덴의 매출을 견인하는 최고의 수입원이기도 했다. 영업 1과에는 회의만 열렸다 하면 좋다고 꾸벅대는 만년 계장 야스미가 있었는데, 어디서든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졸아서 잠귀신 핫카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날 회의가 끝난 후 사람 좋기로 소문난 사카도가 전부터 쌓아온 분노가 폭발하기라도 한듯 야스미에게 무시무시한 얼굴로 화를 낸다. 그날 이후로 사카도는 야스미에게 노골적으로 폭언과 질책을 퍼붓기 시작하고, 야스미는 기다렸다는 듯 사카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해버린다. 하지만 실적이 뛰어나고 성실한 에이스와 무능력한 구제불능이라는 구도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니,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뻔히 보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이 되어, 사카도의 인사부 대기 발령이 결정되고 만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의 배경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추악한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들과 진실을 드러내 고발하려는 자들의 치열한 싸움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고발해봤자 얻을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 말씀이십니까?" 사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이 일을 은폐하는 일을 하고 있어. 이 회사를 지키고 우리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너, 그 나이에 구직 활동을 하고 싶어? 여기보다 더 조건 좋은 직장이 있을 것 같아?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도 남잖아."   p.340

 

일본 TV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쓴 이케이도 준의 신작이다. 중견기업 도쿄겐덴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은폐와 폭로의 기로에 선 직원들의 갈등을 그린 옴니버스 군상극이다. 현지에서는 출간 반년 만에 NHK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출연진이 대거 출격한 영화 <일곱 개의 회의>(국내 개봉명:내부고발자들━월급쟁이의 전쟁)도 화제를 모았다. 소설도 12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단 한 권으로 이케이도 준의 매력을 담고 있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한 중견기업에서 벌어진 추악한 사건을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심 플롯으로 세워두고, 각 장마다 중심 인물을 다르게 해서 영업1부, 영업2부, 경리부, 총무부, 거래 업체 등의 풍경을 각각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하다. 인물과 시점을 바꿔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그 속에서 독립된 스토리처럼 진행되지만, 차곡차곡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교집합이 생기고, 또 하나의 사건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긴장감 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어느 회사에나 존재할 것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등장 인물들이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해 누구라도 공감하면서 보도록 만들어 주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문학’을 선도하는 작가라는 평가답게 최고의 '읽는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지루한 소설은 딱 질색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케이도 준의 작품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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