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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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사회학적 연구라도 하듯 많은 자료를 찾아 읽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자신에게, 서로에게.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 받아 들여지기 위해, 그리고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과거에는 거짓말로 돈을 벌거나 손해를 피하기가 훨씬 쉬웠다... 지금은 모두가 약장수인 시대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대중이 당신의 창문과 대문, 나아가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거짓말을 하려면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연출하고, 걸러내고, 계획해야 한다.      p.18

 

완벽하게 줄지은 창문들,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안뜰을 굽어보는 듯한 지붕 창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가꾸는 교정과 숙소들, 수목원.. 아름다운 학교다. 그러나 뭔지 모를 불안한 기운이 서려 있다. 이곳은 100년이 넘은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 기숙학교인 구드 학교이다. 워싱턴 D. C.의 엘리트 계층인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외교관, 정부 고위직과 그 밖에 억만장자의 딸들이 모인 영재학교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 학 학년의 정원은 단 50명, 모두 포드 학장이 직접 선출한다. 구드는 최고의 학생만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노력한 만큼 미래를 보장시켜 주는 곳이었다.

 

전학생이 거의 없는 이곳에 어느 날 영국에서 온 아름다운 소녀가 전학을 온다. 180센티미터에 윤기 흐르는 피부, 연회색이 감도는 파란 눈동자, 천연의 금발 머리, 그리고 순진무구한 소녀의 미소를 가진 애쉬 칼라일. 그녀는 얼마 전에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한날 한시에 부모가 자살한 것이다. 런던에서 인정받는 자산관리 전문가였던 아버지가 재무부 차관에 내정되기 직전 불륜 스캔들이 터지자 자살했고, 어머니 마저 심한 충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게다가 오래 전 남동생도 그녀와 함께 호숫가에 있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열여섯 소녀 주변에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고, 이러한 애쉬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포드 학장은 그녀의 개인사를 밝히지 않고, 이름을 바꾼 상태로 입학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애쉬가 전학을 오고 나서 구드 학교에 의문의 죽음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모든 과거를 잊고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 멀리 전학 온 애쉬를 또다시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과연 그녀는 그 모든 죽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최악의 순간들을 돌아보며 살아간다. 아픈 치아를 찔러보고, 멍든 자국을 눌러보면서 아직도 아픈지 확인한다. 그러는 동안 현재의 행복을 흘려보낸다.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으므로. 평안하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은 뭔가 잘못했다는 뜻이니까. 누군가의 어깨에 올라타거나, 누구를 아프게 했거나, 속이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니까. 상처에 덮인 딱지를 떼어내서 피 맛을 보고, 싸우고, 미워하고, 섹스를 하고, 사랑을 한다. 무엇을 위해? 인생이란 도대체 뭘까?      p.403

 

구드 학교는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여러 떠도는 괴담들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10년 전, 숲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학생 하나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당시 살인자의 아들이 지금 학교에서 사환으로 일하고 있었다. 비밀 클럽이 다락방에서 신생아 뼈를 여러 구 찾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학교 밑으로 지나가는 지하철도와 터널도 위험했으며, 수목원 길은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되고, 계단이 붉은색인 이유도 어떤 여학생이 목을 매달면서 흐른 피가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와중에 애쉬는 항상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느낀다. 게다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특권층 소녀들의 견제와 질투, 선생님들의 암묵적인 묵인 하에 운영되는 비밀클럽과 학교의 수많은 규칙들로 신입생의 나날은 정신 없이 흘러 간다.

 

이야기는 주로 신입생 애쉬의 시점과 포드 학장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두 인물 모두 명백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그리고 현재의 버지니아 마치버그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로 몇 개월 전 영국 옥스퍼드에서 있었던 일이 교차로 보여지면서 더욱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소녀들만 모여 있는 명문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학원 스릴러 내지는 영어덜트 소설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작품이었다. 심리 묘사도 촘촘하고, 플롯도 잘 짜여 있고, 반전도 인상적이고, 페이지를 넘길 수록 더해가는 서스펜스 또한 훌륭하다. J.T.엘리슨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 낯설지만, 영미권에서는 FBI 시리즈와 형사 테일러 잭슨 시리즈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 임명직으로 백악관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워싱턴 정가 엘리트의 실체를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어 대단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매혹적인 배경과 생생한 인물들,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 영화화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J.T.엘리슨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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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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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이 만든 걸 과연 정말로 책이라고 불러도 될까? 책은 대학을, 그것도 국문과나 문창과를 전공하고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문예지 공모전에 등단한 사람들이나 사회의 저명인사들같이 삶에서 어떤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달성해낸 이들이 그들의 고매한 정신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적어내는 것이 아닐까? 일도 안 하고 집에서 놀기만 하면서 남들보다 부족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책에 대한 일종의 모독은 아닐까? 나는 불안했다.     p.35

 

이 책은 30대 무직이었던 한 사람이 독립출판을 하고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군대를 전역하고 30대 무직 남성의 소소한 하루들과 사소한 일상들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며 순간순간 스치는 단상들, 매일의 단출한 기록들을 10년 정도 모아서 책으로 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독립출판의 장점이다. 독립서점에는 여행기, 사진집, 시집, 소설집,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다양한 판형으로 나와 있다.

 

살면서 책 한 권쯤 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할 것이다. 요즘은 일반인이 글을 쓸 수 있는 매체도 많은 편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강좌나 독립출판을 한두 달 과정으로 도와주는 워크숍들도 많은 편이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독립출판의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다. 책의 판형과 폰트, 자비출판과 독립출판의 구체적인 제작비, 본문을 편집하는 프로그램과 매뉴얼, 표지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표지 안쪽의 프로필, 제본 방식, 교정과 교열, 책의 가격을 측정하는 방법과 출판사 등록하는 과정, 판매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수록되어 있다.

 

 

사람이 하는 일들에 모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지쳤습니다. 행동에는 목적이 없을 수 있고 그 목적엔 당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도 간혹 마주해야 했습니다. 학벌, 경력, 자격증, 살아 있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 대한 당위는 이러한 것들로 채워져야 하는지 모릅니다. 30대 백수 쓰레기와 디자이너와 경제학도가 낸 책들에 이런 당위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는, 책을 낸 이유에는,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할까요.     p.115~116

 

요즘은 굳이 작가가 아니라도 너도 나도 글을 쓰는 시대이다. SNS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된 것도 있고, 워낙 사는 게 마음을 헛헛하게 하는 것이다 보니 글을 통해 위로 받고, 공감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SNS에서 조금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책이 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 몇몇은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SNS에서는 핫하다는 작가들이 왜 책 속에서는 이렇게 '평범하거나 수준 이하의 글들'을 쓰는 건지 생각해 보면, 아마도 출판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아서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니 이 책을 쓴 저자처럼 실제 현실에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낸 과정들을 통해서 독립출판계 문을 두드린 이의 글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처음 출간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가 조금 궁금해졌다. 21세기 보부상, 보따리장수, 독립출판의 전설이라 불리며 강렬하게 독립출판계에 입문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처럼 독립출판물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내가 쓴 책을 내가 만드는 일에 대한 묵묵한 기록'과 함께 저자의 평범한 일상과 고민들이 에세이처럼 수록되어 있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독립출판에 대해 배우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언젠간 책 한 권 써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들에게, 글로 써야만 하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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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2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오나님이 풀간 하신 줄 알았어요 :-)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하면 안 망한다는데 ㅎㅎㅎ 발상이 좋은 책이네요 ~
 
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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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의 방으로 들어갔다. 1백 권이 넘는 책들, 다양한 종류의 펜들, 노란색 노트 더미들, 검정 수첩 예닐곱 권, 모눈종이, 아직 따지 않은 레드와인 네 병, 자두 술, 브랜드 두 병이 있었다. 폴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남긴 잔여물들을 보고 있자니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우리가 축적해온 모든 것, 우리가 맺어온 모든 관계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건 '지금 여기'뿐이다.    p.50

 

미국 중서부 지방에 있는 주립대학교를 조기 졸업한 스물한 살 샘은 하버드 로스쿨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되었다. 그는 로펌에서 인턴 일을 하고 대학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를 하며 외국에서 몇 달 동안 지내기에 충분한 돈을 모아두었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5개월 동안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6월부터 연방 법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었고, 9월부터 로스쿨 생활이 시작되니 그 전에 파리 여행을 맘껏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샘의 어머니는 그가 열두 살일 때 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무뚝뚝한 성격에 그다지 살갑지 않은 사람이었다. 새 엄마인 도로시 역시 아버지처럼 과묵한 성격이었고, 언제나 그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었기에 그는 늘 외로웠다.

 

 

어느 날 그는 호텔 옆방에 묵고 있는 폴의 소개로 파리 시내의 서점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번역 일을 한다는 그녀의 이름은 서른 여섯 살의 이자벨로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하지만 샘은 밤새 홀린 듯 그녀 생각에 빠져 있다 다음날 이자벨에게 연락을 하고, 그녀의 작업실에서 오후 5시에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지만, 애초에 두 사람은 생활도, 성격도 너무 달랐다. 이자벨은 부유한 남편과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샘과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결혼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샘은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고, 그녀와 계속 함께하고 싶지만 자신은 몇 개월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혼 이후에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하길 원하는 프랑스 여자와 열정과 사랑을 혼동하는 철없는 애송이이자,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미국 남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소유하기 힘든 것일수록 소유하길 원한다. 원하던 걸 손에 넣게 되면 현재 주어진 것들이 원래부터 쉽게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뒤틀린 논리의 궤적과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울들의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진지하고 안정된 사랑이 아니라 손에 넣을 수 없는 몽상 같은 사랑을 뒤쫓게 된다.    p.214~215

 

우리가 연애를 할 때 가장 많이들 갖게 되는 착각이 바로 이것 아닐까. 바로 내가 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사람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도 수십 년 넘게 구축된 성격이나 취향, 사고방식, 자아 등은 절대로 바뀔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착각을 하곤 한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나로 인해 이 사람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그리고 바로 그런 믿음이 결국에는 관계가 파탄이 되는 시발점이 되고는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자신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말하더라도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그 동안 쌓아온 가치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바로 이 작품 속 샘과 이자벨처럼.

 

 

기존에 만나왔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이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도 못할 만큼 엄청난 어드벤처를 느끼게 만들어준 화려한 스토리라인을 자랑했었더라면, 이번 작품의 플롯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프랑스의 기혼 여성과 파리에 여행 온 미국의 대학생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놀라운 반전도 중요하지 않다. <모멘트>나 <리빙 더 월드>, <파리5구의 여인>이나 <비트레이얼> 등의 작품에서 보여 주었던 스펙타클한 모험과 화려한 플롯은 없지만, 대신 사랑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상적인 상대를 만나 서로 절절하게 사랑하다 결혼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서로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더는 배우자에게 열정을 느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더라도 끝까지 절실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에 대한 시각도 흥미로웠고, 흔히 ‘외도’ 혹은 ‘불륜’으로 치부되는 관계로 시작된 샘과 이자벨의 사랑이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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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메이커 - 집에서 만드는 치즈의 모든 것
모건 맥글린 지음, 차승은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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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빵과 함께하는 치즈도 즐겨먹고, 요리에 활용하는 치즈 레시피도 많이 해보았다. 리코타 치즈는 집에서 만들기 굉장히 간단한 편이라 자주 만들어서 먹었고, 치즈를 좋아해서 피자 종류도 전부 다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은 나처럼 치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런던에서 치즈 가게를 운영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치즈 노하우와 다양한 치즈 레시피를 소개해준다. 특히나 온갖 종류의 치즈를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치즈의 제조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우유에 발효 배양균을 넣어 유당을 유산으로 바꾸면서 익히고, 우유를 걸쭉하게 만든다. 그리고 커드가 생성된 다음 유장을 따라내고 남은 것이 치즈가 된다. 치즈 만들기가 처음일 때 배우기 정말 좋은 생치즈는 만들기도 가장 쉽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도 좋다. 생치즈로 커드치즈, 리코타, 모차렐라, 부라타 그리고 마스카포네를 만들 수 있는 레피시가 소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라타 치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부라타는 모차렐라를 만들던 치즈 생산자들이 남은 모차렐라 조각들을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 조각들을 생크림과 섞어서 생 모차렐라 덩어리로 싸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집에서 부라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차렐라 조리법을 4단계까지 한 다음에, 거기서 몇 가지 레시피가 더 추가된다. 생각보다 재료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 직접해보려고 체크해 두었다.

 

 

그리고 크림치즈와 연질치즈, 염소젖 치즈, 반경질치즈, 경질치즈, 블루치즈 등 세상의 모든 치즈들을 전부 다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치즈들도 있었고, 레스토랑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것들도, 그리고 처음 들어본 치즈의 종류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치즈를 만드는 방법만 소개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해당 치즈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실전에서 따라해 보기 딱 좋을 것 같다. 리코타를 곁들인 수제 뇨키, 부라타와 토마토 샐러드, 마스카포네 초콜릿 음료, 구운 브리치즈를 활용한 사과 토스트, 주키니와 염소젖 치즈 타르트, 치즈 막대 과자 등등 18가지 치즈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레시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고르곤졸라 피자덕분에 블루치즈를 처음 알게 된 이후로, 블루치즈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치즈의 종류 중 하나가 되었다. 푸른 곰팡이가 핀 치즈라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특유의 풍미와 강한 향이 좋아 즐겨 먹는 편이다. 블루치즈는 소젖, 양젖, 또는 염소적으로 만들어서 페니실륨 곰팡이 배양균으로 숙성시킨 치즈를 통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놀랍게도 수제 블루치즈를 만드는 방법도 수록되어 있다.

 

블루치즈는 요리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가정에서 잘 만들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주재료는 우유, 배양균, 레닛, 그리고 페니실륨 곰팡이만 있으면 될 정도로 간단하다고 한다. 다른 치즈의 레시피들에 비해 조금 어려워 보이긴 했는데,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레시피였다. 게다가 모든 단계가 끝나고 나서도 3개월 숙성을 시켜야 하고, 이후에 냉장고에 넣고 2개월 더 숙성시켜야 한다니 맛있는 치즈를 먹기 위해서 꽤 긴 시간을 거쳐야 완성되는 치즈인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블루치즈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직접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수제 치즈 레시피도 흥미로웠고, 그런 치즈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치즈 요리 레시피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치즈 보관 방법, 치즈를 만드는 데 필요환 재료와 도구 판매처, 치즈와 어울리는 맥주, 와인 등도 소개되어 있어 치즈를 즐기는 방법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집에서 대부분의 치즈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치즈 만들기가 너무 어렵고 복잡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리 많이 시도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치즈를 정말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집에서 치즈 만들기를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누구라도 쉽게 치즈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처음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소개되어 있고, 그 치즈를 가지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까지 덤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쉬운 생치즈부터 시작해서 점점 복잡한 치즈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기초부터 단계별로 실력을 키워나가면서 따라 해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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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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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대화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지성이 존중받던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존슨, 레이놀즈와 그들의 친구들은 선술집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때론 논쟁도 벌였고 서로에게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가기도 했다. 처음부터 그들은 정치, 법, 의학, 문화, 예술처럼 중요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모임에 나오기를 바랐다. 이후에 이 모임은 사람들에게 '문예 클럽'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에게는 '선술집에서 좋은 벗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클럽'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그냥 '더 클럽'이라 불렀다.    p.21

 

1764년, 당대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인 조슈아 레이놀즈는 비평가이자 걸출한 시인이었던 새뮤얼 존슨의 우울한 심산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작은 모임을 만든다. 런던의 평범한 선술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모임에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논쟁을 벌일 준비가 된 '좋은 벗'만이 이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클럽의 멤버들은 모두 당대의 아이콘이었을 뿐 아니라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었다.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 전기 작가 제임스 보즈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등 그야말로 18세기 후반 문화의 '어벤져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모였다.

 

이 책은 당시 영국을 대표하는 정치, 경제, 역사, 예술, 문학 등 다방면의 엘리트들이 모여 서로 관계를 맺고, 논쟁과 경쟁, 아이디어와 포부 등을 교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클럽 회원들이 나눈 수많은 대화를 보즈웰이 기록으로 남겼고, 하버드 대학 역사학 교수인 레오 담로슈는 이를 통해 18세기 후반의 영국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보즈웰이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시시콜콜한 질문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대화를 재미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그가 진정 원했던 거였다... "호기심은 그 누구보다 보즈웰을 아주 먼 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질문을 받은 이가 무슨 말을 할지 혹은 무슨 행동을 할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p.452

 

50대 초반의 새뮤얼 존슨과 20대 초반의 제임스 보즈웰은 성격도, 외형적인 모습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그들은 더 클럽이 만들어지기 몇 달 전에 만났지만, 곧 서로에게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다. 제임스 보즈웰은 자신의 일생을 꼼꼼하게 기록했고, 그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존슨전>을 발표했다. 이 책에는 더 클럽에서 존슨과 그의 친구들이 나눴던 대화가 많이 담겨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가 이백 년이나 지난 뒤에 당시의 클럽 회원들이 밤늦도록 나누던 대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에 대한 이야기 많아서 그의 '전기'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더 폭이 넓다. 그가 살았던 당대의 시대상, 그리고 그들과 함께 더 클럽의 회원들이었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우정과 심오한 토론과 그 시대에 쓰인 위대한 작품과 이론,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나 모든 주요인물의 초상화 및 장소와 사건들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란스러우며 모순되고 폭력적인 18세기 런던의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영국의 사상과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18세기 영국의 토대를 완성한 쟁쟁한 인물들의 비밀 모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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