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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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동학대, 대학 내 성폭력 등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폭력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 소설이 작은 위로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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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를 잡아라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로알드 달 원작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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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님을 잃게 된 여덟 살 소년은 커다란 집에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다. 할머니에게 가족은 이제 소년뿐이고, 소년에게 가족은 할머니뿐이다. 할머니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자신을 두고 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는 걸 다짐받고 싶어하는 소년에게 할머니는 이제 자신의 집은 바로 여기라고 안심시켜 준다. 할머니에게 엄마처럼 이야기를 해달라 조르는 소년에게, 할머니는 '마녀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할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벌어진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녀가 지금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일반 사람과 마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대왕 마녀의 존재와 마녀 구별법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방학이 아직 한참 남은 어느 날, 소년이 지루해 할 때쯤 할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의사는 담배를 끊고 공기 좋은 곳에서 푹 쉬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려 준다. 두 사람은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 호텔에서 소년은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그 마녀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이를 지독하게 싫어해서 없애 버릴 궁리만 하는 마녀들의 모임에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대왕마녀까지 목격하게 되는데... 그들의 무시무시한 계획을 몰래 엿듣다 들키고 만다. 소년은 마녀들에게 붙들려 그 자리에서 생쥐로 변하게 되는데, 그렇게 생쥐가 된 한 소녀와 소년이 마녀 전문가인 할머니와 함께 그들의 계략에 맞서 세상 모든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과연 생쥐가 된 소년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할머니와 소년은 마녀에게 맞서 이길 수 있을까?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등 로알드 달의 작품들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많은데, 동화만큼이나 매혹적인 로알드 달의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어 영화 버전으로도 대부분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마녀를 잡아라> 역시 최근에 앤 헤서웨이 주연으로 영화 버전으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은 바로 그 <마녀를 잡아라>의 그래픽 노블 버전이다.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굉장히 기괴하고도 독특하다. 마녀를 자극하는 건 깨끗한 어린이한테서 나는 냄새기 때문에, 마녀에게 걸려들고 싶지 않으면 몸을 씻지 않아 더럽게 하면 된다는 것부터 마녀들은 갈고리 모양의 손톱을 감추기 위해 사시사철 장갑을 끼고, 대머리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가발을 쓰며, 발가락이 없는 걸 숨기려고 사계절 내내 끝이 뾰족한 구두를 신는다는 설정부터 재미있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라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아이스너 상.하비 상 수상 작가인 페넬로프 바지외가 로알드 달의 원작을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로알드 달의 작품이 1983년에 출간되었는데, 2020년에 만들어진 그래픽노블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작가는 원작의 기본 이야기와 구성은 그대로 지키면서, 몇 가지 요소를 바꾸어 조금 더 긍정적인 버전으로 만들어냈다.

 

고아가 된 소년과 나이가 너무 많은 할머니가 마녀들에게 대항한다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졌지만, 특히나 로알드 달 특유의 재치와 유쾌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생쥐로 변해버린 시점이 이야기의 중반부터였는데... 후반부 내내 사람이 아닌 생쥐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신선한 전개였고 말이다. 어린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생쥐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는 발상의 전환,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뭉클함까지 전해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로알드 달의 원작을 읽었던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로알드 달의 영화들을 좋아했던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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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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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나는 지켜보고 싶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개입하려는 마음을 꾹꾹 누를 생각이다. 커 가는 과정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아이가 조언을 구할 때면 짧게 몇 마디 해 주는 정도에서 부모의 역할을 하고 싶다... 아이의 미래에 대해 뭔가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을 할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오로지 아이의 몫이어야 한다.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도착이 아니라 과정이듯이 말이다.    p.77

 

저자는 어느 날,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아내가 쓰다 만 노트를 발견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노트는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바로 빈 페이지였다. 바쁜 육아로 인해 멈춰 있는 그 기록을 계속 이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림에다' 의 시작이었다. 아내는 육아로 인해 변함없이 바빴고, 점점 지쳐 갔고, 더 예민해졌지만.. 남편이 아내가 하는 일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육아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이 여타의 육아 관련 에세이와는 다른 지점은 '엄마가 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으로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육아 휴직을 한 뒤 직접 육아에 참여해 그 과정을 경험했고, 다시 회사에 복직해 일하면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아내와 함께 해왔다. 여자의 관심사에서 엄마의 관심사로 바뀌고, 일어나자마자 시작되어 해가 저물어도 육아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는 남편의 시선으로 그려진 섬세한 그림과 이야기들이라서 너무도 공감이 되었고, 따뜻했다.

 

 

가끔은 아이를 보며 너무도 생생하게 내 어릴 적 기억이 살아날 때가 있다. 아이는 음식을 먹을 때 한꺼번에 입에 넣지 않고 한 가지를 삼키고 나서야 또 다른 음식을 입에 넣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어릴 적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렸다... 저 아래 가라앉아 평소에는 고개를 내밀 것 같지 않던 어린 시절의 나와 여섯 살 나의 아이가 겹쳐지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하던 행동들이 내게 옮겨졌을 테고, 나의 행동들이 다시 아이에게로 옮겨졌을 테니 말이다.      p.183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몸을 가눌 수 있게 되고,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하고, 혼자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누구와도 말이 통화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고.. 부모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아직도 목을 가누지 못하고, 뒤집기를 하느라 진땀 빼고, 울타리를 붙잡고 겨우 걸어 보려고 했던 시간들이 생생한데 말이다. 그 소중하고 예뻤던 모습들이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것 같은데, 아이는 그 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점점 자립을 하게 되고, 앞으로 달려만 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가겠지.. 싶은 마음이 들면 시간이 흘러 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 매 순간이 특별해진다.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좋은 엄마, 아빠일까? 아이에게도 세상이 처음이지만, 부모에게도 엄마, 아빠가 되는 경험은 처음이라 낯설고 서툴기만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정신 없는 일상이 시작되면 그렇게 고민하고, 자책하던 시간 조차 사라져 버린다. 그저 매일을, 매 순간을 살아 내느라 너무 바쁜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되돌아볼 수는 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시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분명히 있다'는 페이지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는 순간들이라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자식의 성장 과정에서 부부의 관계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 너무 좋았다. 지금,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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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 임신과 출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닥터베르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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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산부인과 의사 엄마와 공학박사 아빠가 '좌충우돌 우여곡절 중구난방, 본격 애 낳고 키우는 만화'이다. 서울대 공학박사인 닥터 베르는 학위 과정 중에 무려 3년의 육아 휴학을 했다. 남학생의 육아 휴학은 드문 일이었고, 돌아오는 일은 더욱 드문 일이었지만, 그는 후배들과 교수님 모두 만류를 뿌리치고 떠났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1년 정도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갑자기 '박사학위를 이용한 육아 만화'를 그리겠다고 선언한다. 논문 기반 육아라이프라니 그야말로 상상이 가지 않는 초신박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신생아 돌보기를 10억자리 똥 만드는 기계와 생활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아기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경험을 외계인이 낯선 생명체를 마주하게 되는 상황으로 그려내고,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경우를 순서도로 정리하고, 아이를 잃은 아내에게 반려동물 선물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그야말로 스펙터클하게 보여주고 있다.

 

깔깔대고 웃다가, 문득 뭉클해지고, 어이없어 피식거리다가 진지해지고, 전문적인 지식들이 등장해 어리둥절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의 개그로 박장대소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정신 없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만화라고나 할까. 육아와 관련된 에세이, 만화, 전문서 등 꽤 많이 본 편인데, 이 책이 가장 재미있고, 신선했던 것 같다.

 

 

임신과 출산은 엄마에게도, 아빠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삶의 변화를 엄마와 의사 입장에서, 육아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학을 전공한 남자가 마주하게 되는 낯선 상황들에 대한 시선은 육아에 문외한인 보통 남자들이나 미혼인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대를 불러올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여러 산모들의 사례들을 지켜봐 온 여자가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들은 현재 육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많은 이들에게 굉장히 현실감 있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코믹하고, 유쾌하고, 신선하다. 영화 속 대사나 인터넷 밈을 패러디하여 기가 막힌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센스와 공학도나 알 법한 용어를 개그로 승화시켜 현재 육아 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없는 만화가 탄생했다. 웹툰 총 36화를 묶어낸 1권은 임신의 전 과정과 출산 직후까지 다뤘으며,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을 단행본에 맞게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담았다. 유산을 경험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는 과정과 임신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으니, 본격적인 육아에 관련된 이야기는 2권에서 보여질 것 같다.

 

현재 육아 중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너무 재미있고, 궁금해서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 진다.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보 엄마, 아빠는 물론 자녀가 없는 20, 30대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만화이니 웃다 울고, 울다가 웃게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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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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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에서 작게나마 선행을 베풀었으면 베풀었지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으니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떠날 수 있어. 나는 적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내 뒤에 남겨질 친구들에 대한 미련이 더 강한 것 같아. 혹여 나를 해치게 될, 당신과 내 아이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할 사람이 그 누구건 간에, 내가 그를 용서했듯 당신도 용서해 주길 바라.      - p.97, 피에트로 베네데티(41세, 가구공)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사형선고를 받은 201명이 죽음을 앞두고 취한 마지막 행동은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가족이나 동지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식과 작별 인사 등으로 600일이라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활동 기간 동안 투쟁했던 그들의 역할은 끝이 났다. 24세 주조공, 33세 회사원, 20세 정비공, 26세 공대생, 41세 가구공, 19세 직공, 27세 모자이크 세공사, 19세 농민, 18세 자동차 수리공, 21세 설계사, 23세 국문과 학생, 32세 전자공학 기술자 등등...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서 일하고,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생애 마지막 편지를 한데 모았다.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이탈리아의 현대사도, 레지스탕스라는 것도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저 이름 없는 민중들이었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레지스탕스들의 편지이긴 하지만, 정치적 신념을 피력한 내용보다는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써 내려간 글들이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아니었고, 우리가 알만한 그 어떤 행동에 대한 글도 아니지만, 그저 죽음 앞에 선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 때문에 오랜 시공간을 거쳐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이 편지들은 그 자체로 심금을 울린다.

 

 

 

죽기 몇 분 전, 당신이 나로 인해 받게 될 크나큰 고통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써. 부디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줘. 나를 위해 자비로운 주님께 기도하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주고, 나 대신 매일 뽀뽀해 줘. 나를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 줘야 해. 가능하다면 나를 잊지 말고 변함없이 추억해 주길 바라. 그럴 수만 있다면 매일 밤 당신을 보러 올게. 꿈나라로 떠난 당신과 우리 아이들을 내가 지켜 줄 거야.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다는 걸 잊지 마. 눈감는 그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야. 내 영혼으로나마 키스를 퍼부으며          - p.467, 구에리노 스바르델라(28세, 인쇄 식자공)

 

마지막 순간까지 '앞으로의 세상은 보다 좋아질 거라고, 그것을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축복할 일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던 이도 있었고, '평생 어머니 곁에서 함께해 드리지 못하게 된 것을 부디 용서해'달라며 온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던 이도 있었다. 자신이 총살되기 단 30분 전에 써 내려간 편지 속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이들은 아내에게, 아이에게, 부모님에게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후회와 용서를 담고,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숙명을 받아 들이고,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끝까지 믿음과 인간성을 지켜낸다.

 

우리가 만약 파시스트의 손에 목숨을 잃기 직전이라면,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기게 될까. 조국의 영광과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던 그들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비슷해질 것이다.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오래 기억해달라고, 내 몫까지 잘 살아달라고.. 이들이 남긴 사연들은 각자가 너무 다르지만, 처해있는 상황 때문에 또 너무도 비슷하다. 육체와 영혼을 포함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형이 집행되기 전 주어진 짧은 몇 시간 동안 그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우리는 전혀 짐작도, 경험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책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책을 통해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편지들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우리처럼 숨쉬고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책표지 안쪽에 이 편지들을 쓴 이들의 직업이 기재되어 있다. 주조공, 회사원, 재단사, 막노동자, 의대생, 초등학교 교사, 변호사, 주부, 창고지기, 의사, 견습생, 경찰, 요리사 등등... 201명의 사람들을 잊어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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